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상만렙 시장님-3> (244/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44화

82. 관상만렙 시장님-3

시장후보의 야당 단일화.

설마하던 일이 일어났다.

선거전략을 짤 때 우려사항의 하나로 꼽던 것이었다. 가능성은 낮았다. 경도가 여당 후보인 것은 맞지만 인지도가 낮았다. 따라서 야당인 배선규가 부각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상황에 따라 변하니 배선규의 승부수가 나온 것이다.

후문에 의하면 후보토론회 직후에 야당후보들의 접촉이 있었다. 그러다 경도가 세를 뒤집자 단일화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막강 관상.

-게다가 기세승천.

두 조건을 갖춘 배선규였으니 대처도 달랐다.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이날 따라 조경철이 늦었다.

“중앙에서 야합이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하지만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사무장은 우려의 눈빛이 깊었다.

“아유, 그것들이 우리 오 후보님에게 안 될 거 같으니까…….”

안선주와 부녀회장들도 치를 떤다.

그때 조경철이 들어섰다.

“아니, 왜 이렇게 늦습니까?”

사무장이 안달을 했다.

“대책 좀 세우느라고요.”

조경철은 느긋하다.

“대책? 그걸 혼자 세웁니까?”

“역정을 내시기는…… 배선규 유세시간이잖아요? 나가시죠.”

“조 회장님.”

“우리 오 후보님 안 죽습니다. 여기 K시에 쌓은 공덕이 얼만 줄 아세요?”

“아니, 지금 공덕으로 투표한답니까?”

“아무튼 배선규가 총동원령을 내렸다던데 우리도 빨리 가서 준비를 해야죠? 같은 장소다 보니 거의 맞대결 상황 아닙니까?”

조경철이 사무장을 앞세웠다.

유세장은 공설운동장 앞의 공원이었다. 배선규가 동원한 지지자들이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힘겨루기였다.

배선규는 단일화 홍보를 위해 최기동과 홍상선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손을 맞잡고 유권자들 앞에서 기세를 뿜었다.

“와아아.”

300여 지지자들이 열광을 했다.

“저 배선규, 지역 유지이자 토박이이신 두 분의 열망을 반영해 최고의 K시를 만들겠습니다.”

“와아아.”

“배선규 후보님을 시장으로 뽑아주세요.”

특별 찬조연설에 나선 사람은 연수입 100억대의 유명 유튜버였다. 중소도시라 참석자들 연령대가 높아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배선규의 역량과시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가 될 일이었다.

-배선규.

-배선규.

-와아아.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함성도 점점 더 커진다. 기세만 보자면 시청에 입성하고도 남을 태세였다.

“엄청 왔네? 숫자에서 우리가 너무 딸려요. 게다가 유명 유튜버의 찬조연설까지…… 저 유튜버 서울 구로의 지역의원이 삼고초려를 해도 안 간 사람인데…….”

사무장이 한숨을 쉬었다.

곧 경도의 유세다. 이런 상태에서 맞대결은 불리하다. 차라리 이 유세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지만 K시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특히나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이니 포기도 할 수 없었다.

사무장의 전화가 바빠졌다. 각 읍면동의 책임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는 것이다.

“조 회장님은 뭐하는 겁니까? 구경만 할 겁니까?”

사무장의 애는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천만에요. 저는 백만대군을 준비했거든요.”

“백만대군? 어디에요?”

“눈앞에 있잖습니까?”

조경철이 가리킨 건 배선규의 지지자들이었다.

“조 회장님. 장난하십니까?”

“걱정마십시오. 다는 몰라도 절반 이상은 남을 테니까요.”

“아, 진짜…….”

“뭐 저쪽만 유명인을 찬조연설 동원하라는 법 없잖습니까?”

여전히 의연한 가운데 조경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제 백만대군이 왔군요.”

조경철이 웃었다. 둔치에 차가 멈추고 있었다. 거기서 내린 사람은 유빈이었다. 어둠 속에 해가 뜨는 듯 주변이 밝아졌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었다. 트롯 가수 조희양을 대동하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저 정도면 아까 그 유튜버 상대가 되겠습니까?”

“……!”

그 한 마디에 사무장 눈이 휘둥그레졌다.

“찬조연설 예정에 없던 일 아닙니까?”

“찬조연설 안 합니다. 우리 유빈 씨는 그렇게 싼 스타가 아니거든요.”

조경철이 웃는다.

“유빈이다.”

“조희양이야.”

그 사이에 시민들의 고함이 터졌다.

그건 막을 수 없는 쓰나미였다.

유빈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은 그새 수십 명을 넘고 있었다.

“유빈이야, 유빈.”

시민들의 함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 썰물처럼 이동하던 배선규의 지지자들이 걸음을 멈췄다.

대한민국 최고 스타 유빈이었다. 중년층 이상에서는 영향력이 막강한 조희양이었다. 지지자들 앞으로 유빈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인사만으로도 수십 명이 쓰러진다. 그 미소 한방에 만인은 이미 넋을 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구경 삼아 나온 유세장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구경이 어디에 또 있을까?

조희양까지 가까워지자 그들은 배선규를 잊었다. 오늘 동원된 지지자들 연령대는 40대 이상이었다. 유빈의 드라마에 열광하고 조희양의 트롯에 끔벅 죽는 나이들인 것이다.

사무장은 보았다.

임시 연단으로 향하는 경도.

그 경도를 호위하듯 따르는 두 스타들.

그들 뒤에 와글와글 모여드는 인파들. 유세장은 삽시간에 인산인해가 되었다.

젊은이들의 인증샷이 불을 뿜는다.

유빈을 찍는 것이다.

그 SNS가 빛의 속도로 퍼 나르니 인파는 점점 더 늘어났다. 인근 교차로에서 열리던 지역구 의원들의 유세를 구경하던 사람들까지 몰려왔다.

유빈은 연단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진짜네?”

“유빈이 왔어.”

인파들이 웅성거리자 손까지 흔들어준다.

조경철의 승부수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원부탁을 했었다. 웬만하면 부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으니 할 수 없었다.

SOS.

유빈은 당연히 콜을 받았다. 촬영 스케줄까지 바꿔가며 기꺼이 달려와 주었다. 그녀는 찬조연설에 나서지 않았다. 그녀 역시 K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유세장에 나온 것이다.

조희양도 그랬다. 그녀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자체발광의 톱스타였으니 대중들은 저절로 몰려들었다.

“오경도.”

조경철이 무대 옆에서 군중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오경도.”

유빈과 조희양이 화답한다.

유빈이 돌아보니 가까운 곳의 대중들이 동참한다.

오경도.

결국에는 배선규의 지지자들조차 그 이름을 불렀다.

오경도.

오경도.

공설운동장이 흔들린다. 조경철의 승부수는 제대로 먹혔다. 유빈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의 관심은 경도에게 돌리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오경도.

연호가 커질수록 황당한 건 배선규 쪽이다.

“뭐야? 빨리 우리 사람들 빼.”

후미에서 사무장을 향해 악을 쓴다. 사무장과 주력 선거운동원들이 지지자들을 잡아끌지만 통하지 않았다.

기자 출신인 조경철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배선규의 연설 때와 경도의 연설 때 모인 군중의 비교사진을 찍어 트윗을 날렸다.

장은수와 춤꾼들도 열렬하게 가세를 했다. 배선규 때의 군중이 400명 정도라면 경도의 군중은 3,000명을 넘었다. K시 시장선거의 유세전에 몰려든 인파로는 역대급이었다.

마지막 한 방이었던 유빈의 협력.

완벽한 반전이었다.

“와아아.”

유세가 끝나자 유빈이 먼저 환호했다. 군중들이 동참한다. 대선후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피날레였다.

“고맙습니다.”

유세가 끝나자 경도가 유빈에게 감사를 전했다.

“뭘요. 저도 바른 한 표 행사를 위해 분위기 보러 온 것뿐이에요.”

유빈은 경도 체면까지 살려주었다.

배선규는 이날 무너졌다.

야당후보 단일화에 이어 가용인력 총동원령으로 반전을 이루려던 의도에 금이 간 것이다. 게다가 경도의 세를 부풀려주는 들러리 역할까지 한 꼴이 되었다.

분노가 폭발했다.

그의 관상에서 최고의 취약점은 얇은 윗입술이었다. 그러나 다른 부위가 좋아 발현되지 않던 약점. 경도의 세에 눌리자 히스테리가 작렬했다.

“당신 대체 뭘 한 거야?”

사무장을 힐책했다.

“아니, 이게 내 탓입니까?”

“아니면? 대비를 했어야지?”

“그럼 후보께서 유빈보다 더 센 애를 데려오시지 그랬습니까? 중장년층들 모이는데 유명 유튜버가 무슨 소용이라고 헛발질해놓고…….”

“뭐야?”

쫙.

흥분한 배선규가 사무장의 따귀를 쳐버렸다.

그들의 선거본부가 난파되는 순간이었다. 격노한 사무장은 단일화의 야합내용을 폭로하고 잠적해 버렸다.

선거 막판의 위기는 이렇게 극복이 되었다.

사전투표일 아침, 경도는 두나와 투표에 참가했다. 선거 당일에는 어머니 집에 들를 생각이었다.

오경도 52%

배선규 16%

최종 여론조사의 결과였다.

이 결과는 투표에서도 유사하게 나왔다.

오경도 68%

배선규 14%

경도의 압승이었다.

~i miss the taste…….

투표 날 저녁, 서울로 향하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지금 어디야?

조경철이었다.

당선이었다.

호칭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상경하는 길입니다.”

-방금 당선 확정 나왔어. 축하해.

조경철의 목소리가 천둥을 쳤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빨리 오라고. 지금 지지자들이 몰려와 난리야. 나 볶여 죽을 것 같아. 아니, 천천히 빨리. 안전이 최고니까.

조경철답지 않게 버벅거린다. 그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전화가 신호였다. 김윤광 대통령의 축하전화가 들어왔다. 문 여사와 총리도 축전을 보내왔다. 이창교의 축하도 오고 탁 대표와 고세완 대표 등의 전화도 이어졌다. 명혜와 윤희도 빠지지 않았다.

-시장님.

유빈은 거의 절규에 가깝다.

-축하드려요, 시장님.

TNTS의 상큼함도 끼어든다.

경규에 안선주, 그리고 시청의 용포읍 오리지날 멤버들…… 퇴임한 김창국 읍장을 시작으로 엄 국장과 민지, 은빛, 그리고 여행사 대표가 된 우석…… 계치훈과 계순철에 배한길 형사…… 그리고 마지웅과 염정아 팀장 등의 임용동기들…….

대미는 웹투니스트 인희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는 연재 웹툰을 통해 경도를 지원하고 있었다.

관상으로 이룬 따뜻한 이야기를 올리며 그 실제 모델이 오경도라는 암시를 걸었다. 예상을 넘어선 지지율의 출처가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선거사무실 앞은 인산인해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경도 차가 진입하기도 어려웠다.

“시장님이다.”

경도가 내리자 강변면의 부녀회장이 소리쳤다. 그녀 역시 유지 변택수의 딸 부부와 함께 경도를 축하하기 위해 달려와 있었다.

“오경도, 오경도.”

인파들이 경도 곁으로 몰려들었다. 채은을 안은 두나와 함께 인파에게 답례를 했다.

오경도.

오경도.

그 환호를 따라 사무실 앞에 닿았다.

“우리 관상만렙 오 시장님.”

조경철이 두 팔을 벌렸다. 기꺼이 격한 허그를 허락해 주었다.

“아이고, 나도 우리 시장님 한 번 안아보자.”

안선주가 조경철을 비집고 들어섰다.

“안 회장만 사람이야? 우리도 새 시장님 기 좀 받자고.”

다른 부녀회장들도 빠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가 시장이 된 건 오직 여러분의 도움 덕분입니다. 이 고마움 잊지 않고 시정발전을 위해 싸목싸목 노력하겠습니다.”

경도의 답사가 나왔다.

“와아아.”

지지자들이 환호성이 커진다.

오경도.

또다시 승진(?)이었다.

이제는 K시의 지존인 시장이었다.

사표를 넣고 다니던 찌질 9급 말단에서.

사무관과 서기관을 찍고.

마침내 시장.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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