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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후 사부와 소꿉친구 천마가 집착한다-40화 (40/46)

〈 40화 〉 다가오는 운명 10

* * *

변화무쌍?化無? 천마??

만세불변?世不? 검후??

천마의 공격은 빠르고 화려했으며 다채로웠다. 그러나 검후의 검은 어떠한 세월이 흘러도 흔들리지 않을 거 같다.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천마 천미영의 공격을 현재의 내가 정확하게 예측하고 따라가는 건 무리였다. 나는 검후 사부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둘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쑤욱. 검후 설지연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어두운 손.

와지직. 그 손은 사부가 만든 무정검의 검벽을 순식간에 파괴시켰다.

하지만, 검후 설지연의 몸에 닿지는 못했다.

검후 사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마지막 순간에 부드럽게 몸을 돌리며 자신이 만든 강기의 검을 휘둘렀다.

팅. 천미영의 몸을 둘러싼 어둠의 갑주와 사부의 강기검이 부딪힌다.

퍼엉. 거대한 충격은 주변 일대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태풍이라도 부는 듯 나무들이 춤을 췄고, 일부는 뽑혀서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날아갔다.

비슷한 형태의 공수가 이뤄지며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천마가 다양한 형태로 공격을 했고, 검후 사부가 그러한 공격을 막아내는 형태로 둘의 대결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검후 사부가 대결에 변화를 주었다. 그녀는 천마의 암흑명륜공이 어떠한 무공인지 파악을 완료한 듯 보였다.

넓은 범위에 걸쳐 펼쳤던 무정검의 검벽을 거둬들이는 검후. 그녀는 자신의 기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강기에 힘을 더 집중하는 것이 분명했다.

순식간에 부숴버리는 무정검벽의 강기라도 암흑명륜공의 파괴력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것이 사라지자 천마의 공격은 더욱더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쉬익. 쉬익.

위아래 좌우에서 손과 발이 나타며 주변 일대를 어그러트리는 어둠의 공격. 사부는 그것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모르겠으나 훌륭하게 막아냈다.

팅. 팅. 팅. 천마의 검을 막아내는 사부의 강기는 위력이 더 강해졌기에 주변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치열한 대결이 이어졌으나 아직은 누구도 상대의 본체에 타격을 가하는 공격은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검후 사부의 검에서 아홉 개의 강기가 나와 곡선으로 원을 그리며 넓은 범위를 장악하였다.

‘저건 검후전에 설치된 진법하고 비슷하잖아!’

사부는 천마의 암흑명륜공의 신묘함을 차단하기 위하여 강기로 진을 설치했다.

아홉 줄기의 강기가 거점을 장악하며 범위를 점하자 진이 위력을 발휘하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던 천마가 실체를 드러냈다.

천마벽으로 어둠의 갑주를 두른 천미영이 어떻게 사부를 향해 공격을 이어나가는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검후 사부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하늘 높게 검을 들었다.

검의 끝이 작게 회전하며 춤을 췄다. 그러자 이것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주변 일대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무정삼검이다.’

무정72검의 위력을 세 개의 검으로 줄여 상대에게 날리는 공격으로 현재 검후 사부가 가진 무공 중 가장 강력함을 자랑하는 공격이다.

검후 사부의 공격을 본 천마가 어둠을 거둬들였다.

아무래도 암흑명륜공이 아닌 다른 무공을 펼치려는 듯 보였다.

“천마께서 수라현신을 펼칠 거 같군요.”

“수라현신이요?”

“세상에 퍼져있는 어둠의 힘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무공이에요. 아쉽지만 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어요.”

안타까워하는 검마 한비연. 그녀의 표정을 보니 마기의 힘을 사용하는 수라현신은 천마 천미영의 기세와 살기가 중요한가 보다.

천마가 양손을 하늘을 향해 올렸다.

퍼엉. 거대한 기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더니 주변으로 영역을 확대하였다. 그러자 그 원형의 커다란 기에 맞추려는 듯 천마벽의 갑주를 두른 천미영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게 수라현신이구나.’

거대한 어둠의 수라가 검후 사부를 향해 어둠의 힘을 집중하며 공격에 나섰다.

검을 회전시키던 검후 사부가 검의 방향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후 검후도 수라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검에는 검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변화와 공격이 단 세 개에 담겨 있었다.

펑.

가장 먼저 날아간 일검이 수라의 심장을 가격했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펑.

두 번째로 날아간 이검은 수라의 얼굴을 가격했다. 여전히 수라는 꿈적하지 않고 날아왔다. 오히려 더 강맹해진 거 같다는 기분을 주었다.

이제 가까워진 둘. 사부의 마지막 일검과 천마가 만든 수라의 주먹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경천동지????

하늘이 놀라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거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이후 더 이상의 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은 조금씩 고요하게 변하고 있다.

천마벽을 둘렀던 천마 천미영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검후 사부는 강기검을 없앴다. 둘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모두 어떠한 상처도 없는 듯 보여 마음이 조금 놓였다.

“검마! 우리는 떠난다.”

“예. 천마.”

“이...이건 나의 승리가 아니다. 시작부터 불리하지 않았느냐?!”

“무인에게 있어 가장 한심한 것이 핑계. 다른 말은 필요 없다. 내가 다시 검후를 찾을 때에는 살기를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는 단계일 거다. 그때까지 검후 너에게 내 남편을 맡기도록 하겠다.”

“미. 미영아.”

“미안해. 천아. 내가 조금 부족했어. 나 더 강해져서 돌아올 거야! 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천마가 몸을 돌렸다. 그녀는 눈물을 참고 있는 거 같았다.

슬프다. 이건 분명 내가 만든 결과다. 그녀의 살기를 억제하지 않았다면 이 승부가 어떻게 나왔을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녀에게 선택된 패배를 강요한 거다.

사부의 폭주를 억제함과 강호에 불어오는 피바람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검후 사부가 안전해서 기쁘며 천마가 떠나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나의 심장을 콕콕 찌른다.

‘나는 나쁜 놈이었구나.’

둘의 대결을 지켜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누구도 서로를 이기지 못하고 누구도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은 내가 두 여자를 가슴에 품었다는 이기심이었다.

*****

천마 천미영이 검마 한비연과 함께 떠나갔다.

사부와 나는 무림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산중에 잠깐 머물렀다.

우리 사제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검후 사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만 보고 있다.

“사부.”

“응?”

“죄송해요. 아무래도 전 두 여자를 가슴에 담고 있었나 봐요.”

“....그렇구나.”

“정말로 죄송해요. 저는 어떤 선택도 할 수가 없었어요. 누구 하나를 외면한다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어려울 거 같아요.”

지금 나의 머리에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천마가 떠나자 그녀의 공백이 가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자리를 사부가 대신했어도 분명 똑같았을 거다.

“천아. 내가 왜 여기에 서서 너의 곁에 머무는지 알아?”

“...?”

“나는 남자를 두고 천마와 싸웠다는 게 싫어. 그렇지만 자존심을 위해 너를 두고 발길을 돌릴 수 없다는 게 나 설지연의 운명이라는 걸 느꼈어. 아무리 명예를 떠올리고 자존심을 올려 세워도 그 발걸음을 뒤로 돌릴 수 없는 거야.”

“못난 저 때문에.... 사부가 힘들었군요.”

“한 가지만 물을 게. 나와 혼인을 하겠다는 말 진실이야?”

“솔직히 처음엔 장난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깨달았어요. 그렇게라도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음을요. 나는 부족하니까 이렇게라도 검후 설지연에게 마음을 전한 겁니다. 내가 못났으니 그렇게 장난이라는 변명을 잔뜩 만들었어요. 저 참 못난 남자죠?”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난 너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게 그저 기뻐. 나만 오해하고 나만 착각한 게 아니잖아.”

“사...사부! 항상 고맙고 감사해요. 그리고 사..사.. 하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눈물을 삼키고 떠난 천마가 생각나 입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아~. 천아. 나 천마와 싸우며 결심한 게 하나 있어.”

“결심이요?”

“응!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간절한 그녀의 마음을 느꼈거든. 영웅은 삼처사첩을 거느린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

“그러니까 나를 이겨. 나를 이기는 고수가 된다면 부인이 늘어난다 해도 내가 뭐라 하지 않을 게.”

천하제일인 검후 설지연을 이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부.

‘내가 사부를 이긴다는 게 가능할까? 호..혹시?! 사부는 나에게 져주려고 그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검후 사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맙다. 그리고 검마와 천마를 적어도 나의 울타리 안에서는 공존하게 만들 방법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다.

‘내가 검후를 이기자! 도저히 불가능하면 떼를 써서라도 져달라고 하면 되는 거야!’

와락. 나는 검후 설지연을 힘차게 껴안았다.

“고마워요. 사부. 정말로 고마워요.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양보하고 희생할 줄은 몰랐어요.”

“그건 내가 지지 않을 자신이..”

“상관없어요. 기회가 있다는 거 그거면 족합니다. 이제부터 당분간은 사부에게 집중할게요.”

사부도 나를 껴안았다.

“그래 나에게 집중해줘! 난 너밖에 없어.”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저 사부?”

“천아. 이제 둘만 있을 때에는 사부라고 부르지 마. 연아라고 불러. 어차피 우린 혼인을 할 거잖아.”

“그..그럴까요?”

“요는 빼고. 어서 해봐. 금방 익숙해질 거야. 사부라고만 부르니까 내가 너무 늙은 거 같잖아. 천마가 늙어서 시집가고 싶으냐고 했을 때 얼마나 화가 났는지 넌 모를 거야.”

“여...여어언아?”

“뭐야. 똑바로 해! 이건 아니지.”

사부라는 말이 입에 굳었다. 연이라 부르려니 머리로는 쉬운데 정작 입이 문제였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연아. 연아. 연아. 연아.”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설지연. 연아. 이제 됐어?”

“응. 됐어. 이제 나이 들어 보이게 사부라고 부르지 마. 나 그렇게 나이가 많지도 않잖아. 무엇보다 누구도 나를 그렇게 안 봐!”

치열한 대결로 인하여 어느덧 깊어진 밤.

나는 검후 설지연을 바라보았다.

“연아. 남편이 될 내가 하나만 물어보고 싶어.”

“뭔데?”

“나와 최소 2년 이상 강호를 떠나지 않을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우리 둘만 지내는 거야.”

나의 말에 검후 설지연의 몸이 격동했다.

“좋아. 너무 좋아! 난 원래 무림맹 체질이 아니야.”

“그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금 바로 우리 둘이 여길 떠나지 않을래?”

“그건 더 좋아! 너와 함께라면 그게 어디라도 나는 상관없어.”

나를 위해 모든 걸 다 버려도 괜찮다는 검후 설지연.

‘어떻게 이런 검후가 마녀가 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우린 떠날 거니까 아무것도 중요하진 않아.’

나는 달빛 아래 서있는 검후 설지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 위지천은 설지연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남자이지만 받아주겠습니까?”

“받아줄게요. 무조건 받아줄 거예요.”

검후 설지연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답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겉옷의 일부에서 비단 금사를 뽑았다. 당장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어릴 때부터 알았던 친구에게 배운 걸 여기서 써먹으려고 한다.

그녀의 손가락에 금색의 실을 묶어 반지를 만들어주었다.

시간이 조금 걸렸으나 집중하여 묶었고, 얼핏 보면 그럴싸한 실로 만든 반지였다.

“청혼을 했는데 당장은 이것밖에 줄 게 없어서 미안해. 다음에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아니야. 난 이걸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해. 너의 마음을 알았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검후 설지연은 내가 반지를 만드는 동안 눈물을 보이고는 했다.

그녀의 손가락에 놓인 내가 만든 반지. 그렇게 나는 검후 설지연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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