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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만렙 시장님-2> (243/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43화

82. 관상만렙 시장님-2

기초지자체 시장.

국회의원이나 장관, 대통령에 비하면 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헐렁하게 볼 관운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역시나 이마가 우선이었다.

“…….”

경도가 헛웃음을 웃었다. 이마가 기막혔다. 무엇보다 천창의 기세가 남달랐다. 둥근 듯하면서도 넓고 네모난 이마의 출발점은 광대뼈였다.

그 기세가 100M 육상선수처럼 달려와 눈꼬리를 넘더니 천창에 이른다. 척 봐도 높고 수려하다. 윤곽선이 당당하며 광채까지 난다. 높은 지위에 복을 누릴 이마였다.

눈의 기세도 무섭다. 배선규의 눈은 흰자가 많았다. 폐가 좋다는 뜻이었다. 폐는 오행상 금(金)의 기운이니 과하면 살기가 된다. 당돌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다.

눈의 기세는 경계에서 머물렀다. 그렇기에 살기보다는 기선제압으로서의 위엄이 되고 있었다.

코는 넓고 기니 기량이 출중하다는 뜻이다. 그건 그의 스펙으로도 증명되고 있었다.

귀로 넘어갔다. 귀는 세로형으로 유난히 커 보였다. 그러나 두툼하다. 자칫 단점이 될 수 있는 걸 볼륨감으로 커버하는 행운아였다. 이런 귀라면 애정도 풍부하다. 수리적 재능도 뛰어나다.

입술로 가니 윗입술이 좀 얇아 보인다. 이것은 눈과 연결되는 단점이었다. 윗입술이 얇으면 히스테리를 부리기 쉽다. 흰자의 기세가 조금 왕성해지면 히스테리도 발현될 수 있었다.

턱으로 내려왔다. 금형답게 네모난 턱이다. 행동파에 과감성까지 갖추었다. 다만 사교성은 좀 떨어질 수 있었다.

전체 찰색도 나쁘지 않다.

이제 그의 일진과 월진으로 넘어갔다.

선거일에 즈음한 기세를 보는 것이다.

그것도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상향운이기 때문이었다.

좋아.

배선규에 대한 관상을 마쳤다.

흔쾌한 건 그가 강적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장에 대통령까지 신뢰하는 마당이었다. 헐렁한 상대를 만나 거저 주워 먹고 싶지 않았다.

“허엇.”

경도 말을 들은 조경철이 몸서리를 쳤다. 국회의원급에 맞먹는 저격수 배선규였다. 그걸 기꺼워하니 경도 배짱에 질려버린 것이다.

서둘러 관상을 체크한 건 싸목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관상=공직유지>

싸목 할아버지의 옵션이었다.

시장 선거에 나서려면 잠시 사표를 내야 했다. 공직을 떠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선거기간 동안 관상능력이 스톱되는 것을 뜻했다.

어떤 이유로도 관상은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필승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가지고 있는 능력을 풀 가동하는 것이다. 선거는 장난이 아니다. 시장선거부터 대선까지 쭉 지켜본 결과가 그랬다.

총력전.

배선규는 생각보다 강적이었다. 만약 이창교가 재선에 나선다면 배선규의 승이 예상될 정도였다.

<사직서>

본인은 개인 사정에 의하여…….

9급 시절에 썼던 사직서를 꺼냈다. 직위와 직급만 바꾸고 그대로 갔다. 그때는 더러워서 썼던 사직서. 이제는 사정이 달랐다. 더 큰 관직을 위해 던지는 사표였다.

“시장님으로 돌아오시게.”

사표 내는 날 엄 국장이 해준 격려였다.

“필승.”

사표를 받은 인사팀장 마지웅도 주먹을 쥐어 보였다.

“꼭 시장님이 되세요.”

재은과 보라의 응원은 더욱 각별했다.

“오늘부터 기도할게요.”

직속 팀장인 민지도 마음을 보탠다.

“오경도 시장님, 반드시 당선되셔서 우리 토마토 유튜브 한 번 더 찍어요.”

이제는 팀장이 된 은빛이 손을 내밀었다.

정든 과를 돌아보았다. 처음으로 과장이 되어 열정을 불태운 행복한 시간들. 그러나 이제는 잠시 안녕이었다.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려면.

오직 승리만이 필요했다.

후보자 등록을 했다.

거기서 배선규를 처음 만났다.

“페어플레이합시다.”

배선규가 악수를 청해왔다. 사진처럼 그의 천창과 이마가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경도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거만했다. 스펙 때문이었다.

야당 거물 이서복의 종용으로 대리 복수전에 나선 배선규. 작은 도시의 신참 서기관 출신 따위에게 꿀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걸 증명하듯 그를 취재하러 온 기자도 많았다.

“서울의 지역구도 가능한데 굳이 이 시의 시장후보로 나온 이유가 뭡니까?”

기자들의 질문조차 경도에게는 도발이었다.

인정했다.

현재의 스펙만으로 보면 그가 경도보다 몇 배는 나았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여기가 바로 오경도의 텃밭이라는 것.

배선규 33%

오경도 27%

최기동 22%

홍상선 15%

첫 여론조사의 결과였다.

정치는 달랐다. 중량급으로 평가되는 배선규의 스펙이 먹힌 것이다. 여기에는 최기동의 흑색선전과 폄훼도 한 몫을 했다. 그는 동문회를 동원해 경도를 깎아내리는 소문을 내고 다니고 있었다.

개의치 않았다.

싸목싸목.

김윤광의 첫 선거처럼 진격할 생각이었다.

신기하게도.

사표를 낸 이후로 관상안은 사라졌다. 그러나 100% 무효는 아니었다. 그동안의 내공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했다. 불가능한 것은 찰색 리딩이었다. 찰색의 깊은 곳까지는 읽어내기 어려웠다.

신경 쓰지 않았다. 일시정지에 불과하다. 지금은 오직 선거에 집중할 때였다.

“와아아.”

출정식을 가졌다. 투 트랙 시스템으로 나갔다. 백지애가 소개한 사무장과 안선주를 중심으로 내세운 것이다.

조경철에게는 회계와 함께 전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겼다. 일손 하나가 아쉽지만 OK 후원회가 도와준 학생이나 사람들은 앞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자원봉사도 사양했다. 자칫하면 보은 동원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게 조경철의 판단이었다.

그래도 자원봉사단은 충분했다. 안선주와 부녀회장들이 적극 나섰고 전임 이장들의 자원이 줄을 이었다.

<청바지 자원봉사단>

그들로 구성된 경도의 공식 선거원들이었다.

청바지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졌다. 청바지에 면티 하나를 입었다는 뜻이기도 했고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출정식에 낭보가 들어왔다.

장은수가 찾아온 것이다.

“아저씨.”

“어, 은수? 웬일이냐?”

“선거에 나간다는 말 듣고 왔어요.”

“그래?”

“저 선거 자원봉사하려고요.”

“말은 고맙지만 안 돼. 너는 우리 시에 사는 것도 아니잖아?”

“쳇, 미안하지만 저도 K시 주민이거든요. 엄마 따라 여기로 옮긴 지 꽤 됐어요.”

“그래?”

“허락하시는 거죠?”

은수가 물으니 경도가 두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세요. 작심하고 온 것 같은데.”

두나의 지지가 나왔다.

“알았다. 그럼 우리 사무장님을 통해 정식 등록하고 좀 도와줘.”

“감사합니다. 얘들아.”

경도 수락이 떨어지자 은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20여 명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인사드려라. 내 은인이시자 곧 시장님이 되실 오경도 아저씨.”

“안녕하세요?”

은수가 말하자 20여 명이 벌떼 합창을 했다. 척 봐도 비보이, 비걸들이다. 출정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목이 제대로 쏠렸다.

“장은수?”

“좋은 친구 많이 사귀라고 하셨잖아요? 저하고는 바늘과 실 사이들이니 돌려보낼 생각일랑 마세요. 그러면 여기 누워서 시위 돌입할 거예요.”

“…….”

“자자, 이 후보 좋아서 온 친구들인데 쿨하게 받아들이자고. 지지자들 기다리셔.”

조경철이 정리에 나섰다.

은수와 친구들이 합류하자 출정식이 더 풍성해졌다. 청바지 봉사단과 함께 연령대의 구색까지 맞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과는 주로 관상으로 인연을 맺었으니 제가 관상 시장이 되겠습니다. 우리 시의 관상을 두루두루 살펴서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을 채워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가자.”

조경철이 분위기를 띄운다.

“가자.”

오경도를 시청으로.

오경도를 K시 시장으로.

와아아.

함성과 박수가 실내를 달구었다.

마침내 찐 출사표를 던지는 경도였다.

같은 시각 배선규도 시청이 가까운 중앙공원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그의 세력은 대단했다. 공식자원봉사자도 최대치를 채웠고 일반봉사자는 수백 명에 달했다. 앞서 벌어진 지역구 의원의 출정식에 못지않은 규모였다.

“배선규, 배선규.”

그를 연호하는 함성이 주변까지 흔들었다.

이게 또 지지율에 영향을 주었다.

출정식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무당층 유권자들을 흔든 것이다.

야당은 고무되었다. 김윤광이 키운 K시의 지역의원과 시장을 저격함으로써 수도권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원도 총력적이었다.

이서복이 지원유세에 나서고 당의 간판스타들도 지역의원 후보와 배선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K시 역대 최고 파워의 시장후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야당이었다.

최기동과 홍상선도 약진을 했다. 둘은 K시의 터줏대감들이었다. 그 또한 강점이었으니 기본 지지세력을 갖추고 있었다.

초반판세는 배선규 쪽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기동과 홍상선의 주공략 타겟이 경도가 되어버렸다. 경도를 잡아야 배선규와 2파전을 이루는 것이다.

3 대 1의 싸움.

다소 버거워졌다.

그래도 경도의 선거사무실은 늘 붐볐다. 우석과 인희에 더해 명혜와 윤지가 다녀가고 탁 대표와 TNTS도 다녀갔다. 유빈만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지만 그건 조경철의 비책이었다.

장은수가 본격 합류하자 SNS 선거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20여 춤꾼들이 각자의 SNS를 통해 경도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 문자를 전송하고 리트윗하기 시작한 것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30대 초반까지 제대로 먹혔다.

경도의 지지율이 살아났다.

그러자 트리플 태클이 들어왔다.

배선규와 최기동, 홍상선의 합동 폄훼였다. 후보자토론회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셋은 약속이나 한 듯이 경도의 관상에 태클을 걸었다.

<미신조장>

<시청이 관상철학관이 되어버릴 것>

그런 논리였다.

과장에 억측도 있었다.

<인사팀장 근무시에는 관상을 내세워 인사전횡을 저질렀습니다.>

<억지 규정을 만들어 셀프승진도 한 사람입니다.>

모함도 줄줄이 나왔다.

배선규는 2위인 경도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최기범과 홍상선은 2위인 경도를 밀어내고 배선규와 경쟁구도를 만들려는 의도였다.

이 폄훼가 반전을 이루어냈다.

시장선거전이다 보니 큰 관심이 없었던 유권자들이 슬슬 성향을 드러낸 것이다. 경도에게 도움을 받은 이들의 커밍아웃이었다.

-관상이 어때서?

-지들은 그런 도움이라도 줘봤어?

-나 그분 관상 덕분에 살았다.

-OK 후원회만큼 깨끗한 후원단체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인사전횡이 아니라 적재적소의 핀셋 인사였다. 그 시기의 K시 행정경쟁력은 최고였다.

바닥 민심을 깨운 꼴이었다.

그 모든 사안들이 장은수가 이끄는 SNS 홍보단을 통해 리트윗되고 있었다. 선거는 기세였다. 지역방송으로 나가는 후보토론회는 별 관심이 없지만 SNS는 타 지역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경도의 공적은 눈부셨다.

명혜의 사례와 윤희의 사례가 그랬다. 어린아이들의 소식이다 보니 거부감도 없었다. 셀프승진 모함은 은빛이 찍어둔 감사원 조사관들의 단체 사과 사진으로 한 방 해결이 되었다.

이즈음부터 부녀회장들의 활약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거리유세전 역시 숫자의 열세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장은수와 친구들의 브레이크 댄스 덕분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무명이지만 백댄서 경험이 있었다. 나머지 역시 크루 활동을 하거나 혹은 각종 오디션의 경험자들.

그 퍼포먼스는 장난이 아니었으니 유권자들에게는 하나의 생동이자 구경거리가 되었다. 이들은 과거 김윤광을 도왔던 백지애의 장애인대학생봉사단 역할 이상을 해주었다.

배선규 26%

오경도 33%

선거운동 중후반, 마침내 판세가 바뀌었다. 대역전이었으니 경도가 선두를 탈환한 것이다.

“선생님.”

여론조사표를 본 두나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채은의 유모차를 밀면서 경도를 돕고 있었다. 시장의 배우자로서 선거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일희일비할 거 없어. 개표결과만이 진짜니까.”

경도는 의연했다.

그러나 뿌듯했다. 역전의 묘미란 아무나 만끽하는 게 아니었다.

“마시고 일찍 자요. 내일 일정이 빠듯하잖아요?”

두나가 날계란 깬 것을 내밀었다. 위에는 꿀도 한 스푼 들어 있었다.

“채은이는?”

“자요. 아빠 꿀잠자라고…….”

“그럼 우리도 자볼까?”

막 자리에 들어갈 때였다.

~i miss the taste…….

경도 핸드폰이 울렸다. 사무장의 이름이 떴다.

“사무장님?”

경도가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 후보님 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죠?”

경도가 상체를 세웠다. 두나도 덩달아 긴장한다.

-설마 하던 야당 단일화가 성사되었어요.

“예?”

-방금 최기동과 홍상선이 배선규를 지지하면서 전격사퇴 선언을 해버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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