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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후 사부와 소꿉친구 천마가 집착한다-21화 (21/46)

〈 21화 〉 천마가 오고 있다. 5

* * *

우우웅. 우우웅.

도광 팽수련의 도에서 울부짖듯 처절한 도명이 나오며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도가 내뿜는 기의 형태가 호랑이와 같은 기세를 품고서 포효하듯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것도 무려 세 마리가.

조금 전까지는 하나라 칠성풍운보로 보면서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나에게는 오호단문도의 호랑이들을 보고 피할 능력이 없다.

그저 바로 앞의 것들을 하나하나 피하고 또 피하다 최후에 이르러야 할 뿐이다.

나는 살벌한 도기의 향연 사이를 칠성풍운보를 밟으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치잉.

나는 결국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 검을 내밀었다. 익숙한 무정검의 전18검 반복해서 펼치며 팽수련의 도를 침착하게 막아나갔다.

팅. 팅. 팅.

정신이 없을 정도로 움직이고 또 움직이며 칠성풍운보와 무정검의 방어용 전18검을 펼치자 오호단문도의 세 마리 호랑이가 미쳐 날띄며 발악하는 게 어떻게 막아진다.

“감사해요. 옥면검룡!”

‘이제 끝? 제발 그만 좀 하자!’

“유익한 대결이었..”

나는 좋은 비무를 가졌다고 말하며 승부를 멈추려 했는데 팽수련의 생각은 나와 정반대였다.

“위지 공자는 저에게 전력을 다한 공격을 펼칠 기회를 주고 계신 거 맞죠? 이렇게 방어만 하시니 저는 이에 화답하기 위해 이 비무에 모든 걸 다 걸겠습니다. 으흐흐.”

지금 그녀는 자신이 펼치는 도법에 완벽하게 미쳐가고 있다. 오로지 나를 제압하기 위해, 나의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단단하게 무장하는 거다.

내공을 아낌없이 끌어올리는 도광 팽수련. 그녀의 몸에서 발산하는 기운이 더 강해진다. 이후 뒤는 없다는 듯 맹렬하게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광녀??. 다른 표현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치도록 매섭게 달려드는 그녀다.

쉬잉. 팅. 쉬잉. 팅.

팅. 팅.

‘휴우. 다행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순수한 광기로 무장하여 덤볐다면 결코 막을 수 없었을 거다. 서서히 단계를 올리며 공격을 진행된 탓에 도광 팽수련의 매서운 공격에 내성이 생겨 힘겹지만 막아냈다.

시간이 흘렀다. 몇 차례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도광 팽수련이 이상해졌다.

“세상에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법! 옥면검룡이 준 이 성장의 기회를 이 도광은 결코 마다하지 않겠어요!”

‘무슨 소리야! 우리 제발 비무에 목숨 걸지는 말자!’

아무래도 팽수련은 내가 공격하지 않는 이유가 그녀의 무공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나는 사부에게 방어만 배우기도 벅찼기에 공격 자체를 모른다. 이걸 그녀에게 알리고 싶은데....어쩌지?

“으아악! 오호단문도. 사방출격!”

도와 혼연일체가 된 도광 팽수련은 조금 전과 달리 초식명을 외치더니 호랑이가 하나 더 늘어난 네 마리의 오호단문도를 펼쳤다.

‘팽 낭자! 제발 살살 좀 합시다.’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숨이 막히는 상황. 나는 집중하고 또 집중하며 이 비무에 임했다.

­ 뭐야? 팽 낭자가 벌써 4마리의 호랑이를 만들잖아.

­ 누나가 드디어 사호에 성공했구나!

­ 위지 공자가 이번에도 도광의 공격을 방어만 하며 견뎌낼 수 있을까?

여기저기에서 팽수련의 공격을 보고 열광하기 시작했다. 나는 죽을 맛인데...

도광 팽수련이 장악한 연무장의 공간 속 도기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나.

파란 호랑이, 노란 호랑이, 붉은 호랑이, 검은 호랑이가 각각 동서남북을 포위하고 나를 덮쳐오는 착각에 빠졌다. 각자 품고 있는 기의 형태도 다르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어떻게 하지? 나는 이렇게 패배하는 거야? 사부... 죄송해요!’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위대한 검후 사부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여기서 패배를 받아들이려 했다.

그때. 내 손과 내 다리가 움직였다. 무의식 중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나의 몸이 나에게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며 검을 들고 진각을 밟았다.

[천아! 무공은 무식하다 소리를 들어도 반드시 몸으로 익혀야 하는 거야! 어떤 악조건에서도 무의식으로 펼칠 수 있을 때까지 단련하고 또 단련하며 익히지 않으면 그건 너의 무공이라 할 수 없어!]

사부는 만 번은 반복해야 몸이 익힐 수 있는 걸 본인이 노력하여 강제로 나의 몸에 주입시켰다. 신체를 강화시켜 줄 때와 업어 줄 때. 그때 나는 습관적으로 사부의 검과 보법을 터득하여 나갔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오고 있는 거다.

팅. 팅. 팅. 팅.

하나씩 사방에서 덮쳐드는 도기를 막아가며 몸을 앞으로 날린 나. 팽수련을 향해 쏟아지듯 나아갔다. 칠성풍운보의 이보압전으로 반격의 기회를 확보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칠성풍운보의 이보무적과 무정검의 후18검으로 공격에 임했다.

쉬잉. 서걱. 싹둑.

팽수련의 머리카락 끝이 살짝 잘리며 나의 검이 그녀의 목을 겨눴다. 조금만 옆으로 갔다면 그녀가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

‘무의식으로 펼치다 큰일이 날 뻔했네. 조금만 어긋났어도.... 휴우. 진짜 다행이다!’

나는 조금 전의 비무로 인하여 손이 심하게 떨렸으나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하며 검을 거둬들였다. 비무가 끝나자 광기를 잠재우고 다시 선한 분위기를 지닌 팽수련으로 돌아왔다.

“죄송해요. 위지 공자!”

“예에? 뭐가요?”

“미쳐 날뛰는 저를 성장하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너무 죽일 듯이 달려들어서 죄송합니다.”

조금 전과 달리 명문가의 자식답게 사과하는 도광 팽수련.

“아닙니다. 이래야 비무죠.”

“히히. 위지 공자는 검후님의 말처럼 검의 천재에요. 공격도 하지 않고 저를 이렇게 흥분하게 만들 줄은 미처 몰랐어요. 존경합니다.”

진심이 담긴 팽수련의 말에 살짝 부끄러웠다. 나는 진짜 공격하는 법을 모른다고!

*****

비무가 끝났다.

다들 무공이라면 환장하는 젊은 무인들로 즐비한 곳이라 치열한 대결이 끝나자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용봉회관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진미객잔으로 향했다.

정주에서 가장 유명한 객잔의 하나인 이곳은 다양한 요리가 하나씩 코스로 나오는 식당인데 기본기가 탄탄하여 무엇을 먹어도 상당히 괜찮았다.

드디어 접하는 중원의 고급 요리. 나는 좋은 음식을 대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즐겁게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상아야. 너 요즘 왜 용봉회관에 오질 않아?”

팽수련이 친구 제갈상아에게 물었다.

“내가 좀 바빠. 아마 당분간은 계속 바쁠 거야!”

“상아가 바쁘다고? 그럴 리 없는데?”

“왜요? 오빠?”

제갈상아와 친한 팽수련은 비무 이후 자연스럽게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 오빠라 부르는 여인에게 구태여 그러지 말라고 하기도 이상하여 그냥 그렇게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걸핏하면 검후전에 오거든!”

“뭐어? 너 설...마?”

제갈상아가 검후전에 자주 온다고 하자 크게 놀라는 도광 팽수련.

“서..설마 뭐?”

너무 진지한 분위기의 팽수련. 그녀의 모습에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제갈상아가 살짝 당황하며 무슨 말을 하려나 긴장했다.

“나를 이기려고 천 오빠와 따로 비무를 하니?”

“....허..허.”

“당황하는 거 보니까 딱 걸렸네!”

“내가 왜 너를 이기려고 용을 쓰냐?”

“우리는 무인이야. 당연한 거 아니야?”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도광 팽수련. 그녀는 뼈 속까지 무공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이목이 옮겨가는 순간이다.

쿵. 쿵. 쿵.

다분히 들으라는 듯 강하게 바닥을 치며 올라오는 남자.

자세히 보니 누더기 옷을 입은 젊은 거지였다.

‘개방의 소방주 용걸개 소천광?’

나는 남자의 모습을 보자 미친개라고도 불리는 개방의 신성 소천광이 대번에 떠올랐다.

“야이 비겁한 새끼들아! 거지 친구를 두고 니들만 좋은 곳에 밥을 먹으러 오니까 좋냐?”

“거지 오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앉아. 늦으면 아무것도 없어.”

“저건 그냥 병이야. 병!”

도광 팽수련이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 빨리 오라고 말하자 제갈상아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조금 전에 잔뜩 화가 난 척 올라왔던 소천광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빈 의자를 당기더니 내 옆에 앉았다.

‘몰라서 나만 속았구나!’

소천광은 가볍게 장난을 치는 유쾌한 성격이라고 글에서 나온 걸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유쾌함이 이런 형태일 줄은 전혀 몰랐다.

‘작가의 유쾌함과 내가 생각하는 유쾌함이 좀 다르구나!’

“거지가 안 불러줘도 와야 밥을 먹고살지! 암 그렇고말고! 반갑습니다. 옥면검룡!”

나를 잘 아는 듯 먼저 아는 척 인사를 하는 용걸개 소천광.

뭔가 재미있는 남자로 느껴져 나도 반갑게 응했다.

“반갑습니다. 용걸개 소 소협.”

“소협은 무슨! 그냥 거지일 뿐이죠. 보통 잘 생겼다 혹은 예쁘다는 소문이 들리면 반은 과장이 섞이게 마련인데 검후님도 그렇고 위지 공자도 그렇고 소문이 오히려 부족하군요.”

“그래 맞아! 내가 그렇게 노력했는데 소문이 너무 약하게 퍼졌어!”

소문을 낸 당사자인 제갈상아가 옥면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아. 저도 이렇게 잘 생겼으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그저 부럽습니다. 위지 공자!”

“소 오빠. 거지가 잘 생긴 게 부러워?”

“잘 생기면... 더 제대로 잘 얻어먹는다. 이게 세상의 이치야. 너는 지다화라는 별호를 가졌으면서 이런 기본도 몰라?”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도광 팽수련이 혀를 찼다.

“거지 오빠는 참 뼈 속까지 거지구나! 기껏 인물이 좋아지면 구걸이 더 잘 될 거라는 생각밖에 없어?”

듣고 보니 나도 평수련의 말에 공감이 갔다.

나는 말끔한 얼굴로는 구걸을 못할 것 같은데 소천광은 그걸 빌미로 더 제대로 구걸할 궁리를 한다.

‘세상에 날 때부터 거지는 없다고 했는데 이 말이 꼭 옳은 말은 아니구나!’

“재미없는 소리는 그만하자. 모두 집중! 이 소천광이 중원을 강타한 초특급 이야기를 가져왔어! 그것 때문에 진미객잔도 늦게 왔잖아.”

개방은 하오문과 함께 중원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집단이다. 그렇기에 소방주인 용걸개 소천광이 도대체 어떤 정보를 가져왔기에 저리도 당당하게 말하나 다들 궁금했다.

“모두들 놀라지 마! 십대고수가 드디어 변할 것 같아!”

“뭐?”

“그게 정말이야?”

“검후께서 십대고수에 합류한 후로 드디어 달라지는구나.”

“그래서 누가 십대고수에 올랐고 누가 패한 거야?”

모두들 놀라고 있을 때 제갈상아는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길 원했다.

“사자권왕께서 무영비객이라는 복면을 쓴 신비인에게 패했어. 비합전서로 쉬지 않고 날아온 정보야. 지금 중원이 이 일로 난리도 아니야.”

“무...무..무영비객이라고 했습니까?”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위지 공자! 혹시 이 신비의 고수 무영비객을 알고 계신가요?”

“너무 이상한 별호라 살짝 당황했습니다.”

“그렇죠. 본인이 스스로 무영비객이라 하였으니 그렇게 불러주기는 하는데 좀 당황스럽기는 합니다.”

무영비객.

위지천이 가졌던 기억에서 뭔가 떠오를 듯도 한 이름이 바로 무영비객이다. 하지만 이건 내 기억과 섞여 발생한 혼선이라 여겨져 관심이 없다.

내가 무영비객에 대하여 듣고 놀란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제일의 신비인.

무림 십대고수의 일인.

중원에서 가장 많은 비밀을 가진 자.

이것이 바로 ‘여인천하 영웅지로’의 소설에서 무영비객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역할. 무영비객은 바로 소설 주인공의 사부이다.

‘무영비객은 이 시기부터 활동을 시작했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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