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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새 엄마가 남자였어요-1> (225/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25화

75. 새 엄마가 남자였어요-1

“소년원?”

“네.”

“섬 맞죠?”

“두나?”

“제가 상담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 중 한 명에게 선생님이 필요해요.”

“관상?”

“이 아이가 나를 시험하려 하는데 나는 그 아이의 미래를 맞출 능력은 없거든요.”

“그런 뜻이었어?”

“가주실 거죠?”

“당연히.”

경도가 두나를 당겼다.

이런 마음이라니?

이건 축의금을 모아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혼 휴가의 마무리로는 경도의 신부다운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기대되는데?”

“어느 섬이오?”

“둘 다.”

“진짜?”

“응. 스리랑카라는 섬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 바다라서, 소년원 역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마음의 섬이라서.”

“고마워요.”

두나가 경도 어깨에 기대왔다. 그걸 방해한 사람이 있으니 스튜어디스였다.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아까 신청한 메뉴가 나왔다. 화이트 와인을 받아 건배부터 했다.

“두 섬에서의 행복한 여행을 위해.”

쨍.

잔이 만든 청명한 울림이 귀를 차고 들어왔다.

꿀꺽.

으음…… 맛은 별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있으니 맛 따위는 상관없었다.

8시간 40여 분만에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 닿았다. 여기는 이른 새벽이었다. 미리 예약한 렌터카에 올랐다.

“그럼 출발합니다?”

경도가 두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선글라스가 걸쳐 있었다.

먼 바다내음을 맡으며 차가 출발했다.

여기는 스리랑카. 신혼여행의 시작이었다.

“와아, 너무 좋다.”

두나는 더욱 청순해 보였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다에 손짓을 한다.

바다가 달려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이국의 바다라 보는 맛이 있었다. 조금 피곤하지만 두나가 뽑아둔 목적지로 달렸다.

우나와투나 해변이었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다. 거기 차를 세우고 바닷물과 다이렉트로 만났다. 바지를 걷고 들어간 것이다.

시원했다.

“선생님.”

파도에 놀라 중심이 무너지는 두나를 잡았다. 그대로 품에 안았다. 둘이 하나가 되니 파도도 흔들지 못했다. 하나보다 둘이 좋은 진리를 알았다.

두나가 모래성을 쌓는 동안 경도는 커피점을 찾았다. 아이스커피를 사 들고 두나에게 돌아왔다.

“고마워요.”

두나가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다.

스리랑카와 한국의 시차는 무려 3시간 30분이다. 결혼을 했으니 장모님부터 챙겼다. 두나에 대한 배려였다. 어머니도 이해하시겠지?

-푹 쉬다 와.

장모님의 덕담이었다. 두나처럼 인품이 맑다. 그래서 더 잘 해드리고 싶은 사람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어머니에게 걸었다.

“엄마.”

경도 목소리가 높아졌다.

-장가가고도 엄마냐? 젖 달랄 기세로구나?

“그럴까? 나이 들면 면역력도 떨어진다던데?”

-아이고, 얘가 장가가더니 바로 뻔뻔해지네. 사돈댁 안부는 챙겼고?

“방금 했는데 거기 먼저 했다고 삐치기 없기?”

-아서라. 요즘은 처가 세도라더라. 그리고 식장에서 얘기하다 보니 네 장모는 주변에 친구도 없는 모양이야. 나는 말동무 많으니까 걱정 말고 잘 해드려라. 지금도 안마의자 좀 하자고 줄을 서 있어.

“엄마 말 녹음했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

-그래. 피곤하지는 않고?

“하나도. 비싼 돈 들이고 왔는데 본전 뽑고 가야지.”

-그래라. 네 가방 보면 맨 아래에 봉투가 들었을 거다. 네 형수가 넣어주라고 한 거니까 며늘아기 맛난 것 많이 사주고.

“형수님이요?”

-그래. 걔도 새 아가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알았어요. 그럼 잘 쉬고 계세요.”

통화를 마치고 형과 형수에게 걸었다.

결혼……

챙길 게 많았다.

다시 해안도로를 달렸다. 곳곳에서 만나는 스리랑카 문자 싱할라는 나름 친근했다. 멀리서 보면 @@ㅠㅠ@ㅠ@ㅠ@@ㅠ의 반복처럼 보였다.

다음에 차를 세운 곳은 미다가마 해변이었다. 스리랑카에는 ~가마라는 말이 많았다. 거기 사진에서 보던 장대낚시꾼들이 보였다.

물 위에 박아둔 기둥에 올라앉아 스틸트 피싱이라 불리는 낚시를 하는 것이다.

고기는 잘 잡힌다.

“나무 위에 파라솔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두나가 속삭였다.

“그럼 그늘이 생겨서 물고기가 안 오는 것 아닐까?”

“어머,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냥 내 생각.”

“그런데 선생님.”

“응?”

“저분들 관상도 볼 수 있어요?”

“가능하지.”

“와아.”

“조화와 균형, 그 기준만 있으면 가능해. 저분들보다 피부색이 더 까맣다고 해도.”

“그럼 찰색이라는 건요?”

“검은 피부에도 농담이 있어. 그분들 피도 빨갛고. 한국 사람보다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능해.”

“선생님은 정말…….”

“이제 체크인해도 될 것 같은데?”

경도가 시계를 보았다. 아침 해가 뜬 지도 오래전이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식욕보다 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샤워 후에 몸을 말리다 타올을 걸치며 나온 두나에게 꽂힌 것이다.

그녀를 거칠게 당겨 안았다. 태초의 그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햇살이 허락 없이 들어와 있지만 그냥 두고 그녀 탐색에 들어갔다.

키스를 하면서도 힘은 자꾸만 아래로 쏠렸다.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갔다. 침대 위에 놓인 서비스 과일바구니를 치우고 그녀와 함께 누웠다.

장대 위의 낚시꾼 생각이 났다. 그들은 기둥 아래로 몰려든 고기를 걸어 올린다. 경도의 저격 관상처럼 정확하다. 경도도 두나를 찾아 들어갔다. 한 치의 빗나감도 없이 정확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울림을 들으며 계속 돌진했다. 끝이 없으면 좋을 것 같았다.

두나의 손은 경도의 등을 압박해 왔다. 순간 그녀의 가장 깊은 곳과 도킹이 되며 경도의 폭주가 끝났다.

펑.

방출이다.

그제야 비행과 시차의 피로가 쏟아졌다. 샤워에 사랑까지 나누니 맥이 제대로 풀린 것이다.

두나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 꿀맛처럼 단잠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햇살이 얼굴을 더듬는 통에 눈을 떴다.

“……?”

경도 시선이 멈췄다.

두나였다.

경도 팔에 안긴 채 경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나?”

“잘 잤어요?”

“두나는? 아까부터 그러고 있었던 거야?”

“아뇨. 20분 정도 잤어요. 저는 그 정도면 충분해요.”

“20분?”

“미국에서의 습관이에요. 늘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그럼 일어나서 편하게 쉬지.”

“그러면 선생님이 깰까 봐요.”

“두나…….”

“자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이런 분이 어떻게 신기에 가까운 관상을 보나 싶었다니까요. 웁.”

키스로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또 한 번을 폭주해 버렸다.

“고마워요.”

다시 폭발이 끝난 후에 두나가 말했다.

“뭐가?”

“저를 좋아해 줘서요. 미국에서 돌아와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는 사실 기대하지 못했어요.”

“왜?”

“왜는요? 선생님 정도면 여자가 막 따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고마워.”

“뭐가요?”

“여자 쪽 주변머리 없는 솔로 구제해줘서.”

“아이, 참…….”

두나가 경도 어깨를 때렸다.

옷을 입고 가방을 뒤졌다. 봉투가 나왔다. 열어보니 미화로 3,000불이었다. 빳빳한 100불짜리 서른 장이다.

“형수님 미션이야. 이걸로 두나 맛난 거 사주라네.”

“와아, 그거 다 쓰면 제 몸무게가 두 배로 늘겠는데요?”

“한 번 늘여볼까?”

“비만해도 감당이 되겠어요?”

“나도 같이 찌면 되지?”

“하긴 비행기 좌석이 널널하니 걱정은 없네요.”

“그럼 도전?”

경도가 손을 내밀자 두나의 하이파이브가 작렬했다.

전의를 가다듬고 관광에 나섰다. 호텔 근처에 해변이 많았다. 그것만 돌아봐도 이틀은 걸릴 것 같았다.

그런 다음 실물 크기의 불상이 많은 사원을 보고 어시장을 구경했다.

콜롬보 기차역 쪽으로 나가 시푸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시켰다. 조금 허름하다. 인터넷에 나오는 맛집은 아니었다. 그런 곳은 죄다 패스했다.

경도도 그렇지만 두나의 영어는 원어민급이었다. 틀에 박힌 여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

먹고 싶은 건 다 고르고 스리랑카의 라이언 맥주도 주문했다.

“건배해요.”

두나가 먼저 잔을 들었다.

쨍.

두 잔이 부딪친다. 맥주 속의 알코올을 시샘하는 건지 뉘엿거리던 석양조차 두나의 볼에 경쟁적으로 붉은 물을 들여갔다.

밖으로 나오자 여섯 살 소녀가 잽싸게 다가왔다. 두나에게 꽃을 내민다.

소녀의 몸에는 줄이 묶여 있었다. 그 줄은 뒤에 선 중년 남자에게 연결이 되었다. 눈먼 남자가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아빠가 눈이 안 보이나 봐요.”

두나가 꽃을 팔아주었다. 경도의 시선은 그들 부녀(?)를 따라갔다.

“왜요?”

“아빠 아니거든.”

“예?”

“남자의 눈 아래 와잠이 말라비틀어진 데다 살집이 없잖아? 실금까지 갔으니 자식이 없을 상이야.”

“어머, 그럼 말하지 그랬어요?”

“꽃 하나 팔아줄 여유는 있잖아.”

“와아, 피부가 까무잡잡한 데도 바로 알아맞히네요.”

“관상에서는 무상(無相)을 보면 어두운 밤에도 관상을 볼 수 있다고 하거든.”

“그럼 저 사람은 어때요?”

두나의 손이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를 가리켰다.

“가능해.”

“정말요?”

“그런데 잘못 찍었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어째서요?”

“쥐의 눈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잖아? 십중팔구 소매치기일 거야. 도둑의 눈이거든.”

“어머.”

“표시 내지 말고 잘 지켜봐.”

경도가 나지막이 말했다.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명이 온 유럽 할줌마 관광객이었다. 그녀들은 관광에 팔려 정신이 없었다. 남자가 그들에게 따라붙었다.

“잠깐만.”

경도가 나섰다.

“어쩌려고요?”

두나가 긴장한다. 그녀는 외국여행을 별로 가보지 못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가까운 곳을 돌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해외의 소매치기들이 나쁘다는 말은 듣고 있었다. 심지어는 칼로 공격한다는 보도도 종종 보았던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두나 어깨를 토닥여준 경도가 남자에게 다가섰다.

남자의 손은 할줌마들의 가방으로 다가갔다. 거리 음식을 사 들고 셀카를 찍느라 바쁜 할줌마들은 손이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톡.

가방이 열리고 남자의 손이 들어가려는 순간,

“헬로우.”

경도가 남자의 어깨를 건드렸다.

“왓?”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익스큐즈미, 길 좀 알려주세요.”

경도가 관광지도를 내밀었다. 남자는 걸레 씹은 얼굴로 길을 알려주었다. 무모하게 현장을 잡은 게 아니라 사고만 막아주는 경도였다.

“가방이 열려 있네요.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남자가 멀어지자 할줌마들에게 말했다.

“웁스.”

할줌마가 열린 가방을 보고 놀랐다.

“땡큐 소 머치.”

할줌마의 인사를 들으며 돌아섰다. 미션 클리어였다.

“와아.”

두나가 박수로 경도를 맞았다.

“굉장해요. 관상도 그렇고 대처법도 그렇고. 저는 남자와 싸움이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신혼여행 와서 싸우면 안 돼지.”

“기분 괜찮은 데요? 좋은 일도 하고.”

“그럼 한턱 내.”

“좋아요. 말만 하세요.”

“맥주 두 병?”

“에, 약하다.”

“그럼 양주 두 병?”

“안 돼요. 그건 너무 세잖아요?”

“그럼 절충. 칵테일 두 잔?”

“그건 콜이죠.”

두나가 경도 팔짱을 꼈다. 다음 목적지는 호텔의 바였다.

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경도의 신혼여행이 그랬다.

시차에 적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귀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선물 득템에 나섰다.

“우리 엄마는 괜찮은데 어머님 건…….”

“우리 엄마도 괜찮은데 장모님 건…….”

둘의 생각은 붕어빵이었다.

결국 똑같은 것을 사는 것으로 의견통일을 보았다. 그래도 형과 형수 걸 또 챙겨야 했다.

그것 외에도 이 시장과 석 국장, 엄 국장, 조경철, 그리고 과의 민지와 은빛…….

공무원들에게는 이렇게 정다운 관행(?)이 있었다.

결국 귀국일이 되었다.

“선생님.”

비행기가 절반쯤 왔을 때 두나가 입을 열었다.

“응?”

“제가 한 말 기억하죠?”

“두 번째 섬 말이야?”

“기억하시네요.”

“왜?”

“아무 말이 없길래 잊어버린 줄 알고요.”

“그걸 왜 잊어. 두나가 편하게 쉬라고 얘기하지 않았지.”

“그랬구나.”

“그럼 말 난 김에 시작할까? 그 섬에서의 목적은?”

경도가 마시던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아이 이름은 장은수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하고 4개월?”

“…….”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을 나갔고 아빠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외박을 밥 먹듯. 그래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못 받고 컸나 봐요.”

“소년원에는 왜 왔는데?”

“사고를 쳤겠죠. 거기 직원들 말을 들으니 얘가 좀 울컥하는 데가 있나 봐요. 주로 엄마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

“이번이 두 번째 입소인데 남학생들이랑 술 마시다가 깐족거리는 남학생을 맥주병으로 까버렸다네요. 그걸 보고 욕을 하는 그 남학생 친구 둘도 같이…….”

“여학생이? 와일드하네?”

“처음 입소 때도 비슷했대요. 그때는 피해자가 여학생들이었는데 걔들이 은수에게 엄마 없다고 놀리자 삼선쓰레빠로 얼굴을 후려쳐서 그 애들 부모들이…….”

“음…….”

“가지 말까요?”

“왜?”

“지금 생각해 보니 선생님 피곤하게 하는 것도 같고…….”

“두나는?”

“거기서 아이들 수십 명을 상담했는데 그 아이만 제게 마음을 주지 않았어요. 상담실 들어오자마자 엄마 있어요? 하고 물어요. 제가 그렇다고 하자 ‘X발’ 하면서 그냥 나가더라고요.”

X발?

“역시 와일드하네.”

“두 번째 때는 이래요. 그냥 앉아만 있다 나갈 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찐 카리스마네?”

“직원들 얘기 들어보면 성격이 까칠하지만 또 자기가 마음에 드는 애한테는 굉장히 잘해준다고 해요. 그래서 어떻게든 돕고 싶은데 제 상담 실력으로는…….”

“오케이, 나한테 맡겨.”

“정말이죠?”

“대신 공항에서 바로 가자고. 걔는 소년원에 있으니 면회 가능하잖아?”

“그러면 선생님이 피곤하잖아요?”

“두나가 구제하고 싶은 아이잖아? 하루 늦출 필요 있어?”

경도가 잘라 말했다.

“여보세요.”

공항에 내린 두나가 경기도의 소년원에 전화를 걸었다.

“와도 된대요.”

“주소 불러.”

경도가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로부터 1시간 후, 경도는 소년원에 있었다. 직원들 도움으로 이것저것 사전정보를 수집했다.

최고의 정보는 은수의 아빠 사진이었다. 은수의 생일날 찾아와 사진 부탁을 하길래 직원이 들어주었단다. 그 파일이 남았던 것이다.

두나와 함께 상담실에 들어섰다. 머잖아 상담실 문이 열리더니 한 소녀가 들어왔다. 두나가 말하던 장은수였다.

“아, X발 존 재수 없게 또 왔네. 그것도 커플로.”

장은수의 첫 반응은 예상대로 터프했다.

“장은수.”

돌아서는 장은수를 경도가 세웠다.

“개빡치네, 언제 봤다고 내 이름 부르는데?”

은수가 도끼눈을 뜨며 돌아보았다.

“도끼눈 뜨지 마라. 그러잖아도 짝눈썹이라 계모랑 살았던 것 같은데?”

“계모? 까고 자빠졌네. 엄마는 집 나갔지만 계모는 없걸랑?”

“잘 생각하면 있을 거다. 4년 전 여름이네. 네 엄마가 집 나가기 세 달 전부터?”

“아저씨, 그때는 우리 아빠 후배밖에 없었걸랑? 그 후배는 남자고.”

“모르나 본데 그 사람이 네 계모야.”

문을 막아선 경도가 도발적인 상괘를 내놓았다.

“아, 씨, 개빡치네. 그 아저씨는 아빠 고등학교 후배라고. 여자가 아니고 남자.”

남자.

이 단어가 경도와 은수의 입에서 동시에 나왔다. 은수도 놀라고 두나도 놀랐다.

“선생님…….”

경도는 진지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수랑 농담 따먹기를 할 사람도 아니었다.

두 황당녀를 바라보던 경도, 더욱 경악할 상괘를 내놓고 말았다.

“너희 아빠 동성애자야. 양성애도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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