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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후 사부와 소꿉친구 천마가 집착한다-5화 (5/46)

〈 5화 〉 검후의 제자5

* * *

눈치가 빠르기로 소문난 무림맹의 군사 제갈유현이 사부와 내가 머무는 금관을 이른 시간에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누가 오고 있는지 대번에 알아차리는 사부의 기감은 그녀의 놀라운 무공만큼이나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근데.....

어째.....

사부의 표정이 무엇인가 언짢아 보인다.

전날 무림맹 한복판에서 군사 제갈유현을 향해 무영살기를 내뿜어 작은 내상을 입힐 정도로 거침없는 존재가 바로 검후 설지연이다.

예의바른 군사 제갈유현의 행동 어딘가에는 사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지금까지만 보면 제갈 군사가 어떻게 사부의 칼부림 앞에서 계속 살아남는지 납득하기 어렵네.’

몇 초가 흘렀을까? 사람 좋아 보이는 밝은 표정을 한 신기서생 제갈유현이 연무장에 모습을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하나 있었다.

훤칠한 제갈유현과 상당히 닮은 아리따운 젊은 여인. 아무래도 신기서생 제갈유현의 딸로 알려진 지다화 제갈상아가 아닐까 했다.

“검후를 뵙습니다.”

“군사께서 무슨 일로?”

사부가 퉁명하게 아랫사람을 대하는 말투로 응답했다.

무림맹이 정도의 문파들을 위주로 설립되었다고 해도 무인에게 있어 자신감과 힘의 근원은 그가 지닌 무력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비록 제갈유현이 검후보다 연장자이고 오대 세가의 하나인 제갈 세가의 가주라고 해도 중원을 대표하는 십대고수의 일인이자 이제는 무림 최고를 다투는 절대의 반열에 오른 검후에게 공손히 대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하하. 위지 공자께 제 여식을 소개하고, 무림맹의 후기지수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일찍부터 찾아왔습니다.”

“지다화 제갈상아가 검후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반가워요. 위지 공자!”

군사 제갈유현이 조금 과하게 밝은 톤으로 말하자 옆에 있던 그의 딸인 지다화 제갈상아가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상큼한 미소와 인사는 나를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반갑습니다. 제갈 낭자”

“흥!”

마른 몸이지만 볼에 살이 조금 붙은 제갈상아는 상당히 귀여운 여자였다.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눈이 가는 게 자연스러운 그런 미모의 소유자이다.

물론 사부가 더 예쁘다. 하지만 제갈상아는 사부처럼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힐끔힐끔 제갈상아를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내가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지다화 제갈상아. 참한 여자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이래서 군사를 처세술의 달인이라 하는구나!’

아무래도 전날 각별히 나를 챙기는 사부의 모습을 본 제갈 군사가 나를 따로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귀한 딸을 데려온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아무리 검후의 제자가 되었다 해도, 배경도 없고 현재는 무공도 없다.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무공을 배워도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붙을 수밖에 없는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여성 후기지수 중 수위를 다투는 자신의 딸 지다화 제갈상아를 소개시켜주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여겼는지 지다화를 통하여 무림맹 안에서 인맥을 넓힐 기회마저 제공하겠다고 한다.

제갈 군사의 판단력과 추진력은 실로 놀라웠다.

쉬이잉.

내가 지다화 제갈상아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한기가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죠? 아직 천이의 수련이 끝나지 않았어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련은 무인의 성장에 있어 꼭 필요하다는 걸 군사도 알고 계시죠?”

“호의는 감사하나 이제부터 투로를 배워야 할 시간입니다.”

사부가 무공을 배우는 시간이라 말하며 먼저 선을 그었다. 여기서 내가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제자답게 사부의 말에 동조하는 게 옳을 것 같았다. 그래서 투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저는 얼마를 기다려도 괜찮아요. 검후님! 언제라도 위지 공자를 기다릴 수 있어요. 독문무공을 보는 게 부담된다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할 게요.”

“사전에 약조도 없이 찾아왔으니 저희가 기다리는 게 옳습니다. 검후께서는 위지 공자를 충분히 가르치고 난 이후에 시간을 조금 내어주시면 됩니다.”

제갈상아가 기다리겠다고 하자 군사 제갈유현도 괜찮다며 거들었다. 제갈공명의 후예를 자처하는 똑똑한 가문답게 의지마저 대단한 제갈 세가는 한 번 하기로 마음먹은 건 반드시 하는 걸로도 유명했다. 이번에 준비한 일도 끝까지 밀어붙일 심산으로 보였다. 자신들의 생각을 밝힌 부녀의 시선은 결정권자인 검후 사부에게로 향했다.

“...... 으흠. 그럼 기다리도록 하려무나.”

“감사합니다. 검후님.”

“상아 너는 위지 공자를 잘 챙기도록 하여라. 이 아비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 부탁하신 건 조속히 처리하겠습니다. 검후님. 그럼 이만.”

제갈유현은 군사라 해야 할 일이 많아 무림맹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통한다. 오전이라 해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온 것을 보면 나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군사님의 배려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허허허. 아니야. 내가 더 빨리 신경을 썼어야 하는 거야. 위지 공자는 내 딸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게나.”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딸과 친하게 지내라고 하다니... 덕망이 있는 제갈 군사는 어진 사람인가 보다.

그런데.

“흥!”

사부는 여전히 제갈 군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능구렁이 같은 제갈 군사는 조금 전 사부의 냉랭한 말을 듣지 못한 척 행동하며 재빠르게 금관의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군사가 떠나자 홀로 남은 지다화 제갈상아. 그녀는 어색할 수 있는 공간에 있음에도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하는 평정심을 보였다.

“저는 위지 공자가 무공을 익히는 동안 저곳에 다소곳이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갈상아의 말에 사부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불편하다는 걸 얼굴로 말하고 있을 따름이다.

*****

배움은 배우는 자의 정성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런데... 이게 반드시 옳은 건 아니었다.

압도적으로 누군가를 잘 가르치는 존재가 있다면 바보만 아니라면 다 알아듣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검후 사부를 통하여 깨달아 가는 중이다.

‘나도 고수가 될 수 있겠는데?!’

사부가 투로를 가르쳐 주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로 놀라웠다.

“무공은 몸으로 기억하고 익히는 게 가장 훌륭한 수련법이야. 깨달음과 파괴는 초절정을 능가한 이후에 해도 충분하거든.”

사부가 나를 가르치는 방법은 몸을 유연하게 만들고 근육을 키우던 이전과 비슷했다. 사부는 혈을 제압한 상태로 자세를 다듬어 준 후 혈도를 풀어 내가 이 초식을 사용할 때 어디에 어떻게 힘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옥이 굴러가는 듯 귀여운 사부의 목소리를 들으며 초식을 익히다 보니 무공을 익히는 게 즐겁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일전에 몸을 풀어줄 때부터 지금의 초식 사용까지 염두하고 계셨군요.”

“그럼! 나 검후야. 검후! 귀한 제자를 고생시켜가며 가르치지는 않아! 그런 무식한 수련은 못난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이야.”

몸을 풀어 줄 때 팔과 다리를 사정없이 뒤틀었던 사부. 그저 근육을 증가시키고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함이라 여겼는데 사부는 거기서 한 단계 더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사부의 가르침 속에서 무의식으로 무정칠십이검의 투로를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너의 몸이 무의식에 처음 익힌 무공은 무정칠십이검이야. 그러니 절대로 잊히지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사부님.”

어쩌면 나도 강호를 주름잡는 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사부에게 전했다.

열심히 익히다 보니 무정칠십이검 중 서른여섯 개의 투로에 대한 감을 잡고 난 후에야 오전 수련이 끝났다.

“이제 수련은 끝났나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지켜만 보던 제갈상아. 그녀는 수련이 끝난 듯 보이자 재빨리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사부가 조금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다행이다. 나는 사부가 나를 보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이왕 기다렸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제갈 낭자. 아직 중요한 일과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요?”

“네. 저는 사부님의 식사를 차려야 합니다.”

요리사가 아닌데 남자가 요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세상이다. 제자라 해도 남자가 요리를 한다고 하자 살짝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제갈상아였다.

“사부를 모시는 제가 어떻게 남에게 음식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사부를 위하는 길이라면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렇지!”

사부는 나의 말이 흡족한지 고개까지 크게 끄덕였다.

“그럼 저도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검후께서 먹는 음식이라니...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

진심으로 먹어보고 싶은 표정을 보이는 제갈상아. 요리 재료는 어차피 무림맹에서 제공하는 것. 1인분 정도의 양을 추가로 만드는 건 대수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부의 표정이 썩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갈 낭자.”

아무리 그래도 먹는 걸로 쪼잖게 행동할 수는 없어 그녀도 함께 먹는 걸 허락했다.

“꺄아악! 고마워요. 위지 공자. 남자가 해주는 요리를 먹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쉬이잉. 갑자기 냉기가 불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제갈상아 역시 이 냉기를 느낀 모양이다.

“갑자기 으슬으슬한 기분이 드네요.”

“그...러게요.”

나는 서둘러 요리를 만들러 갔다. 오늘은 갈비다. 미리 쟁여 놓은 것이 있어 숯을 피워 굽기만 하면 되는 요리였다. 무림맹의 힘이 대단한 것이 동이의 요리 재료까지 말만 하면 모조리 가져다주기에 내가 원하는 요리를 만들 때 어려운 건 전혀 없었다.

“고기는 야외에서 구워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나는 따로 준비한 재료를 세팅하며 음식 먹을 준비에 나섰다.

“사부! 숯에 불을 붙여 주세요.”

“알았어.”

평소 손으로 삼매진화를 일으켜 순식간에 숱에 불을 피워주는 사부였다. 그런데 오늘은 눈에서 붉은 기운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빠르게 숯으로 날아가 불이 피도록 만들었다.

놀라운 광경이다. 그런데... 불을 집힌 사부가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제갈상아를 바라보았다.

“아아악!”

사부의 화염지기가 본인에게 온다는 두려움을 느낀 제갈상아가 놀라며 크게 외쳤다.

“왜 그래?! 내가 어린 후배를 죽이기라도 할 것 같아?!”

사부는 제갈상아가 놀란 모습이 즐거운지 미소와 함께 물었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 제가 잠시 착각을 했어요.”

“앞으론 조심하도록 하려무나. 그러다 진짜 화염지기가 날아가는 수도 있어.”

나는 이상하게도 사부의 말이 거짓처럼 들리지 않았다. 몸이 떨리는 걸 보니 지다화 제갈상아도 농담으로 여기지는 않는 모습 같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불도 켰으니 본격적으로 구워보겠습니다. 제가 고심해서 만든 양념갈비라는 요리입니다.”

내가 개발한 요리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그런 사실을 알 리는 없다. 그래서 당당하게 원조를 사칭을 했다. 이런 걸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내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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