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쌍둥이는 아빠가 ‘둘’입니다-2> (199/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99화

63. 그 쌍둥이는 아빠가 ‘둘’입니다-2

“뭐가 잘못되었나요?”

은희경이 물었다.

“아닙니다. 일단 계속해 보시죠.”

경도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렇게 되면 유산상속에도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 윤재 아빠는 나름 효자라서 아버님을 거역해 본 적이 없거든요. 아버님이 시력 문제와 다리 문제로 경영에서 사실상 물러났어도 그 자리 공식으로 달라는 말 한 번 안 했습니다.”

“…….”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않나요? 그런데도 아버님이 아기를 보고 그렇게 좋아한다고 차마 반대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은희경의 한숨이 깊어진다.

간병녀와 시아버지의 나이 차이는 딱 40살이었다. 시아버지가 73세고 간병녀는 33세였다.

나이는 둘째치고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아이를 낳아버렸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었다. 간병녀는 출산하기 무섭게 혼인신고를 재촉하는 모양이었다.

아내가 죽고 외아들이라 유산상속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은희경 부부. 기막힌 돌발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경도의 시선은 하일천의 와잠에 있었다.

쌍둥이가 나왔다.

쌍둥이…….

그것 때문에 상괘가 틀리는 것일까?

이것부터 짚고 가야 했다. 마음이 산란해서는 바른 상괘를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 여자 분 사진도 있으신가요?”

경도가 물었다.

“없어요. 제가 그 여자 생각만 해도 몸살이 나거든요.”

“예…….”

“필요하세요?”

“아무래도 그렇네요.”

“잠깐만요. 병원에서 찍은 사진에 곁다리로 낀 얼굴이 있는 것도 같았어요.”

은희경이 파일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 손이 화면에서 멈췄다.

“있네요. 확대해서 보세요.”

그녀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구도상 하일천와 남편의 뒤편이었다. 부자가 찍힌 사진 모서리에 걸친 것이다.

‘윽.’

사진을 확대하던 경도가 눈살을 찡그렸다.

피부와 눈이 건조했다. 혈색도 그랬으니 중국의 황사가 내려앉은 듯 탑탑했다. 관골은 저 홀로 높은데 이마가 깎였다.

눈은 둥글지만 입이 새부리를 닮았다. 가슴이 높이 솟고 엉덩이는 뾰족하게 들렸으니 시비를 부추겨 분란을 만드는데 일가견이오, 30대가 되기도 전에 여러 차례 파경을 맞았을 관상이었다.

그러니까.

은희경의 첫인상은 괜한 경계심이 아니었다.

와잠부터 살핀다.

‘으윽.’

또 한 번 몸서리를 친다. 그녀는 벌써 세 차례의 출산을 하고 있었다. 쌍둥이를 낳은 건 인중 양쪽에 박힌 점 때문이다. 여기에 점이 박히면 쌍둥이를 낳는다.

그런데.

어지럽던 관상안은 그녀의 간문에서 또 한 번 경악을 했다.

여자는 다섯 번 결혼을 했다.

문제는 네 번 파경을 맞았다는 것.

그러니까 현재 남편이 있다는 뜻이었다.

남편.

하일천이 아니라 진짜 남편…….

“간병녀가 혼인을 원한다고요?”

“예.”

“아버님도 원하고요?”

“아버님은 그 여자가 애를 낳다보니…….”

“여사님과 남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말이 그거예요. 병원에 가보니 아들은 아버님을 닮은 것도 같아요. 하지만 딸은 너무 안 닮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여자 행동도 믿음이 안 가고요.”

“어째서 그렇죠?”

“그냥요.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다 수상해요.”

“남편과는 이야기해보셨어요?”

“한두 번 운을 떼어봤는데…… 진도가 안 나가요. 그이만한 효자도 없거든요. 자기는 아버님 재산에 큰 욕심 없으니 그냥 하시는 대로 두자고 하는데…….”

“혹시 아버님 병환이 시한부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시력이 나빠서 겨우 앞만 보는 편이지만 무릎도 많이 좋아지셨고 암이나 심장병도 없거든요.”

“…….”

“관상으로도 별 다른 방법이 없죠?”

“상괘를 내기 전에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은희경의 양해를 구한 경도가 밖으로 나왔다.

쌍둥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쌍둥이.

혹시 쌍둥이가 아닐 수 있을까?

경도가 전화를 건다.

한 다리를 걸쳐 산부인과 의사를 소개받았다. 그에게 문의 전화를 넣었다.

-쌍둥이가 의심스럽다 이거로군요?

경도의 질문을 받은 의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산모가 쌍둥이를 낳았는데 아들 말고 딸이 의심스럽다?

“예.”

-그 의심 가능합니다.

“예?”

의사의 설명이 나오자 경도가 소스라쳤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쌍둥이의 아버지가 둘일 수 있다는 겁니다.

경도가 숨을 죽였다. 경도가 의심하던 그 상황이었다. 그러나 관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니 의학적인 기반이 필요했다.

“어떤 경우에 그렇죠?”

-그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가능성으로 보자면 1,000만 분의 1정도 되겠네요.

“이 통화를 제가 녹음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쌍둥이가 그런 조건을 만족하려면 산모인 여성이 같은 달에 두 개의 난자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 후에 아주 짧은 간격으로 두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면 각각의 남성에게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정자가 두 개의 난자와 만나 쌍둥이를 잉태할 수 있죠.

‘아.’

-굉장히 드문 사례지만 학회에서 듣기로 3년 전에도 중국에서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확실한 건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의사와의 통화를 끝냈다. 사이다 한 잔을 원샷한 기분이었다.

“……?”

의사의 음성녹음을 들은 은희경이 경악했다.

“어머어머…….”

안선주도 어쩔 줄을 모른다.

“의사의 도움말까지 나왔으니 이제 제가 상괘를 드리겠습니다.”

어느새 평정심으로 돌아온 경도 목소리가 굵직하게 이어졌다.

“첫째, 간병녀라는 이 여자는 남편이 있고 그 혼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건 이 여자의 간문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찰색이 주인이고 아버님 찰색은 손님격입니다. 이는 그 여자에게 남편이 따로 있다는 증거입니다.”

“맙소사.”

“두 번째, 어린 쌍둥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딸은 아버님의 핏줄이 아닙니다. 방금 의사가 한 설명처럼 간병녀 남편의 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휴, 흉측해라.”

“세 번째, 아버님은 지금 시한부십니다. 관상으로 볼 때 길어야 4개월 정도 남았지 싶습니다.”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신단 말인가요?”

“예.”

“그럴 리가요. 눈과 다리가 안 좋기는 해도 체력도 거뜬하시고 암 같은 것에 걸린 것도 아닌데…….”

“그건 다시 정밀 체크를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병원에서도 더러 암을 놓치기도 하니까요.”

“얘, 그냥 있으면 안 되겠다. 그 여자 이제 보니 완전히 돈 노리고 너네 시아버님께 달라붙은 거잖아?”

안선주도 바짝 달아올랐다.

하지만.

“하유.”

은희경은 대답대신 한숨만 깊었다.

“왜? 오 박사님 상괘 못 믿겠어?”

“그게 아니고 우리 남편.”

은희경이 몸서리를 친다.

“이 사람이 효자랬잖아? 교회에서 권사 직분까지 맡고 있다 보니 관상이라면 들어보기도 전에 마귀 취급부터 할 거야.”

권사는 보통 여자가 맡는다. 하지만 감리교에서는 그런 걸 가리지 않았다.

“아우, 답답하네. 지금 그게 문제야?”

안선주가 펄쩍 뛰지만 은희경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남편께서만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니면요? 제 입으로 말하면 시아버지 재산이나 탐내는 여자로 생각할 거예요.”

“그럼 남편분을 좀 불러주시겠어요?”

“남편을요?”

“하느님 믿듯 관상 믿으라는 거 아닙니다. 현대에서는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관상도 나름 과학입니다. 현대에 각광 받는 빅 데이터의 시조가 바로 관상이거든요. 오랜 시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상이 축적되어 관상을 이룬 것이지 제가 직관대로 말하는 거 아닙니다.”

“그건 그렇네요.”

“여사님도 여기 오시기 전에는 관상에 대해 살갑게 생각하지 않았죠?”

“…….”

“그래도 생각이 없다면 저는 가보겠습니다. 제가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잠깐만, 잠깐만요.”

은희경이 핸드폰을 잡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남편 번호를 눌렀다.

남편 하종규는 이마가 검었다. 횡액이라도 몰려오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의 이마는 원래 검은 편이었다.

깊이 뜯어보니 검은 색 안에 좋은 빛이 들었다. 그 빛이 유독 이마의 보골 옆 신광에서 강하니 신앙심이 깊은 걸 알 수 있었다.

광채는 눈밑 와잠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인성이 바른 편이라는 증거였다. 특징으로는 코 산근의 점이었다. 여기에 점이 제대로 찍혔으니 일복이 터졌다. 다만 그 일복의 성취는 크지 않았으니 그게 아쉬웠다.

“죄송해요. 제가 권사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요.”

바람은 안선주가 잡았다. 오랜 친구이다 보니 그녀의 립서비스가 먹혔다.

“괜찮습니다. 저도 한 번 뵈려던 참인데…… 그런데 이분은?”

하종규가 경도를 바라보았다.

“제 애인요. 미남이죠?”

안선주가 조크를 날렸다.

“능력 있으시군요.”

하종규가 받아친다. 얼굴을 붉히지 않는 걸 보니 완전히 고리타분한 종교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실은 시청 공무원이신데 저하고 좀 각별해요. 원래 종교가 없는데 권사님이 독실한 종교인이라고 얘기하다 보니 한 번 뵙고 싶다고 해서요.”

“제가 무슨. 저도 날나리입니다.”

“그럼 신앙상담 한 번 받아보시겠어요? 저희는 밖에서 따로 수다 좀 떨고 있을 게요.”

경도에게 말한 안선주가 은희경의 옷깃을 당겼다.

탁.

두 사람이 나가자 문이 닫혔다.

“기독교에 관심이 있나요?”

하종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예.”

“뭐가 궁금하세요? 제가 목사가 아니라 부족하지만 성실하게 답해드리죠.”

“실은 제가 좀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종교적으로 해석이 되나 싶어서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점이라면…… 영적 능력 같은 거라도 있단 말입니까?”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죠?”

하종규가 진지해진다. 관상이라는 말을 영적 능력으로 표현하니 좀 어색하지만 틀린 표현도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를 바라보면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보이거든요.”

“예?”

“목사님 걸 한 번 봐드릴까요?”

“재미있군요. 그래보세요.”

하종규가 테이블로 바짝 다가앉았다.

“나쁜 것과 좋은 것들이 있는데 일단 좋은 일부터 말씀드리자면…….”

“…….”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군요. 교회 쪽 일로 상을 받게 되셨죠? 그 상은 권사님이 꼭 받고 싶던 상이었군요?”

“……!”

첫 상괘부터 하종규의 눈빛을 뒤집혔다. 입술 쪽 식록의 발광을 본 것이다. 그 빛이 법령 바깥쪽으로 번져가니 원하는 일을 이뤘다는 뜻이었다.

“그 일을 도와준 분이 계십니다. 한 분이 아니고 두 분 같습니다.”

“……!”

두 번째 상괘도 홈런성이었다. 이마 일월각에 두 개의 빛이 서리니 윗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빛이 두 점이니 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것으로 상금도 받게 되시는군요? 약 5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근거는 삼양에 서리는 광채다. 삼양은 태양과 명문, 준두를 합쳐 부르는 말이었다. 광채의 사이즈로 금액을 가늠하는 건 큰 문제도 아니었다.

“……!”

거푸 이어지는 영적 능력(?)에 하종규는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수상소식은 오후에 들은 얘기였다. 교단에서 최종 후보로 올라갔으니 내일 모레 정식 발표만 남았다. 그렇기에 아직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걸 맞춘 것이다. 더구나 추천을 해준 두 명의 목사와 상금액수까지 정확했다.

“말도 안 돼…….”

하종규의 목소리가 떨렸다.

“또 하나는 거래로군요. 해외거래 하나가 제대로 터진 것 같습니다.”

“억.”

그것도 맞았다. 오후 늦게 프랑스의 거래요청이 들어왔었다.

“그럼 나쁜 일 쪽으로 가볼까요?”

“……?”

“일단은 직원이네요. 믿던 부하 한 사람이 말도 없이 잠적을 한 것 같습니다.”

경도의 시선은 하종규의 턱, 즉 노복궁에 있었다. 노복궁에서 나온 기색이 턱뼈인 해골을 향해 직진하니 부하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어업.”

하종규는 완전히 실신직전이었다. 그 또한 팩트 폭격이었다.

“죄송하지만 이제 진짜 불행한 일 차례인데…… 이건 차마 말씀을 못 드리겠군요.”

잘 나가던 경도가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예?”

하종규가 흠칫 흔들린다.

“너무 엄청난 거라 믿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경도의 자극은 고단수였다. 맛보기 관상으로 혼을 빼고 한 발을 빼버리니 하종규는 몸이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괜찮습니다. 말해주세요.”

그의 간청이 나왔다.

“정 그러시면…….”

못 이기는 척 경도가 진짜 상괘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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