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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저승사자들-2> (228/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28화

76. 감사원의 저승사자들-2

“가시죠.”

앞의 남자는 감사원 지방행정국 조사관이고 또 다른 남자는 조사팀장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경도가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경도는 직전 인사팀장이었다. 인사팀장으로 있는 동안 인사비리나 채용비리를 자행한 적은 없었다.

“얼마 전에 개방형 사무관 공채를 했죠?”

“예.”

“당신이 합격했고?”

“그럼 그 일로?”

“사람들이 많으니 자리 옮겨서 얘기합시다.”

조사관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소리 없이 퍼진 후였다. 노인장애인과의 반응이 그랬다.

특히 용 과장과 주무 주임이 전격적이다. 다른 과의 직원들보다도 한발 빨리 촉을 세우는 것이다.

“가시죠.”

조사관이 문을 가리켰다.

“과장님.”

민지는 어쩔 줄을 모른다. 은빛 역시 옆에 서서 애만 태울 뿐이었다.

<저승사자>

공무원들에게 감사원의 위상이 그랬다.

“괜찮아요. 일들 하세요.”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일어섰다. 컴퓨터는 로그아웃을 해두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복도로 나온 경도가 물었다.

“감사담당관실에 임시 조사실이 준비되었습니다.”

조사관 말이 나오자 경도가 앞서 걸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길은 경도가 더 잘 알았다.

“허어, 결국 터지는구만.”

경도가 나가자 용 과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말씀이죠?”

은빛이 용 과장을 돌아보았다.

“몰라서 물어? 척 보면 견적 나오잖아? 감사원 직원들이 놀러 왔을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팀장 단지 얼마나 됐다고 사무관이야? 뭐가 있지 않고서야 그럴 수 없지.”

“그럼 우리 과장님이 채용 비리라도 저질렀다는 건가요?”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 알아?”

“용 과장님.”

“이 주임, 상황파악 좀 해. 도 감사팀도 아니고 감사원이야, 감사원.”

“…….”

“너무 날것으로 먹었지. 아무리 셀프 승진이라고 해도 승진 최저연한은 채워야지. 그걸 안 채우고 사무관을 다니 누군들 의심을 안 할까?”

“지금 너무 확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 주임, 지금 어따 대고 목청을 높이는 거야?”

“과장님이 우리 과장님을 아세요?”

“내가 왜 알아야 하는데?”

“제가 장담하는데 이건 뭔가 잘못된 거예요. 우리 과장님은 절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얘들이 같이 근무했다더니 완전히 세뇌가 됐네? 원래 약아빠진 놈들은 다 그렇게 자기 이미지관리 하는 거야.”

“말조심하세요.”

“이은빛 왜 이래.

민지가 다가와 은빛을 말렸다.

“알지도 못하면서 말 함부로 하잖아요? 과장이면 다 같은 과장인줄 아나.”

“뭐야? 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용 과장이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 그때 석 국장이 들어섰다.

“사무실이 왜 이렇게 소란스럽습니까?”

“아, 국장님.”

용 과장은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잖습니까? 이게 우리 시 시민들 복지 관장하는 콘트롤 타워 분위기 맞아요?”

“그게 아니라 지금 감사원 직원들이 오 과장을 데려갔습니다.”

“감사원 직원들? 그 사람들이 왜요?”

“이번 개방형 사무관 공채에 비리가 있었답니다. 아마 오 과장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리라고요?”

“그 사람들이 그랬거든요. 임용비리 신고 건으로 조사하러 왔다고.”

“그럼 아까 감사원에서 전화가 온 게?”

석 국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국장님께도 연락이 왔었습니까?”

“전화만 받았습니다. 우리 과 개방형 사무관 제도에 대해 묻길래 나도 이번에 국장 발령을 받아 아는 게 없다고 답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뭔가 있다뇨?”

“아니면 감사원에서 왜 나왔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그 생각은 함구하세요.”

“예?”

“아직 확정된 게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섣부른 말은 삼가시라고요.”

“국장님.”

“배 팀장, 오 과장 어디로 불려갔나?”

“제가 따라가 봤더니 감사담당관실로 가던데요?”

“내가 알아볼 테니 배 팀장도 함구하고 있도록.”

석 국장의 엄명이 떨어졌다.

탁.

문이 닫혔다. 경도 앞의 두 사람이 서류뭉치를 꺼내놓았다.

“오경도 과장님.”

조사관이 질문을 시작했다. 거의 죄인취급이었다.

“직전까지 인사팀장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인사팀장이면 6급 보직 중에서는 최상이죠?”

“무슨 뜻입니까?”

“일반적인 정서 아닙니까?”

“감사원은 그런 모양이죠?”

“아니라는 거군요?”

“우리 시에서는 6급 보직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다른 팀장 보직 중에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보직은 많고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인사팀장을 하면 다른 직원들 파일은 다 볼 수 있죠?”

“그건 그렇습니다.”

“때로는 포상도 조절할 수 있고요?”

“조절이 아니라 기본 심사입니다. 몇몇 부서의 직원들이 경합할 때는 선별이 필요하니까요.”

“아무튼 그런 저런 권한들이 다른 직원들에게 무기가 될 수는 있지요?”

“무기라뇨?”

“본론으로 가죠. 인사팀장으로서 본인의 사무관 승진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합당하다고 봅니까?”

“승진 최저연한 미비를 말하는 건가요?”

“그것도 이유가 되겠죠.”

“이 자리는 우리 시가 최초로 마련한 개방형 직위입니다. 제가 시를 대표하는 공무원으로 응시를 했고 합격되었습니다만 개방형 직위에는 승진 최저연한이라는 게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만든 건 아니고요?”

“이 자리는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만.”

“그럼 인사팀 모르게 추진되었다는 겁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인사팀 직제표를 보니 정원이 네 명입니다. 시가 최초로 추진하는 개방형 공채인데 몰랐다는 게 말이 될까요?”

“나름 객관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강 주임에게 맡겼습니다만.”

“그걸 객관적이라도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럼 제가 승진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직제를 만들었다는 겁니까?”

“제 생각이 아닙니다. 당신들 K시의 공무원 생각입니다.”

“우리 시?”

“아니면 우리가 왜 왔겠습니까? K시에서 최초로 개방형 직위를 만들었는데 그 자리를 인사팀장이 차고 들어갔다. 셀프 승진 아니겠느냐? 의욕이 사라진다. 우리 원에 투서가 빗발을 치더군요.”

“빗발?”

“지금 옆방에서 우리 조사관들이 공채의 전 과정을 검토 중입니다. 어차피 드러날 일인데 좀 쉽게 가죠.”

“뭐가 드러난다는 말입니까?”

“아, 이 양반 고래 힘줄을 드시나? 질기시네?”

조사관이 책상을 내리쳤다. 감사원의 위엄을 내세워 주도권을 잡으려는 행동이었다.

옆의 조사팀장은 묵직하게 무게만 잡고 있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던지는 말 없는 지원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이런 수법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여기 3급 부이사관 신설, 개방형 5급 사무관 직제, 다 당신이 인사팀장할 때 만든 거 아냐? 3급 부이사관 자리 만들면서 딜을 한 거야 뭐야?”

“이봐요.”

경도가 짧게 받아쳤다. 인사팀장을 하면서 부끄러운 짓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속 시원히 털어놓으라고. 셀프 승진 말이야.”

조사관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한민국 감사원.

지자체에 뜨면 모든 공무원들이 긴장하게 되어 있다. 감사담당관실 직원도 부담스러운 게 공무원이다.

하물며 도 감사팀도 아니고 감사원 감사팀인 바에야.

‘이 사람들…….’

경도가 골똘해졌다. 개방형 직위의 공채는 이 시장의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리는 건 경도일까 이 시장일까? 선거에 패한 시장 후보들의 행태도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니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경도는 K시 공무원이었다.

인사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사무관.

‘우리 시장 지시였으니 거기 가서 물어보시오.’

……하고 나팔을 불 수는 없었다.

그건 시장에 대한 시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었다.

“말 못 한다? 그렇다면 역시 뭔가 있다는 얘기인데…….”

“박 조사관 불러와.”

침묵하던 팀장의 입이 열렸다. 조사관이 핸드폰을 걸자 다른 조사관이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여자였다.

“공채과정 짚어봤나?”

팀장이 그녀에게 물었다.

“조금 남았습니다.”

“현재까지는?”

“그게…….”

그녀가 팀장에게 다가섰다. 그 귀에 손나팔을 대로 속삭인다. 팀장의 눈가에 짧은 주름이 파도를 쳤다.

“후원사업의 규모와 지속성, 수혜자 규모 부분에서 만점을 받았다?”

“예.”

“이봐요, 오 과장님.”

이제 팀장이 조사에 나섰다.

“…….”

“후원사업을 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만.”

“특이하군요. 공무원 신분에 후원사업이라…….”

“…….”

“OK 후원회…… 미안하지만 후원금은 어떻게 모금하고 있습니까?”

“그게 이 일과 연관이 있습니까?”

“있을지도 모르죠. 당신의 직위에 비해 너무 큰 규모가 아닙니까?”

“오라, 이 양반이 이제 보니 인사팀장 직위 이용해서 후원금을 강요하고…… 이건 이 건과 별개지만 인사팀장 직책을 과시해 결혼식에서 거액의 축의금을 걷었다는 투서도 있었어요.”

옆에 선 조사관이 양동작전에 나섰다.

“말씀 삼가세요. 그리고 결혼식 축의금은 즉석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선발해 후원금으로 주었습니다.”

경도가 맞섰다.

“아무튼 심사위원들에게 뭔가 작업을 했겠지. 그것도 아니면 어떻게 당신만 월등하게 만점을 받았겠어?”

“지금 그 말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거 아시는 겁니까?”

“명예훼손? 임용비리 건에 연루된 사람의 입으로 할 말은 아닐 텐데?”

“후원자 명단 요청했다고?”

신경전이 오갈 때 팀장이 여직원을 돌아보았다.

“들어오는 대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말하기가 무서웠다. 또 다른 직원이 후원자 명부를 들고 왔다.

명부를 바라보던 팀장이 그중 한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지만 받지 않는다. 두 번을 더해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번호를 누른다. 그 역시 통화가 되지 않는다. 세 번째 번호도 저쪽이 받지 않았다.

“이거 유령 후원인들 아니요?”

팀장이 경도를 압박해 왔다.

그 순간, 상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시장님.”

경도가 일어섰다. 이 시장이 비서실장과 함께 들어선 것이다.

“뭡니까?”

조사관이 이 시장을 막았다.

“나. K시 시장 이창교요, 감사원에서 나왔다고요?”

“시장님?”

“개방형 사무관 공채에 채용비리 투서가 들어갔다고요?”

“……?”

감사원 직원들의 미간이 구겨진다. 선출형 시장이다. 격이 있으니 직원들처럼 쥐잡듯할 수는 없었다.

“일단 나가 계십시오. 조사가 끝나면 설명 드리겠습니다.”

조사관이 이 시장을 막았다.

“이봐. 여긴 K시 시청이야. 내 허락 없이 내 직원들을 죄인 취급할 수 없어.”

“시장님.”

“개방형 사무관 직위, 그거 내 지시로 도입된 거요. 그러니 문제가 있거든 나부터 조사하시오.”

이 시장이 경도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이보세요, 시장님.”

“내가 이럴 줄 알고 심사위원도 외부의 존경 받는 인물들로 선정을 했소. 그렇게 엄정한 과정을 거쳐 임용된 내 부하를 비리 직원 취급해? 당신, 이거 채용과정에 문제없으면 책임질 거야?”

이 시장의 사자후가 터졌다.

‘시장님…….’

옆의 경도도 압도되었다. 과연 그의 강단은 달랐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는 끝까지 책임지는 관상은 괜한 게 아니었다. 다른 시장들처럼 몸 사리며 관망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시장님, 이러시면…….”

“밖에서 들었소. 여기 오 과장으로 말하자면 우리 시를 대표하는 재원이자 일꾼이오. 그런데 마치 죄인처럼 몰아붙이다니? 감사원의 권한은 바르고 정직한 직원의 인격까지 깔 수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조사 중이라는 거 아닙니까?”

“내가 여기 K시 행정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오. 과장 때는 당신들 지방행정 3팀에서 인허가 문제로 탈탈 털었지만 결국에는 팀장이 사과를 하고 돌아간 적도 있어. 그 팀장 이름이 한광채니까 전화해서 확인해도 좋소.”

“…….”

“지난번에 응시한 40여 명의 응시자들 중에서 오 과장이 당당히 최고점을 받았는데 그건 조작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의심스러우면 여기 우리 시의 읍면동 부녀회장단과 이장단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시오. 그럼 우리 오 과장이 이까짓 사무관 직위나 탐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오. 행정의 일선에서 주민 의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니 할 일 없는 투서나 붙잡고 의심하는 당신들보다 백 배는 나을 겁니다.”

“말씀이 지나칩니다.”

“지나쳐? 천만에, 나는 지금 내 명예와 시장직을 걸고 말하는 것이외다.”

이 시장의 기염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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