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렙 공무원님 220화
73. 금수저 운이 막힌 사연-2
재물복의 관상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가 흙수저, 즉 자수성가형이다.
맨땅에서 부를 이룬다.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자수성가형의 첫 조건은 재복궁이다. 즉 코가 좋아야 한다. 코가 강하고 두툼한 살집이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올라간다. 얼굴 전체의 조화에 비해서는 약간 큰 게 좋다.
조금 작더라도 코끝인 준두가 풍성하면 중박은 칠 수 있다. 코의 기세에 더해 이마가 좋고 광대가 적당히 솟은 데다 턱의 살집까지 둥글게 잡히면 대박 예약이다.
두 번째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형이다. 부모의 부를 물려받는 것이다. 이 스타일의 거부는 얼굴만 봐도 그림이 나온다. 한 마디로 훤하다.
얼굴의 전반적인 비율이 좋고 조화를 이룬다. 삼정과 오악, 오관의 구성이 예술이다. 오관은 눈, 눈썹, 코, 입, 귀를 말한다.
눈은 우안이나 명봉안 등이 좋다. 그 위의 눈썹은 적당한 양의 숱이 수려하면서 눈을 덮어줄 정도의 길이여야 한다. 너무 짧으면 좋지 않다.
콧대는 휘어지거나 깎이는 곳 없이 바로 서야 하고 코끝 준두가 풍성하며 둥근 형태가 이상적이다.
입술은 도톰한 게 좋지만 얇더라도 직선으로 길면 나쁘지 않다. 귀는 둥근 형태에 살집과 힘이 있는 게 금수저상이다.
금수저의 운명도 코가 중요하다. 코의 기세가 약하면 지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코가 약해도 나머지 상이 조화와 균형을 갖췄다면 유지가 가능하다.
하나 코의 기세가 좋으면 그 자손에게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려줄 수도 있다.
사카모토는 코가 작품이었다.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린다면 아버지의 부를 넘어 자신만의 역사를 이룰 상은 갖춘 셈이었다.
기회는 주어졌다.
지금이었다.
“이제 시작할까요?”
경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시작을 알렸다.
“예, 박사님.”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투자관계입니다.”
“투자?”
“아버님께서 벌려놓은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돌연 저리되시니 그 책임이 제게 넘어왔습니다. 그러나 사운이 걸린 일이다 보니 결정이 어렵습니다. 제 전공이 이쪽도 아니었고요.”
“계속하시죠.”
“우리 회사는 전통적인 신선식품을 취급하다 플랫폼에 진출했습니다. 모험이지만 성공을 했죠. 저희 아버님의 성향이 그렇습니다. 도전정신이 가득하시죠.”
“…….”
“아버님이 쓰러진 후에 아버님의 가신께서 저를 찾아와 기밀사항을 전하더군요. 수삼 년 전부터 회사의 미래동력을 찾고 있었는데 그게 또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산업이라는 겁니다.”
“…….”
“일본을 대표하는 플랫폼에 신선식품회사인 우리가 로봇이라…… 황당하지만 아버지는 늘 한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셨으니까요. 문제는 가부간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아버님이 저리되었으니 오직 제 판단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제 참모들은 이구동성으로 반대입니다. 그러잖아도 코로나 이후로 자금이 빡빡한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분야로 진출했다가 일이 꼬이면 추격해 오는 2-3위 기업에게 시장지배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겁니다.”
“…….”
“어떻습니까? 제가 로봇회사 인수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인수를 해야만 하는 겁니까?”
사카모토가 경도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무겁다.
경영 쪽에서는 아직 어린 나이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임원의 직함은 달았지만 실무경험이 부족하다. 그런 차에 회사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하라니 그 무게에 눌린 것이다.
“…….”
“회사에서 접촉하는 곳은 세 곳입니다만 어느 곳을 파트너로 잡아야 할지…….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이런 결정을 내릴 수준이 못 됩니다. 기껏해야 현(縣) 단위의 사업을 주재하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그조차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요.”
고민을 토로를 마친 사카모토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래도 이 남자, 자신에 대한 파악은 제대로 된 편이었다. 능력도 없이 나대면 대책이 없으련만 자신의 현주소를 알고 있으니 최악은 아니었다.
“상무님.”
그제야 경도의 말문이 열렸다.
“예.”
“죄송하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와 상의를 하십니까?”
“그야 참모들과…….”
“가족들 중에서 말입니다.”
“가족들 중에는…….”
사카모토가 고개를 숙인다.
“없으시군요.”
“아버님은 너무 큰 거인이라 제 속을 꿰뚫는 듯해서 어렵고 어머님은 집안일만 하시는 분이라 회사일은 잘 모르십니다.”
“사모님은 어떻습니까?”
“아내도 회사일은…….”
사카모토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로봇회사 말입니다. 그쪽 대표를 만나보셨습니까?”
“세 쪽 다 두 번씩 보았습니다. 일단은 상황 파악을 해야 하니까요.”
“혹시 사진 같은 게 있을까요?”
“찾아드리죠.”
사카모토가 아이패드를 꺼내더니 검색어를 넣었다. 사진 세 장이 나왔다.
“후지카 로봇과 코노코노 로봇회사, 노키봇의 대표입니다.”
대표이사 사진들이다.
“상무님과의 궁합이라면 이 분과의 거래가 유익합니다.”
경도의 선택은 노키봇이었다. 그는 금형 타입의 인물이었다. 사카모토가 화형이니 궁합이 맞았다.
화형이라 금형과 무조건 맞는 건 아니었다. 이런 조합이라고 해도 화형 쪽의 기세가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극금의 법칙에 따라 상극이 되는 것이다.
“노키봇은 세 기업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리는 곳입니다만.”
“그래도 세 기업 중에서 상무님의 회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 않습니까?”
“그건?”
“현재 상무님 이마의 기색을 대표하는 색이 청색입니다. 이럴 때는 멀리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회사가 상무님 회사에서 동이나 남쪽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동쪽이긴 합니다만…….”
“조금 더 들어가자면 지금 상무님의 기세가 좋지 않습니다. 경영으로 이윤을 보려면 이마의 천창과 지고, 양쪽 관골의 기세가 강해야 하는데 아직 빛이 들지 않았거든요. 전장으로 치면 출병인데 큰 승리를 거두려면 이마에 홍색 꽃이 피어야 합니다. 역마와 변지, 변성과 보골, 그리고 관골…… 아직 기세가 약하니 자신에게 유리한 곳에서 거래를 하는 게 마땅합니다. 전투도 그렇지요.”
“인수를 포기하면 어떨까요?”
“인수 포기라?”
“제가 아버님 자리에서 조금 더 익숙해진 후에 말입니다.”
“좋은 결정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아버님이 위태롭다면서요? 그분은 목숨 빛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자신이 추진하던 일의 매듭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요?”
경도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부친의 관상 때문이었다. 그의 이마 산림은 상속자의 결단을 기다리는 빛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아하.”
사카모토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제 생각에는…….”
지켜보던 경도가 슬슬 진짜 상괘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사모님의 의견을 듣는 것도 괜찮습니다.”
“집사람과는 회사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습니까?”
“그야 당연하죠.”
“그렇다면 더욱 하셔야 합니다.”
“오 박사님.”
“상무님의 운은 사모님과 화합할 때 비로소 열립니다. 지금 이마에서 막히고 인당에서 정체된 대운들 말입니다. 간문에 타투처럼 새겨진 잘못된 애정 빛이 기세를 막고 있거든요?”
“아내와의 결혼이 잘못된 것이었습니까?”
“사모님이 아니라 그전에 만난 여자가 남긴 빛입니다.”
“……?”
“10년 전이군요. 정확하게 그해의 4월 말.”
“……!”
사카모토의 이마에 한기가 스쳐 갔다. 10년 전의 4월 말. 미치도록 벚꽃이 흐드러지던 그해…….
“그때 상무님은 목숨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요?”
“…….”
목숨의 상괘가 사카모토의 의지를 찔렀다. 그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동공에도 지진이 일어난다.
아버지도 모르고 어머니도 모르는 그의 불꽃 사랑.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깊은 상처로 남은 그 사랑을 경도가 건드린 것이다.
“더 해도 될까요?”
경도의 목소리는 어느새 준엄해졌다. 분위기 또한 완전 반전이었다. 단 하나의 화제로 사카모토를 옭아맨 것이다.
“…….”
“그때 만난 여자가 아직도 상무님의 간문에 살고 있습니다. 거기서 사모님과의 애정을 방해하고 온갖 운을 쳐냅니다. 이토록 긴 시간 동안 한 남자의 운을 막아서다니……. 어떻게 생긴 여자인지 제가 알 수 있을까요?”
“잠깐만요.”
이번에는 사카모토가 일어섰다. 그는 휘적휘적 밖으로 나갔다. 경도는 그저 기다렸다. 그동안에 커터칼 하나를 준비했다.
드륵.
날을 밀어 올리니 은빛이 난다. 이만하면 되었다.
20분쯤 지나서야 사카모토가 돌아왔다.
경도 앞에 앉더니 핸드폰을 열어놓았다.
화소가 낮은 사진이 나왔다.
사카모토의 폭주하던 20대 초반을 장식한 여자였다.
[키치세 요시노]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경도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이 여자, 아직도 연락이 됩니까?”
“하고 싶죠.”
사카모토의 목소리가 허망하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소재는요?”
“모릅니다. 자기를 버리고 갈 거면 절대로 자기를 찾지 말라고 했거든요.”
“버렸습니까?”
“아버님께 소개시키고 싶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키치세는…….”
“술집 여자였죠?”
“……?”
사카모토가 또 한 번 놀란다. 어떻게 보면 그는 순진하기도 했다. 에이사이가 추천한 경도였다. 그렇다면 그런 걸 짚어내는 것쯤은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무님 가슴에 남았고요.”
“…….”
“이분 소재 파악해 보세요.”
“박사님.”
“상무님 능력이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경시청이든 최고 검찰청이든 지인을 통해…….”
“…….”
“상무님도 가끔 그런 유혹을 받았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알아보세요. 꼭 필요한 일이라서 그럽니다.”
“키치세…… 이제 와서…….”
“…….”
사카모토가 핸드폰을 들었다. 지인 둘에게 전화를 건다. 그가 아는 신상을 넘겨준다. 시간은 좀 걸렸다. 저쪽에서 연락이 온 건 거의 40분이 지나서였다.
툭.
그 손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사카모토는 떨고 있었다. 그 경련 속으로 경도의 상괘가 들어왔다.
“정신병원 같은 곳에 있죠?”
“…….”
“자세히 조사가 되었다면 두 사람을 죽였을 겁니다.”
“윽.”
사카모토가 벼락같은 비명을 쏟으며 경도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 안에는 감당할 수 없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박사님…….”
“상무님의 첫사랑이었나요? 이 여자 키치세…….”
“…….”
“행운입니다.”
“……?”
“당신이 이 여자와 헤어진 것.”
“……?”
“피부에 흰 눈이 내렸군요. 아마 살결도 융단처럼 부드러웠을 겁니다.”
“…….”
“크고 예쁜 얼굴에 왕방울만 한 눈, 앙증맞도록 작은 입술, 귀엽네요. 누구든 한 번 만나면 마음을 홀릴 것 같습니다.”
“…….”
“그러나 전택궁이 넓으니 가난한 집에서 났겠죠. 차라리 연예계 쪽으로 갔으면 조금 나았을 텐데 이 관상을 가진 여자들이 흔하게 빠지는 유흥가로 갔습니다. 눈에 푸른 물이 들었죠? 이 큰 눈에 푸른 물이라니…… 한 번만 바라보면 저절로 빠져들 것 같습니다. 그 폭풍노도의 20대 초반에는 더욱.”
“…….”
“하지만 이런 관상은 음란한 데다 살성까지 끼어 있습니다. 성정도 곱지 않죠. 어린 시절에는 그게 반항적인 야성미로 보였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
“그 포장은 곧 벗겨집니다. 이 여자는 굉장한 악녀입니다. 만나는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칩니다. 스물다섯에 한 명, 스물여섯에 또 한 명을 해쳤을 겁니다. 결국은 대흉의 운명이니 미치광이가 되거나 불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
경도의 상괘가 나올 때마다 사카모토의 의지는 한 계단씩 무너졌다. 사진 한 장만으로 벗겨내는 키치세의 관상. 한 마디로 반박불가의 천기누설이었다.
그 여자가 그랬다.
싸가지는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냈지만 그게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도발적인 잠자리가 황홀했다.
그녀는 거침이 없었으니 술집의 계단에서도, 호텔의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남자를 도발했다.
젊은 치기에 그 스릴이 좋았다.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 그녀의 교태음은 젊은 사카모토를 놓아주지 않았다.
자기 기분에 맞지 않으면 고양이를 죽이고 금붕어를 폭사시킨다. 한 번은 자기가 기분 나쁜 날 떠들었다고 앵무새의 부리와 날개를 잘라버린 적도 있었다.
-살인범입니다.
지인의 말이 머릿속에서 메아리를 쳤다.
초대형 사고였다. 스물다섯 겨울에 룸메이트를 죽여 붙박이 옷장에 처박았다.
그다음 해 2월에 놀러 온 애인은 성교 중에 브래지어 끈으로 목을 감았다. 그런 그를 두고 한 달을 살았다. 결국 악취 때문에 이웃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들어왔을 때 그녀는 시신의 입에 마카롱을 물리고 있었다. 그녀는 구속 대신 정신병원으로 직행했다.
차마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그 질풍노도 시절의 첫사랑.
-도쿄 외곽의 정신병동에 4년째 입원 중입니다. 너무 광포해서 특별 병실에 있다고 합니다.
고교 후배인 검사가 알려준 그녀의 현황이었다.
악녀.
살성.
음란.
미치광이.
경도가 말해준 단어들은 단 하나의 빗나감도 없었다.
당시에는 그런 일탈과 반항조차 매력적이었지만 이렇게 돌아보니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그녀와 헤어진 후에 상실감으로 투신했던 아다치구의 다리.
사카모토를 구한 건 그의 친구 모모리였다. 그가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가 일주인 동안 침대에 묶어놓았다. 경도가 말한 10년 4월이었다.
“키치세가…… 제 운을 막고 있다…….”
사카모토의 입이 간신히 열렸다.
“그렇습니다.”
“그걸 깰 비책이 아내와의 화합이다?”
“그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뭐죠?”
사카모토가 고개를 들었다. 밀랍인형처럼 창백하다. 의지마저 완전하게 제압된 표정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경도가 뭔가를 내밀었다.
커터칼이었다.
담담한 지시가 이어졌다.
“왼쪽 간문을 베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