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의 직급 5급 사무관이 되었습니다-2> (215/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15화

71. 꿈의 직급 5급 사무관이 되었습니다-2

“시장님?”

경도는 알아듣지 못했다. 너무 뜻밖의 지시이기 때문이었다.

“자네도 응시하라고. 알겠나?”

이 시장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가 말입니까?”

“그만한 자신 없나?”

“……?”

“응시만 하라는 것일세. 될지 안 될지는 나도 모르지. 다만 나도 몰랐는데 선거를 도와준 참모들과 시의원님이 그러더라고. OK 후원회에 상포읍 장학회까지 병합한 자네도 자격이 되는 거 아니냐고? 시장이 되면 지지자들 말 무시할 수 없는 거 알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부이사관 자리 신설안도 같이 서두르게. 이번 인사 끝나고 후속 인사로 가야겠네. 직원들 반응이 좋을 때 확실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알겠습니다.”

“나가보게.”

이 시장이 문을 가리켰다. 군말도 못 하고 복도로 나왔다.

-지역복지정책과장.

-개방형 채용.

기막힌 발상이기는 했다. 경도 역시 생각하던 바였다. 조직의 활성을 위해서 두세 개 정도는 그런 자리가 필요했다.

‘역시 시장님이시군.’

고개를 끄덕였다. 행정에 능통하다 보니 전체를 조망하는 레벨이 권 시장과는 달랐다.

막 인사팀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접대 소파에 반가운 사람이 보였다.

“천 거사님.”

경도가 먼저 소리쳤다.

“오 박사.”

신문을 뒤적이던 그가 일어섰다. 일본에서 돌아온 모양이었다.

“언제 오신 겁니까? 오셨으면 연락하지 않고요?”

“지금 왔네.”

“예?”

“선거기간 아니었나? 청와대 물 먹은 박 후보의 참모들이 전화에 불을 질러대더군. 우리 오 박사 직업이 공무원만 아니면 추천을 했을 텐데 괜히 번거로울까 봐 입도 벙긋 안 했네.”

“그러셨군요.”

“승진하셨군? 천이궁에 관록궁까지 맑은 여의주가 들어간 기색이네.”

“예, 전에 인사팀장이 되었습니다.”

“누가 밀었나?”

“예?”

“인사팀장 말일세?”

“그야 전임 시장님이…….”

“인사권자 말고 실질적으로 지원한 사람 말일세.”

“그건 이 국장님이…….”

“이 국장이면 시장 당선자?”

“예.”

“내가 나서지 않기를 잘했군.”

“예?”

“오 박사 직속 상사가 시장에 출마하는데 오 박사가 챙기지 않았겠나? 가능성이 없었다면 오 박사가 말렸겠지.”

“…….”

“근무 중이라 차 한 잔 안 되지?”

“아닙니다. 상담실로 들어가시죠. 그 정도 시간은 있습니다.”

경도가 천 거사를 안내했다. 그런 다음 커피를 타려 하는데 보라가 알고 쟁반째 건네주었다.

“보라 씨.”

경도가 놀라자 보라는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눈썰미가 S급이니 고맙기만 한 신규였다.

“사모님은요?”

커피를 내주며 경도가 물었다.

“오 박사 덕분에 팔팔하다네. 저쪽 바닷가에 작은 집을 하나 얻었는데 날마다 바지락 캐느라 바빠.”

“다행이군요. 그럼 에이사이 스님은 어떻습니까?”

“그러잖아도 에이사이의 부탁을 가지고 왔네.”

“저한테요?”

“이제 혼푸쿠지의 주지 스님 아닌가? 스승께서 열반하시니 그분의 후원자들까지 몰려와 경내에 자가용 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네.”

“좋은 현상이군요.”

“나도 미력하나마 조금 도왔지. 밥값은 해야 하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런데 스승님의 오랜 지지자 한 분이 어려운 관상을 부탁했다지 뭔가? 그런데 자기보다 우리 오 박사가 월등하니 오 박사께서 수고 좀 해줬으면 하더군.”

“제가요?”

“우리 후배 좀 구제해 주시겠나?”

“어떤 일인지는 아십니까?”

“그거야 오 박사가 확인할 일이지. 듣자니 일본 최고의 플랫폼인가 뭔가 하는 사업가라고 하던데 마음에 드는 상괘가 나오면 복채는 얼마든 낸다고 하네. 잘하면 자네 후원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전달하는 걸세.”

“복채는 상관없고 천 거사님 부탁이라면 당연히 따르겠습니다.”

“쭉정이 관상가를 그리 대우해주니 고맙네.”

“거사님이 쭉정이라면 제 스승께서 저를 보내는 수고를 하셨을 리가 없지요.”

“내가 내 주제를 아니 칭찬은 됐고, 이거나 받으시게.”

천 거사가 봉투를 내밀었다. 경도가 보니 재산기증서약서였다.

“천 거사님.”

“서해로 가면서 이것저것 다 처분을 했네. 내가 귀화해 한국인이 되니 한국 정부에서 매달 연금이라고 용돈도 챙겨주고…… 돈 모자라면 동네 사람 관상이나 좀 봐주면 노후는 걱정 없네. 무엇보다 나도 음덕 좀 쌓아야 할 거 아닌가?”

“아닙니다. 이 돈은 노후에 보태십시오.”

“돈으로 사는 노후와 음덕으로 사는 노후 중에 어떤 게 더 좋은 건가?”

천 거사의 반론이 나왔다. 경도가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니 그 돈은 뜻깊은 곳에 보태고 대신 일본에서 오는 분의 관상이나 잘 봐주시게. 그래야 에이사이 얼굴도 살고 내 체면도 설 게 아닌가?”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승진한 지가 꽤 되었다고?”

“예.”

“흐음, 아닌데…… 오 박사 이마의 찰색은 과거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야.”

“예?”

“아무렴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

“…….”

“아무튼 나는 가네. 일본에서 사람이 오면 그때 모시고 오겠네. 어쩌면 에이사이가 동행할지도 모르지만.”

“한 번 뵈었으면 좋겠군요.”

“자, 그럼 쭉정이 관상가는 물러가네.”

천 거사가 일어섰다. 경도가 로비까지 따라가 배웅을 했다. 천 거사의 차는 낡은 지프였다. 차는 해수천식 같은 소음을 내며 멀어졌다.

천 거사가 기증한 재산은 약 5억이었다. 믿고 맡겨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덕분에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 경도도 뿌듯했다.

‘플랫폼 사업가?’

일본인 사업가는 어떤 천기가 궁금한 것일까? 혼자 생각하며 인사팀으로 걸었다. 일본인 사업가의 관상 의뢰 덕분에 천 거사가 준 상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개방형 5급 공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장의 권유를 거부할 수 없으니 경도도 서류를 내기는 했다. 이 업무의 전 과정은 재인에게 일임했다.

경도가 응시하게 되었으니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육 과장도 견해를 같이했다. 개방형 직위 채용 건에 대해서는 육 과장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경도의 상괘대로 육 과장도 국장 승진 후보에 속했다. 시장 취임 초반이라 그만큼 바쁜 사람도 드무니 그럴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개방형 인사를 심사할 인사위원들에 외부의 중량급 인물을 초빙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물을 뽑으려는 시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기대되는데?’

경도의 소감이었다.

경도는 팀장과 하위직 인사의 마무리 퍼즐을 꿰어나갔다.

마지웅과 염정아는 6급 승진이 확실했다. 재은도 7급으로 올렸다. 반가운 얼굴은 민지였다.

그녀도 6급 승진 짬이 된 것이다. 지난번에 7급을 단 은빛은 아직 몇 년 더 기다려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도는 개방형 공채에 대한 응시를 머릿수 채우기로 생각했었다. 그걸 깨버린 사람은 뜻밖에도 엄낙기 과장이었다.

“오 팀장.”

수요일 출근 시간이었다. 차에서 내릴 때 엄 과장 목소리가 들렸다. 그도 출근하던 참이었다.

“마셔.”

홍삼즙을 내민다.

“과장님이나 드세요. 사모님이 챙겨주신 거 같은데?”

“그 사모님이 자네 주라고 한 박스 준 거네. 그런데 이런 시국에 비싼 음료 건네면 뇌물 먹였다는 소리 들을까 봐 하나만 주는 거야. 그것조차 안 주면 내가 우리 집사람 바가지를 당해내겠나?”

“그럼 마시겠습니다.”

경도가 홍삼 진액을 받아 쪽 빨아 마셨다.

“오? 효과 직빵인데? 얼굴이 확 밝아지잖아? 혹시 이번에 오 팀장도 승진?”

“과장님, 제가 팀장 단지 몇 년이나 되었다고…….”

“개방형 사무관 자리 만들었잖나? 자네가 가면 딱일 거 같던데 심사후보에 들었나?”

“예?”

“놀라긴. 솔직히 내가 눈치로 때려보면 이 시장님이 자네 위해 만든 자리 같거든?”

“과장님, 심의위원들 면면을 보시면 그런 말 못 하실 겁니다. 굉장한 분들이 둘이나 초빙되었습니다.”

“됐고. 응시했어, 안 했어?”

“그야…… 구색을 맞추라시기에…….”

“했지?”

“예.”

“빙고, 그럼 그건 자네 자리야.”

“과장님.”

경도가 놀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언감생심이라고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만, 오늘이 면접날 아닌가?”

“아마 그럴 걸요?”

“뭐야? 인사팀장이 그것도 몰라?”

“그게…… 우리 재은 씨가 담당이라…….”

“흐음, 그림 나오네. 인사팀장까지 배제한다…… 나중에 뒷말 없게 하려는 포석이잖아?”

“과장님.”

“그런데 넥타이가 그게 뭔가? 잠깐만…….”

엄 과장이 자기 차 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넥타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거 우리 처제한테 선물 받았던 거라네. 색깔이 너무 튀어서 차마 못 매고 있었는데 이걸로 매게. 마음에 안 들면 면접 볼 때만 매고 걷어치우고.”

“과장님.”

“나도 이제 헛소리 잘 안 하거든. 그러니까 머릿수 채울 때 채우더라도 제대로 해보시게. 내가 보기엔 그 자리에는 자네가 딱이야. 딱.”

엄낙기가 잘라 말했다.

9시 30분이 되자 재은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경도의 면접번호는 5번이었다.

개방형 사무관 공채의 응시자는 무려 40여 명이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모두 8명이다. 경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팀장님, 저 면접관들 지원하러 갑니다.”

서류를 챙겨 든 재은이 보고를 했다.

“알았어.”

“팀장님도 시간 잘 맞춰오세요.”

“나 진짜 가야 해?”

“그럼요. 엄정한 서류심사 통과자신데요.”

“알았어.”

경도가 답하자 재은이 보라와 함께 문을 나갔다.

면접.

준비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걸로 생각한 까닭이었다.

경도가 뽑힌 건 OK 후원회의 설립과 경력 때문이었다. OK 후원회는 상포읍 장학회와 합치면서 어엿한 법인이 되었다.

공무원 6급 이상 5년 경력자 조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사회복지나 후원사업 경력 5년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엄 과장이 준 넥타이를 맸다. K시 공무원 중에는 경도 혼자 응시를 했다. 그 이름이 무거우니 포기는 할 수 없었다.

‘그럼 어떤 인재들이 오셨나 보기나 할까?’

경도가 일어섰다.

“팀장님, 잘하고 오세요.”

혼자 남은 김수홍이 힘을 보태주었다.

“……!”

면접대기실에 들어선 경도가 긴장을 했다. 두 명이 결시를 했으니 대기실의 응시자는 여섯이었다. 파릇한 3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관상은 보지 않았다. 아직은 K시의 공무원이 된 게 아니니 확정된 다음에 봐도 될 일이었다. 결정권자는 경도가 아니었다.

“면접번호 1번 응시자님 들어가세요.”

현장 진행을 맡은 보라가 응시자들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 앉았던 응시자가 옷깃을 여미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은 오래 걸렸다. 그는 거의 20여 분 후에 나왔다.

“2번 입장하세요.”

보라가 다음 차례를 알렸다.

2번은 50대 후반이었다. 그는 10여 분만에 나왔다. 그래도 표정은 흡족해 보였다.

면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공무원 면접관 선발도 많이 해본 경도였기에 그들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

“5번 들어가세요.”

경도 차례가 되니 보라가 빙긋 웃는다. 다른 응시자가 있으니 아는 척하지 못하니 저 미소가 응원의 표시였다.

“오경도입니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다. 마음을 비우고 왔으니 9급 공채 때보다 덜 떨렸다.

면접관들의 면면은 기가 막혔다. 정말이지 관록과 위엄이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K시의 현직 공무원이시군요?”

중앙의 면접관이 물었다.

“예. 6급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력이 특이하시군요? 현직 공무원인데 이 지역 최고 최대 후원회의 설립자이자 실질 운영자입니다? 혹시 집안에서 하던 것을 물려받으신 겁니까?”

“아닙니다. OK 후원회는 제가 말단 공무원 때 설립한 겁니다.”

“저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재단의 출연금이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상위권 쪽입니다. 게다가 활동내역이 주로 K시에 집중되어 그렇지 전국 최고 실적이고요.”

“규모는 생각해 본 적 없고 열심히 한 것은 맞습니다. 제가 행정직으로 사회복지업무에 투입된 적이 있는데 국가지원제도만으로는 실효적인 지원이 어려운 경우를 많이 봤었습니다. 그때 이런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여기 보면 현재 유명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유빈과 아역배우 명혜, 나아가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백지애 의원 등이 수혜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다 본인들이 밝힌 내용이라는 이거 맞는 겁니까?”

“…….”

경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증빙서류를 내야 했다. 조경철에게 부탁을 하고는 그대로 제출했다.

나름 꽤 두꺼워 확인을 하지 않았다. 조경철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갔다. 저런 내용들은 빼도 좋았을 일이었다.

“맞습니다만 수혜자들의 프라이버시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출연금 조달과 수익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출연금은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수익은 투자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운용합니다. 모든 기부금은 개인별로 관리하고 후원금으로 나가는 금액에 대해서는 사용처를 통보해 드리고 있습니다.”

경도의 답은 주저가 없었다. 당연했다. 남들처럼 끼워 맞춘 스펙이 아니라 온몸으로 이룬 결과기 때문이었다.

면접관들의 질문은 이 후원회 사업에 집중되었다. 현직 공무원이 설립한 재단치고는 너무 견실했던 것이다.

경도는 가장 많은 질문에 답하고서야 면접실을 나왔다.

다음 날 퇴근 시간이 가까울 무렵에 이 시장의 호출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경도가 시장실에 들어섰다.

“보시게.”

이 시장이 출력물을 내밀었다. 최종 인사안 결재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

경도의 숨이 멈췄다. 제일 먼저 눈을 차고 들어온 자치행정국장 자리 때문이었다.

<지방자치행정국장 엄낙기>

엄낙기였다.

시선이 재빨리 움직인다.

<지방복지국장 석용남>

빅쓰리의 한 자리인 복지국장 인선도 뜻밖이다. 석 국장 역시 이 시장 라인이 아니었다.

그는 팀장 때부터 역대 시장들에게 까칠하기로 유명했다. 오직 일만 한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서도 찬밥 부서의 국장으로 남으리라고 예상했던 경도였다.

<지방경제국장 조기룡>

감사담당관실 조 실장은 승진을 먹었다.

<지방안전총괄국장 육세창>

육 과장도 약진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엄낙기, 복지국장에 석용남을 앉혔다. 조기룡이나 육세창을 생각했던 경도로서는 굉장한 의외였다.

“시장님?”

경도가 이 시장을 바라보았다. 육 과장과 조 실장보다 엄낙기와 석용남을 중용한 게 궁금했다.

“엄 국장과 석 국장 때문이지?”

이 시장은 경도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화합이십니까?”

“육 과장이나 조 실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예…….”

“나도 그랬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전 직원 화합이 되겠나? 뭔가 좀 하려는 것 같더니 결국은 자기 라인만 끼도 돈다고 하겠지. 그래서 엄 과장을 중용했네. 이제는 과장급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이고 시청 각 라인에 두루 발을 걸치고 있는 마당발이 아닌가? 누구보다 잘해낼 걸세.”

“예…….”

“석 국장도 마찬가지야. 그 양반이 자기 일 하나는 기막히게 하지. 시장 일은 몰라도 부하들 일은 잘 챙기고. 그러니 그만한 적격자가 있을까?”

“그렇군요.”

경도가 웃었다. 경도의 수준을 뛰어넘는 기막힌 용병술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사무관 승진자 명단을 살펴보았다. 국장단처럼 절묘한 승진 낙점에 경도는 혀를 내두를 뿐이다.

하지만 진짜 경악할 일은 따로 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개방형 지역복지정책과장직이 그것이었다.

‘이것?’

경도의 시선은 그 직에 멈춰 떨어지지 않았다.

이 시장의 진정한 파격이 거기 있었다.

<지방지역복지정책과장 오경도>

떨리는 귓전으로 이 시장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축하하네. 내일 자 발령이니 오늘 자로 현직 사표 내면 될 걸세. 잡다한 절차는 강 주임에게 따로 지시해 두었으니 그리 아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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