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후 사부와 소꿉친구 천마가 집착한다-24화 (24/46)

〈 24화 〉 황금화 북리연화 2

* * *

나는 하오문 정주 지부장 정도의 인물이라면 나를 알거라 판단했다. 혹 당장은 모를 수 있어도 금방 알게 될 거라는 건 확신한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정보도 섞어서 그에게 달라고 했다.

예상처럼 그는 나를 알고 있었다.

“옥면검룡께서 무림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궁금하신 가 봅니다.”

“사부님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제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최근에 있었던 다양한 일들이 적힌 문건들을 꺼내어 와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오대세가에 대한 정보와 다른 구파일방의 정보를 보면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지 살폈으나 무당을 제외하면 관심이 가는 사건은 없었다.

“무당산에 절벽이 무너져 도사들을 초빙했는데 이것에 관한 정보는 더 없을까요?”

“그건 비용과 시간이 제법 소모될 겁니다.”

“저는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알아보는 이유를 혹시라도 물으면 바로 답하려고 고심하여 준비했다. 그런데... 정보를 파는 집단답게 고객에 관한 질문은 일절하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별의별 호기심이 존재하니 하오문이 그걸 일일이 신경 쓰진 않는 게 정상이지!’

나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 후 정주 지부를 나왔다.

‘시대에 상관없이 정보를 사는 비용은 항상 비싸구나.’

떠도는 풍문과 몇 가지 사실은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였으나 먼 곳에 있는 누군가의 눈과 귀를 빌리는 거라 저렴하지는 않았다.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일까 싶었으나 내가 직접 알아보는 방법은 없기에 지불해야만 했다.

나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시기로 몇 줄 가량 적힌 기간을 살아가다 죽는 인물이다. 언제 죽었다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나에게 긴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건 분명하다.

무림에서 칼밥을 먹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들 하고 막상 검을 휘둘러보니 나도 공감이 되기에 이유를 찾기보다는 변수를 줄이고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어떻게든 살 거야!’

처음에는 사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게 아닐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없고 그럴 사람도 아니다. 검후가 나에게 주는 따뜻함을 고려하면 그녀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죽는다는 건 아는데 대비책이 없으니 내 운명도 참 한치를 알 수 없구나 싶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검후전 앞에 도착한 나.

“부..북리 낭자!”

나는 검후전 앞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서있는 황금화 북리연화를 만났다. 그녀는 옷에 무언가가 묻는 게 싫기라도 한 듯 꼿꼿하게 서서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있었다.

“위지 공자. 기다리고 있었어요.”

특유의 변화가 없는 얼굴과 무심한 표정을 지닌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저에게 할 말이 있습니까?”

“검후전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나는 북리연화가 어떻게 검후 사부의 제자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녀가 제자가 된다는 것 그러니까 나의 사매가 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사부와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잠시 이 진을 파해하도록 하겠습니다.”

“귀찮을 텐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여기 있는 동안 진을 풀었어요. 오랜만에 머리를 쓰느라 고생 꽤나 했어요.”

“그..그런가요?”

사부와 나는 진에 대하여 문외한이다. 사부와 나는 설치만 할 뿐이고 이 진이 꽤나 정교한 진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제갈상아나 북리연화에게 너무 쉽게 뚫리니 조금 난감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 듯 북리연화가 답했다.

“살상력이 없는 진은 생명을 해치지 않기에 무모하게 덤비는 게 가능해 파진이 빨라요. 거기다 자연을 이용하는 진인데 이렇게 위치가 탁 트인 곳이면 진의 위용이 많이 떨어지게 돼요. 저는 그런 약점을 이용했을 뿐이에요.”

“그렇군요. 들어오세요.”

‘분명 잘난 척하는 건데 잘난 게 맞으니까 할 말이 없다.’

나는 북리연화와 함께 검후전으로 들어왔다. 대화를 하기 좋은 작은 정자로 갔다.

‘사매가 되는 건 내가 모르겠고 당장은 검후전을 찾은 손님이니까 대접은 제대로 해야지!’

나는 깨끗한 천을 가져와 그녀가 앉을 수 있게 깔아주었다. 전날 객잔에서 보았던 그녀의 결벽증이 떠올라서다.

“이제 앉으시면 됩니다.”

“위지 공자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친절하시군요.”

“손님으로 오셨는데 이건 당연합니다.”

나는 차를 꺼낸 후에 화섭자로 불을 피워 물을 끓였다.

“위지 공자는 웅후한 공력을 지니신 거 같은데 내공을 사용하여 불을 피우지 않는군요.”

“사람이 먹는 건 정성이 들어가면 더 좋습니다. 급하면 내공을 사용하지만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이런 작은 노력도 좋다고 생각하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양강의 기운을 어떻게 불러일으키는지 사부에게 배울 틈이 없었다. 그래서 내공은 충분하지만 당연히 하는 법을 모른다.

‘사매가 될 여자에게 사형이 책잡힐 순 없지. 사부는 사형에게 이런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거에요? 라고 따지면 곤란하다고!’

“으음. 위지 공자는 여자를 울리 게 생긴 분인데 성품이 참 바르군요.”

“하하. 울리다니요. 웃기는 것도 아니고...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화에 집중하는 황금화 북리연화.

‘빨리 여기에 온 목적을 이야기하라고!’

나는 물이 끓는 걸 확인하고는 차분하게 차를 우려 그녀에게 내밀었다. 차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는 북리연화. 차를 음미하는 그녀는 먼저 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북리 낭자는 사부님과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검후님과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띵. 머리가 살짝 멍했다.

“북리가에서 운영하는 황금상단과 연이 있나 봅니다.”

“검후님과 저희 황금상단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퍽. 머리가 지근지근하다.

‘도대체 사부는 어떻게 북리연화를 제자로 받아들인 거지?’

“그럼 검후전에는 어떤 일로 오셨는지?”

궁금증을 참기 힘든 나는 직접 물었다.

“저는 위지 공자께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저에게 부탁이요?”

“네 맞아요. 저의 부탁은 오로지 위지 공자께서만 들어 주실 수 있는 겁니다.”

나만 들어주는 게 가능하다 말하는 북리연화. 부담감이 밀려왔다.

‘사내가 말은 들어봐야지.’

“정도에 어긋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위지 공자.”

북리연화의 표정을 보니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가 보다. 대단한 일은 아닌가 싶어 안도감이 생겼다.

“저는 그....”

항상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던 북리연화가 살짝 말을 늦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편하게 말하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갈비라는 걸 먹어보고 싶어요.”

“예에?”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잘못들은 것인지를 생각했다.

“지다화 제갈상아가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음식이라 하기에 그 요리를 만든 위지 공자를 이렇게 염치없이 찾아왔습니다. 저의 청을 들어주시면 제가 소 열 마리로 보답하겠습니다.”

분명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인데 현실감이 없어서 뭐라 답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소 열 마리로 부족하다면 제가 스무 마리로 정정하겠습니다.”

‘지금 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제가 만든 걸 이렇게 기대하고 찾아와 주시는 분이 계실 줄 몰랐습니다. 숙성시켜둔 것이 있으니 제가 차려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위지 공자.”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소는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소로는 부족한가요?”

이상하게도 북리연화라면 검후전으로 소 때를 끌고 올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보답을 꼭 하고 싶으면 먹고 슬며시 전표를 놓고 가야지!’

“요리 재료는 무림맹에서 제공하기에 저에게 사사로이 보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무림맹에 헌납하도록 할까요?”

“아닙니다. 꼭 보답을 하고 싶다면 정주 북쪽의 빈민가에 가장 어려운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필요한 것이 없어서 마음만 받겠습니다.”

“위지 공자는 욕심이 없고 덕이 있는 분이군요. 저는 고작 소 스무 마리 따위로 공자님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소 스무 마리가 고작은 아니지!’

전표를 내 앞에 내밀었다면 눈이 떨렸을 건데 소라는 말에 검후전에 소가 음메하며 똥을 싸는 장면이 떠올라 거절을 했다.

‘검후의 제자가 우시장에 소를 팔러 갈 수는 없는 거잖아!’

나는 갈비를 구워 먹는 준비에 나섰다.

숯을 챙긴 후 불을 피웠다.

‘사부의 삼매진화가 없으니 귀찮구나.’

나도 삼매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내공은 있으나 방법을 모르기에 최대한 차분하게 불을 피웠다.

숯이 어느 정도 타들어가야 좋은 화력의 불이 나오는 법. 그동안 먹을 준비를 모두 끝냈다.

“아아. 황실에서도 이렇게 음식을 먹지는 않는데 신기하군요.”

정말 즐거운 표정을 짓는 북리연화.

‘맛집에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자기 순번이 온 사람 같잖아!’

너무 기대가 커 보여 실망을 줄까 긴장감이 생긴다. 나는 집중하여 구운 고기를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잘라서 그녀의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한 점을 먹는 그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역시 갈비는 진리인가!’

현대의 자극적인 맛이 그녀의 뇌를 강타한 듯 놀란 표정을 보였다.

‘계속 먹으면 몰라도 첫 임팩트는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싸서 먹으면 더 좋습니다.”

나는 직접 다양한 방식으로 갈비를 싸서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느낌이 너무 달라요.”

북리연화는 즐거운지 작은 입술로 잘도 먹었다.

나는 북리연화가 먹는 모습을 보자. 내 앞에 사부인 검후 설지연과 사매인 빙화 북리연화를 두고 음식을 먹이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어미 새가 자식 새에게 먹이를 주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워낙 잘 먹어서 철판 볶음밥도 준비한 나.

“이게 바로 제갈상아가 먹지 못했다는 철판볶음밥이군요. 아무래도 제가 상아보다는 더 나은 여인이긴 하지요.”

“예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느꼈다. 이 여자가 왜 제갈상아와 친한지 말이다. 둘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말을 해놓고 하지 않은 척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상인과 말싸움을 해서 무슨 득을 얻겠냐. 그냥 넘어가자.’

나는 지다화 제갈상아의 화려한 언변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 지다화도 버거워하는 인물이 황금화 북리연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 믿었다.

식사가 끝나고 입가심으로 마실 차를 끓여 그녀에게 건넸다.

배가 부르게 먹고 식후 차까지 끝낸 그녀. 나는 이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지난번처럼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북리연화.

‘남자를 이렇게 쳐다보면 본인이 더 부끄러워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는데 면접을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형이고 저 여자가 사매인데 면접관은 북리연화였다.

“위지 공자. 저 결정했어요.”

“무엇을 말입니까?”

“저는 공자님의 사매가 되기로 했어요. 그러니 이제부터 사형이라 부를 게요. 위지 사형.”

“예에?”

멍. 다른 어떤 여인이 와서 이런 말을 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테다. 본인이 무슨 마음을 품었건 천하의 검후 설지연이 제자로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리연화는 다르다. 이 여자는 결국 진짜 제자다. 그러니까 천하의 검후 설지연을 상대로도 자신이 원하면 그녀의 제자가 되는 수단을 가진 여자라는 거다.

‘이..이렇게 갈비 얻어먹고 빙화가 제자가 되는 거였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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