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렙 공무원님 226화
75. 새 엄마가 남자였어요-2
“동성애?”
은수의 눈빛이 튀었다.
“…….”
“개자식.”
“……?”
“나 아빠 안 좋아해. 하지만 동성애라니? 그럼 우리 엄마랑 결혼한 건 뭐고?”
“양성애도 가능하다고 했을 텐데?”
“뭐래?”
은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빡친 것이다. 그러자 직원이 들어왔다. 두나가 괜찮다는 사인을 주었다. 직원은 분위기를 돌아본 후에 나갔다.
“무슨 개솔을 그렇게 정성스레 하시는데?”
“내가 관상을 좀 보거든.”
“관상? 헐, 지금이 어느 시대?”
“네 생일 때 여기서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 간문이라고 여기 눈 옆에서 푸른 기색이 피었는데 그게 뒤로 돌아 머리카락으로 들어갔어. 이러면 백발백중 부부 싸움으로 아내가 가출해서 행방불명이 되지.”
“야.”
은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있는데 아빠가 왜 동성애냐고? 그게 말이야 그 표시 옆에 애정 기색이 선명했거든. 사랑하면 간문에 윤기가 돌아. 엄마는 가출했는데 누구와 사랑했을까? 더구나 그 기색은 남자와 여자가 사랑할 때 생기는 것과 좀 달랐거든.”
“뭐라는 거야?”
“그러나 기간은 거의 일치.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그건 바로 네 아빠의 후배 때문일 거야. 네 아빠와 그 남자의 동성애. 그러니 네가 계모랑 살았다는 거야.”
“아, X바 쫌.”
“네 아빠 돼지눈 돈안이잖아? 눈 주변에 잔주름도 자글거리지. 게다가 전택궁이라고 눈 밑 부분에 살도 뭉실해. 눈을 자세히 보면 여자 느낌도 나지. 찰색까지 종합하면 동성애가 맞아. 그것도 성욕이 강한.”
“아닥하셔.”
은수가 의자를 집어 던졌다. 경도가 받아냈다. 그걸 내려놓고 상괘를 이어갔다.
“네 엄마가 집을 나간 건 7월 14일이었지? 하지만 네 아빠는 7월 한 달 동안 한 번도 성행위를 거르지 않았어. 엄마는 나갔는데 누구랑 했을까? 잘 생각해봐. 네 아빠 7월 한 달 동안 아마 집에만 있었을걸? 그러니 새엄마고 계모지? 좀 난해하긴 해도.”
“……?”
“못 믿겠으면 의자 집어 던질 힘으로 네 아빠에게 물어보던지.”
“아빠?”
“팩트 체크하라는 거야.”
경도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은수의 핸드폰은 압수되었다.
“별로 안 친하다고? 집도 나왔다고? 그래도 번호는 알 거 아냐?”
“그 말 사실이 아니면 어쩔?”
“내 아는 분들 중에 경찰에 높은 분이 있거든. 너 좀 빨리 빼달라고 부탁해 주마.”
“선생님이 이 아저씨 말 보증?”
은수가 두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X바.”
은수가 경도 핸드폰을 낚아챘다. 문자 먼저 보내더니 아빠 번호를 눌렀다.
“스피커.”
“좋아.”
경도가 말하자 은수가 스피커를 눌렀다.
-은수?
아빠가 전화를 받았다.
“맞아. 잠깐 빌린 전화기야.”
-뭐야? 너 나온 거야?
“그건 알 거 없고 한 가지 물어보려고.”
-뭐? 아빠 바쁘니까 빨리 말해라.
“아빠 퀴어야?”
-퀴 뭐?
“퀴어냐고? 동성애자.”
-……?
“3초 안에 대답해.”
-야, 장은수.
“퀴어냐고? 그리고 엄마 가출할 때 갈 데 없는 후배라고 데려와서 몇 달 같이 있던 아저씨, 아빠 애인이었어? 그럼 그 남자가 내 새엄마도 되는 거야?”
-누, 누가 그래? 니 엄마가 찾아왔었어?
“X바, 말 더듬는 거 보니 찐이네?”
-야, 장은수?
“개빡, 엄마 앞에서 동성애 애인? 남자 계모? 야, 너 미쳤어?”
-뭐? 너?
“그래. X바, 너는 이제 내 아빠도 아니야. 이제 보니 엄마가 그래서 집 나간 거잖아? 그래놓고 나한테는 뭐? 엄마가 딴 남자랑 만나다 걸려서 튄 거라고?”
-야, 그건……
“됐고.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그럼 맥주병으로 머리 찍어버릴 테니까.”
은수가 통화를 끝냈다. 그런 다음 벽에 기대 경련을 했다. 입술을 물고 발발 떨고 있다. 두나가 위로하려 하지만 경도가 눈짓으로 제지했다.
남자가 계모.
극단의 상괘였다.
사실 은수 실물을 보기 전까지 경도도 많이 망설였다.
은수 아빠는 운이 벼랑이었다. 동성애는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색욕이 강했으니 단 하루도 방출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이었다.
돼지눈이 그렇다. 성욕이 지나치다 못해 특별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은수가 가출을 했으니 망정이지 같이 있었더라면 은수까지 손댔을지도 몰랐다. 거기에 비량이 기울고 굽었으니 방탕함까지 겹쳤다.
코의 산근도 끊어졌다. 이런 관상은 가정을 파탄 내고 아내와 자식을 잃는다.
귀가 마르고 목의 피부도 말라가니 남은 건 욕정과 피폐한 미래였다. 이마의 천이궁까지 푹 꺼진 상이라 두 다리 펴고 누울 공간조차 마땅치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빠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 이름으로 마수를 뻗칠 수 있었다.
충격을 크겠지만 도리가 없었다.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 팩트를 전한 것이다.
물론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바로 은수의 관상이었다.
뾰족한 이마에 코끼리 눈 상안, 거기에 어깨까지 가냘프니 어릴 적 개고생은 맡아 놨다. 그렇기에 지금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한 검은자위가 경도 눈에 들어왔으니 검디검은 점칠이었다. 점칠의 주인공들은 잠재력이 굉장하다.
포텐이 터지면 대성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눈썹 속에 검은 점도 보였다.
그렇게 보니 이 아이, 관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뾰족 이마지만 아랫 주름살 지문이 좋았다. 그렇다면 한 번 고생을 반복하지 않는다. 코의 준두가 둥글고 혈색이 반짝거리니 결국 좋은 집안을 세운다.
눈썹에 찍힌 검은 점이 그 징조였다. 이 점은 기예점이다. 이마의 지문이 좋으니 댄서나 패션모델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초년고생은 20대가 지나면 풀린다. 30대가 되면 대성할 각이다.
귀도 징조에 한 몫을 보탠다. 곧게 펴진 데다 우상향이니 난관을 헤치고 나갈 대담성까지 겸비한 것이다.
“내가 왜 네 아빠의 정체를 밝혔는지 알겠냐?”
“모르지.”
은수가 잘라 말했다.
“몰라도 괜찮아. 사실 넌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뭘?”
“네 아빠, 잘 생각해봐. 어쩌면 너도 네 아빠의 이상한 점을 봤었을 거야.”
“내가?”
“그래.”
“X바……?”
낭패를 토하던 은수가 돌연 골똘해졌다. 그런 날이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었다. 엄마가 가출한 후에 아빠는 다른 남자들을 종종 불러들였다.
안방의 침대에서 같이 잤다. 잘 때는 아빠가 침대, 손님이 바닥이었지만 아침에 보면 한 침대에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은수에게도 이상했다. 목욕을 시킬 때였다. 아빠는 지나치게 밀착을 했었다. 그러면 뭔가 불편한 게 닿았다. 속옷을 바라보는 눈도 그랬다.
후배라는 남자도 그랬다. 엄마가 가출하자 그 남자가 살림을 책임졌다. 밥부터 빨래까지 풀코스였다. 겉만 남자였지 엄마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계모.
계모…….
“악.”
경도의 의미를 깨달은 은수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구역질이 났다. 이번에는 두나가 그녀를 부축했다. 경도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너를 보호하려고 그런 거야.”
경도가 혼자 중얼거렸다.
“보호 안 해도 돼. 어차피 아무도 내 걱정하지 않는 거 알고 있거든.”
“천만에, 네 걱정하는 사람 있다.”
“누구? 누구?”
은수 목소리의 끝이 바짝 올라갔다.
“네 엄마.”
“엄마?”
“눈썹의 꼬리를 문서궁이라고 하는데 네 눈썹 끝에 홍색이 깃들었어. 그러면 기다리던 소식이 오지. 네 엄마, 너한테 돌아올 거다.”
“엄마가?”
처음으로 은수 목소리가 얌전해졌다.
“짐작 가는 데가 있으면 전화해 봐. 너를 찾는 소식이 왔거나, 혹은 연락이 될지도 모르지.”
경도가 다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
잠시 주저하던 은수가 혼자 중얼거렸다.
“내 핸드폰이 필요해. 엄마 친구 번호가 거기 있거든. 강은실 아줌마는 엄마랑 연락이 될 거야.”
“잠깐만.”
그 말을 들은 두나가 복도로 나갔다. 잠시 후에 돌아온 그녀가 메모지를 내놓았다. 직원의 허락을 받고 원하는 번호를 적어온 것이다.
은수가 그 번호를 눌렀다.
“누구시죠?”
아줌마 목소리가 나왔다.
“아줌마, 저 은수예요.”
“누구? 장은수?”
“네, 혹시 우리 엄마 연락돼요?”
“너 어디냐? 그러잖아도 네 엄마가 네 아빠에게 연락했는데 너 가출했다고 알려주지 않던데?”
“연락 돼요, 안 돼요?”
“돼. 지금 이거 니 번호니? 엄마는 일하러 갔어.”
“일 다녀요?”
“마트 캐셔. 일 할 때는 전화 못 받아. 이따가 오면 전화하라고 할게.”
“저도 전화 못 받아요.”
“왜? 아직 엄마 미워해? 니 엄마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
“그렇게 아세요. 이거 빌린 전화니까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요. 좀 걸릴 거예요.”
은수가 통화를 끝냈다.
벽에 어깨를 기대고 천장을 본다.
“X바…….”
경도의 상괘가 또 맞았다.
욕만 나왔다.
무늬만 욕이지 경외감이었다.
“계속할까?”
얼마가 지난 후에 경도가 다가섰다.
“…….”
은수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까칠한 각은 무너진 지 오래였으니 말 없는 동의와 다르지 않았다.
“너 춤 좋아한다며?”
경도가 말했다. 직원들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요?”
고개를 삐딱하게 들고 대답하는 은수. 어떻게 나오든 처음보다는 나았다.
“네 말대로 개고생하며 자랐지? 지금도 그렇고?”
“…….”
“이마는 좁고 뾰족하니 별 수 있겠니? 하지만 다행히 맨 아래 주름살 자리 지문 쪽이 좋아. 이러면 연예인 각인데 너는 얼굴 연예인보다 댄서 같은 몸 연예인 하면 괜찮을 거 같다.”
“관상 잘 보는 건 알겠는데 내가 연예인? 뭔 개솔을 자꾸…….”
“자신 없냐?”
“아저씨, 나 전과자야? 소년원 두 번째라고.”
“흐음, 머리 좀 되는 유경험자가 왜 이러실까? 소년원은 전과 기록 남지 않아. 소년법 봤더니 소년 보호처분은 그 장래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되었더라고. 즉 나중에 취업하고 사회활동하는 데 지장 순삭이라는 말씀.”
“좋아요. 그렇다고 쳐. 그런데 연예인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요? 백댄서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들은 좀 알지.”
“됐거든. 누구한테 사기 치려고.”
“좋아. 그럼 니가 좋아하는 백댄서가 누구냐? 세 명만 꼽아봐라.”
“노지연, 황솔웅, 김지아.”
은수는 보란 듯이 이름을 짚어댔다.
“잠깐만.”
경도가 핸드폰을 들었다. 솔직히 모르는 이름들이었다.
“탁 대표님.”
그러나 탁 대표가 있었다.
“오 박사님,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신 겁니까?”
“예, 방금…….”
“저녁에 쳐들어가도 될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보다 도움이 좀 필요해서요.”
“말씀만 하십시오.”
“노지연, 황솔웅, 김지아. 이 사람들 아세요? 유명한 백댄서인가 본데?”
“당연히 알죠. 지아는 우리 소속인데요?”
“죄송하지만 혹시 전화번호 좀 딸 수 있을까요? 통화 좀 하고 싶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 지금 연습실 들어가는 중인데 얘들이 오늘 리허설이 있거든요.”
이때부터 엄청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탁 대표가 연습실에 들어선 모양이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오 박사님.”
재기발랄한 백댄서가 영상통화 화면에 나왔다.
“우와, 김지아다.”
곁눈질을 하던 은수가 총알 반응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바쁜데 미안해요.”
경도가 통화를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유빈 선배님하고 TNTS 선배님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말씀 들었습니다. 언제든지 한 번 만나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화면 속의 김지아는 미치도록 공손했다. 그걸 본 은수의 기가 한풀 더 꺾였다.
‘이 사람 뭐야?’
경도를 향한 경외감이 한 뼘 더 자라났다.
“실은 내가 춤에 재능이 있는 친구를 하나 알아요. 그런데 이 친구가 내 말을 안 믿네요. 다행히 김지아 씨를 좋아한다고 하니 춤 좀 잠깐 봐주시겠어요?”
“넵, 박사님.”
김지아의 동의가 떨어졌다.
“자, 즉석 오디션 어때?”
경도가 은수를 바라보았다.
“여, 여기서요?”
“두나 씨.”
경도가 두나에게 신호를 주었다. 두나가 바로 음악을 틀었다. 달리 부부인가? 이 정도는 눈 감고도 통하는 커플이었다.
“어서? 김지아 씨는 바빠.”
경도가 재촉했다.
“어, 친구? 춤 좋아해? 그럼 그냥 평소에 잘하는 걸로 해봐.”
화면 속의 김지아도 한 마디를 보태왔다.
“아, 씨…… 연습도 안 했는데?”
주저하던 은수가 웨이브를 넣기 시작했다. 이어 스텝도 돌아간다. 처음 십여 초는 좀 딱딱하지만 이내 몸이 풀렸다.
춤을 춘다.
서서히 무아지경으로 들어간다.
부모의 파경을 춤으로 잊었던 아이 장은수. 아직 설익었지만 몇 가지 동작은 제법 난이도가 높았다.
“와우, 간지 작살.”
프리즈까지 갖추자 김지아가 박수를 보내왔다.
“소질 있는 데요?”
“진짜요?”
긴장하던 은수의 표정이 환하게 펴졌다.
“이름 뭐야?”
“은수요, 장은수.”
은수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크루 활동하고 있어?”
“아직요.”
은수가 바로 대답한다. 경도를 바라보는 눈빛보다 더 애절하다. 정말이지 우상을 바라보는 그 설렘이었다.
“연결 동작은 굉장히 거친데 기본기는 괜찮네. 조금만 가다듬으면 무대 뛸 수 있겠다.”
“저, 정말이죠?”
“내 후배들이 크루 멤버 결성 중인데 한 번 와라. 내가 밥 사줄게.”
“우와.”
“꼭 와라. 나 니 옆에 계신 오 박사님께 점수 좀 따게.”
“네, 꼭 갈게요.”
백댄서 김지아와의 통화가 끝났다.
“우와,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뭐에요?”
호흡을 고른 장은수가 경도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보다 백 배는 더 호의적인 눈빛이었다.
“나?”
“네.”
“공무원.”
경도의 대답은 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