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이 옵션 절대 잊지 마세요-2> (176/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76화

50. 이 옵션 절대 잊지 마세요-2

10청의 김윤광이었다. 10청의 깊이는 모친의 배꼽 깊이로 추가 인증까지 되었다.

경도가 처음으로 본 귀격이었다. 귀격의 상은 여전히 시들지 않았다. 오히려 10청이 더 맑아지고 있는 느낌인 것이다.

그러나 이경문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상이다. 그 풍후한 이마와 그 수려한 눈썹, 그 오묘한 봉황안에 기운이 담긴 현담비의 코…….

목소리까지 좋았지만 아쉬운 건 귀였다.

“의원님.”

“예.”

“죄송하지만 다른 후보들 관상을 좀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방송에 나오던 것에서 변화된 것은 없겠죠?”

“그렇습니다.”

“잠깐만요.”

경도가 검색에 들어갔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하게 부각되는 사람은 넷이었다.

<이경문> <박중경> <정기룡> <공선기>

여론은 이경문과 박중경의 싸움으로 보지만 정기룡의 기세도 다크호스급이었다.

박중경의 관상은 기가 막혔다. 척 봐도 위엄을 갖춘 위맹지상이었다.

뼛골은 강철 같았고 살집 또한 풍후했다. 기색 역시 탁하지 않으니 과연 대선에 나올 만한 인물이었다.

큰 덩치에서 내쏘는 눈빛도 묵직하다. 이마 역시 높고 넓으니 큰 그릇이 분명했다.

오관도 기세가 좋고 눈썹도 상향이다. 오악조차 코를 중심으로 조아리니 하나하나 확인할수록 경도의 입이 말라 갔다.

“차 좀 마시겠습니다.”

잠시 관상안을 거두고 차를 마셨다. 그새 식은 차를 단숨에 넘겨버렸다.

다시 관상으로 돌아간다.

동영상을 찾아 움직임을 보고 뉴스에 나오는 목소리도 듣는다.

‘푸하.’

이제는 등골에 식은땀까지 흐른다. 그야말로 용호상박이 될 기세였다.

초조함은 두 인물의 비교에서 조금 안정이 되었다. 턱의 힘과 몸매의 기세를 분석하니 이경문의 마음씨가 조금 더 따뜻해 보인다.

남은 불안은 입 부위에서 씻어냈다. 결정적으로 이경문의 입이 더 컸다. 같은 기세라면 입이 큰 사람이 더 큰 여의주를 물게 마련이었다.

다음으로 정기룡과 공선기를 체크했다. 이들의 관상도 꽤 좋았다. 그러나 장관이나 도지사는 될지언정 존귀한 대관식을 치르기에는 모자랐다.

내친김에 이경문의 최근 영상도 찾아냈다. 관상은 기본이다. 그러나 디테일은 기색이다. 대운을 꿈꾸는 자는 관록궁의 기색과 눈빛, 인당, 그리고 눈썹의 기색이 중요하다.

귀의 색깔 역시 참고가 되니 붉은빛이 강하게 서리면 상대를 누르기 어렵다.

‘아하.’

이경문의 관상을 벗겨내던 경도가 탄식을 삼켰다.

“오 박사님.”

김윤광이 바로 눈치를 차렸다.

“상괘를 드리기 전에 하나 묻겠습니다.”

“…….”

“제가 관상이나 풍수를 보다 보니 제왕의 조건 중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면후심흑(面厚心黑).”

“얼굴에는 철판을 깔고 속마음은 능구렁이 같아야 한다?”

“예. 위대한 통치자들은 이런 타입이었다고 합니다. 선대위 부위원장 물망에 오르내리셨으면 이경문 후보를 수차례 뵈셨겠지요? 지척에서 파악한 그분은 어떻습니까?”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다수 그렇죠. 그분 역시 면후심흑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윤광이 웃는다.

“그렇다면 상괘를 드리겠습니다.”

경도가 눈빛을 세우니 김윤광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이 기구의 목적은 당선이었다. 이경문이 당선되면 김윤광은 단숨에 유력 정치인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코로나 퇴치에의 기여, 여당의 거물 이서복을 잡은 기세에 선대위부위원장 경력까지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의 무게로 당내 비난에 직면하며 빛이 바랠 수도 있었다.

“의원님이 그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시려면 옵션 하나를 받으셔야 합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이것입니다.”

경도가 메모 한 장을 내밀었다.

“……?”

메모를 확인한 김윤광의 눈매가 깊어졌다.

“목숨 걸고 지킬 자신이 없다면 합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만 지키면 된다는 겁니까?”

“박빙이지만 그럴 것 같습니다.”

“오…….”

김윤광의 얼굴빛이 더 밝아졌다. 정당이란 기본적으로 정권 창달을 목적으로 한다.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 정당의 최종 목표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부탁, 절대로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것만 넘어서면 의원님에게도 기막힌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신세 지는 김에 하나 더 지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정기룡 후보 말입니다. 박중경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후보를 탈퇴할 가능성이 있는데 어떨까요? 당내에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일입니다.”

“정기룡 후보…….”

경도의 관상안이 다시 바빠졌다.

양보하는 관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일단 이마가 도톰하면 할수록 자기 주도적이다. 눈썹뼈인 미릉골이 잘 발달해도 그렇다. 지혜로운 양보가 나오려면 이 두 가지가 상대에 비해 좀 낮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정기룡이 박중경에 비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마의 볼륨감으로는 박중경에 뒤지지 않았고 미릉골의 기세도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자료를 한 번 더 탐색하던 중에 재미난 사진이 나왔다. 정기룡이 선영에서 출마의 각오를 다지는 장면이었다.

중국 풍수사 채일천과 붙은 후로 풍수에 관심이 높아진 경도였다. 싸목 할아버지 덕분에 이해가 쉬웠으니 이 선영의 그림도 해석이 되었다.

선영은 7부 능선이다. 뒤로 보이는 산에 힘이 팽팽하다. 오른쪽 산은 백호이니 겹겹이 뻗어 나가며 선영을 호위하고 왼쪽의 청룡은 날렵하게 이어진다.

그런데 그 앞산이 바위산이다. 높고 험해 화기가 느껴지지만 수려하다.

그러나 산이 험하니 물이 귀하다. 이런 기세의 선영에서 받은 정기라면 정기룡 사전에 양보란 없었다.

“잠깐만 실례합니다.”

사진을 먼저 문자로 보내고 채일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곽징이를 보냈으니 이 정도 신세는 져도 될 것 같았다.

그가 전화를 받자 경도가 해석한 풍수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대선이라든지 후보 이야기는 건너뛰고 이 선영의 후손들의 양보심에 대해서만 물은 것이다.

-그 후손들은 복종과 담을 쌓고 살 사람들입니다.

채일천의 확인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워낙 중요한 일이니 중국의 지인에게 자문을 받았습니다.”

경도가 김윤광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떻습니까?”

“제 관상에 더불어 풍수까지 체크해도 수개월 안쪽에 양보의 수는 없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난제를 풀어주시니 제가 부위원장으로 합류해도 짐을 덜 것 같습니다.”

“요점은 아까 드린 메모입니다.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명심하죠.”

“그럼 그만 가시죠. 큰일을 하시려면 푹 쉬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님과 큰아버님께도 말씀을 드려야 하고요.”

“제 안부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사를 하고 김윤광과 헤어졌다.

‘대권…….’

K시로 돌아오는 동안 엄청난 관상들을 떠올렸다. 한 마디로 심쿵이다.

이경문도 그렇지만 박중경의 관상도 극귀상이었다. 거기에 김윤광이 있었다.

김윤광을 그들 사이에 놓고 비교하지는 않았다. 그가 출마하는 것이 아니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경도는 알 것 같았다.

김윤광.

그의 극귀상에도 슬슬 날개가 돋고 있다는 것.

어쩌면 이번 대선이 그 날개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 같았다.

마침내 날아오를 강철의 깃털이 되어줄지.

아니면.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허망하게 녹아버릴지.

***

~i miss the taste…….

번호키를 열고 들어설 때 유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 박사님.

목소리가 경도 귀 안에서 청량하게 구른다.

“웬일이세요?”

소파에 늘어지며 경도가 물었다.

-웬일은요, 보고 싶어서 전화했죠.

“흐음, 관상 볼 일 생겼어요?”

-쳇, 저는 뭐 관상 볼일 있을 때만 전화하는 줄 아세요?

“명혜 때문이죠?”

-어머, 이제 안 보고도 천리안?

“좋은 조언해 드렸어요?”

-어쩌겠어요? 오 박사님이 저한테 떠민 영광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조건 콜 받아야죠.

“명혜 아빠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요?”

-그거 사실 제가 탁 대표님 엉덩이에 바람 넣은 거예요. 요즘 쓸만한 아역배우가 드문데 명혜라면 굉장한 스토리가 있잖아요? 명혜가 나름 끼도 있고 당차서 잘해낼 거 같고요.

“일이 그렇게 된 거로군요?”

-카메라에 대한 부담만 없으면 해볼 만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재능도 빵빵한 것 같고요. 오 박사님이 한 것처럼 명혜 인생에 계기가 되면 좋죠. 연예인 그거 별거 아니에요.

“제가 듣고 싶던 말이네요. 명혜 아빠에게도 그렇게 말한 거죠?”

-그럼요. 주말에 제가 데리러 간다고 했어요. 오 박사님도 나오실래요? 대환영 받을 텐데?

“으음, 솔깃해지는 데요?”

-탁 대표님도 좋아할 거예요. 관상 봐달라고는 안 할게요.

“너무 그렇게 선을 그어버리니 그것도 재미가 없는 데요?”

-그렇죠? 저 마음에 없는 말을 해버렸어요.

“명혜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 기획사에서 만나요.”

-정말요?

“아무래도 그게 좋지 않겠어요? 명혜가 저를 잘 따르기도 하니까요.”

-100퍼 닥치고 동의.

“아무튼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명혜에게도 자신감을 살리는 기회가 되고.”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그럼 쉬세요.”

명혜의 오디션(?)은 이렇게 결정이 되었다.

***

주말 오전, 명혜가 폭주 자동차처럼 달려 나왔다. 경도 차를 본 것이다. 작심하고 기다린 눈치였다. 경도가 차에서 내리자 다리에 달라 붙어버린다.

“선생님.”

“밥 먹었어?”

“네.”

“많이?”

“네. 명혜 똥배도 나와요.”

명혜가 자기 배를 문지른다. 똥배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오셨어요?”

명혜 부모님도 다가왔다.

“타세요.”

경도가 차를 가리켰다. 부부의 차는 포터이니 경도 차로 갈 생각이었다.

“명혜는 선생님 옆자리.”

명혜가 재빨리 조수석을 차지한다.

“출발.”

지휘도 한다. 부모는 긴장하지만 명혜는 그런 기색조차 없었다.

“명혜야, 얌전히 있어야지.”

뒷좌석의 어머니가 슬쩍 견제구를 던진다.

“왜? 명혜는 선생님하고 있어서 좋기만 한데, 엄마는 안 좋아?”

“…….”

단 한 마디로 1승을 거머쥐는 명혜였다.

“명혜 카메라 시험, 겁 안 나?”

경도가 슬쩍 물었다.

“겁 안 나요. 명혜는 재미있어요.”

경도도 1패를 당한다. 대책 없는 긍정덩어리다. 긴장이라고는 1도 없었다.

“명혜 때문에 수고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경도에게 마음을 전한다.

“아닙니다. 저도 오랜만에 탁 대표님도 보고 유빈 씨도 좀 보려고 가는 겁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세요.”

부담을 덜어주는 사이에 탁 기획이 가까웠다.

“유빈 언니다. TNTS 채서, 다연, 곽수잉 언니도 있어.”

창에 찰싹 달라붙은 명혜가 소리쳤다. 한참 노래에 빠진 명혜는 웬만한 걸그룹 멤버의 이름은 쫙 꿰고 있었다. 그러니 TNTS 정도는 깜도 아니었다.

“언니.”

차에서 내리는 것도 일등이다. 쓰러질 듯하면서도 끝까지 달려가 기어이 유빈의 품을 차지한다.

“오 박사님.”

유선과 곽수잉, 다연 등이 그 틈을 타고 경도에게 몰려든다.

“뭐야? 오 박사님을 왜 니들이 차지해?”

명혜를 안은 유빈이 울상을 지었다.

“언니는 명혜나 챙겨요. 오 박사님은 우리가 알아서 모실게요.”

TNTS는 경도를 납치하듯 안으로 끌었다.

그런데, 그건 진짜 납치였다.

연습실 안으로 미친 듯이 끌고 가더니 문을 잠가버린 것이다.

“박사님, 겁나죠?”

채서가 괜한 협박(?)까지 해왔다.

“좀 그런 데?”

“이제 여기서 못 나가요. 관상 한 번 봐주기 전에는.”

그런데.

그게 또 장난이나 협박만이 아니었다. 멤버들의 표정이 굉장히 진지한 것이다.

코의 준두와 관골에 그 이유가 있었다.

‘모함?’

경도 뇌리에 위험한 단어 하나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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