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림에서 온 비구니 관상가-3> (173/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73화

49. 계림에서 온 비구니 관상가-3

“…….”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이건 각본에 없는 내용이었다. 캐서린과 재키가 원한 건 신부가 될 여자의 관상이었다.

경도 생각은 달랐다.

한 손만으로 손뼉을 칠 수 없다.

그렇기에 쌍방 체크에 나선다.

동시에 극적인 무엇 하나를 머리에 그리고 있었다.

“그러시죠.”

재키가 수락했다. 여기서 안 된다고 선을 그을 수도 없었다.

“그럼 우선 아내를 극하는 상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원서단께서 같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경도가 운을 떼자 원서단의 시선이 맑아졌다.

“기본적으로 열두 가지입니다.”

“…….”

이제 캐서린의 시선도 재키에게 쏠린다.

“천창은 눈썹 끝에서 귀 쪽 머리카락 라인으로 나가는 부위입니다. 여기에 주름이 지거나 흉터가 심하면 아내를 다섯 번 고통스럽게 합니다. 있습니까?”

“없습니다.

“수염은 많은데 코가 작으면 아내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작습니까?”

“그렇지 않은 편인데요?”

“관골은 광대뼈 부위입니다. 이 부위가 주변에 비해 저 홀로 높으면 아내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아까 말한 천창이 푹 꺼지면 역시 아내를 망하게 합니다.”

“괜찮아 보입니다.”

“산근은 코가 시작되는 부분인데 이게 끊어지면 아내를 힘들게 합니다.”

“특별하게 이상하지 않아요.”

“어미는 눈썹이 나는 라인의 끝자리입니다. 낮으면 아내를 극하게 됩니다.”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

“주름도 확인하세요. 거기에 주름이 있으면 아내를 힘들게 하는데, 만약 하나라면 한번 고통스럽게 합니다.”

“없습니다.”

“머리와 준두, 지각의 세 곳이 뾰족하거나 천창과 관골, 지고가 깎인 얼굴입니까?”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간문은 눈 옆자리입니다. 이게 깊으면 아내를 한 번은 제대로 고통스럽게 하며 결혼을 해도 부부관계가 좋지 못하거나 이혼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발달하면 결혼을 여러 번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무난해 보입니다.”

“다음은 질병인데 이건 두 분이 같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주의를 환기한 경도가 상괘를 이어갔다.

“인간의 질병은 질액궁에 표시가 됩니다. 산근은 아까 말씀드린 부위인데 여기에 청색과 암색이 서리면 작은 질병에 걸립니다.”

“…….”

“그러나 검붉은 색을 띠면 죽지는 않되 대미지를 입게 됩니다.”

“…….”

“확인이 되었습니까? 제가 보기엔 두 분 다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경도가 말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동의했다.

“원서단의 관상을 먼저 보았지만 재키의 상을 먼저 밝힌 것은 남자의 예의로써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다만 그전에 알고 싶은 것이 있으니 원서단께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관록궁과 명궁이 밝은 것으로 보아 장시간 이타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어머, 그런 것도 보이세요?”

그녀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입장이 곤란할 일은 아닌 것 같으니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그럽니다.”

“아아, 이건 자랑할 일이 아니라 재키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인데…….”

“부탁합니다.”

“정 그러시면…… 아이, 어쩌지…….”

원서단은 볼을 붉히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제 아버지의 스승님이 여자분이세요. 그분 자식들이 먼저 죽어 나이를 먹으니 요양병원에 가셨는데 사지를 잘 쓰지 못하세요. 다른 건 다 아버지께서 도와드릴 수 있는데 목욕만은 해드릴 수 없으니 제게 부탁을 하셨어요. 아버지께 은인이니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냐고. 그게 제가 중학교 때였는데 저를 좋아해 주시던 분이라서 목욕을 돕게 되었어요. 그 후로 6년 정도 그 교수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거의 매주 목욕봉사를 했어요. 그분께서도 제 손길이 곱다고 간병사들 목욕을 사양하는 바람에…….”

“힘들지 않으셨습니까?”

“힘들기는 했는데 교수님이 너무 행복해하니까요. 어쩌다 학교 스케줄 때문에 못 가게 되면 잠도 안 올 지경이었어요.”

“지금은요?”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 후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다른 분들 목욕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그분들도 제 손으로 씻겨드리면 좋아하셔서…… 해서 결혼을 해도 걱정이긴 해요. 한 달에 한 번은 가겠다고 약속을 했거든요.”

원서단이 재키를 돌아본다.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원서단의 관상은 디테일하게 보았지만 재키처럼 기본만 말씀드립니다. 여자의 미덕은 네 가지로 기본을 삼으니 이마, 코, 입, 그리고 눈입니다. 제 관상안으로는 별다른 하자를 찾지 못했으며 설령 약간의 천격이 있다고 해도 그동안 쌓은 음덕으로 상쇄가 될 정도입니다.”

“서단.”

재키가 원서단의 손을 잡는다.

“재키는 방금 평생의 복을 잡은 겁니다. 원서단은 당신에게 기가 막히게 어울리니 재키의 인생을 왕성하게 할 여자로 나옵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지막 확인을 함께 하겠습니다.”

“……?”

“두 분이 마침 손을 잡았으니 그걸 가지런히 펴보시기 바랍니다. 손바닥에 윤기가 흐르는 홍색이 가득하면 두 사람은 건강하게 사랑하며 소원을 이뤄갈 겁니다.”

“재키, 서단, 뭐해?”

침묵하던 캐서린이 조바심을 냈다.

재키는 원서단을 바라본다. 원서단 역시 재키를 바라본다. 둘은 차마 바로 확인하지 못하니 캐서린이 그 손을 잡아 펴버렸다.

“와아아.”

캐서린이 먼저 환호를 질렀다.

“재키.”

“서단.”

손바닥 가득 핀 선홍의 윤기를 본 두 사람도 목소리가 떨렸다. 홍색꽃이 두 개다.

긴장을 뽀개버리는 극적 빛깔이었다. 게다가 둘이 동시에 확인하니 감동의 크기도 두 배였다.

“재키.”

원서단이 재키 품을 파고들었다.

“두 분이 잘 맞으니 이건 보너스입니다. 재키의 귀와 인당, 준두가 밝아오는데 이는 창업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병원 개업에 최적기로 보이니 축하를 드립니다.”

경도의 상괘가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짝짝.

첫 박수의 주인공은 곽징이였다. 그녀는 기꺼운 표정으로 박수를 보냈다. 캐서린도 그 뒤를 이었다.

“스님께서 참관하신 관계로 평소와 달리 기본적인 것들 중심으로 상괘를 냈습니다. 혹 제가 간과한 게 있으면 고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경도가 곽징이를 대우해 주었다.

“간과라니요? 기본이야말로 최고의 궁극적인 것이니 제 눈이 호강을 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저도 원서단의 관상을 보았더랬습니다. 하지만 껍데기만 더듬었을 뿐이니 박사님께서 분실한 지갑의 회복이나 변장한 제 본질을 맞추는 데서 이미 두 손을 들었습니다. 과연 채 대인께서 입에 거품을 물고 칭찬할 만하세요.”

“과찬이십니다.”

“제 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른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혹여 실수라도 나오면 바로 반론할까 노리던 차였으니 과찬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혹 한 가지 우려를 갖지 않으셨습니까?”

“맙소사, 제 마음속도 보고 계시는 겁니까?”

“저보다 미리 보셨으니 오행 체형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 같아서요.”

“정말 오묘하군요. 그런 우려를 한 것은 맞습니다. 다만 오 박사님이 문제 삼지 않으니 저도 건너뛰는 것뿐입니다.”

“뭔데 그러세요?”

캐서린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다.

“실은 저 두 사람의 관상에는 한 가지 우려가 들어 있습니다.”

“우려?”

“원서단은 오행상 목형이 절반 정도 섞여 있습니다. 재키는 토형이 절반 정도고요. 이렇게 되면 목극토가 되는 것이니 원서단이 재키의 성공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방금 전에는 기막히게 어울린다고 하셨지 않나요?”

“맞습니다. 원래는 그런데 이 또한 천생연분의 신호인지 재키는 기세가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토형이 화형에 속하게 되죠. 즉 목극토가 목생화로 되는 것이니 오히려 상생의 격이라 큰 발전을 도모하게 됩니다.”

“아.”

곽징이의 감탄이 나왔다. 그녀도 제대로 보았다. 그러나 기색에서 경도에게 밀렸다. 명쾌한 설명을 듣고 보니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곽징이었다.

“말하자면 전화위복이라는 거군요?”

재키와 캐서린의 표정이 동시에 밝아진다.

“그렇습니다.”

“오 박사님의 상괘는 바다처럼 심오하군요. 나아가 상괘를 내리는 장면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저처럼 그냥 내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버리시네요.”

곽징이는 기꺼이 인정을 했다.

“스님께서 보고 계시니 한 번 튀어본 것뿐입니다.”

“부부의 연을 맞잡은 손으로 확인시켜주는 상괘라면 백 번을 튀어도 멋질 것 같습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제가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죄송하지만 사진으로도 상을 보신다고요? 제가 고민하는 관상 하나를 좀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죠.”

“그럼 일단 캐서린과의 비즈니스를 마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른 자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일어서는 곽징이를 경도가 잡았다.

“캐서린.”

그 상태에서 경도 시선이 캐서린에게 돌아갔다.

“네?”

“고세완 대표님께 말씀 들으셨죠?”

“예, 오 박사님이 인재를 소개하신다고요?”

“그 인재의 검증을 여기 곽징이 스님에게 요청합니다.”

“예?”

“검증이란 여러 단계일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관상은 본래 맑은 눈으로 봐야 하는데 그분의 경우에는 제 마음에 정이 들었습니다. 사소한 정 때문에 제가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크로스체크 삼아 부탁을 드립니다.”

“스님.”

캐서린이 곽징이의 허락을 구한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사양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으니 해보겠습니다.”

곽징이의 수락이 나왔다.

[이 선생님 입장하시죠.]

경도가 문자를 보냈다.

이상록이 들어섰다. 재키와 원서담은 옆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곽징이의 눈동자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이상록의 체형을 보고 있다. 걸음을 보고 있다.

“…….”

경도가 흠칫 놀란다. 이건 경도가 원서담의 상괘를 보던 그 스텝이었다. 그 과정을 똑같이 따라가는 곽징이였다.

다만.

한 가지는 달랐다.

“저기…….”

느닷없이 이상록의 뒤쪽을 가리킨 것이다. 이상록이 돌아본다.

“됐습니다.”

곽징이가 바로 수습을 한다. 그녀도 영어가 가능했다.

‘엉덩이 살.’

경도는 알았다. 그녀가 체크한 건 이상록의 엉덩이였다. 엉덩이 살도 나름 중요한 덕목이다. 이게 부실하면 좁은 이마처럼 큰 걸 이루지 못한다.

“안녕하세요?”

이상록이 캐서린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둘의 언어도 영어였다. 목소리 역시 곽징이의 관상안을 피하지 못한다. 경도는 슬슬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캐서린이 대화의 리드를 시작한다. 곽징이의 시선은 소리 없이 분주해진다. 이상록의 기원을 읽더니 이재에 대한 능력을 체크한다.

코가 우선이다. 자금을 만지는 그릇은 얼마나 큰가? 투자회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체크였다.

다음으로 눈동자의 크기를 본다.

작다.

곽징이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작으면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는 것이다.

이어서 입이다.

경도도 긴장에 빠진다. 이상록은 벌린 입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꽉 다물고 있으니 철통과도 같았다. 결단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이어 조직에의 적응도를 더듬더니 인품을 향해 달린다.

분주하던 시선이 질병궁에서 멈췄다.

조직생활의 최고선은 능력이다. 한 가지를 더하면 충성도가 꼽힌다. 그러나 이 모든 가치의 기반에는 건강이 있다. 병이 있다면 제갈공명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귀.’

경도가 조금 질러갔다. 경도라면 그곳에서 마무리가 될 일이었다.

경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곽징이도 이상록의 귀를 바라보았다. 명궁에 더불어 귀의 윤기를 한 세트로 점검한다. 결국 그녀의 입가에 윤기가 배어난다.

‘끝났군.’

경도가 시선을 거두었다. 한숨을 돌린다. 여전히 꼭 다물고 있는 이상록의 입이 경도의 불안을 씻어주었다.

“제가 살핀 정도면 관상의 기본은 되나요?”

곽징이가 물어왔다. 그녀 역시 경도가 같이 짚어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본으로 논할 실력이 아니시니 혹시, 제 관상도 한 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도가 질러갔다. 동시에 궁금했다. 그녀의 눈은 경도의 상을 어떻게 볼까?

“불가합니다.”

시선을 겨누던 곽징이가 단칼에 잘랐다.

“예?”

“그 얼굴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의 얼굴까지 다 들어 있는 데다 희노애락이 물결처럼 아른거리다 흐드러진 꽃잎처럼 져버리니 오묘한 천변만화를 읽어낼 재간이 없습니다. 마치 상법에 나오는 온갖 상의 얼굴이 차례로 보인다고나 할까요.”

“곽 선생님.”

“진심입니다.”

곽징이가 합장을 한다. 그 태도가 묵직하니 더는 재촉하지 못했다.

“캐서린.”

곽징이의 상괘가 캐서린의 귓속으로 넘어갔다. 캐서린의 입가에 미소가 도는 게 보였다.

“이 선생님.”

“예.”

이상록이 답한다. 그는 살짝 긴장 상태였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여러 번의 크로스체크를 거쳤습니다. 첫째는 당신이 과거에 근무하던 회사의 실적과 평판, 두 번째는 최근 올린 당신의 실적, 나아가 여기 계신 두 분 관상대가님들의 체크까지.”

“…….”

“그 결과 OAC의 공동대표로서 인터뷰 결과를 통보합니다.”

“…….”

“당신을 투자파트너로 채용하겠습니다. 연봉은 국제적 투자회사의 팀장급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

이상록이 경도를 바라본다. 눈빛이 떨고 입술이 떨린다. 세계 금융계에 떠오르는 별 OAC. 그 안에서도 팀장급이다. 그건 굉장한 대우가 아닐 수 없었다.

경도는 끄덕 고갯짓으로 답하며 웃었다. 축하 인사였다.

“고맙습니다.”

이상록이 일어나 캐서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캐서린이 손을 내밀자 그 손을 잡는다. 백수이자 폐인에 가깝던 이상록의 제2의 출발이다.

경도는 보았다. 그의 명궁에서 솟구치는 붉은 태양. 더없는 길조였으니 고세완과 캐서린에게도 득이 되는 결정이 분명했다.

밖으로 달려나간 그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취직했어. 윤지야, 아빠 취직했다.”

소리치는 이상록은 천하를 가진 표정이었다.

이제 캐서린까지 비켜주니 테이블에는 경도와 곽징이 둘만 남았다.

곽징이는 사진에 이어 동영상까지 틀어놓았다.

“광서성에 있는 중국 최고의 물류 기업 빠방스방의 런창둥 회장님입니다. 부탁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