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쌍둥이는 아빠가 ‘둘’입니다-1> (198/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98화

63. 그 쌍둥이는 아빠가 ‘둘’입니다-1

자치행정국장 이창교.

이분이 왜 여기서 나와?

경도이 눈빛은 영락없이 그랬다.

“아는 분이죠?”

김윤광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흘렀다.

“제가 모시는 직속 국장님이십니다.”

“그 사진 잘못된 거 아닙니다.”

김윤광의 확인이 나왔다.

“그럼?”

“맞습니다. 우리 당에서 K시 시장후보로 고려 중인 사람입니다.”

“……?”

“저도 정치 경험이 일천해서 이번에 알았는데 K시가 원래는 우리 당의 텃밭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얼마 전 시장선거부터 틀어져 10년 넘게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번 시장님은 무소속이시죠?”

“예.”

“우리 당 입당을 타진 중이었는데 최근 인사잡음이 나오면서 아예 제3의 인물 물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역구 의원을 역임한 분들의 추천에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방법이으로 후보군을 추렸죠.”

“…….”

“그랬더니 재미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역구 의원을 지낸 분들이 간과한 진짜 제3의 인물이 주민과 통리장 여론조사에서 1등을 먹었는데 굉장히 압도적입니다.”

“그렇군요.”

경도가 조용히 웃었다. 제대로 된 여론조사 같았다.

“그게 흥미로워서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관상에 더불어 직접 모셔본 분이니 가장 정확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이분이라면 두어 달 전부터 징조가 있기는 했습니다.”

“두어 달이라고요?”

“예.”

“맙소사, 그때가 바로 저희 여론조사가 끝난 시점입니다.”

“……!”

경도 등골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걸 몰랐다. 까닭 없이 밝아지던 이 국장의 찰색. 그게 이렇게 극적인 장면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권 시장의 무리수도 그랬다.

임기 종반까지 무난하게 시정을 이끌었던 권우일 시장이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서둘렀다.

친위세력을 포진 시키다가 이 사단을 만난 것이다. 경도가 올린 인사안 중에서 택일을 했다면 점수를 깎아먹지 않았을 테고 그렇게 되면 이 국장이 부각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습니까? 저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K시의 시장출마후보자는 현 시장과 지난번에 낙마한 시 의장 출신, 그리고 청와대 근무자 한 사람이 출마예정입니다. 기탄없이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분이라면 관상을 보지 않겠습니다.”

경도가 이 국장의 사진을 밀어놓았다.

“함량미달입니까?”

“그 반대입니다.”

“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침 해처럼 상승하는 찰색입니다. 이 기세라면 김 의원님이 나오신다면 몰라도 방금 말씀하신 수준에서는 이 분이 승리할 겁니다.”

“오 박사님.”

“그러니 굳이 윤기에 흠을 낼 필요 없습니다. 보고 또 보면 닳아버리니까요.”

“공천각이군요?”

“…….”

경도는 침묵했다. 침묵으로의 동의였다.

이창교 국장.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터 K였다. 행정이라면 그를 당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9급 서기보로 시작해 4급 국장의 신화를 이룬 사람이었다.

기초지자체에는 보통 3급 부시장과 4급 국장이 있다.

부시장의 격이 높지만 이들은 대개 광역지자체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다. 즉 그 지자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서 이들 국장 출신이 약진을 한다. 지자체의 행정을 꿰고 있는 장점을 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창교 국장이 시장이 되면?

하핫.

신나는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다른 어떤 시장보다 잘할 적임자였다. 아직도 살짝 왜곡된 K시의 행정이 반듯하게 잡힐 일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라면 가능했다.

이 일은.

경도조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다.

그렇기에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거 받으시죠.”

김윤광이 봉투 세 개를 내놓았다.

“웬 봉투를 세 개씩이나 주십니까?”

“하나는 우리 당에서 주는 공식 심사비입니다. 또 하나는 저희 부친께서 후원회에 내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제가 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의원님 관상도 보셔야죠? 이번에도 지역구로 나가시겠지요?”

“죄송하지만 제 관상은 안 보셔도 됩니다.”

“예?”

“다른 뜻은 없습니다. 지난번에 큰 도움을 받지 않았습니까? 분위기를 보니 이번에 다시 이서복 전임총리와 리턴매치를 가질 것 같습니다. 그분은 저를 눌러서 재기의 발판을 만든 뒤에 다음번 대권에 도전할 모양이더군요.”

“…….”

“하지만 저도 이제 경험이 좀 생겼고…… 해서 제 힘으로 한 번 부딪쳐보려고요. 제가 얼마나 발전한 건지 좌표를 한 번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하아.’

경도의 눈이 저절로 맑아졌다.

마음과 눈의 정화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어떻게든 상대의 약점이나 잡으려하지만 김윤광은 다른 것이다.

“존경스럽습니다.”

경도가 고개를 숙였다. 아부나 아첨이 아니었다.

“아직 저 이룬 거 없습니다. 이번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제 힘으로 서거든 그때 다시 평가해 주십시오.”

“그럼 백지애 보좌관님은요?”

“당연히 이번 선거에 비례대표를 받을 겁니다. 코로나 전성기 때 수어통역으로 장애인들에게 기여한 공에다 앞으로 수어를 배울 분들에게도 희망의 상징이 되는 거죠. 대통령께서도 밀고 계셔서 10번 안쪽을 받을 듯싶습니다.”

“예년의 결과로 미루어보면 무난한 당선권이군요?”

“예. 이제는 저희 당의 인재입니다.”

“김 의원님의 혜안이죠. 그분을 발탁한 건 의원님이니까요.”

“누가 소개를 했는데요?”

김윤광이 웃었다.

“그럼 봉투는 하나만 주셔도 됩니다.”

경도가 두 개를 내려놓았다.

“아닙니다. 후원회에서 온 안내문을 보니 법인등록에 이어 회관건립을 하신다고요?”

“예. 의원님처럼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 보니 체계가 필요해서요. 요즘 들어 사회단체들이 문제가 되는 걸 보고 더 서둘렀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도 마음이 통하는 의원님들 모아드릴 테니 한국 최고의 후원재단으로 키워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다 받으세요.”

“의원님.”

“오늘 상괘 너무 고맙습니다. 제 짐이 훌쩍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언제든 회관이 완공되면 꼭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백지애 씨도 학수고대하고 있고, 이건 비밀인데, 첫 세비는 전액 오 박사님의 OK후원회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하더군요.”

“…….”

경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잘 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던 경도였다. 그런데 그 작은 수고를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그럼 조심해 가십시오.”

주차장으로 나온 경도가 김윤광을 보냈다.

그런 다음 차 문을 열려할 때 안선주의 모습이 보였다.

“오 박사님, 가세요?”

묻는 목소리가 너무 조심스럽다. 보아하니 관상이 필요한 눈치였다.

“관상 필요하세요?”

먼저 주단을 깔아주었다.

“어머, 귀신.”

안선주의 입이 귀밑까지 올라갔다.

“누가 보실 거예요? 친구 분?”

“네. 하소연을 듣다보니 시아버지 일이 기막히게 되었네요. 오 박사님이라면 제 친구 고민을 밝혀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분도 원하시나요?”

“그럼요. 제가 오 박사님 얘기를 했더니 귀가 솔깃하더라고요. 하지만 오 박사님 쪽 눈치를 보니 워낙 귀한 분을 만나는 것 같길래…….”

“안 쪽 방에 계신가요?”

“네. 맨 끝 방요.”

“들어가 계세요. 제가 전화 한 통만 하고 뒤따라가겠습니다.”

“알았어요. 먹던 잔해 쫙 치우고 차 준비해 둘 게요.”

안선주의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두나 씨.”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자가 얌전히 들어와 있었다.

-바쁘죠?

그녀가 묻는다.

“아니, 관상 좀 보느라고…….”

-제 문자가 방해가 되었나 봐요.

“절대 아님.”

-식사는요?

“먹었어? 두나는?”

-저도 먹었어요.

“퇴근했어?”

-좀 특별한 환자가 있어서요. 검토할 게 많아서 조금 늦을 거 같아요.

“나도 그럴 거 같아.”

-운전 조심하시고요.

그녀의 따뜻한 우려를 받으며 통화를 끝냈다. 어려운 예약을 가능하게 해주는 안선주 회장이었다.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어서 와요.”

경도가 구석 방으로 들어서자 안선주가 반색을 했다. 옆의 친구라는 사람이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한다. 경도도 고개를 숙여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광대뼈 뒤쪽에서 지고까지 기색이 어둡다. 이런 기색이 나오면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남모를 속앓이가 깊은 것이다.

속앓이는 집안일이다. 명궁에 몰린 붉은 기색이 증거였다. 가족의 불화거나 의사소통이 꽉 막혔다. 그 기색이 이마 위로 솟아 천중과 관록을 치니 푸른빛이 비쳐나온다. 대상은 윗사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은희경이었다.

상포읍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재력가이자 대대로 유지 집안을 이루는 하일천의 며느리란다. 하일천은 오래전에 혼자가 되었다. 그녀의 윗사람이라면 시아버지가 유력했다.

“오 박사님이셔. 자기 승가리 관상대가와 쌍봉리 무당 알지?”

안선주가 그녀에게 물었다.

“들어는 봤지.”

“둘 다 손 꼽히는 무속인인데 우리 오 박사님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이 분이 나이는 어려보여도 신통력은 대한민국 국대급이셔.”

“공무원…… 이시라며?”

“그건 그냥 직을 걸어두신 거고. 아무튼 관상에서는 톱이야. 우리 동네 문 여사님 알지? 그 깐깐하신 명문가 여사님도 오 박사님이라면 꿈뻑 죽는다니까.”

“진짜?”

“아유, 나 한 번 믿어봐. 너 학교 다닐 때 내 과제 많이 도와줬잖아? 나도 오 박사님 빌어서 신세 한 번 갚아보자.”

“신세는…… 하지만 우리 그이가 무속이라면 워낙 몸서리를 쳐서…….”

“무속이 어때서? 우리 오 박사님은 달라. 자기 연예인 유빈이라고 알지?”

“얘는, 내가 아무리 집안퉁수가 되었다고 그것도 모르겠어?”

“그럼 TNTS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요즘 인기 상한가 치는 걸그룹이야. 그 둘도 우리 오 박사님이 관상으로 띄운 거야.”

“어머?”

은희경의 경계심이 풀어진다. 하지만 미소조차 피곤하다. 피로가 기색으로 드러날 정도라면 속앓이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솔직히 넌 오 박사님 만난 것만 해도 행운이야. 그러니 속 시원하게 상괘 한 번 받아봐.”

안선주가 말투는 거의 강권이었다.

“이게 관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데…….”

은희경이 한숨을 쉬었다.

“시가 문제시죠?”

듣고 있던 경도가 정곡을 찔러버렸다. 상대가 주저하고 있으니 먼저 멍석을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어머?”

은희경이 안선주를 바라보았다.

“나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안선주가 손사래를 쳤다.

“제가 찰색으로 본 겁니다. 기색의 분포를 보니 1년 전쯤 되었군요. 속앓이가 깊어진 건 이번 달 들어서의 일이고.”

“어머.”

경도가 조금 더 진도를 빼자 은희경이 몸서리를 쳤다.

“나 아니라고.”

안선주가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말씀하시기 곤란하면 시아버님 사진을 좀 주시겠습니까?”

“사진을요?”

“얼른 드려. 오 박사님은 사진으로도 관상을 보시거든.”

안선주가 은희경을 재촉했다.

“여기…….”

하일천의 사진이 나왔다.

눈밑 와잠을 보니 아들 둘을 얻는다. 그 간격이 너무 심하니 다시 집중한다.

“……?”

그래도 고개가 갸웃 기운다. 첫아들은 50여 년 전에 낳았건만 둘째의 출생은 최근인 것이다.

출처는 간문이었다. 오른쪽 어미의 가장자리에 광이 나니 여자가 생긴 것 같았다. 여자에게 빠진 것인지 하일천의 피부가 화사하다.

하지만.

그 화사함의 이면에는 탈색된 흰색이 가득했다.

‘으음.’

경도 표정이 어두워진다. 길조가 아니라 횡액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심각한…… 별수 없이 육부를 체크한다.

육부는 양 천창과 양 지고, 그리고 양 관골이었다.

여기가 어둡고 입술까지 검푸르면 그 목숨이 1년을 넘기기 어려웠다.

‘1년.’

길어야 1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다. 이렇게 저렇게 이어지는 상괘들이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다.

“우리 부녀회장님이 계셔도 괜찮겠습니까?”

경도가 은희경에게 물었다. 친구라도 해도 가릴 게 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은희경은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면 일단 여자문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시아버지께 젊은 여자가 생기셨습니다.”

“어머.”

은희경이 화들짝 놀란다.

“그 여자분이 아기를 낳았군요.”

“아…….”

두 번째 상괘가 나오자 은희경이 정신줄을 놓았다.

“얘, 얘.”

안선주가 달려들어 은희경을 부축했다. 물까지 마시고 난 후에야 은희경은 겨우 중심을 잡았다.

“정말 기가 막히네요. 아기를 낳았다는 얘기는 선주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은희경의 한숨이 깊었다.

“계속 상괘를 짚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은희경이 테이블로 바짝 다가앉았다. 그새 경도의 상괘에 빠진 것이다.

“제가 뭘 도와드려야 할까요?”

경도가 물었다.

“그게…… 아휴, 정말…… 시아버님이 데려온 여자가 조선족, 아니 중국동포예요. 아버님이 작년에 녹내장에 다리 수술을 하시느라고 3주 정도 입원을 하셨거든요. 그때 간병을 하던 여자인데 어떻게 아버님을 홀렸나 봐요.”

은희경의 입이 열린다. 경도는 단정한 자세로 귀를 기울여주었다.

“솔직히 사람 얼굴보고 평가하면 안 되지만 이 여자가 아주 천박해요. 처음에도 간병계약 이외에 식대며 차비며 목욕비며 온갖 비용을 요구하길래 바꾸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반대를 하셔서 그냥 두었어요. 그런데 퇴원을 하신 후로도 그 여자 지압솜씨가 좋다고 간간이 부르는 눈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떡 하니 남녀 쌍둥이를 낳아가지고 혼인신고를 요구하지 뭐예요. 더 속이 터지는 건 아버님께서 그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거고요.”

“방금 쌍둥이가 남녀라고 했습니까?”

경도가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하일천은 두 아들을 낳을 운명이었다. 아들의 간격이 멀었으므로 이제야 보게 되는 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남녀라면 경도의 상괘가 틀리게 된다.

다시 하일천의 사진 확인에 들어갔다. 화면을 키워보고 줄여보아도 상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2남이 2남 1녀가 된단 말인가?

쌍둥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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