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쌍둥이는 아빠가 ‘둘’입니다-3> (200/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200화

63. 그 쌍둥이는 아빠가 ‘둘’입니다-3

“아버님이 계시군요?”

경도가 물었다.

“예.”

“아버님에게 젊은 여자가 보입니다. 먼 곳에서 온 여자…….”

“…….”

“그 젊은 여자가 아기를 낳았습니다. 쌍둥이입니다.”

“…….”

“그런데 그 아기 중의 하나는 아버님의 자식이 아닙니다.”

“예?”

“그리고 그 여자…….”

“……?”

“다른 남자가 보입니다. 아마도 결혼을 서너 번은 했고…… 지금도 결혼이든 사실혼이든 남편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건 좀…….”

“그리고 아버님 말입니다. 목숨이 오래 남지 않았습니다. 길어야 몇 달이니 아직 모르시면 잘 살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입니다. 먼 과거로 가면 권사님께서 12살에 부주의로 허벅지를 데었고 15살에 작은 교통사고, 18살에 수난(水難)을 겪은 것들까지 보이지만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닐 테니까요.”

“…….”

“어떻습니까? 이런 영적 능력.”

마무리 자극까지 마친 경도가 하종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미 지향이 없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홍수를 이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어긋남도 없는 영적 능력(?)이었다.

“몇 살 때부터 이런 능력이 있었던 겁니까?”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습니다.”

“이거, 내 힘으로는 해석이 안 됩니다. 목사님과 상의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보다는 아버님 쪽이 먼저 아닐까요?”

경도가 본질을 상기 시켰다.

“아버님……?”

“…….”

“젊은 여자를 사귄 건 사실입니다. 중국에서 교사를 하다 왔다더군요. 쌍둥이를 낳은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어떻게 하나는 자식이고 또 하나는 아닐 수 있다는 겁니까?”

“제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시면 확인 가능한 것부터 체크해 보십시오.”

“확인 가능한 것?”

“예.”

경도는 깊은 개입을 하지 않았다. 조언도 더는 주지 않았다. 너무 깊이 관여하면 그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이 일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하종규의 몫이었다.

“아버님, 아버님 일이라…….”

“…….”

“여자…… 하긴 여자가 좀 수상하기는 하지요.”

“…….”

“아, 참 공무원이라고 하셨죠?”

“예.”

“그 여자가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확인합니까? 아무래도 그게 빠르겠군요.”

“그분이 중국사람입니까?”

“중국 교포라더군요.”

“그럼 여권을 검사하면 됩니다.”

“여권?”

“제가 경찰 지인이 있는데 소개를 해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그가 콜을 받으니 경도가 계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을 하고 둘의 통화를 연결시켰다.

“여보세요.”

하종규가 통화를 시작했다.

“여권번호요? 아, 마침 있습니다.”

통화하던 하종규가 사진파일을 열었다.

혼인신고를 원하니 이 것 저 것 알아보느라 여자의 여권을 카피했던 것이다.

“알아본 후에 연락하겠다는 데요?”

하종규가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그럼 저는 화장실을 좀.”

경도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바짝 달아오른 하종규의 얼굴을 마주보기 민망했다. 그는 효자였다. 인성을 알 수 있는 뺨의 음즐궁도 부드러웠고 와잠의 광채까지 밝아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어떻게 됐어요?”

경도가 나오자 두 여자가 다가와 물었다.

“일단 첫 걸음은 디뎠습니다.”

“와아, 훕.”

환호하던 안선주가 자기 입을 막고 내실 분위기를 살폈다.

“오 박사님 말을 믿어요?”

은희경이 물었다.

“관상이라고 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보는 영적 능력 같은 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상담을 요청한 겁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잘 설명해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일이 잘 풀리면 저 이도 고마워할 거예요.”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계 경감의 전화가 들어왔다.

“……?”

놀란 경도가 안으로 뛰었다.

두 여자는 궁금증에 애만 태울 뿐이었다.

“……!”

계 경감과 통화한 하종규의 이마가 서늘하게 식었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목소리도 미친 듯이 떨린다.

경도의 상괘가 적중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의 여권은 가짜였다. 그 여권의 진짜 인물은 산둥성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었고 여권은 만든 적도 없었다.

“예, 예.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통화를 마친 하종규가 늘어져 버렸다. 경도의 말이 사실로 밝혀지니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수사를 부탁 드렸습니다. 바로 출동한다고 하시네요. 저도 가봐야겠습니다.”

하종규가 비틀 일어섰다.

“그 틈에 아이들 유전자 검사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완벽할 거예요.”

경도가 추가 주문을 던졌다.

하종규는 아내와 함께 새어머니 후보가 산후조리 중인 조리원을 향해 출발했다.

“잘될까요?”

경도 옆으로 다가온 안선주가 중얼거렸다.

“잘될 겁니다.”

“오 박사님이 제 친구를 구하시네요?”

“그건 저 두 분의 몫입니다. 제 말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에 달렸겠지요.”

“아유, 사람들 참…… 옳은 소리 해주면 귀담아들으면 될 일이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들…….”

“회장님도 가셔야죠?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경도가 차를 가리켰다. 안선주는 은희경의 차를 타고 왔다. 그 차가 가버리니 공중에 뜨게 되었다.

“오 박사님께 골고루 민폐를 끼치네요.”

“혼자 가면 심심한데 좋죠, 뭐.”

경도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이 소식은 나흘 후에야 왔다.

보라에게 시킨 인사 서류 정리를 검토할 때였다.

“오 박사님.”

안선주였다.

“저녁에 시간 좀 되요? 아니, 꼭 좀 내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러죠. 어디서 뵐까요?”

“그때 그 집으로 오실 수 있어요? 제 친구 만났던 곳요.”

거기라면 산장음식점이다. 아마도 은희경의 소식을 전하려는 것 같았다.

쌍둥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며칠이 지나면서 살짝 잊어버린 경도였다.

팀장이 되니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당장 팀원 셋부터 그랬다.

차석으로 있을 때는 그들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

내 일만 하면 끝이었다.

이제는 달랐다. 팀장으로 그들의 능력을 키워줘야 할 책무가 있었다.

그런 다음에 승진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능한 팀장이 되는 것이다.

“여기예요.”

계곡 안의 음식점에 도착하자 안선주가 두 손을 흔들었다.

은희경 부부는 그 옆에 있었다. 둘 다 이마가 밝았다. 명궁과 인당도 유려하니 고민이 가신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은희경 부부가 경도를 반겼다. 경도도 인사로 답례를 했다.

“드세요.”

식사가 나왔다. 게장백반인데 게장이 푸짐했다.

“좋은 일 있으시군요?”

경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네.”

은희경이 웃으며 남편을 돌아본다.

“글쎄 오 박사님 말이 족집게였다지 뭐에요. 얘, 어서 말씀드려.”

안선주가 은희경을 재촉했다.

“설명은 당신이 해.”

은희경은 남편에게 공을 넘겼다.

“그보다 이 기막힌 예지가 영적 능력이 아니라 관상이었다고요?”

하종규가 물었다. 다행히 그리 불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아셨군요?”

“우리 집 사람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이해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또한 영적 능력의 하나일 것 같아서요.”

“돌아보니 그렇더군요. 단지 제가 모시는 분의 그것과 갈래가 다를 뿐…… 뭐 워낙 다양화된 세상인 데다 뛰어난 능력이시니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더구나 오 박사님이 바로 OK 후원회의 실질 운영자시라고요?”

“그것도 들으셨습니까?”

“제가 다 말했어요. 혹시라도 오 박사님을 사이비 무속인처럼 오해할까 봐서요.”

안선주가 과정 설명을 했다.

“그 얘기 듣고 놀랐습니다. 사실 저희 부친께서도 K시에서 알아주는 장학회를 운영하시지 않습니까? 수년 전부터 제가 주요 업무를 맡다보니 OK후원회라는 게 있는 걸 알았습니다. 듣자니 굉장한 활동력이라 주목하고 있었는데 기자 분이 회장이라기에 실질 운영자가 공무원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돕는 일에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중요하죠. 처음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면 좀 더 예우를 갖춰드릴 것을요. 솔직히 지난번에는 결례가 많았습니다. 여기 안 회장님께 듣자니 문 여사님과 그 아드님은 물론이오, 대통령과도 교분이 있으시다던데…….”

“결례라면 저 또한 권사님 못지않습니다. 선의라고 해도 어쨌든 권사님을 속인 셈이니까요.”

“아닙니다. 솔직히 저 못난 탓에 관상을 봐주겠다고 하셨으면 상을 박차고 나갔을 겁니다.”

“…….”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아버님이나 저나 엄청난 은혜를 입었습니다. 정식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종규가 일어나 경도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손하고 정중했다.

“아유, 사설 한번 기네. 빨리 자초지종이나 설명하세요.”

안선주의 재촉이 다시 나왔다.

“알겠습니다.”

물 한 잔을 들이켠 하종규가 과정 설명을 시작했다.

“……!”

하종규의 부친 하일천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간병녀의 여권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통보자는 계 경감이 보낸 배한길 형사였다. 경도의 상괘 덕분에 관상동맥 수술을 받고 횡사를 면한 그 사람이다.

“오 박사님 제보니까 제대로 은혜 좀 갚아봐.”

계 경감의 보은 매칭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해 있던 간병녀는 바로 연행조사를 받았다. 핸드폰을 털어보니 간단하게 전모가 나왔다.

경도의 상괘대로 그녀의 신분은 가짜였다.

그녀는 지린성 출신이었다.

19살에 첫 결혼을 해서 한국에 오기 전까지 다섯 번 결혼하고 이혼했다.

그 과정에서 세 번에 걸쳐 다섯 아이를 출산했다.

쌍둥이들은 둘 다 이란성이었다.

두 번은 전 남편에게 아이를 떠넘겼고 한 번은 남편이 교도소로 가는 바람에 고아원에 던져놓고 한국으로 온 것이다.

그 과정을 도와준 게 현재의 사실혼 관계 남편이었다.

직전 남편이 교도소로 가 있는 동안에 만났다.

한국행은 이 남자의 유혹이었다.

그는 밀항 조직에 일한 적이 있어 여권위조 쪽에 빠삭했다.

마침 산둥성 여고사의 신분증을 주웠으므로 그 신분으로 위장을 했다.

이때부터 간병녀는 위조한 여권 속의 인물 행세를 했다.

“한국 가서 한탕해서 떵떵거리며 살아보자.”

둘은 의기투합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남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여자는 간병일을 하면서 호구를 물색했다.

하일천은 그들이 찜한 호구 중에서 두 번째 인물이었다.

첫 인물은 판교에 사는 60대 건물주였다. 미인계로 녹였지만, 딸이 문제였다. 딸의 남편이 경찰이었던 것.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3천만 원을 우려내고 끝냈다. 그런 다음에 만난 게 바로 하일천이었다.

<크게 한 방>

두 악당들의 모의였다. 그러자면 역시 임신이 최고였다. 마침 하일천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

간병녀와 남자는 주로 문자로 상황을 체크했다.

더러는 만나 회포도 풀었다. 이 두 가지가 다 덫이 되고 만 것이다.

문자는 그때 그때 지웠지만 경찰이 복구를 해버렸다.

남자와의 만남은 각기 다른 유전자의 쌍둥이를 낳는 악수가 되어버렸다.

하필이면 남자와 모텔에서 관계를 하고 온 직후에 하일천이 몸을 요구한 것이다.

모텔에서는 제대로 한 게임 뛰었다. 하일천의 지루와 변죽에 몸이 근질거리던 차에 모처럼 오르가즘을 느낀 날.

다른 때보다 더 찜찜한 마음으로 관계에 응했다. 돈줄의 요청이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도킹.

그리고 도킹.

두 개의 도킹이 성공할 줄은 간병녀도 몰랐다.

그때 두 개의 난자가 동시에 배란이 된 줄을 어찌 알았을까?

두 남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몸을 요구할 줄은 또 어찌 알았을까?

그렇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각각 착상이 될 줄은?

아니아니.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그 팩트를 알아낼 인간이 존재할 줄은 또 어떻게 알 수 있었단 말인가?

쌍둥이를 낳음으로써 혼인신고 일보 직전까지 갔던 간병녀의 호구 후리기 플랜에 금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효과음의 지배자는 경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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