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얌전한 개가 부뚜막에 잘 올라요-1> (162/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62화

45. 얌전한 개가 부뚜막에 잘 올라요-1

“제 선택은 끝났습니다.”

경도가 시선을 들었다. 텅 빈 것 같으면서도 묵직한 경도의 눈빛에 이상록은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무념무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관상을 보는 경도의 모습은 딱 그 단어였다.

경도의 집중도 다른 날과는 달랐다. 주식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혼신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지 아빠의 선택을 보여주시죠.”

“긴장되는 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윤지 아빠가 아이패드를 잡았다. 화면 속의 사진 위치를 움직인다.

“선택은 둘이지만 차선책 셋을 합쳐 다섯을 골라보세요. 그 다섯을 순위별로 배치하시고요.”

“그렇게 하죠.”

이상록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저하지 않는 걸 보니 결정은 이미 나 있는 모양이었다.

“제 결정은 이렇습니다.”

이상록이 아이패드를 내밀었다. 경도가 받아든다.

“……!”

화면배치를 본 경도의 눈꺼풀이 파르르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이제는 전율까지 나온다. 믿기지 않게도 이상록의 선택은 경도의 관상 상괘와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경도도 패를 펼쳤다. 메모지에 적은 순위였다.

“억.”

이상록이 소스라친다. 자기의 선택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른 것은 단 하나. 그가 3순위로 올려놓은 기업의 회장이 순위에 없다는 것뿐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선택지가 될 두 사람이었다. 그 둘은 순위까지 같았다. 1순위는 바이오주였고 2순위는 언택트 관련주였다.

“80% 일치, 굉장한데요?”

경도가 웃었다.

“그러게요. 저도 신기하네요.”

“결과가 나왔으니까 한 번 맞춰볼까요?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저야 각 기업의 3년 사업계획표와 현재의 상황, 추진 중인 사업, 기술투자, 해외사업 등을 고려했습니다만 오 주임님은……?”

“말씀드린 대로 관상입니다.”

“관상으로?”

“선택지로 가져온 열 개의 기업…… 최고의 재벌회사는 아니지만 굉장히 알찬 기업들 같습니다. 일단 회장님들의 관상에 돈이 넘쳐흐르거든요.”

“예…….”

“옥에 티는 이 기업입니다.”

경도가 처음으로 탈락시킨 회장 사진을 짚었다.

“어째서죠? 지금 기업채 발행과 더불어 투자확장으로 새 먹거리를 찾으며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데…….”

“이분은 한 달 안에 파산합니다.”

“예?”

“복당이라고 눈썹 옆자리인데 여기에 진한 먹구름이 끼면 사업하기 힘듭니다. 눈 아래에도 검은빛이 도니 아마 큰 소송도 같이 걸릴 겁니다.”

“…….”

“1순위로 꼽은 바이오주 회장님은 큰 투자를 하고 계시죠?”

“맞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자극을 받아 면역향상에 기여할 면역활성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거액의 추가 투자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큰 자본을 들여 이익을 구하려면 인당의 황색이 아름답고 그 색이 피부 안쪽에서 은은히 우러나야 하거든요. 이 분이 딱 그때입니다. 제가 보기엔 3-4일 쯤 지나면 이 색이 최고점에 달할 것 같습니다.”

“큰 이익을 본다는 거군요?”

“여기 법령선이 그 안전장치입니다. 법령선 라인 바깥쪽을 따라 미색이 흘러듭니다. 사업이 번성한다는 신호죠.”

“그럼 2순위는?”

이상록이 언택트의 회장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을 선택한 건 모험 아닙니까?”

“억.”

이상록이 비명을 막았다.

“그렇죠?”

“맞습니다. 지금 미국의 경쟁사와 특허소송 중인데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승소만 하면…….”

“그렇다면 제대로 거셨네요. 승소합니다.”

“예?”

“지고라고…… 턱뼈 쪽이 아주 밝습니다. 더불어 푸른 기색 속에 황색이 비쳐 나오니 근심을 떨치고 재물이 들어온다는 신호입니다. 이것 역시 수일 내에 결정이 될 겁니다. 나아가 이마의 천양에서 관록궁으로 윤기가 흐르니 가까운 장래에 부귀를 더하게 될 겁니다.”

“와.”

이상록의 입이 벌어졌다. 그가 혼신의 힘으로 온갖 데이터를 분석해낸 자료들. 경도는 단지 관상으로 관통하고 있었다.

짝짝.

박수까지 나왔다.

짝짝.

경도도 박수로 받아쳤다. 이상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다.

“이분을 찾아가십시오. 필요한 수속을 밟은 후에 5억을 내줄 겁니다.”

경도가 조경철의 명함을 내주었다.

“조경철 지국장님…….”

“하나로일보 지국장님입니다. 현재 OK 후원회 회장 역을 맡고 계십니다.”

“5억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믿기지 않는군요. 지금은 저한테 500 투자하려는 사람도 없는데…….”

“지금까지는 그랬겠죠.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정말 제가 재기할 수 있을까요?”

“재기하셔서 윤지에게 힘이 되고, 운에 눌려 불운한 강 주임에게도 힘이 되셔야죠. 더불어 저도 좀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 무슨 재주로 오 주임님을요?”

“부활하실 거라니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후원회 투자관리를 좀 맡아주십시오.”

“투자관리요?”

“당장은 이 건 해결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윤지가 미국으로 갈 테니까요.”

경도가 1-2순위 회장들을 짚었다.

“자금의 투자비율은 관여치 않고요, 금요일 거래마감시간에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경도가 일어섰다.

혼자 남은 이상록의 시선이 아이패드 화면에 닿았다. 다섯 회장들의 사진이 보였다.

‘관상…….’

그가 화면을 쓰다듬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동시에 큰 위로였다. 가슴 속에 남았던 일말의 불안이 씻겨간 것이다.

최선을 다한 선택에 관상 검증까지 맞춘 선택.

먼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이상록은 딸에게 다짐했다.

‘아빠가 저 비행기 꼭 태워줄게.’

***

오후에 조경철의 전화가 걸려왔다.

“바빠?”

“괜찮습니다.”

“방금 그 사람 다녀갔어.”

“느낌 어떻던가요?”

“나 지금 강심제 먹고 있잖아.”

“왜요?”

“충격받아서. 이 사람이 담보가 필요하면 자기 신장과 간이라도 걸겠다는 거야.”

“회장님이 먼저 옵션 건 건 아니고요?”

“한 번 떠볼 생각은 있었는데 먼저 선수를 치네. 아야 소리 못하고 오 박사 지시대로 통장에 꽂아줬어.”

“불안하세요?”

“인간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돌아보니 명혜 수술 때는 오 박사가 50만 불이나 걸었더라고. 거기에 비하면 5억쯤이야…….”

“잘 될 겁니다.”

업무가 있어 오래 통화하지 못했다.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 7급 장기근속승진 심사일이었다.

강남숙은 당연히 심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퇴직 전에 6급으로 승진하기는 틀렸다.

횡령한 공금을 반환하고 감사담당관실에서 정상참작을 해주면 해임은 면할 수 있다.

그다음 징계는 감봉, 정직, 강등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직 2-3개월이나 감봉 3-6개월 선에서 끝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승진하는 것보다 행복할 것이다.

딸이 치료가 되고 남편이 절망에서 벗어난다면.

그래 준다면.

22명.

7급 장기근속승진의 심의가 끝났다. 경도가 서기를 겸했기에 바로 결과를 알았다.

“발표하게.”

보고를 받은 시장, 명단을 확인하더니 환하게 웃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경도가 시장실을 나왔다.

경도 손에는 22명의 명단이 들어 있었다. 위너들이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는 이번에도 탈락한 40여 명의 7급이 있다. 경도에게는 그들이 더 무거웠다.

사병들처럼 기간만 되면 승진하면 어떨까? 인사 담당자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사실 병사들도 기간이 찬다고 저절로 승진하지는 않는다.

그곳조차도 약간의 조건이 개입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두 달 먼저 승진하는 병사도 있고 그 반대 경우의 병사도 있다.

영관급 이상의 고급장교로 올라가면 일반직 공무원 뺨을 치는 경쟁을 보인다. 승진이 아니면 옷을 벗는다.

민간조직도 유사하다. 대기업의 간부들 역시 승진으로 명운이 갈린다.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다닥타닥.

컴퓨터 앞에 앉아 입력을 시작한다.

그래도 7급 장기근속승진의 후폭풍은 약한 편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패자부활전이니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적은 것이다.

형식적인 결재를 거친 후에 발표를 하려 할 때 방 팀장이 경도를 불렀다.

“퇴근 직전에 발표해.”

퇴근 직전.

경도는 그 의미를 알았다.

직전 인사팀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 앞에 근무하던 인사팀은 매번 오후 6시나 6시 직후에 인사 발표를 했다. 특히 금요일이나 공휴일 전날이 많았다.

부작용 때문이었다.

인사는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욕을 먹는다. 승진자만 해도 그렇다. 보통 3-4배수를 후보로 올려놓는다.

그들 모두가 승진을 꿈꾼다. 결과만 보자면 탈락자가 승진자의 2-3배에 달한다. 그들은 자신이 탈락한 ‘합리적인’ 이유를 알기를 원한다. 그래야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는 없다.

단지 관운이 없었을 뿐.

승진 후보 안에 들었다는 자체가 이유를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전보의 경우는 앞서 나왔던 분위기들과 같다. 신이 와도 모든 사람이 원하는 자리로 보내줄 수 없다.

그러니 돌아올 것은 ‘욕’ 뿐이다. 만약 근무시간에 발표한다면 그 불만과 불평, 욕설을 뭘로 소화시킬 것인가. 그러니 인사 파일을 올리는 동시에 퇴근을 하는 것이다.

퇴근 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직원들도 조금 진정이 된다.

방 팀장의 노하우였다.

노하우를 받들어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파일을 업로드하려는 순간 손님이 찾아왔다.

“오 박사님.”

강재은이 경도를 불렀다. 돌아보니 계 경감이 보였다.

“계 팀장님, 웬일이세요?”

“죄송합니다. 도경 경무관님이 우리 서 순회차 오셨는데 퇴직 간부들하고 약속이 잡혔지 뭡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오 주임 안 보고 갈 수 없다고 하시길래…….”

계치훈 뒤로 그의 작은아버지 계순철 경무관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경도가 인사를 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인사는 드려야겠고 해서 우리 계 팀장을 앞세웠습니다.”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찾아오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요.”

“그럴 수 없죠. 그때 1초가 일 년 같았는데 오 박사님 말을 전해 듣고는 꿀잠을 잤거든요.”

“믿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돌발 약속 때문에 밥은 못 사드리고…… 차라도 한 잔 사고 싶은데 시간이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저도 퇴근하려던 차니 길 건너 커피점에 가 계시죠. 곧 가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 있을게요.”

계 경감이 마무리를 하고 나갔다.

“경찰?”

방 팀장이 눈치를 채고 물었다.

“도경 경무관님이세요. 한 분은 그분 조카로 관내 경찰서 수사팀장님이고.”

“우와, 오 주임 인맥 장난 아니네? 기자들에 국회의원까지 안다고 하던데?”

“별거 아닙니다. 팀장님도 아는 국회의원 많잖아요? 그분들이 우리를 몰라서 그렇지.”

조크로 답하고 파일을 업로드 시켰다.

축하합니다.

승진의 벽을 넘은 장수(?) 7급들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미안합니다.

이번에도 벽에 막힌 67%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

복도로 나오니 여기저기서 축하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직원이 많다 보니 이런 거만 실시간으로 열어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석 팀장, 축하해.”

“김 팀장, 승진이야.”

몇몇 부서가 떠들썩하다. 승진한 7급들은 벌써 ‘팀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벽이 하나 더 남았다. 팀장 보직을 받아야 한다.

그걸 못 받으면 무보직 6급이 된다. 그것 또한 새로운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오 박사님.”

커피점에 들어서자 자리를 잡고 있던 계치훈이 손을 흔들었다.

“뭐 드시겠습니까?”

계순철이 물었다.

“아닙니다. 축하도 드릴 겸 제가 쏘겠습니다.”

경도가 답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복채도 안 내고 상괘를 받았는데…… 자칫 부정이라도 타면 안 되니 어서 주문하세요.”

“그러세요. 덕분에 나도 좀 얻어 마시게.”

계치훈까지 가세하니 경도가 양보를 했다. 경도 오더는 달고나 라떼였다.

계순철은 달고나 라떼 3잔을 들고 돌아왔다.

“작은아버지도 달고나 라떼예요?”

계치훈이 물었다.

“나는 좀 젊게 살면 안 되냐? 요즘 우리 신입들도 죄다 이거 애정하더만.”

“이야, 우리 작은아버지, 이러다 너무 인기 좋아지는 거 아니에요?”

계치훈이 좋아했다.

“괜한 소리 말고 오 박사님이나 잘 보살펴 드려. 지자체 인사팀도 말 많은 자리잖아? 어떤 때는 우리 도경에 투서가 날아오기도 하니까.”

“그 정도입니까?”

경도가 물었다.

“말단 공무원들 꿈이 사무관 아닙니까? 드물지만 시장 측근들이 뇌물을 받고 후보 조작을 하는 곳이 있더군요.”

“어후.”

경도 낯이 뜨거워졌다.

“일은 할 만합니까?”

“아닙니다. 인사업무 만만히 봤다가 코 많이 다치고 있습니다. 자리는 한정되고 원하는 사람은 많고…… 어떨 때는 하루씩 돌아가며 맡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도 엄청난 공을 세우셨더군요?”

“위안부 황갑분 할머니 말씀이군요?”

“기사 읽었는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행운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그 자리에 있게 되어서…….”

“그런데…….”

계순철이 살짝 곤란한 눈빛을 보였다. 부탁할 일이 있는 눈치였다.

“관상이 필요하시군요?”

“어이쿠야, 바로 맞춰버리시네.”

“뭐가 궁금하신데요? 말씀하세요.”

“그게…… 제가 K시 경찰서 순회 간다고 하니 우리 청장님이…… 그 징계 먹은 골프선수 아들 있잖습니까? 좋은 소식이 없을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최근 사진 가져오셨나요?”

“잠깐만요.”

계순철은 진짜 사진을 꺼내놓았다. 얼굴을 찍은 것으로 세 장이었다.

경도가 보니 명궁이 밝아오고 귀의 퐁당에도 미색이 어린다. 사진이 제대로 나왔으니 유년운기부위와 일진 월진의 파악도 어렵지 않았다.

“근간 좋은 소식이 있겠는데요? 골프 치는 분이니 아마도 징계해제가 아닐까 싶네요.”

“정말입니까?”

“네, 가셔서 전해주세요.”

“아이고, 이거 제가 한시름 놓습니다. 청장님이 소리도 없이 오 박사님 팬이라 안 물어봐 줄 수도 없고 한편으로 나쁜 소식 나오면 어쩌나 싶고…….”

“관상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렇게 하죠. 그리고 일단 이거…….”

계순철이 봉투를 꺼내놓았다.

“청장님이 보내는 복채입니다.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으니 편하게 받아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약속 때문에…… 오늘은 제가 우리 계 팀장에게 떠넘기고 가지만 다음에는 진짜 제대로 한 번 모시겠습니다.”

계순철이 먼저 자리를 떴다.

“아, 우리 작은아버지, 여러모로 사람 곤란하게 만드네.”

계 팀장이 입맛을 다셨다.

“왜요? 오늘 바쁜데 잡혀 오신 겁니까?”

“그게 아니고요, 밥 사드라고 카드 주고 가신 것까지는 좋은데 관상 선수까지 쳐버리시니…….”

“팀장님도 관상이 필요하세요?”

“그게…….”

“에이, 우리 사이에…… 화끈하게 까보세요. 다 끝내고 홀가분하게 식사 가자고요.”

“그래도 될까요?”

“아니면 저 그냥 갑니다.”

“그러면 안 되죠. 작은아버지가 오늘 제대로 접대 못 하면 저 우리 가문에서 파낸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까요.”

“좋습니다. 신세 지는 김에 화끈하게 지죠. 대신 그전에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놀라지는 마세요.”

계 경감이 보고서 파일을 열어주었다.

[K시 인사관련 비리첩보 내사보고서]

제목이 자극적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자극.

내사 대상자의 이름이었다.

[오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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