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렙 공무원님 239화
80. 10청의 승천-4
장은수는 비상했다.
진짜 엄청난 비상은 따로 있었다.
김윤광이었다.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전국 59% 대 27%로 김윤광 후보의 당선이 예측되었습니다.”
대선 발표일, 특집방송의 결과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40대의 김윤광, 경륜을 앞세운 70살 야당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누른 것이다.
실제 개표에서도 예측은 뒤집히지 않았다. 58% 대 30%의 대승이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단 한 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은 김윤광이었다.
“김윤광 대통령입니다.”
취임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이었다. 웅장한 소개를 받으며 김윤광이 나타났다. 그 감격의 자리에 이 시장도, 경도도 있었다. 이번에도 취임식 초대를 받은 것이다.
경도 옆에는 두나와 조경철 등도 있었다. 한 줄 뒤에는 OAC의 고세완 대표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그의 활약은 엄청났다. 금융의 손익기법을 응용한 선거유세 시스템으로 김윤광을 지원한 것이다.
백지애와 함께 활약한 그 덕분에 경도는 야당후보의 텃밭에서도 약세를 최소화하는 전가를 올렸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김윤광의 취임사가 울려 퍼질 때 경도는 북받치는 감격을 달래고 있었다.
그의 정치입문은 경도의 결정이었다.
매 중요한 순간마다 경도의 상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경도의 상괘에 매달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경도의 상괘는 그에게 준 하나의 계기에 불과했다. 김윤광의 대운은 그가 만든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경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대선 전의 마지막 국회의원 활동도 그랬다. 경도가 창출한 틈새복지사업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그 또한 닥치고 지원은 아니었다. 조용히 자료를 요청해 해당 상임위 위원들에게 돌렸다. 그런 다음 상임위원들의 결정에 따랐다. 그렇게 속이 깊었던 김윤광이 결국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와아아.
축포가 울려 퍼질 때 경도는 기립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손바닥이 터지도록 박수를 쳤다.
그 시선에 김윤광이 들어왔다. 외국사절들, 삼부요인들, 그리고 각계각층의 원로들…… 김윤광이 그들과 악수를 한다.
‘대통령님.’
경도의 시선은 그의 자취를 따라갔다.
‘부디 최고의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몇 번이고 그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오 박사님.”
잠시 후에 백지애가 달려왔다.
“백 의원님.”
“대통령께서 박사님을 찾아오라고 하십니다.”
“저를요?”
“어서 가시죠.”
“가세요.”
옆의 두나가 경도를 밀었다.
“으아, 우리 오 박사…….”
조경철이 몸서리를 친다. 경도와 함께해온 오랜 시간들. 그 최고의 열매가 맺히는 역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오 박사 대단하죠?”
조경철이 두나를 바라본다.
“그럼요.”
두나의 눈시울도 젖는다. 그녀가 모를까? 가난과 절망의 끝에서 만난 희망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날마다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이었다.
“오 박사님.”
경도가 다가서자 김윤광이 성큼 다가왔다.
“대통령님.”
“박사님.”
김윤광이 경도를 당겼다.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껴안는다. 눈이 뜨거워진다. 뼈도 뜨거워진다. 그야말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둘의 사연을 아는 측근들이 박수를 보내왔다. 김병로 형제도 거기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그럼요. 축하받겠습니다.”
“꼭 멋진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아니, 그러실 겁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박사님의 상괘처럼 시원시원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경도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경도를 김윤광이 다시 당겼다. 백 번을 안아도 시원치 않을 인연이었다. 둘의 인연은 이토록 각별했다.
“앞으로도 저를 계속 도와주셔야 합니다.”
김윤광이 다짐을 놓았다.
“제 힘이 필요하시다면 기꺼이.”
“약속하신 겁니다.”
“예.”
“백 의원도 들었죠?”
김윤광이 백지애를 증인으로 세웠다.
“그럼요.”
백지애가 웃었다. 웃는 눈은 이미 흥건하게 젖었다. 그녀에게는 은인이자 정치적 동지이기도 한 김윤광. 그녀의 감격 역시 경도 이상으로 뜨거웠다.
“고맙소.”
김병로 부부도 경도를 챙겼다. 대통령은 이제 단상 아래로 내려가 취임식을 빛내준 각계각층의 초대인사들을 만나고 있었다.
가슴이 떨렸다.
앞으로도 저럴 것이다. 폼 재지 않고 소탈하게, 그러나 정치적인 결단은 단호하게. 국민에게는 약하고 정치적 결단에는 강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도였다.
“축배 한 번 들어야겠죠?”
저녁 시간, 두나가 와인을 꺼내왔다. 지난 연말 탁홍걸 대표가 보내온 선물이었다. 좋은 날 쓰자고 두었던 것을 기억하는 두나였다.
“마셔야지.”
경도도 팔을 걷고 나섰다.
안주를 만들었다. 간단한 까나페였다. 둥근 비스켓 사이에 으깬 아보카도를 바르고 그 위에 슬라이드 생밤과 토마토 한 조각을 끼웠다. 볶은 참깨를 솔솔 뿌리고 접시에 담으니 보기가 좋았다.
방송에서는 아직도 김윤광 대통령의 취임식 관련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제시한 새 국정과제들은 하나같이 시원하게 보였다.
“수고 많으셨어요.”
두나가 경도를 챙긴다. 이제는 심리학 실무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 두나. 그럼에도 그녀의 연구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경도를 챙겨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꼴꼬골.
와인 나오는 소리가 청량하다.
“건배.”
잔을 부딪칠 때였다.
“잠깐.”
경도가 그녀를 막았다.
“왜요?”
“두나 얼굴…….”
“왜요? 뭐 묻었어요?”
“그게 아니고…… 혹시?”
“혹시 뭐요?”
“얼굴에 자색이 돌고 있어. 남녀궁의 오른쪽에 윤기가 흐르거든. 이렇게 되면?”
“……?”
“여자아이를 가졌다는 뜻인데?”
“어머?”
“아니야?”
“잠깐만요. 그러고 보니 어제가 그날인데 아직 소식이 없어요. 요즘 하도 바빠서 그 마법이 조금 늦나했는데…….”
두나가 일어섰다. 잠시 후에 돌아온 그녀 손에는 임신키트가 들려 있었다. 약국을 다녀온 것이다.
‘후우.’
짧은 시간, 경도는 초조하게 거실을 오갔다.
관상으로는 임신이 맞았다. 남자아이를 가지면 눈 주위에 흰 광채가 돌고 인당이 수려하며 코의 준두가 맑아진다. 여자아이는 입과 입꼬리가 밝게 빛난다.
알면서도 초조한 것은 첫 아이이기 때문이었다.
욕실 문은 조금 후에 열렸다.
“두나.”
“그게…….”
두나가 고개를 떨군다.
“아니야?”
“아니, 맞아요. 선이 약하기는 한데 임신 같아요.”
“정말?”
“네. 하마터면 태아에게 술을 먹일 뻔했네요.”
“두나.”
경도가 두나를 안아 들었다.
“천천히요. 아기가 놀라겠어요.”
“아니, 괜찮을 거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우리 두나의 DNA를 받았으니까. 이 정도 애정표현에 놀랄 리가 없어.”
“선생님…….”
두나 얼굴이 꽃잎처럼 붉어진다.
와인 대신 키스를 했다. 태아에게 전달될 정도로 뜨거웠다. 김윤광이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여는 날, 경도도 그 인생에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이제 둘이 아니라 셋이 된 것이다.
***
클래식 음반을 많이 샀다.
동화책도 많이 샀다.
음악진행자가 되고 동화구연가가 되었다.
목련꽃 몽오리의 털모자가 겨울을 건너가고 째애애 째애애 풀벌레 소리가 여름을 달려갔다.
번데기를 보면서도 그 안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키울 나비를 생각했다.
햇살이 나무에게 우유가 되듯 태아에게 사랑을 떠먹였다.
그렇게 네 계절이 지나갔다.
“오채은.”
경도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가 방긋 웃는다. 이제는 제법 으젓하게 고개를 드는 채은이었다. 그새 백일이 지난 것이다.
“그만 좀 해요. 그러니까 채은이가 선생님만 안 보이면 보채지.”
두나는 살짝 심통이 난 얼굴이다. 아직 말 못 하는 채은이지만 경도만 보면 방글거리기 때문이었다.
1년.
그렇게 넘어온 시간이었다.
채은이 관상은 따로 보지 않았다. 단지 눈과 귀, 입술만 확인했다. 눈을 잘 움직이면 귀한 아이가 된다.
귀가 단단해도 그렇다. 입술도 붉은빛에 도톰했으니 천격은 아니었다. 그 이상은 자라면서 심상(心相)이 결정할 문제였다.
“다녀올게.”
“알았어요. 중요한 공무라면서 잘하고 오세요.”
“채은이 기를 듬뿍 받았으니 잘 될 거야.”
쪽.
그사이에 또 뽀뽀가 작렬한다.
“나는요?”
두나가 샘을 내니 거기도 키스 마크를 찍어주었다.
부릉.
시동을 걸면서도 베란다를 올려본다. 두나가 채은을 안고 서 있다. 아기가 생긴다는 것. 삶에 이런 활력이 될 줄 몰랐던 경도였다.
채은과 함께 이 시장의 임기도 훌쩍 흘러갔다. 어느새 임기 말이 된 것이다.
지금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건 2차 물류단지입주였다. 단지 정비가 늦어져 내년 봄에 완공이 된다. 그전에 단지를 채워줄 업체를 유치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타격이 컸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입주신청이 많지 않았다. 여력이 되는 업체들은 서남아나 남미로 이전해갔고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가내공업수준으로 밀려나거나 폐업하는 곳이 많았다.
그걸 간파한 이 시장은 이 단지를 냉동냉장 전문물류로 특화시켰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까우니 그걸 무기로 내세워 유치전에 돌입한 것이다.
오늘이 사흘째였다. 앞선 이틀 동안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도에게 SOS가 들어왔다. 이 시장은 차마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엄낙기 국장이 나선 것이다.
그제 밤이었다.
“오채은.”
마치 자기 집처럼 목청을 높이며 난입하는 엄낙기였다.
사모님이 준비했다며 여러 장난감을 가져왔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그 말미에 엄 국장이 그 말을 꺼냈다.
“자네가 한 번만 나서주시게.”
관상을 앞세운 업체유치전.
엄낙기의 요청이었다.
“알겠습니다.”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사실 처음부터 돕고 싶었다. 그러나 그 일은 경제국 소관이었다.
공무원은 자기 담당업무가 아니면 도움조차 마음대로 줄 수 없다. 그쪽 국장은 조기룡이었다. 그는 시장의 복심 중의 하나였으니 이 시장의 엄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출근하기 무섭게 조 국장을 찾아갔다.
경도의 예상은 사실이었다.
이 시장으로부터 경도를 이용할 생각 말고 자력으로 분양을 달성하라는 엄명이 있었던 것.
결국 큰손들을 초청한 셋째 날, 경도에게 하루짜리 전권이 부여되었다.
“과장님, 오늘 중책 맡는 자리에 제가 수행할까요?”
사무실에 도착하자 은빛이 나섰다.
“이 주임님은 안 바빠요?”
“그럴 줄 알고 어제 남아서 시간외 근무로 해치워두었어요.”
“그럼 나는 고맙죠.”
“아오, 저 여우, 그래서 어제 차 한잔하자니까 부득 시간외 한다고 했구나?”
민지가 귀여운 시샘을 부렸다.
“나 팀장 승진 예정자 후보에 올랐잖아. 과장님한테 눈도장 좀 받으려고 그래, 왜?”
은빛은 대놓고 말한다. 민지와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다워 보였다.
인사.
다시 그 시기가 돌아왔다.
이 시장의 임기 말이니 그의 결재를 받는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았다. 은빛은 6급 팀장 3배수에 들었다. 경도의 추천이었다.
그걸 알아챈 은빛은 승진을 하더라도 이 과에 남기를 바랐다. 경도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오 과장님.”
주관과에서 주무주임이 찾아왔다. 물류단지로 갈 시간이었다. 은빛과 함께 그를 따라나섰다.
“과장님, 파이팅이에요.”
민지와 과원들이 힘을 실어준다. 운전석에는 은빛이 앉는다. 그새 차량 배정까지도 마친 그녀였다.
“옛날에 용포읍에서 같이 출장나가던 때가 생각나는 데요?”
은빛이 웃었다.
“그렇네요. 선배님.”
“그때 과장님이 뜨면 진상 수급자들도 깨갱이었죠?”
“처음에는 아니었지만요.”
“그때처럼 시원하게 계약 이끌어서 우리 시장님 차기 당선 보증해 주세요. 그때도 시장님을 과장에서 국장으로 밀어 올리셨잖아요?”
“여직원들도 시장님 좋아하시나요?”
“역대 시장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예요. 업무에는 좀 엄격하지만 그것 외에는 별 다섯에 네 개 반은 문제없죠.”
“선배님이 같이 가주니 더 잘 될 거 같습니다.”
“빈말이라도 듣기 좋네요.”
대화하는 사이에 물류단지에 도착했다. 행사장 분위기는 제대로였다.
“여깁니다.”
주무주임이 VIP 상담실을 가리켰다.
“오 과장.”
먼저 와 있던 조기룡 국장이 경도를 반겼다. 배석한 사람은 기업지원과장 양윤후와 주무주임 박길재였다.
“오 과장이 오니 든든한데?”
조 국장이 웃었다.
“민폐만 될까 봐 걱정입니다.”
겸손히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일정표를 보니 오늘 초청한 큰손 사업가는 모두 네 명이었다.
산업단지의 성패는 평판 좋은 회사를 유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일단 평판 좋은 회사가 들어오면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소위 완판을 쳐야 했다. 작은 업체라도 단지를 다 메워주기만 한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오늘 단지에 오시기로 한 업체 대표님들이시네. 이 시장님이 직접 업체를 돌며 세일즈를 뛴 덕분이라네.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해.”
조기룡이 배경을 설명했다.
“국장님도 같이 뛰셨다면서요?”
“나야 들러리만 섰지. 우리 시장님 저러다 병날까 걱정이야.”
“오늘 제대로 한번 해보죠, 뭐.”
“그러세. 오늘 빈손이면 나도 면목이 없다네.”
“한수냉장 대표님 도착하셨습니다.”
기업지원과 직원이 소식을 알려왔다. 조기룡과 양윤후에 경도까지 함께 나가 귀빈을 맞았다. 일단 단지 소개부터 했다.
“진입로가 약간 좁은데 내년 봄까지는 공사가 끝날 겁니다. 국비와 시비가 모두 마련되었습니다.”
양윤후가 예산항목으로 보여주며 설명했다. 물류단지가 되려면 배후 도로와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입지가 썩 우수하지는 않군요. 도로 예산을 보니 주요 진입로까지 확장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장 대표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다른 지자체의 단지에 비해 큰 메리트는 없습니다. 세제혜택도 유사하고…….”
“향후에 저 옆쪽으로 보조 단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입지 중에서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 계획을 본 다음에 검토해보겠습니다.”
한수냉장 대표는 녹차만 마시고 돌아갔다. 경도는 나서지 않았다. 그가 떠나자 양 과장이 경도를 바라보았다. 빛나는 관상으로 녹여줄 줄 알았는데 침묵을 지킨 것이다.
두 번째 귀빈은 해동냉장 장세봉 대표였다.
이 업체는 냉장냉동물류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었다. 골프 복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한술 더 떴다.
조 국장을 보더니 이 시장에게 인사나 전해달라며 바로 일어섰다. 상호 체면 차 방문한 눈치였다. 이번에는 경도가 나섰다.
“차는 드시고 가시죠.”
“됐소.”
바로 칼거절이 나왔다.
“3년 4개월 전쯤부터 아랫사람들 일로 속을 많이 끓이시지 않습니까? 콧대 좌우의 기색이 나쁜 걸 보니 손실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따뜻한 차 한 잔 드시면 좀 풀리실 겁니다.”
“이 사람 뭐하는 사람입니까?”
장세봉이 조 국장에게 각을 세웠다.
“아, 저희 시 과장입니다.”
“그런데 왜 관상쟁이처럼 말하는 겁니까?”
“관상도 봅니다만.”
경도가 겸허하게 답했다. 그 뒤로 조 국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거 한 번 보시죠.”
조 국장이 내민 건 전임 이경문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였다. 청와대를 나오며 그간 도움을 준 사람들을 회고하는 내용이었다. 거기 경도가 언급되고 있었다.
“당신이 정말 이 사람이란 말이오?”
장세봉의 말투가 살짝 고와졌다.
“그렇습니다.”
“허어, 공무원이 관상이라니…….”
“일단 앉으시죠.”
장세봉이 틈을 보이자 조 국장이 자리를 권했다.
“대통령과도 관상 인연이 있다면 제법 본다는 얘긴데…… 그럼 이 친구 관상 한 번 봐주시겠소?”
장세봉이 핸드폰의 파일을 열었다. 상괘의 미끼를 문 것이다. 그러나 경도의 상괘는 차갑기만 했다.
“미안하지만 8년 동안이나 햇빛을 보지 않은 사람의 관상은 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