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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함살殺을 맞았어요-2> (178/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78화

51. 모함살殺을 맞았어요-2

“말씀드려봐.”

곽수잉과 다연을 내보낸 탁홍걸이 채서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일인가 하면은요.”

채서가 핸드폰의 파일을 열었다. 사진 한 장이 나왔다. 핑크 드레스를 입은 사진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모자이크였다.

“이게 최근에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에요. 제 모습인데 댓글이 무려 2,000개 가까이 달렸어요. 문제는 이 커뮤니티가 국내 룸싸롱 추천 갤이라는 거죠.”

“룸싸롱?”

경도가 반응했다.

“모자이크는 되었지만 이 사진은 저예요. 누군가 제가 이 업소에서 몰래 알바를 뛴다고 소개하는 바람에 이 업소 예약이 미어터지고 있다네요.”

“합성이야?”

“아니에요. 제가 여기 간 적이 있어요.”

“예?”

경도가 시선을 들었다. 간 적이 있다고?

“여기가 저희 어머니 동창이 하는 가게예요. 원래는 비즈니스 와인바였는데 워낙 장사가 안돼서 이번에 리모델링을 했다고 해요. 촬영 끝나고 들어가는 길인데 엄마가 잠깐만 들리자고 해요. 저한테도 잘하는 분이기 때문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좀 찍어주고 왔어요. 그 사진들이 이렇게 돌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랑 잠깐 들렀는데 거기서 일하는 여자로 뿌려진 거다?”

“대표님 수습으로 추천갤에 올라간 사진은 내렸는데 문제는 누가 이 사진을 유출했냐는 거예요.”

“사진은 누가 찍었는데?”

“매니저들이 찍어서 공유를 해줬어요.”

“매니저님들?”

복수접미사 ‘들’이 나왔다.

“오케이, 이제부터 내가 설명한다.”

탁홍걸이 테이블 앞으로 몸을 당겼다.

“이 매니저 세 사람 중에 두 사람이 좀 문제가 있습니다. 스타일이 상극이라 매사에 의견충돌이 잦죠. 해서 워낙 같이 붙여놓지 않는데 이날은 촬영이 늦게 끝나면서 차편이 마땅치 않아 같이 이동을 했나 봅니다.”

“혹시 언젠가 제게 관상을 물어본 그 사람들입니까?”

“아, 기억하시네요.”

탁홍걸이 무릎을 친다.

인사팀에 한참 적응하고 있을 때였다. 퇴근 시간 이후에 탁홍걸의 SOS가 들어왔다. 능력이 괜찮은 직원 둘을 데려왔는데 처음에는 괜찮더니 갈수록 각을 세운다는 거였다.

사진을 받은 경도가 대안을 주었다.

한 사람은 오행상 사각형 얼굴의 금형체형이었다. 추진력이 불도저였다. 한 번 정하면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역삼각형에 가까운 목형이었다. 이 사람은 이성적이고 디테일했다. 둘 다 업무능력이 S급이지만 매사 의견충돌이 심했다.

‘일단 해봅시다’와 ‘디테일’의 격돌이었다.

둘을 떼어놓으면 되지만 같은 분야였다. 결국 경도에게 손을 벌렸던 탁홍걸이었다.

둘 중 한 사람을 자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인재가 부족하니 더욱 그렇다고 했다.

경도의 처방은 제3의 대안이었다.

이들을 채용할 때 준비한 인재 스카우트 사진을 받았다. 간발의 차이로 떨어진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을 추가채용하세요.”

경도의 대안이었다.

그는 둥근 얼굴의 수형이었다. 친화력에 배려심이 엿보였다. 상극 사이에 중화장치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인재가 다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비책은 적중이었다. 뚝심의 불도저에게 집행을 맡기고 디테일형 직원에게는 자료와 시장조사, 분석 등의 권한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중화자에게 중재를 맡기니 불화가 해소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매니저는 셋이었다.

엄마에 엄마 친구까지 합치면 다섯이다.

사진 유출 문제가 나왔을 때 탁홍걸은 난감했다. 그러나 사안이 중요했다.

이제 막 톱스타 반열에 들어간 TNTS였다. 멤버 중의 하나가 유흥업소에서 알바를 뛴다고 하면 완전 치명타였다. 사진을 내리고 조사에 들어갔다. 재발에 겸해 기강을 세워야 했다.

채서도 야단을 쳤지만 형식적이었다. 사안을 들어보니 그녀는 죄가 없었다. 어머니의 친구 개업식에 잠깐 들어가 분위기 좀 띄워준 것까지 질책하기는 어려웠다.

어머니와 그 친구는 목숨을 걸고 부인했다.

“내가 미쳤어요? 우리 딸 잘못될 일을?”

“내가 미쳤어요? 내 딸처럼 좋아하는 아인데?”

두 동창의 말은 거의 복사본이었다.

세 매니저도 고개를 저었다.

난감한 건 탁홍걸이었다. 사안은 중대하지만 경찰 수사를 맡기기도 무리였다. 그러다가 겨우 수습한 사건이 커질 수도 있었다.

결국 믿을 만한 내부 직원에게 상세조사를 맡겼지만 큰 진척은 없던 차였다.

“다섯 분 사진 다 주세요.”

경도가 본격 진단 채비에 나섰다.

패스.

패스.

두 여자가 제외되었다. 소동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기색은 좋았다. 이마의 천장에 윤기가 돌고 얼굴 전체에 홍색 기세가 온화하니 재복이 열리는 상이었다.

다음으로 세 매니저의 차례였다.

불도저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디테일 매니저는 오른쪽 눈 옆 어미가 밝았다. 인당으로 확인하니 황색 기세 속에 자색이 엿보인다.

“이분 결혼하셨죠?”

경도가 체크에 들어갔다.

“했죠. 작년에 했으니 아직 신혼입니다. 왜요?”

“아닙니다.”

일단 논외로 밀어놓았다. 결혼한 사람의 오른쪽 어미와 인당에 자색이 서린다면 다른 여자가 있다.

게다가 미인이다. 그의 성격답게 디테일하게 뜯어보니 남녀궁의 어두운 기색 속에 밝은 기색이 숨어 있다.

“…….”

경도가 혼자 숨을 고른다. 아내보다 불륜에 더 몰두한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찾고 있는 건 사진유출자였다. 마지막 매니저가 남았지만 답이 되지 못했다. 귓불이 너무 좋으니 정에 약한 사람이지만 입술이 튼실하니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흐음.”

쓴 입맛과 함께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없습니까?”

탁홍걸이 묻는다.

“매니저들도 아닙니다.”

“허, 그럼 대체?”

탁홍걸이 한숨을 쉬었다.

“잠깐만요.”

경도가 관상안을 채서에게 겨누었다. 채서를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사건의 주인공이니 그 얼굴에도 답은 있을 수 있었다.

모함부터 확인한다.

코의 준두와 관골에 맺힌 모함의 상괘는 변함이 없었다. 검붉은 기색이 약해지고 있지만 누군가 시기와 음해를 작정한 것이다.

일단 관골을 분해한다.

관골의 기색은 타인과의 관계를 살필 때 유용하다. 청색, 백색, 자색이 함께 서리면 타인에 대해 근심하는 것이다. 적색이면 난감하다. 타인의 재앙이 자신에게 닥친다.

관골의 기색은 좋지 않지만 타인으로부터의 재앙을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다음으로 부모에 관한 일각과 월각의 기색을 체크한다.

패스.

‘응?’

바로 그때였다. 내친김에 주골을 체크하려던 차에 그 아래의 ‘제우’에서 붉은빛이 엿보인 것이다.

눈썹 위의 제우.

친구에 관한 일을 볼 수 있는 자리다. 붉은색이면 당연히 재앙이다. 현재 채서가 직면한 재앙과 딱이었다.

[친구]

단서를 잡았다.

“채서 씨, 그날 혹시 친구 만났어?”

“친구요? 네.”

네?

“그 자리에 같이 있었어?”

“아뇨. 그날 밤 집에 있는데 절친 세아가 전화를 해왔어요. 제가 모처럼 시간 난다고 하니 생파 해주겠다고요. 그다음 주가 제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얘기해 봐.”

“마침 시간이 되길래 만나자고 했어요. 저 피곤한 거 아니까 우리 집으로 오겠다고 해요. 이 친구예요.”

채서가 다른 사진을 보여주었다.

“……!”

경도 눈살이 확 찡그려졌다. 이 친구도 아니었다.

“아, 다른 친구도 한 명 왔었어요. 유강희라고 세아 친구예요.”

“유강희?”

“중학교 때 셋이 같은 반이었어요. 그 친구는 공부 짱이라 아주 친하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친구 사이였으니 같이 만났죠.”

“사진 있어?”

“잠깐만요.”

채서가 사진을 찾는다. 두어 장 넘어가니 강희가 나왔다. 생파라고 만났으니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이다.

‘…….’

경도 시선이 굳었다. 이 친구였다.

확인에 착수한다. 일단 귀가 눈에 들어왔다. 곧게 펴진 귀를 가졌으니 준재다. 기억력이 좋으니 머리 또한 뛰어날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피부가 너무 하얗다. 그것만 해도 좋지 않은데 아랫입술이 튀어나오니 시기심을 피할 수 없다.

눈썹을 확대하니 청색과 백색이 동시에 비친다. 여러 각도에서 봐도 다르지 않았다. 눈썹에서 이런 기색이 나오면 악심을 품었다는 뜻이다.

“이 친구인 거 같습니다.”

경도의 상괘가 나왔다.

“강희가요?”

채서가 먼저 놀란다.

“어떻게요? 강희에게는 문제의 사진이 없어요.”

“그렇지. 하지만 생파를 했다면서?”

“예.”

“자리 비운 적 없어?”

“있어요.”

“그때마다 핸드폰을 달고 다니지는 않았지?”

“네.”

“그럼 그때 가져갔을 수도 있지. 자기에게 전송하고 기록을 삭제했든지.”

“설마…… 오랜만에 만나서 왜요? 저한테 굉장히 잘 해줬는데…….”

“그 자리에 셋이 있었다고 했지?”

“네. 저, 세아, 그리고 강희…….”

“세아하고 더 친하다고?”

“네.”

“그럼 일단 세아에게 확인해 봐. 그날 채서가 왔다 갔다 할 때 강희가 핸드폰을 만졌는지 안 만졌는지.”

“알겠어요.”

경도 제의를 받은 채서가 통화를 했다.

“만졌다는데요? 하지만 비번…… 아, 제 옆에서 빠꼼히 보던 게 생각나요. 제 비번은 쉬우니까 그때 봤을 수 있어요.”

“탁 대표님, 제가 계속 진행해도 될까요?”

경도가 탁홍걸의 의향을 물었다. 채서가 그의 소속사 연예인이기 때문이었다.

“설마 여기서 그만두시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채서야, 이제 강희에게 전화를 걸어서…….”

경도가 싸목싸목 지시를 건넸다.

“큼큼.”

호흡을 가다듬은 채서가 전화번호를 눌렀다.

-받는데요?

채서가 눈으로 말했다.

“여보세요.”

통화가 시작된다.

“응, 나야. 채서. 서가은.”

채서가 본명을 밝힌다. 경도와 탁홍걸은 숨소리를 죽이고 주목했다.

“있잖아, 이런 전화하고 싶지 않았는데 좀 곤란한 일이 생겼어.”

-뭔데? 나 바쁘니까 빨리 말해.

“실은 내 사진이 이상한 갤러리에 누출이 되었거든.”

-그래서?

“우리 대표님이 범인 잡느라고 난리도 아니다보니까 내 방 CCTV까지 체크를 해버린 거야.”

-CCTV? 니 방에 CCTV도 있어?

“전에 앞집에 누군가 창문을 깨고 도망치는 사건이 있었거든. 우리 엄마가 불안해서 나 몰래 달아놨나 봐.”

-…….

“우리 대표님이 그거 확인하다가 니 모습을 봤대.”

-나? 뭐?

“니가 내 핸드폰 만지는 거.”

-……?

“우리 회사에 컴퓨터 잘하는 직원들이 널리고 널렸잖니? 그 아저씨들이 화면 확대해서 보니까 니가…… 아, 정말…….”

-…….

“아무튼 지금 경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한다고 난리도 아니야.”

-손, 손해배상?

“그래. 진짜 니가 그런 거야? 나는 아니라고 악을 썼는데 그 아저씨들이…….”

-…….

“혹시라도 진짜 니가 그랬으면 빨리 와서 사과해줘. 그러면 우리 대표님이 봐주고 아니면 경찰서에 수사 의뢰한대. 우리 대표님 검찰에도 높은 분들 아는 사람 많아.”

-진짜…… 경찰에 고발한대?

“그렇다니까.”

-…….

“너…… 야?”

경도를 힐금 바라본 채서가 쐐기타를 날렸다.

-그게…….

“너구나?”

-아니야, 내가 아니라 내 남친.

“남친?”

-사진을 내가 가져온 건 맞아. 니가 초콜릿 가지러 나갔을 때 폰이 예뻐서 구경했는데 니가 하던 대로 하니까 폰 잠금이 풀리더라? 그래서 호기심에 사진 몇 장 전송하고 기록은 지웠어. 그거 내 남친에게 보여주면서…… 미안해. 실은 너를 씹었어.

“씹어?”

-학교 때 노래 조금 하고 공부도 못하던 게 스타가 되었다고. 알고 보면 개찌질이인데 이제 목에 힘주면서 건방을 떨더라고 했더니 남친이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고…….

“그럼 둘이 세트로 사과하면 되겠네?”

채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통화는 녹음되고 있었으니 더 이상 조심할 것도 없었다. 그동안 마음고생한 감정을 싣는 것이다.

게임 오버.

경도의 역할이 끝났으니 그쯤에서 일어섰다.

“이거 뭐라고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지.”

탁홍걸은 고마워 어쩔 줄을 몰랐다. 채서와 다연, 곽수잉 등의 TNTS 멤버들도 입이 닳을 지경이었다.

“역시 오 박사님.”

명혜를 책임지고 있던 유빈도 쌍엄지척을 날려준다.

“명혜, 이제 선배님들이네. 인사하고 가자.”

경도가 작별의 신호를 보냈다.

“언니들, 다음에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명혜의 배꼽 인사가 작렬하니 그 귀요미에 모두가 자지러졌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보다도 행복했다.

명혜의 재롱은 그치지 않았고 부부의 마음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집이 가까웠을 때 채서의 전화가 들어왔다.

-오 박사님.

“왜?”

-방금 그 인간들 왔다 갔어요.

“사진유출 범인들?”

-네, 엄마까지 데려와서 울고불고 빌면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어떻게 했어?”

-대표님이 콧물이 쏙 빠지도록 엄포를 놓고 각서까지 받은 후에 봐주셨어요.

“채서는?”

-대표님이 오 박사님 봐서 공덕을 쌓자고 하시길래 저도 사과만 제대로 받고 봐줬어요. 다행히 사진은 그 갤러리에만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잘했어. 나중에 복이 되어 돌아올 거야.”

-고맙습니다. 우리 엄마도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

인사를 들으며 통화를 끝냈다.

명혜가 기획사와 정식 계약을 한 역사적인 날, 그 일정의 엔딩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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