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검후의 제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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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후 사부가 제자인 나를 위해 자신이 쌓은 공을 포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영약을 달라고 맹에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건 솔직히 감동 그 자체였다.
‘감사합니다. 사부!’
무림맹이 보유한 영약을 직접 가지고 왔다는 군사 제갈유현. 그는 무가지보라 할 수 있는 영약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가져온 영약을 보고 두 가지만 고르시면 됩니다. 검후! 어차피 영약은 너무 많이 복용하면 부작용만 커질 뿐이니 두 개면 충분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나는 소설을 읽어 영약을 많이 먹어도 효능과 내공이 중첩되지 않아서 계속해서 증가하는 효과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영약을 모조리 먹고 싶다는 욕심은 전혀 없었다.
“그럼 이제부터 영약을 하나씩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것은 공청석유입니다. 당연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무려 다섯 방울이나 들어있습니다.”
작은 도자기를 꺼낸 제갈유현. 저 안에 공청석유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영약하면 공청석유죠. 이건 증명이 된 영약의 최고봉이에요. 위지 공자님!”
옆에서 그의 딸인 지다화 제갈상아가 거들고 나서자 아버지인 제갈유현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부녀가 오대세가의 일원인 제갈 세가의 가주와 딸이 아닌 저잣거리의 상인 부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공청석유를 꺼낸 후 다음 영약을 꺼내는 제갈유현.
“이 친구는 그 유명한 동정호의 전설인 만년화리. 남자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그런 무가지보이지요.”
“지금 보니까 공청석유말고 이걸로 하세요. 위지 공자님! 미래의 아내가 가장 좋아할 영약이에요. 흐응.”
제갈상아의 말이 타당하다 여겼는지 사부가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사부가 고개를 끄덕이니 나도 남자라 만년화리로 마음이 당겼다.
“크음. 흐음.”
시집을 가지 않은 딸의 화끈한 발언에 아버지인 군사 제갈유현이 자중하라는 듯 헛기침을 수차례 날렸다.
그러나...
“왜 그래요. 아빠! 제가 없는 말 했어요? 그런 구닥다리 허례의식을 저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역시! 검후 사부 앞에서도 자기가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제갈상아다운 당돌한 발언이다.
“이번에 꺼내는 이 친구는 삼 중에 삼이라는 만년삼왕!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아주 좋아합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아아 이게 그 만년화리와 함께 쌍두마차라고 평가받는 만년삼왕이군요. 아버지!. 위지 공자는 고민이 되실 것 같아요. 근데 어차피 두 개 선택이니까 그냥 만년화리와 이것을 택해서 어느 것이 최고인지 구태여 고민하지 않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사부는 이번에도 지다화 제갈상아의 말이 타당하다 여겼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음으로 선보일 영약은 빙정입니다. 이건 음기의 무공을...”
“그런 건 빼세요. 군사!”
사부가 단호하게 음기와 관련한 영약은 관심이 없음을 알렸다.
“어험.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눈치로 어떻게 군사를 하시나 몰라요.”
빠직. 제갈상아가 눈치를 주자 제갈유현은 조금 토라진 듯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딸인 제갈상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제갈 낭자는 원래 타인의 시선을 견디는 일에 특화된 사람이구나.’
시간이 조금 흐르자 엄청난 영약들이 탁자 위에 잔뜩 나열되었다.
“영약은 어디 가질 않으니 천천히 고르시기 바랍니다.”
“고민할 것도 없어요. 저는 만년화리와 만년삼왕으로 할 거예요.”
사부는 얼굴이 조금 붉어진 모습을 하고서 두 개의 영약을 빠르게 택했다.
“어마나! 정말 탁월한 선택이에요. 검후님!”
지다화 제갈상아가 무척이나 탁월한 선택이라는 듯 즐거워했다.
“제갈상아! 이건 너를 위한 영약이 아니야. 너와 관련이 없는 일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지?”
“저는 위지 공자님이 잘...”
“그만!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사부는 언변이 탁월한 지다화 제갈상아를 다분히 의식하는지 말을 미리 끊어버렸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화가 나는지 입이 살짝 올라간 지다화 제갈상아. 반면 검후 사부는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더 주고받은 후 무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약 2개를 주고 자리를 떠난 군사 신기서생 제갈유현과 그의 딸 지다화 제갈상아.
나는 눈앞에 놓인 나를 위한 영약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이게 꿈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이 생기다니. 나 정말로 고수가 될 건가 봐!’
*****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을 했다.
몸에 때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벅벅 문지른 탓에 피부가 살짝 따갑지만 경건한 마음처럼 깨끗한 몸이 되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자 사부가 미소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아.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알겠지?”
“예. 사부!”
“좋았어. 이제 가자.”
나는 사부의 옆에 서서 그녀와 함께 오랜만에 무림맹 밖으로 길을 떠났다.
사부가 진기도인을 이용하여 내공을 잠시 빌려주면 경공을 사용할 수 있어 빠르게 도착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이동을 했다. 그렇게 주변 경치와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이동하자 오후가 다 되어서야 어느 작은 촌락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 사부가 인정하는 장인이 있군요.”
“성격은 좀 거칠어도 실력은 정말 최고야!”
사부의 말을 들으니 마치 숨은 맛집과 같은 숨은 대장간이 아닌가 싶었다.
사부가 작은 대장간의 문을 거침없이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가야 안에 있냐?”
“이게 누구야? 무림맹 장로 친구 아니야?”
강력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안에서 나왔다. 대단한 장인이 맞는지 작은 키에 엄청난 어깨 거기다 믿어지지 않는 팔과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드워프라고 해도 그냥 믿겠는데?!’
그의 외모 탓일까? 엄청난 신뢰가 절로 생겨났다.
그의 몸에 감탄한 나를 본 대장장이.
“아. 이 친구가 이번에 구한 제자인가 보군. 반갑다. 나는 검후의 고향 친구인 철기룡이라 한다.”
“반갑습니다. 사부님의 부족한 제자 위지천입니다.”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나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철기룡.
“너는 눈썰미가 아주 좋구나. 내가 쇠를 잘 다룬다는 걸 진심으로 아는 눈빛을 하고 있어. 무공도 모르는 녀석이 이런 관찰력이라니 놀랍구나! 사부에게 배웠느냐?”
“철가야. 잘 들어! 나는 그런 걸 천이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어. 우리 천이는 뭐든 잘하게 타고난 남자라 그런 걸 저절로 아는 거야!”
나는 그냥 철기룡이 드워프처럼 생겨서 드워프처럼 쇠를 잘 다룰 거라 여겼을 뿐인데 나에게 눈썰미가 있다고 한다. 거기다 사부는 내가 뭐든 잘 한다며 제자 자랑에 여념이 없다.
‘나는 할 줄 아는 거라곤 음식 만드는 거 말고는 딱히 없는데 부끄럽네.’
저들의 기대심을 충족시킬 실력이 나에게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쑥스러웠다.
“이번에 내 제자가 검을 품을 시간이 왔어.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철기륭. 그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팔과 어깨를 만졌다.
“너는 팔이 조금 긴 편이라 검을 다루기 용이하겠구나. 손가락도 섬세한 것이 무정칠십이검과 아주 잘 어울리겠어. 역시 검후야. 제자를 얼굴만 보고 뽑은 게 아니었어.”
“그..그럼. 나..난 어...얼굴 같은 걸 따..따지는 여자가 아니야.”
철기룡은 손가락 세 개를 내밀었다.
“정확하게 삼주 뒤에 와. 내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만들어 놓을 게.”
“고마워. 기룡아. 너만 믿을 게.”
“무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지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어이. 검후! 검 값은 무엇으로 줄 건지 아니면 얼마를 줄 건지 왜 말이 없어?”
“우와 이 새끼 큰일이 날 놈이네!”
천하제일을 다투는 검후 사부의 기세가 유감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대장장이 철기룡은 위축이 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철가야. 내가 너 아내가 납치되었을 때 구출도 해줬고, 자식이 왈패랑 다툼이 생긴 문제도 해결을 해줬다. 그것만 있는 줄 아냐? 너 장인이라고 똥고집 부리다 사해방이랑 다툼이...”
“그만! 그만! 그냥 가라. 이번에도 공짜다.”
“야! 난 평생 공짜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그거 몰라?”
“에휴. 알았다. 알았어. 하나만 부탁하자. 가능하면 더 이상 제자는 받지 마라. 검 하나 만들면 우리 가정의 일 년 수익이 날아간단 말이야.”
사부는 동정심에 호소하는 대장장이 철기룡의 말을 외면하고 싶은지 답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나 역시 돈이 넉넉한 것은 아니라 따로 챙겨줄 여유는 없기에 조용히 사부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차아아악.
“꼭 사채 빚을 진 기분이야!”
철기룡은 불만이 가득한 말을 내뱉더니 대장간 앞에 무언가를 뿌리고 들어갔다.
아무리 봐도 저건 소금이다.
나만의 검은 자식과도 같단다. 그러니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천아
나는 사부의 이 말을 듣고 경건함을 강조하기 위해 목욕재계를 하고 난 후에 여기로 왔다. 그런데 정작 무기를 만들어주는 장인은 나와 사부에게 소금을 뿌렸다.
‘미안합니다. 철기룡 장인. 사부의 제자는 저 하나가 아닙니다.’
*****
“천아. 나는 괜찮아. 너가 이러면 내가 부담스러워.”
“그래도 안 됩니다. 이건 제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너가 정 원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지 뭐.”
“아 하세요.”
“아”
나는 사부에게 쌈밥을 만들어 하나씩 입에 넣어주었다.
“너 식은땀을 흘리는데 그냥 내가 저기로 가서 따로 먹을까?”
“아닙니다. 사부가 저를 위해 그동안 맹에서 쌓은 공을 모두 포기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사부의 식사밖에 더 있습니까? 이거라도 직접 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아이참. 넌 너무 바르다니까. 사부는 괜찮아!”
꼬르륵.
하필이면 지금 타이밍에 내 배에서 소리가 나왔다.
“저는 괜찮은데 소리가 나오네요. 진짜 괜찮습니다. 사부. 자 아”
꼬르륵. 꼬르륵.
“머..먹기가 좀 부담스럽지만 잘 먹을 게. 아”
부담스럽다는 말과 달리 내가 주는 걸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검후 사부다.
‘무지하게 배가 고프구나.’
영약을 받고 이틀이 흘렀다. 전날은 단식 첫 번째 날이라 괜찮았다. 문제는 꽤나 거리가 먼 대장간을 걸어서 다녀온 탓에 몸에 있던 영양이 다 빠졌다는 거다.
그런 상태로 오늘 이렇게 굶으려니 상당히 괴롭다.
하지만 나는 오늘을 제외하고도 무려 3일이나 더 굶어야 한다.
천아! 영약의 흡수를 최고로 올리려면 몸에 있는 걸 모조리 비워둬야 한단다. 다른 건 몰라도 양강의 힘은 꼭 얻는 게 좋으니 힘들어도 딱 5일만 참으렴. 5일만 참으면 너..너도 알잖아!
양기가 강한 영약을 먹으면 내공도 내공이지만 정력도 강해진다. 나는 그 힘을 위해 5일을 굶을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다.
꼬르륵.
물론 배는 너무 고프다.
앞으로 3일을 어떻게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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