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수저 운이 막힌 사연-4> (222/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22화

73. 금수저 운이 막힌 사연-4

“저 지금 아버님 댁에 와 있습니다. 아내 나츠하와 함께요. 물론 우리 공주님도 참석이죠.”

“…….”

“기억하십니까? 어제가 바로 박사님이 상괘를 주신 날짜라는 거?”

“아, 예.”

경도가 답했다. 그새 6일이 지난 것이다.

“어제 11시에 노키봇 대표와 인수계약을 타결했습니다. 박사님 상괘를 믿고 회사가 계획한 조건보다 좀 세게 밀었죠. 저쪽에서 반발하면 한 발 정도 물러설 생각이었는데 덥석 받아들여요.”

사카모토의 승전보가 점점 높아진다.

“그런데 이게 또 기막힌 게 제 아내 나츠하의 자문이었거든요. 박사님 말대로 조언을 부탁했더니 아내가 일본 전역의 맘카페를 다 뒤져서 단점을 파악해 주지 뭡니까? 이 회사의 제품을 써본 주부나 싱글녀들의 체험담이었는데 큰 건 아니지만 우리 인수단이 미처 체크하지 못한 디테일들이 많았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들이대니 노키봇 대표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정말이지 나츠하가 아니면 안 될 일이었습니다.”

“예.”

“그런 다음에 아버님께 보고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사카모토의 목이 갑자기 미어지기 시작했다. 경도는 알 것 같았다.

그의 부친.

깊은 뜻이 있었다.

일본 관상의 대가였던 구보야마 이카이가 열반하니 그 자리를 에이사이가 메웠다.

훌륭한 다음 세대였다.

이카이가 부러웠다. 그 자신도 곧 목숨이 질 때가 왔거늘 사카모토의 발전은 요원했던 것이다.

그 고민이 풍이 되어 건강을 쳤다.

그러나 횡액이 깊지 않아 회복을 했다.

그때 생각했다. 이 기회에 아들의 그릇을 보리라.

정 가능성이 없으면 더 늦기 전에 대안을 찾으리라.

“여보.”

아내를 당겨 모의를 했다.

주치의는 그의 사람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셋이 작당해 회복될 가망이 없는 것으로 하고 퇴원을 했다.

다냐 아니냐.

그는 운명을 걸었다.

“보고를 하던 순간, 저는 놀라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버님이 다 들을 걸로 생각지 못했는데 제 손을 잡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카모토의 부친은 이때까지도 전신마비에 언어마비 행세였다. 사카모토가 놀란 건 당연했다.

“제가 한 계약이 아버님의 계획보다 13% 정도 회사에 이익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것도 놀랍지만 아버님 말씀이…….”

사카모토의 목소리가 다시 젖는다.

그제야 팩트를 알게 된 모양이었다.

“아버님이 용서를 빌더군요. 속여서 미안하다고. 그러나 이제야 제가 능력발휘가 되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시다고.”

“…….”

“그런데 박사님도 아버님과 통화를 하셨다고요?”

“저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야 두루 고마울 뿐이죠. 아내의 소중함도 부모님의 소중함도 모두 박사님 덕분에 깨우친 것 같습니다.”

“그건 상무님의 공입니다. 그날 간문을 제대로 그으셨어요. 사실 그렇게 깊게 그을 줄은 몰랐거든요.”

“제 안의 사념이 깊었으니까요. 그건 제가 알고 있었습니다.”

“예…….”

“아, 그리고 저 오늘자로 부회장 발령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박사님의 후원회에 보낸 주식은 제가 대리했지만 아버님께서 기부하신 겁니다. 지금 통화하시고 싶으시다네요.”

약간의 간격 후에 그 부친의 얼굴이 나왔다. 사카모토가 화상통화를 누른 것이다.

“오경도 박사님.”

부친의 태도가 공손하다.

“회장님.”

“덕분에 늘그막의 제가 평안하게 되었습니다.”

“별 말씀을…….”

“평생 이카이의 관상이 제일인 줄 알았는데 그걸 깨주니 시원섭섭합니다. 사실 그때 통화 중에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는 아차 싶었다오.”

“그분의 관상이 훌륭한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제자인 에이사이 스님이 당신 같은 대가와 교분을 나눌 수 있었겠지요.”

“에이사이 스님께서도 회장님의 뜻을 알고 계셨겠지만 아마도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확실한 방법이라고요?”

“그 분은 피차 아는 처지라 극단의 처방을 내기 어려웠겠지요. 하지만 우리 한국까지 오게 되었으니 사카모토 부회장님의 각오도 그만큼 크지 않았을까요?”

“에이사이 스님이 영험하기는 하군요. 그 분을 미리 만났는데 오 박사님이 그렇게 둘러댈 거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자신은 이번 해법을 읽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겸손이시지요.”

“아무튼 덕분에 저는 완전하게 쾌차를 했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드린 것이니 기부금은 기꺼이 접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돈은 뜻 깊은 곳에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마무리를 하는 회장의 이마를 보았다. 그의 산림이 궁금했다.

온갖 잡색이 몰려들어 해독이 어렵던 그 관상.

‘아.’

경도가 감탄을 토했다.

이마의 산림에 햇살이 보였다. 온갖 꿉꿉한 잡색들이 사라지고 윤기가 청청한 것이다.

이번 상괘를 관통하는 두 상괘 중의 하나였던 산림의 찰색. 그보다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다시 아들을 바꾸죠.”

전화기 속의 얼굴이 바뀌었다.

“아버님 말씀 들으셨죠?”

사카모토가 얼굴을 내민다.

그의 찰색도 변했다.

천창과 지고, 양 관골에 서광이 들었다. 재물운이 트인다는 신호였으니 부모에게 받은 창고와 지갑이 제대로 빵빵해질 일이었다.

읍면동의 실태조사를 3분의 1가량 끝낸 상태에서 결혼연가 결재를 올렸다.

후원회 일로 준비할 게 많아 법정연가에 이틀을 더 붙였다.

“과장님, 국장님 호출인데요?”

업무결재를 다녀온 민지가 경도에게 말했다.

내일부터 연가다.

엄 국장을 위시해 육 국장과 조 국장 등에게 인사를 했다.

시장 방에도 들러 보고를 했다.

청첩장은 이미 돌렸다. 열흘 가까운 연가를 가는 것이니 인사를 빼먹을 수 없었다.

염정아 팀장과 마지웅, 득렬 팀장 등에게도 들르고 조유란과 나도규, 민현아 등의 동기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결혼은 복잡하다. 인사도 그랬다. 직접 전하지 않으면 기분 나쁘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기에 가까운 지인은 전부 챙겨야했다.

“부르셨습니까?”

시청을 한 바퀴 돌고 석 국장 방에 들어섰다.

“앉아.”

석 국장이 자리를 권했다.

“토요일에 결혼한다고?”

“예.”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듣자니 신부가 대단한 재원이던데?”

“공부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SS 병원에 근무?”

“예…….”

“부럽군. 나도 신혼 생각이 나더군. 우리 때는 결혼 휴가도 국과장 마음이었어. 심지어는 출산 휴가도 그랬지.”

“바쁜데 자리를 오래 비워 죄송합니다.”

“무슨 말인가? 내가 오 과장하고 일한 적은 없지만 평판으로도 알 수 있네. 우리 엄 국장님 입에 침이 마르더군. 그 양반이 다른 사람 칭찬하는 거 자주 보는 일 아니거든.”

“제가 잘 모시지 못했습니다. 잘 하라는 뜻으로 그러시는 거 같습니다.”

“방금 배 팀장이 중간보고 다녀갔는데 지역주민 실태조사는 잘 진행 되고 있더군?”

“이장단과 부녀회장님들 협조 덕분입니다.”

“그게 능력 아닌가? 아마 내가 부르면 한 명도 오지 않을 걸?”

“무슨 그런 말씀을…….”

“아무튼 시장님이 큰 마음 먹고 만든 자리니 실효적인 정책 한 번만 들어보게나. 용 과장은 신경 쓰지 말고.”

“알겠습니다.”

“신부가 미인이라 그런지 오 과장 얼굴이 훤해. 신혼살림도 업무처럼 멋지게 살게나.”

“감사합니다.”

대답을 하던 경도의 시선에 국장 얼굴이 들어왔다.

“……!”

경도가 잠시 시선을 멈췄다.

“왜 그러나?”

“그게…….”

경도가 말을 더듬었다.

석용남 국장. 변방에서 복지국장으로 영전을 했다.

그렇기에 관록궁과 인당, 명궁 등의 기색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 기색이 확장형이었다.

천이궁은 물론이오, 귀까지 밝게 물들이는 것은 물론 식록과 법령에도 윤기가 깃들고 있었다.

명백한 관운이었다.

영전보다 더 큰 관운이 다가오는 것이다.

“국장님…….”

“왜 그러냐니까?”

“제 얼굴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국장님 인상이 훤하십니다. 가까운 장래에 굉장한 소식이 있을 겁니다.”

“내가? 변방에서 복지국장까지 왔는데 더 뭐? 오 과장이 복지정책 기막힌 것을 내서 나도 시장님 인정 좀 받으려나?”

“그보다 100배는 대길할 기색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로또라도 한 장 사봐야겠군. 말이라도 고맙네.”

석 국장이 웃었다.

“그럼…….”

인사를 하며 한 번 더 국장의 관상을 보았다. 조금 전보다도 조금 더 밝아졌다.

‘3급 부이사관.’

득렬에게 초안을 맡긴 거사(?)가 떠올랐다.

이 시장의 오른팔 왼팔은 조 국장과 육 국장이었다. 이번에 승진을 했으니 3급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석 국장이라면 달랐다. 그는 영전이지 승진이 아니었다.

게다가 찬밥 부서만을 돌며 음지에서 노력한 사람이다.

그라면 이 시장이 생각하던 최적의 적임자가 될 수 있었다.

‘역시…….’

이 시장이었다. 그는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퇴근 후, 경도는 후원회관 앞에서 유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조경철이 있었다. 후원회 직원들은 정시에 칼퇴근을 시켰다.

그들 역시 손님맞이를 돕겠다고 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 많다. 개중에는 피치 못 할 일도 있지만 또 더러는 오너나 상사의 취향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그게 쌓이면 직원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따라서 퇴근의 자유만은 지켜주는 경도였다.

“명혜도 오는 모양인데?”

조경철이 빙그레 웃었다. 안계홍의 포터가 먼저 등장한 것이다.

“선생님.”

그녀가 폴짝 뛰어내렸다. 그러더니 쏜살처럼 달려와 경도 품에 안긴다.

쪽.

이마에 뽀뽀는 덤이다.

“안명혜? 나는 안 해주냐?”

조경철이 시샘을 부린다.

“엄마가 아무하고나 뽀뽀하면 안 된댔어요.”

“내가 아무냐?”

“그럼 회장님은 내가 아무하고나 뽀뽀하면 좋겠어요?”

“……?”

조경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시작부터 1패를 안는 그였다.

“오 박사님.”

안계홍 부부가 내렸다. 가족이 총출동을 한 모양이었다.

“사모님도 오셨네요?”

경도가 정답게 부부를 맞았다.

“아유, 사모님은요.”

명혜 어머니가 손사래를 친다.

“대표님 차야.”

명혜가 소리쳤다. 탁홍걸이 차를 내준 걸까?

유빈의 애마가 아니라 탁 대표의 밴이 들어섰다.

그리고.

“오 박사님.”

유빈과 TNST가 쏟아져 나왔다.

명혜가 어쩔 사이도 없이 경도의 사지(?)를 하나씩 차지하고 껑충거리니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동작그만.”

유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못해요.”

곽수잉과 멤버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들러리로 데려와줬더니 정말.”

유빈이 팔을 걷어부치자 그제야 경도를 놔주는 TNTS였다.

“대표님이 같이 오고 싶어했는데 투자자들과의 미팅이 안 끝나는 바람에 못 오시게 되었다며 인사나 전해달라셨어요.”

“괜찮습니다. 바쁜 분까지 출동하면 제가 미안하죠.”

경도가 회관을 가리켰다.

유빈을 부른 건 결혼 축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TNTS가 따라오면서 불꽃 경쟁이 되고 말았다.

“언니가 노래로는 우리한테 안 되지.”

“후배 좀 키워주세요.”

“원로는 그런데 나서는 거 아니에요.”

TNTS의 벌떼 반대가 나왔다.

“좋아. 그럼 너희가 해라.”

유빈이 통 큰 양보를 했다.

“진짜요? 고맙습니다.”

TNTS가 합창하자,

“대신 피날레는 내가 장식한다.”

유빈이 재빨리 실속을 차렸다.

“좋아요. 그거라도 어디야?”

곽수잉이 대안을 수용했다. 경도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게 목적이니 출연차례를 다툴 일은 아니었다.

축가까지 동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경도의 결혼식.

초대형 축제로 가고 있었다.

초대형 축제의 이면에는 초대형 음모(?)가 있었다.

이건 아직 공개할 수 없었다.

“박사님, 우리 명혜 개봉 관상 좀 봐주세요.”

유빈이 명혜를 앞세웠다. 명혜가 샘물 같은 눈으로 경도를 바라본다.

안계홍 부부도 숨을 죽인다. 마침내 내일, 명혜의 영화가 시사회에 돌입한다.

그리고 금요일에 개봉이다. 명혜는 아직 관객 몇만의 의미를 잘 모른다.

그저 경도가 관상을 본다니 진지해질 뿐이다.

천만 영화.

엄청난 기록이지만 식상할 정도로 많은 영화들이 등극을 했다.

그러다 보니 대박의 기본이 되어버렸다.

촬영 중간에 미소년들과의 남색 정체가 밝혀져 교체가 된 난민 여성 성폭행방지 친선대사 남자주인공.

그 우여곡절 끝에 시사회가 다가온 명혜의 데뷔작은 어떤 운명일까?

“이거 필요하죠?”

유빈이 교체된 남자주인공의 사진을 내민다.

경도의 관상을 한두 번 본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경도의 관상안이 출격을 한다.

감칠맛 조연에서 급거 여주인공급으로 격상된 명혜와 소방관 아빠역의 남자주인공.

소위 딴따라 인기의 척도는 광대뼈에서 명문으로 번지는 윤기다.

둘의 그 부위에 핑크빛이 들었다.

경도가 저절로 웃는다. 보조로 인당과 관록궁을 체크한다. 여기도 미색이 돈다.

마지막은 재복궁이었다. 영화가 빅 히트를 치면 당연히 수입이 늘어난다.

그건 준두에서 신호를 받는다.

준두는 물론 콧구멍 가장자리에도 핑크빛이 내려왔다. 가까운 미래에 거액이 들어올 징조였다.

“두 남녀주인공의 기색을 보니…….”

경도의 상괘가 나오자 일동이 숨을 죽였다.

그동안 기가 막히는 인기예측 적중률로 모두의 혼을 빼놓았던 경도.

마침내 명혜의 데뷔작에 대한 평가를 토해놓았다.

“천만까지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와아아.”

유빈과 명혜, TNTS 등이 서로를 껴안고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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