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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함은 용서 못 해요-1> (205/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05화

66. 모함은 용서 못 해요-1

“오 팀장님.”

본격 선거전이 달아오를 때 마지웅이 경도를 찾아왔다.

“웬일이야?”

“시간 좀 돼?”

“왜? 중요한 일이야?”

“조금…….”

“나갈까, 들어갈까?”

경도가 상담실을 가리켰다.

“나가자.”

마지웅의 선택은 밖이었다.

주차장 옆의 작은 벤치로 나왔다.

“뭔데?”

경도가 물었다. 저만치 네거리에서 선거홍보 차량이 유세에 열을 올린다. 이창교 후보다.

그에게도 대학생 수어봉사단이 붙었다. 백지애가 구상해준 지원단이었다.

그녀는 이제 장애인들의 대모역이었다. 이번에 당선이 되면 그 위치는 더 단단해질 터였다.

그렇기에 수많은 지역구 후보자들이 그녀에게 SOS를 날렸다. 백지애는 지역 장애대학생들을 기꺼이 연결해 주었다.

물론 그녀에게 첫 번째는 당연히 김윤광이었다. 종로에서 상대당의 간판 이서복과 재대결을 벌이는 김윤광이었다.

이제는 위상이 변해 초반부터 압도적 강세였다. 그럼에도 김윤광은 허세를 부리거나 거만을 떨지 않았다. 지난번 총선처럼 겸손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이서복의 지지세력과 맞서고 있다.

그 팽팽함 속에서도 백지애가 이창교를 지원하는 건 경도 때문이었다.

김윤광은 경도와 이창교의 역학관계를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었다. 이제는 김윤광의 참모이기도 한 백지애다웠다.

“이 국장님이시네?”

마지웅이 유세현장 쪽을 바라보았다.

“잘하시지?”

“오 팀장은 알지?”

“뭐?”

“이번 시장 선거 말이야. 누가 당선될지?”

“글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붙겠지.”

“소문 쎄 하더라?”

“무슨 소문?”

“얼마 전에 오 팀장의 OK후원회 회관 준공식 있었다며?”

“그래서?”

“거기 다녀온 후로 권 시장님이 변한 거 같아.”

“무슨 일인데?”

“여유가 없어졌다고나 할까? 사람이 좀 변했어. 그러다 보니 아부 떠는 인간들 말에 귀가 열린 거 같아서.”

“변화구 말고 돌직구로 던져봐라.”

“요즘 내가 입장 곤란이다. 아침에는 조 실장님이 선거사범 엄단하고 공직기강 잡으라고 하고 조금 있으면 권 팀장이 이 국장님 비리정보 찾아내라고 닦달하고…….”

마지웅이 말끝을 흐린다.

“말하는 김에 속 시원히 다 해라.”

“그런 것도 관상으로 보이냐?”

“당연하지.”

“에이, 그럼 다 까발린다. 실은 오 팀장 비리까지도 수집 범위에 들어갔어.”

“나?”

“시장님이 조 실장님 제끼고 권 팀장에게 특명을 내리는 눈치야. 권 팀장 저러다 시장님 낙선하면 어쩌려는지 모르겠다. 오 팀장이 제어 좀 안 될까?”

“관상을 보아하니 이 국장님이 당선되실 거니까 닥치고 자중하라고?”

“아니야?”

“그렇다고 쳐도 그 파장은 누가 감당하고?”

“하긴 그렇지? 오 팀장이 천기누설하면 당선에 영향을 미칠 테니.”

“그러니 걱정 말고 내 비리 찾아서 던져줘라. 시장님이 태술이 당숙 아니냐?”

“그거야 누가 모르겠어.”

“시장님이 태술이 감사팀장으로 중용했을 때는 이럴 때 요긴하게 써먹으려는 생각 아니었겠냐? 권 시장님이 당선되면 태술이 관운 터지는 거고 떨어지면 떡락하는 거지.”

“오 팀장.”

“그러니까 괜히 입장 곤란하지 말고 입맛 맞춰줘. 나야 상관없지만 너는 직속이잖아?”

마지웅을 토닥여준 경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상하던 일이라 놀랄 것도 없었다.

관상.

집으로 돌아온 경도가 관상 가늠자 위에 이창교와 권우일을 올려놓았다.

4년 전이라면 비교의 대상조차 못 될 정도로 권우일의 압도였다.

그러나 관상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제아무리 좋은 천하길상의 관상도 기세가 없으면 성공이 어렵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위에 있는 대선도 그랬다. 왕의 관상을 타고 났다고 해도 기세가 허당이면 대권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투표일이 멀지 않았다.

기왕 시작했으니 디테일로 돌입하게 되었다.

<권우일> <이창교>

지역방송 화면 캡처였다. 둘의 유세현장과 보도 사진들이다. 현직 시장은 여유롭다. 얼마 전까지만 그가 지휘하던 이창교였다. 그 국장 자리도 실은 권우일이 안겨준 것이었다.

권우일의 이마 중정은 여전히 위압적이다. 귀격은 집약적이고 풍요로운 데다 수려하기까지 하다.

미릉골의 기세 또한 죽지 않았다. 눈빛도 아직은 끄떡없다. K시의 시장 정도는 문제가 없는 관상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가 문제였다. 입이 조금씩 벌어지고 목이 가늘어졌다. 미세하지만 경도는 알 수 있었다. 저 입과 목은 지난번 선거와 달랐다.

목이 가늘어지면 시장의 왕관을 지탱하기 무겁다. 입이 벌어지면 여의주를 무는 것도 곤란하다.

이창교로 넘어갔다.

원래 이창교의 장점은 이마보다 턱이었다. 인덕을 많이 베풀었으니 노복궁이 귀격이었다.

둥글고 풍만하다. 네모 형태라 의지는 강철이다. 이마의 약점을 광대뼈와 턱으로 보완하는 관상이었다.

더불어 눈썹과 법령이 좋다. 이 두 가지 또한 이마의 부족함을 상쇄하는 데 기여가 되었다.

이런 요소들이 이창교를 시장 후보로 올렸다.

과거와 비교해 보니 노복궁은 더 풍성해졌다. 살이 붙은 게 아니라 턱이 코를 둘러 받치는 격이다.

받드는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다. 하관이 튼실해지니 포용력 또한 상승세였다.

막상막하다.

권우일은 타고 난 관운을 가졌고 이창교는 바닥의 기세를 타고 도약하는 상이었다.

‘후우.’

경도가 숨을 돌린다. 이런 날이면 늘 땀에 젖는다.

이제 요점은 기세였다. 타고 난 관운을 제치려면 이창교의 기세가 필요했다. 기세의 핵심은 자색이다. 만면에 자색이 깃들면 길조를 뜻한다.

입술 위의 식록과 법령 바깥으로 피어오르는 윤기도 좋다. 그도 아니면 코의 연상에 황색이 깃들면 높은 관직을 성취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색 기색은 두 사람 모두에게 선명하지 않았다.

경도의 관상안이 이창교의 콧등으로 향했다. 준두 아래의 연상이다. 황색이 비치고 있을까?

“……?”

콧등에 관상 메스를 대던 경도 시선이 칼을 맞은 듯 멈춰버렸다.

준두였다.

황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길한 색이 엿보였다.

검붉은 찰색이 서리는 것이다.

‘뭐야?’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찰색은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조바심을 달래며 시선을 옆으로 옮긴다. 이제는 양쪽 뺨을 이루는 관골이다.

‘윽.’

결국 신음을 토한다. 관골에도 준두와 같은 빛깔이 서린 것이다.

모략의 빛이었다.

이창교의 유년운기부위를 해부했다.

아뿔싸.

신음이 깊어진다. 그대로 일각과 월각을 짚는다.

“……!”

경도 시선이 거기서 정지되었다. 하필이면 오늘이었다. 재빨리 선거일정을 짚어본다.

‘지역방송 TV 토론회?’

경악이었다.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리모콘을 찾아 텔레비전을 켰다.

“그럼 이제 각 후보들의 지역 발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후보당 2분을 드리며 이번에는 기호 역순으로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나온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된 모양이었다. 화면에 네 후보의 얼굴이 나온다. 권우일의 상부터 체크를 했다.

‘윽.’

거기서 단서가 나왔다.

조경철의 번호를 눌렀다. 그와 양왈종은 토론 현장에 나갈 예정이었다.

“회장님, 저 오경도입니다.”

“어, 오 박사. 웬일이야?”

“지금 시장 후보 토론회장에 계시죠?”

“맞아. 방금 전에 지역구 의원토론은 끝났고.”

“얼마나 진행된 건가요?”

“절반 이상 왔지?”

“특별한 이슈는 없었습니까?”

“뭐 후보 간에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특별한 건 없었는데 왜?”

“이창교 후보님이 모함살을 맞을 거 같아서요.”

“누구? 이창교 후보? 모함?”

“예.”

“누가?”

“아무래도 권 시장님인 거 같습니다.”

“그럼 마무리 때네. 거기서 터뜨리면서 끝내면 극적인 효과도 있을 테고.”

“혹시 회견장에 우리 직원들 있습니까?”

“몇 명 보이던데?”

“권태술 아시죠? 감사팀장 하는…….”

“아, 아까 봤어. 권 시장 비서실장이랑 속닥이는 거 같던데…….”

“…….”

“오 박사.”

“알겠습니다. 일단 뭔지 봐야겠죠. 방송 지켜본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회장님도 분위기 좀 잘 살펴주세요.”

“오케이.”

조경철과의 통화가 끝났다.

토론회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각자가 제시한 지역 발전안에 대해 재원조달이나 관련법에 등을 크로스 체크하는 시간이었다.

경도가 시계를 본다.

‘대체 뭐야?’

초조함이 더한다. 경도가 아는 한 이창교의 치부나 비리는 없었다. 그러나 모함이다. 모함은 꾸며내기에 달렸고 선거는 막바지였다.

이창교는 선거 경험이 없었다. 당에서 밀어준다지만 지역구 지원과는 비할 수 없다. 오직 뚝심으로 가는 것이니 여기서 한 방 먹으면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각 후보의 마무리 발언을 듣고 마치겠습니다. 이번 역시 기호 역순으로 시작하며 시간은 1분으로 제한합니다. 박태병 후보, 시작하시죠.”

땡.

멘트와 함께 디지털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태병의 발언은 길었다. 진행방식에 대해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은 자신이 승리할 거라며 발언을 맺었다.

재도전에 나선 홍상선은 준비를 잘했다. 시간을 넘기지 않으면서도 지지율이 앞선 두 후보의 단점을 짚어냈다.

이창교 역시 큰 무리 없이 발언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권우일 후보입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권우일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59, 58, 57, 56…….

몇 초 동안 권우일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K시 시민 여러분.”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화면을 보는 경도는 더 긴장이었다. 분위기를 보니 바로 지금인 것이다.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까부터 망설였습니다. 저는 포지티브 선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서두가 묵직했다. 사회자와 시민참관인들이 주목하자 사진 한 장을 꺼내 엎어놓았다. 카메라가 다가가지만 아직은 어떤 사진인지 보이지 않았다.

“이 사진은 한 후보와 연관이 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의 부족함도 같이 부각될 수 있겠지만 제 표가 깎이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의 사회분위기와 역행하는 파렴치함 때문입니다.”

“뭐야?”

“뭔데 저래?”

참관인들이 웅성거린다. 취재진석의 조경철도 신경이 곤두섰다. 경도가 말한 모함살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 사진은.”

권우일이 사진을 들어 보였다.

“……!”

경악한 건 이창교였다. 다른 후보자들과 조경철 등도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

사진 속 인물은 이창교와 여직원이었다. 음식점의 내실이다. 둘만 보인다. 무릎이 드러난 여직원은 이창교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창교의 손은 그녀의 어깨 위에 있다.

권우일의 설명이 나왔다.

“이 후보께서 우리 시 국장으로 재직하던 때입니다. 회식을 빙자해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장면입니다. 이보다 심한 장면도 많았다는데 더는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권우일의 ‘고발’을 따라 사진이 클로즈업되었다. 이창교가 분명하다. 여직원 얼굴은 모자이크가 되었다. 유니폼으로 보아 종합민원실 여직원으로 보였다.

“권 후보님, 그 사진은…….”

이창교가 나서지만…….

“지금은 제 발언 시간입니다.”

권우일이 칼처럼 잘라버렸다.

“사람의 얼굴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리 시에 계시면서 많은 행정업적을 쌓으신 분인데 이런 결점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시장으로서 피해를 입은 여직원에게 최대한의 위로를 약속하며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우우.”

경악과 야유가 녹화장에 뒤섞였다.

“이봐요, 권 후보님.”

이창교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마이크는 꺼진 후였다.

방송은 광고로 넘어갔다. 그때까지도 경도 어깨는 경련하고 있었다.

“…….”

진짜 모함이었다.

금품수수 같은 공직비리가 아니고 성인지감수성을 들고 나왔다. 사진합성이 아니라면 빼박이다. 투표일이 코앞이니 이창교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일이었다.

경도는 알고 있다.

간문과 어미의 체크를 하지 않았던가? 성추행이나 유사한 사건으로 신세를 조진 광역단체장만 해도 여럿이었다. 그렇기에 네 후보 전체의 간문을 체크했지만 어떤 기미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창교라니?

시계를 보았다.

아직 9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사파일을 봐야 했다.

겉옷 하나를 집어 들고 달렸다. 여직원 사진을 찾아야 했다. 머리카락에 가려 관상이 명쾌하지 않았다.

그녀의 관상부터 확인해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어, 퇴근 안 했어요?”

당직실 직원이 아는 체를 해왔다.

“좀 놓고 간 게 있어서요.”

자치행정과에는 아직 남은 직원들이 있었다. 인사팀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I miss…….

핸드폰이 요란하다. 조경철이었다.

“회장님 잠깐만요.”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었다.

“……!”

경도가 짐작하던 여직원 사진을 찾았다. 현기증이 났다. 조명을 너무 때린 사진이라 관상을 읽을 수가 없었다.

‘뷁.’

잠시 좌절할 때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은빛이었다.

“오 팀장님.”

“미안, 제가 좀 바빠서요.”

“글쿠나. 시장 후보 토론회 봤어?”

“예? 예.”

“나 그 여직원 아는데 이거 좀 이상해.”

“안다고요?”

경도가 격하게 반응했다.

“얼마 전에 같이 직무 교육 받았거든. 얼마나 여우인데? 아까 방송에서 나온 그런 일 당했으면 시청이 난리가 났지.”

“사진은요? 혹시 다른 거 있으세요?”

“있지.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며 인증샷 엄청 찍었는데.”

“……?”

경도 귀가 활짝 열렸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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