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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대통령 표창-3> (156/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56화

43. 기승전 대통령 표창-3

“오 주임.”

이틀 후의 오후였다. 느닷없이 교류팀장 한인섭이 다가와 달고나 라떼를 내밀었다.

“팀장님?”

경도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좋아한다며?”

“그걸 어떻게 아시고?”

“왜 이러시나? 요즘 최고로 핫한 우리 오 주임께서…….”

“…….”

“잠깐 시간 돼?”

“상담실로 가시죠.”

경도가 일손을 멈추고 일어섰다.

“아니야. 잠깐 바람이나 쐬자고.”

한인섭은 위를 가리켰다.

그를 따라 청사의 옥상정원으로 나왔다.

“대단해.”

의자에 앉기 무섭게 감탄부터 토한다.

“뭐가 말입니까?”

“모든 게, 처음에는 뭐야 싶었는데 알고 보니 관상 천재?”

“팀장님도…….”

“장난 아니야. 시장님도 그렇고 이 국장님도 그렇고…… 엄 과장님하고 같이 근무했길래 가서 물어봤더니 그냥 엄지 척이시더라고.”

“관상 보시려고요?”

“좀 봐줄 수 있어?”

“가능하기는 한데 집중할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핑계였다. 경도 스스로 관상의 위엄을 세우는 것이다.

“그렇겠지. 퇴근 후에는 어때?”

“팀장님이 보실 건가요?”

“내가 요즘 일이 좀 배배 꼬이네. 이러다 우울증 걸릴 거 같아서.”

한 팀장은 앞니를 가리며 웃프게 웃었다.

그도 50대 후반이었다. 승진은 늦은 편이 아니지만, 애당초 임용이 늦었다.

중소기업의 무역 파트에서 근무하다 40대 초반에 공무원 시험을 본 것이다.

조용히 웃는 얼굴이 경도의 관상안과 만났다.

손으로 살짝 가린 입술 위, 인중에 새겨진 횡선이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가늘지만, 경도 눈에는 보였다. 좋지 않은 선이었다.

“그럼 퇴근 후에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인사팀으로 내려왔다.

한인섭 팀장은 영어와 중국어를 제법 잘한다.

민간회사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교류팀장에 발탁이 되었다.

인맥도 비교적 넓다. 그러나 경도하고는 별 안면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같은 과에서 일을 하게 되니 거절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인중의 횡선이라…….’

마음에 걸렸다.

좋은 관상은 아니었다.

“오 주임, 퇴근 안 해?”

6시가 넘자 육 과장이 먼저 퇴근을 했다.

육 과장의 칼 근무는 자치행정과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근무시간에 총력을 경주하고 쓸데없이 머물지 않는다. 회식도 최소한이다.

남는 과비는 직원들 생일선물로 돌렸다. 꼰대급 직원들은 싫어한다.

그들 중에는 그저 술 마실 궁리나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야 ‘라떼는 말이야’ 버전 생방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가야겠네.”

방 팀장도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그녀가 창가로 돌아서 전화를 받는다. 그 사이에도 직원들 책상은 하나둘 정리되고 있었다.

이때가 되면 다들 얼굴이 가벼워진다. 직장인의 로망은 누가 뭐래도 퇴근과 연가였다.

“오 주임.”

통화를 마친 방 팀장이 경도를 바라보았다.

“예?”

“관상 봐준 내 친구인데 한계효용 추구하지 않고 그냥 살기로 했다고 전해 달라는데? 고맙다고도.”

“잘됐네요.”

“좋은 거지?”

“그분, 기분이 좋으면 좋은 거죠. 뭐.”

“아우, 계집애 하곤…… 나 간다.”

방 팀장도 책상을 떠났다.

시계가 30분을 넘는다. 그러자 한인섭 팀장이 다가왔다. 선약이므로 경도도 일어섰다.

배는 고프지 않으니 가까운 소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커피도 경도가 뽑아왔다. 줄 때는 확실하게 주는 게 좋았다.

“커피는 내가 사야 하는데…….”

한 팀장은 미안한 눈치였다.

“제가 마시고 싶어서 산 건데요, 뭐.”

자리를 잡으니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가 지나갔다.

아이들은 엄마 주변을 돌며 까르르 까르르 사랑을 뿜어댔다.

“팀장님도 자제분이 둘이죠?”

“내 관상에 나오나?”

“예. 원래는 셋이었어요. 어릴 때 잃은 자제분은 아들이었네요. 지금은 딸만 둘…….”

“……!”

한 팀장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압도되는 것이다.

“진짜 굉장하네?”

“팀장님이 궁금한 걸 말씀하실래요, 아니면 제가 그냥 보이는 대로 봐드려요?”

“그렇게도 되나?”

“지금 컨디션이 괜찮아서요. 성질 급한 분들은 궁금한 것만 콕 집어서 묻기도 하거든요.”

“다 물으면 미안하고…… 내 노후가 어떻겠어?”

“노후요?”

“아는지 모르지만 내가 늦깎이 임용이잖아? 마흔이 넘어서 들어온 바람에 퇴직해도 연금도 없어. 믿을 건 가족들뿐인데…….”

한 팀장 얼굴에 그늘이 진다. 연금이 아니라 가족들 때문이었다.

“팀장님은 중년 초반의 운이 좋았습니다. 그때 재복궁에 돈이 좀 들어왔네요. 하지만 그거 빼 쓰는 사람이 있었죠?”

“……?”

“동생이군요? 눈썹을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귀신이군, 귀신이야.”

한 팀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계속 이어지는데요? 몇 해 전에 한 번, 작년에도?”

경도의 시선은 한 팀장의 코에 더불어 유년운기 부위를 벗기고 있다.

“후우.”

한 팀장은 한숨으로 답한다. 그러다 속이 답답한지 커피를 물처럼 마셨다.

“그렇게 뚫어보니 하는 말이네만…….”

그의 사연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요즘 집에서 왕따야.”

“…….”

“동생이 하나 있네. 어릴 때 아버지가 사업이 부도나면서 화병으로 돌아가셨어. 내가 원래는 공부를 좀 했는데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성적을 망쳐 좋은 대학을 못 갔고…… 아버지가 그렇게 되니 동생은 아예 대학을 못 갔지. 나 혼자 대학을 마치다 보니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자리를 잡게 하려고 이것저것 좀 도와주면서 살았어. 그런데 이 녀석이 어떻게 매번 말아먹는 거야.”

“…….”

“결혼을 하고 나니 아내가 말렸지. 동생으로 인해 부부싸움도 많이 했고. 그래서 그만 돕겠다고 맹세도 했는데 작년에 또 어려워지길래 10년 만기가 돌아온 5,000만 원짜리 적금을 빌려줬어. 아내에게는 안전한 펀드에 들었다고 둘러댔는데 큰딸이 증권회사에 공채시험을 본 거야. 평상시에 나하고 말도 잘 안 하는데, 그날따라 문득 어떤 펀드에 들었냐고 물어보니 내가 대답을 못 했어. 들통났지, 뭐. 마누라들 그런 눈치는 빠꼼이거든.”

한 팀장이 다시 커피를 넘긴다. 하지만 빈 컵이다. 그의 커피는 비어버린 지 오래였다.

“협박인지 진짠지, 최후통첩받았어. 나가서 동생하고 살든지, 아니면 자기들이 나가겠다고 하네?”

한 팀장의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이혼.

방 팀장의 시름이 되어버린 단어가 한 팀장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동생 말인데요…….”

이제 경도의 차례였다.

“두 분이 우애가 좋으신가요?”

“그렇지도 않아. 이놈은 그렇게 도와줘도 돈만 까먹고 고마운 기색도 없다니까.”

“맞습니다. 동생은 팀장님께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관상에도 그래?”

“조금 자세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럼, 그러자고 부탁하는 건데 뭐.”

“팀장님의 눈썹을 보면 머리는 높고 꼬리는 낮습니다. 형제간에 우애가 있을 리 없지요. 차라리 돕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이입니다.”

“나도 최근에 와서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 눈썹이 가정에까지 영향을 주니 중년 이후에 가정이 어려워집니다. 바로 지금이겠죠.”

“…….”

“하나씩 봐드리겠습니다. 얼굴을 좀 세워보시겠어요?”

“이렇게?”

“관상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중에 서린 횡선이 문제입니다. 자세히 보니 산근에도 있네요. 산근에 횡선이 생기면 혈혈단신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인중의 횡선은 자식과의 인연이 약하거든요. 게다가 이마의 천창에서 남녀궁까지의 살이 많이 빠졌으니 처자식 복도 없는 편이십니다.”

남녀궁의 살은 중요하다.

여기 살집이 없으면 결혼하지 않는 게 좋다. 결혼 이후에 운이 나빠질 수 있었다.

“그렇군. 내 친구 놈들도 나한테 피붙이 복은 더럽게도 없다고 하더니…….”

현 팀장이 입술을 문지르며 마음을 달랜다.

“거기다 광대가 높은 편이십니다. 상대적으로 이마와 턱이 좁아 보이니 그 또한 운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이마는 하늘이고 턱은 땅, 광대뼈는 자기 자신이거든요. 광대가 높고 이마와 턱이 낮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나 같은 인간은 자연인처럼 살아야 하는 건가?”

“가급적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좋은 편이긴 하죠.”

“후우.”

한 팀장의 한숨이 이어진다.

처자식복이 없는 관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눈썹 털이 굵고 검으면서 가지런하지 못하면 직빵이다.

눈이 크고 튀어나와도 그렇다.

코의 살집이 좋으면서 높은 데다 그 끝이 붉은 사람도 처자식복 없음에 당첨이다.

남녀궁이 함몰된 사람 역시 자식 복도 없고 아내복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동생분 하고 사모님 사진 좀 보여주시겠어요?”

부부관계는 상대적이다. 동생도 그렇다. 사람 죽으라는 법 없으니 거기에 답이 있을 수도 있었다.

“여기…….”

한 팀장이 사진을 내밀었다.

동생 사진이다. 인중의 위가 좁고 아래가 넓다. 이런 사람은 자수성가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부모가 일찌감치 죽었다. 그런데 형이 대타로 나서서 챙겼으니 동생 운이 풀리지 않았다.

다음으로 사모님의 사진을 체크한다.

특별한 악처가 아니었다. 명궁이 넓으니 세상 물정에 어둡다.

처자식복 없는 한 팀장이었으니 약아빠진 여자였다면 벌써 이혼 도장을 찍었을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처복이 최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 해법도 있었다. 여자의 전택궁에 점이 찍힌 것이다. 여기에 점이 있으면 가정이 어지럽다.

“우웁.”

그 사이에 한 팀장은 또 입술을 문지른다.

“이 아프세요?”

“되는 일이 없다 보니 앞니까지 말썽이야. 치주염 때문에 뽑고 임플란트 하자는데 내 주제가 지금 임플란트 할 정신이 아니라서 말이야.”

“잠깐만요. 그 손 좀 치워보세요.”

“손?”

한 팀장이 손을 떼었다. 그러자 인중이 훤하게 드러났다. 인중은 라인은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았다.

“…….”

경도 머리에 빛 한 줄기가 들어왔다. 인중은 선명해야 좋다. 그러나 선명하지 않아도 좋을 때가 있었으니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팀장님 앞니가 안 좋다고 하셨죠?”

“그래.”

“가족들하고 오순도순 잘살고 싶으시죠?”

“당연하지. 내가 무엇 때문에 뭐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그럼 제가 비법 상괘를 내드리겠습니다. 이대로 하시면 막힌 처자식 운도 뚫리고 팀장님 운도 훨씬 나아질 겁니다.”

“묘수가 있나?”

“우선 동생분에 대한 신경은 끊으시기 바랍니다. 그분은 자수성가를 할 운명입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매번 나서서 도와주니 성공이 자꾸 멀어지는 겁니다.”

“억.”

“그리고 사모님 눈덩이의 점 있잖습니까? 이거 빼주세요.”

“점?”

“여기가 전택궁이라는 곳인데 여기에 점이 있으면 가정이 어지러워집니다. 팀장님도 안 좋은데 사모님까지 이러면 불화가 깊어질 수밖에 없죠.”

“전에도 그거 뺀다고 하는 거 내가 말렸는데…… 나는 복점인 줄 알았지.”

“복점 아닙니다.”

“알았네.”

“그리고 빼야 할 게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팀장님 앞니입니다.”

“나?”

“팀장님은 인중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대개 이런 관상은 좋은 편이 아니라 운이 막히지만, 앞니가 빠질 무렵부터 운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즉. 중년 이후라는 말이 되겠는데 팀장님 나이와도 부합하고 게다가 의사도 권한다니 잘된 일 같습니다. 참지 마시고 당장 빼세요. 불운이 시원하게 빠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인가?”

한 팀장이 반색을 했다.

처음으로 보는 밝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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