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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大家 위의 대가-4 (152/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52화

42. 대가大家 위의 대가-4

“세 가지를 놓쳤다고요?”

에이사이 눈가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 갔다.

천 거사도 긴장을 한다. 그 옆의 가케이 또한 매운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에이사이.

일본에서는 최고의 관상가로 꼽힌다.

총리와 기타 정관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내놓은 상괘에 경도가 지적질을 날린 것이다.

“무엇일까요?”

그래도 에이사이는 인상을 찡그리지 않았다.

도의 성취란 천재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은 괴팍하다.

진리에 대한 수련이 쌓여야 진정한 대가가 되는 것이니 에이사이의 인품은 일본 관상의 적통으로 불릴 만했다.

“첫째는 유년운기부위입니다.”

경도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유년운기부위?”

“에이사이 님은 83세 묘(卯)의 자리를 보았다고 하는데 큰 스님의 명운은 그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스님의 명운은 진(辰)에 걸렸습니다. 즉 84세라는 거지요.”

“그건 선생의 실수인 것 같습니다. 스님의 나이는 83세가 맞습니다. 저를 처음 거둘 때 말씀하신 나이입니다.”

“이카이 스님의 실수일 수도 있지요.”

“듣자니 이제 큰 스님의 나이까지 들먹거리는 것인가?”

잠자고 있던 가케이가 날을 세웠다. 그러나 천 거사와 에이사이가 동시에 견제하니 겨우 흥분을 참는다.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다시 확인해 보십시오.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기에 말씀드린 겁니다.”

경도는 물러서지 않았다.

“……?”

에이사이가 천 거사를 바라보았다.

둘이 아는 큰 스님의 나이는 같았다.

그들을 거둘 때 스님이 하신 말이었다.

본인 입으로 나왔으니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잠시 기다려주시지요.”

에이사이가 승방을 향해 걸었다.

문을 열고 합장을 한 후에 이카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를 거두어준 스승이었다.

그 입으로 말한 나이를 못 믿어 확인한다는 건 큰 결례였다.

그러나 상황이 이런 데다 경도가 고집하니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가까이 다가섰다.

큰 스님이 모자를 눌러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

얼굴의 오른쪽.

모자를 살짝 밀어 올리고 눈 옆과 귀 사이를 살피던 에이사이의 시선이 멈췄다.

눈썹 옆의 역마궁과 천창, 복당과 간문 등을 낱낱이 비교한다.

“아!”

결국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는다.

경도 말이 맞은 것이다.

‘이런…….’

에이사이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첫째는 큰 스님이 직접 한 말 때문이었다.

스님의 말이므로 의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큰 스님이 쓰고 다니던 회색 실 모자 때문이었다.

마흔이 넘을 무렵부터 눈썹까지 눌러쓰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 결례를 무릅쓰고 뜯어보니 느낌이 왔다.

밖으로 나와 다른 절의 스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 스님과 함께 수행을 한 스님이었다. 그는 이제 88세를 바라본다.

그라면 큰 스님의 나이를 알 것 같았다.

“그때 가케이가 일곱 살이었던가 여덟 살이었던가? 본인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키가 작아 일곱으로 했던 것 같네만.”

“……!”

에이사이는 또 한 번 좌절했다.

수행을 하는 동안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던 나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중대한 일이 되어버렸다.

“…….”

경도 앞에 선 에이사이는 말을 잃었다.

그 눈치를 아는 경도였으니 굳이 우쭐하지 않았다.

“또 하나는 무엇입니까?”

에이사이가 물었다.

“당연히 찰색입니다.”

경도가 답했다.

“인간의 길흉은 밀고 들어왔다 나가는 밀물 썰물과 같은 법입니다. 매 순간 사람의 얼굴에 모였다가 흩어지지요. 에이사이 님 말대로 그 형태는 무궁무진하니 찰색을 읽어내는 건 저 허공의 공기를 읽는 것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

“그것을 일본 관상에서는 기색주주니 교동기색이니 하는 말로 설명하는데 찰색은 앞서 말한 밀물 썰물과 같아 어느 방향으로 달릴지의 기세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 기세가 달려가다 나누어지는 그림이 되면 그것은 찰색으로 판단하지 않는 법인데 에이사이 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

“일각에서 출발한 큰 스님의 기색은 눈썹 옆 역마와 복당, 천창에서 멈췄습니다. 하지만 그 기세의 끝이 조금 흩어졌으니 에이사이 님께서 명운의 시간을 잡지 못한 것입니다.”

“……?”

“바뀐 나이로 일진을 짚어보면 제 말이 맞음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선생은 처음부터 알았다는 것입니까?”

에이사이의 목소리가 떨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고명하신 에이사이 님이 지척에서 보지 못한 것을 제가 어찌 단칼에 짚었겠습니까? 저는 그리 어렵게 돌아간 게 아니라 기본에서 단서를 잡았습니다.”

“기본?”

“사람 몸에는 세 개의 단전이 있는데 아시겠지요?”

“그야…….”

“배꼽 아래에 하단전, 가슴에 중단전, 그리고 얼굴에 상단전이 있지요. 바로 양 눈썹 사이의 인당입니다.”

“……!”

“인간은 의식하기 곤란한 것을 보려 할 때 두 눈을 감고 양쪽 눈썹 사이에 의식을 집중하게 됩니다. 제가 큰 스님을 처음 보는 순간은 천 거사님께서 인사를 드릴 때였습니다. 큰 스님은 잠시 상단전에 의식을 집중해 천 거사님을 만났지만 이내 인당의 찰색에 맥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숨결까지 끌어모아 기다리던 제자를 느낀 후에…….”

“……?”

“죄송하지만 서둘러 주시지요.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큰 스님의 명운은 두세 시간에 불과합니다.”

“상단전…….”

“마지막은 다시 찰색으로 돌아가 일각 월각의 윤기입니다. 요절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고령으로 자신의 자식이나 제자를 아끼는 경우에는 명운이 다하기 전에 윤기가 다시 돌지요. 이는 남은 사람들에게 간병이나 부양의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맑은 마음의 소산인데 에이사이 님께서 비통이 깊어 잠시 망각하셨나 봅니다.”

“…….!”

여기서 에이사이의 표정이 바위처럼 굳었다.

찰색 관상가가 이를 수 있는 최상의 경지…….

[평정심]

경도가 말하는 관상의 도였다.

이런 수준의 찰색은 평정심의 대가가 되어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사이는 아니었다.

능력이 있었지만 큰 스님의 입적을 앞두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 작은 균열이 가장 긴요한 찰색을 놓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이런…….’

에이사이가 부리나케 돌아섰다.

이번에는 큰 스님께 인사도 없이 뛰어들어가 그의 일각 월각을 바라보았다.

상단전인 인당도 체크했다.

“아뿔싸.”

다리가 풀린다.

에이사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뒤를 이어 들어선 천 거사도 비슷했다.

그도 상단전 인당을 바라보았다.

생기가 나가고 있었다.

명궁이 흐려지고 콧방울이 흐려진다.

그 기색은 무정하게도 귀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각의 윤기는 점점 더 명쾌해진다.

제자들에게 주어진 짐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큰 스님의 입가 미소 역시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다.

“스님.”

마침내 에이사이의 절규가 나왔다.

천 거사도 그 뒤에 주저앉는다.

황당하기는 가케이도 만만치 않았다.

분위기로 보아 경도가 이겼다.

그가 철석처럼 믿던 일본 관상의 본산이 무너진 것이다.

‘이럴 수가…….’

가케이의 다리가 풀린다.

휘청거리는 그를 잡아준 건 경도의 손이었다.

그 몸을 부축해 담장에 기대주었다.

겨우 지탱하는 몸 앞에 경도가 섰다.

가케이의 눈은 터질 것만 같다.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아버지 토모야를 따라갔던 중국의 계림, 그다음에 들렀던 만리장성의 장대함처럼 넘볼 수 없는 위엄이 거기 있었다.

“약속을 지키세요.”

나른한 의식 속으로 경도 목소리가 들어왔다.

가케이는 결국 의식을 놓고 말았다.

자가용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 시간 안에 수십 대가 되더니 결국에는 물의 절을 둘러싼 공간을 다 채우고도 댈 곳이 없었다.

고승들이 오고 정관계의 거물들이 왔다.

거기서 일본 총리와 대신들을 보았다.

“스님.”

모두가 오열하는 가운데 이카이는 눈을 감았다.

경도의 말이 있고서 정확하게 2시간 20분 만이었다.

모두가 침통한 가운데 경도는 작은 연못 앞에 서 있었다.

탁한 물을 비집고 나온 작은 연꽃이 보였다.

무척 선명한 자색이었다.

자색은 관상에서 심장과 신장을 발원지로 본다.

둘 다 생명의 상징이다.

신장은 원초적인 생명이오, 심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연꽃이 벌어진다.

햇빛이 쓰다듬은 것이다.

활짝 핀 연꽃이 눈부시다. 

카이를 맞이하러 온 것일까? 그 꽃을 향해 한 번 더 합장을 올렸다.

출중한 관상대가에 대한 예의였다.

<구보야마 이카이 스님 타계>

열도가 뜨거워졌다.

그제야 경도는 이카이의 그릇을 알았다.

모두가 추앙하는 주검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고관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교토의 청수사에서 온 버스에서는 온갖 서민들이 내렸다.

평상시에 이카이에게 관상 덕을 본 사람들이었다.

가케이의 충격은 커 보였다.

에이사이와 천 거사의 비통함에 뒤지지 않았다.

그는 부친의 심부름으로 이카이를 자주 만났다.

사업이 부침을 겪을 때마다 스님의 조언을 받았다.

그렇기에 영정 앞에서 밤새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는 보이지 않았다.

“가케이 사장을 찾는 건가?”

역시 밤을 새운 천 거사가 다가왔다.

“…….”

차마 답하지 않았다.

고인의 주검으로 상심한 사람들에게 내기를 상기시킬 수 없었다.

“새벽에 새우잠에서 문득 깨어나더니 큰 스님 영정에 예를 갖추고 나갔네.”

“아주 간 겁니까?”

“아마 돌아올 걸세. 영 떠나는 얼굴이 아니었거든.”

“…….”

“두 사람의 약속 말일세…….”

운을 뗀 천 거사가 말을 아꼈다.

혈서 때문인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경도의 대답은 담담했다.

이미 벌어진 판이었다.

이카이의 주검에 비통한 가케이라면 위안부 소녀들의 주검에는 더 비통해야 했다.

이카이는 그래도 제자들 앞에서 운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조문도 받고 있다.

그러나 가케이의 아버지 토모야가 죽인 위안부 소녀 몇은 누구의 기억도 없이 사라진 주검이었다.

“저기 오시는군.”

천 거사가 주차장을 바라보았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차는 조금 빠져 있었다.

가케이가 차에서 내렸다.

새것으로 갈아입은 옷은 상복에 가까워 보였다.

경도 앞으로 다가와 가방을 열었다.

안에서 나온 건 작은 상자였다.

“선친의 단도요.”

그가 단도를 꺼냈다.

단도는 제법 상태가 좋았다.

토모야가 최근까지 관리를 잘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손잡이를 잡는 순간 주차장 쪽에서 빵, 경적이 울렸다.

놀란 가케이가 단도를 떨어뜨렸다.

그 손잡이가 바닥의 화강암에 튕기며 연못가로 떨어졌다.

다행히 물에 빠지지는 않았다.

경도가 그걸 잡아 흙을 털어낼 때였다.

단도의 손잡이에 틈이 보였다.

워낙 오래된 것이 충격을 받자 벌어진 모양이었다.

‘어?’

무심코 바라보던 경도가 시선을 멈췄다.

안쪽 공간에 뭔가가 있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광목이라도 채워 넣은 걸까?

“뭐가 잘못되었나?”

천 거사가 물었다.

“아닙니다. 흙이 좀…….”

손부터 저었다.

어쩐지 비밀스러운 예감 때문이었다.

“혈서는 큰 스님의 입적에 누가 될지 모르니 육필로 대신해도 됩니다. 오늘 안으로 써주시길 바랍니다.”

추상같은 닦달로 마무리를 했다.

아침 예불이 시작되었다.

이제 화장장으로 가는 것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보통 3일장을 지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큰 스님의 경우에는 간소하고 주위에 폐를 끼치지 말라는 유언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을 하는 모양이었다.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단도 확인에 들어갔다.

추락의 충격으로 벌어진 틈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조금 더 벌리자 종이를 말아놓은 뭉치가 나왔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쫄 정로도 오래된 것이었다.

종이는 두 장이었다.

둘 다 누런 문서였다.

하나는 당시 진화 주둔 일본군 부대장의 위안소 운영지침 지시사항.

또 하나는 토모야의 진화 일본주둔군부대 출입허가증이었다.

“……!”

경도의 심장은 반쯤 멈춰버리고 말았다.

이 문서는.

보통 문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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