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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진실의 편입니다-3> (146/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46화

40. 관상은 진실의 편입니다-3

타나 토모야.

그 한 마디에 놀란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당사자 타나 토모야가 놀랐다. 한국 땅에 자신을 알 사람은 없었다.

다음으로 시장과 경도였다. 아직 소개도 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일본인의 이름을 아는 것이다.

“보건소에 연락해.”

경도가 재은에게 지시했다. 보건소 의사가 달려왔다. 할머니는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치까지 떨었다.

“타나 토모야.”

호명도 멈추지 않는다.

“막둥아, 저거 토모야지? 그 토모야.”

황갑순이 옆 할머니에게 말했다. 그러나 김막둥 할머니는 녹내장으로 시력이 거의 없었다. 

“누구? 토모야? 중국 진화의 토모야?”

송막둥은 이름만으로도 몸서리를 쳤다.

“그래. 그 놈. 그 때려죽일 일본 놈.”

“세상에나. 야탕가의 악귀가 왔어? 그 악마가?”

“타나 토모야... 권 시장, 권 시장.”

황갑분이 소리쳤다.“할머니, 진정하세요. 저 여기 있습니다.”

“저 놈 잡아. 저 놈이 중국 진화의 야탕가에서 우리 위안부들 골을 빼먹던 놈이야. 날마다 일본군 장교들 품에 밀어넣던 놈이라고.”

“할머니...”

권 시장은 황당하다. 황갑분은 막 90세를 넘었다.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다. 초기 치매라 가끔 헛소리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거기에 비해 타나 토모야는 굉장한 기업가였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다 물려주었다지만 그 아들의 하나인 가케이를 따라 온 귀빈. 100살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한국에 찾아온 귀빈인 것이다.

“잡아. 잡으라고. 저 놈이 우리 몸뚱이를 장난감처럼 유린하던 그 놈이라고. 일본군 장교들에게 받은 화대까지 다 뺏어간 놈이란 말이야.”

황갑분의 비명은 멈추지 않는다.

“하이고, 갑분아야, 참말로 그 놈이냐? 어디, 어디냐? 내가 얼굴 좀 만져보자.”

송막둥 할머니가 일어섰다.

“......”

권 시장은 황당하다. 어쩔 줄 모르고 일본인 시장을 돌아본다.

“불쾌합니다.”

가케이의 심경 토로가 나왔다. 그 부친 토모야 역시 잔뜩 찡그린 인상이었다. 잘 나가던 6급 토론 이벤트 후에 만나는 돌발이었다.

“모시게.”

결국 두 할머니를 퇴장 시켰다.

“안 돼, 안 돼. 저 놈 잡아, 저 놈.”

황갑분은 나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저 놈 잡으라고.”

로비로 나와서도 그 절규가 멈추지 않는다.

“강 주임, 잠깐.”

뒤따라나온 경도가 휠체어를 세웠다. 할머니의 눈을 체크했다. 눈빛이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치매유발자인 그분이 강림한 게 아니었다. 더구나 황갑분 할머니는 증언을 제대로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비록 많이 늙었다지만 나름 교양도 있던 사람. 권 시장의 초대로 들어온 시청에서 난장을 칠 이유가 없었다.

“할머니.”

경도가 물을 건네주었다.

“필요없어. 저 놈 잡으란 말이야.”

황갑분은 오직 그 말 뿐이었다. 눈빛은 더욱 불타오른다. 이렇게 되면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

“오 주임.”

방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보내라는 신호였다. 소란이 길어지면 자매결연 조인식에도 좋을 게 없었다. 

경도는 달랐다. 다른 절규라면 몰랐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였다. 억울함이 사무쳐 사람을 잘못 본 걸까? 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연성도 있었다. 그건 토모야의 나이가 97세에 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해방직전에 스무 살이 넘었다. 황갑분 할머니는 1944년, 위안부로 끌려갔을 때 16세였다.

“일단 진정 좀 시켜 보겠습니다.”

경도가 휠체어 방향을 바꾸었다. 청사 밖의 소공원으로 향한 것이다.

“오 주임 오버하네?”

방 팀장이 쓴 물을 넘기지만 말리지는 못했다. 황갑분 할머니의 흥분이 우려되는 면도 있는 까닭이었다.

“할머니.”

커다란 느릅나무 아래에 휠체어를 세웠다.

“여기가 아니야. 저 놈을 잡아야한다고.”

할머니는 막무가내다.

“제가 잡아드릴 게요.”

“진짜?”

“예. 그러니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느닷없이 잡으라고 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요.”“정말 저 놈 잡을 거지?”

“예.”“그래, 그래... 어휴...”

할머니가 심장을 두드렸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야?”

호흡을 고른 할머니가 먼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중국의 진화였다. 계림 땅이었다. 여기 유명한 야탕가가 있었다. 이 기록은 실존이다. 계림회 명부를 보면 300m 쯤 되는 거리에 홍등가가 몰려 있었다. 기록에는 11개의 위안소가 있다고 전한다. 업주와 위안부를 비롯해 이곳 종사자들은 약 141명이었다. 기록상 조선인은 67%였다.

“야탕가 8호 아도케나이...”

할머니의 눈빛이 금세 한으로 젖는다.

“조선 여자들만 30여 명이었어. 날마다 일본군을 받았지. 생리를 하는 날도, 임신을 한 날도, 심지어는 몸살에 걸려 불덩이가 되어도 그 놈들은 속곳을 벗겼어.”

“......”

“전라도 해남에서 온 봉순이, 신의주에서 온 점례, 황해도에서 온 순득이, 원주에서 온 기선이...”

할머니의 시선이 가엾은 위안부들을 더듬는다. 육체를 던져 군표를 받고 현금을 받아도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거친 밥이나 만두 몇 개가 전부였다.

-돈은 나중에 집에 갈 때 계산해준다.

그곳 포주의 법칙이었다.

그 포주의 대리자가 바로 타나 토모야였다.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토모야는 감시자이자 징벌자였으며 시범자이자 판결자였다. 특히 조선여자를 괴롭히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부러진 일본도를 갈아 만든 단도의 명수였다. 다다미방 가운데에 앉아서 문고리를 맞출 정도였다. 그 단도는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새로 온 조선여자에게는 치욕의 도구였다. 여자가 오면 목욕을 시킨다. 끝날 때 쯤이면 그가 들어온다. 황갑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좋은 공장에서 일하게 해준다고 해서 따라간 그곳. 그 돈이면 어머니 아버지와 두 동생이 밥을 굶지 않을 수 있다기에 먼 이역까지 왔던 어린 황갑분. 그녀를 맞이한 건 공장이 아니라 토모야의 단도였다.

“까불면 죽는다.”

토모야가 눈앞에서 속삭였다. 시퍼렇게 날이 선 단도 앞에 어린 황갑분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뱀 앞의 개구리 꼴이었으니 반항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토모야의 단도가 아래로 내려갔다. 아직 햇님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젖가슴을 지나 배꼽, 그리고 그녀의 샘 앞에서 멈췄다.

“안 돼.”

그래도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순간 무지막지한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 하늘이 멍할 때 하체에 뭔가가 난폭하게 들어왔다. 토모야 단검의 손잡이 부분이었다. 칼집을 닫는 토모야는 황갑분이 기절할 때까지 단도의 끝으로 유린을 했다.

엄니.

황갑분은 지옥 속에서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그 어린 손을 잡아준 건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니라 또 다른 일본인 감시자 야스코였다. 토모야는 늘어진 황갑분의 위에서 제 욕심까지 채웠다. 그런 다음 야스코에게 바통을 넘겼다.

“다케무라 대좌님 모셔야겠네?”

넋을 놓은 황갑분의 귀에 들어온 여자의 말이었다.

“그 놈의 작은 귀... 그 놈의 축축한 눈과 그 아래, 입술의 점... 그 놈이 틀림없어. 일본군의 명령을 받으며 우리를 지옥에 밀어넣은 놈. 고베에서 왔다는 토모야 놈.”

할머니의 증언은 굉장히 구체적이었다. 

“......”

경도는 뼈가 떨렸다. 치매의 착오가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토모야의 특징은 송막둥 할머니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놈 귀가 범귀여. 귀가 쪼그매서 앞에서 보면 없는 듯 보이지. 눈깔도 맨날 운 것맨치롬 젖어있고. 우리가 그 놈 눈깔이라도 뽑고 왔어야 하는 건데...”

송막둥의 원한도 다시 사무친다.

“해방 소식이 중국에 전해지기 직전에 돈 될만 한 것은 싹 긁어서 튀었어. 나중에 들으니 포주는 귀국길에 시체로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 놈이 제 주인의 재산을 노려 죽인 거겠지. 우리에게 남은 건 병과 고단함 뿐이었어.”

황갑분 할머니가 송막둥의 손을 잡는다.

“막둥아야, 가자. 죽기 전에 저 놈을 찢어죽이자. 저 놈은 틀림없이 토모야야. 토모야라고.”

“할머니.”

경도가 두 휠체어를 막았다.

“비켜. 저 놈 튀기 전에 잡아야해.”

“제가 하겠습니다.”

경도가 결국 그 짐을 졌다.

“응?”

“할머님들 말씀이 맞다면 제가 잡겠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참말이야?”

“어느 분들 앞이라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알았어. 그럼 얼른 가, 얼른.”

황갑분이 청사를 가리켰다.

일단은.

토모야 쪽의 확인이 필요했다.

그 전에 경도도 이미 흥분 상태였다. 여기서 위안부들을 직접 착취한 자와 연관이 되다니? 

만약 그게 사실이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안부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마음 아픈 사건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그 실체를 부인한다. 하지만 직접 위안소를 운영한 일본인이라면? 그의 실토에 이어 증거까지 나온다면?

‘꿀꺽.’

마른 침을 몇 번 넘겼다. 그렇게 되면 정말이지 엄청난 사건이 될 수 있었다.

팩트일까?

할머니들의 착각일까?

마음을 달래며 시장실로 향했다. 아직은 육 과장과 이 국장에게 말하지 않았다. 할머니들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쌍방향 체크가 필요했다. 다행히 경도에게는 그 능력이 있었다.

비서실에서 잠깐 기다렸다. 인사팀이라고 해서 귀빈과 대담하는 시장실에 멋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분위기 어때요?”

비서 은희정에게 물었다.

“조금 안 좋았는데 시장님이 아끼던 차를 대접하면서 조금 나아졌어요.”

그녀가 답했다. 안에서는 간간히 웃음소리도 나왔다. 돌발 상황이 마무리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10분 쯤 지나자 인터폰이 울렸다.

“차 좀 더 준비해줘요.”

시장의 콜이었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경도가 은희정에게 말했다.

“오 주임님.”

그녀가 놀란다. 이건 은희정의 업무였다.

“꼭 필요해서요. 부탁합니다.”

경도는 정중했다. 시장이 경도에게 각별한 걸 아니 작은 쟁반을 양보해준다. 그걸 받아든 경도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

권 시장은 다소 뜨악한 표정이다. 그러나 별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다들 잔이 비어있으니 한 잔씩 따라주었다. 마지막은 토모야의 차례였다.

타나 토모야.

97세.

도드라진 눈썹 뼈가 먼저 보였다. 이게 두둑한 사람은 추진력과 통솔력이 있다. 그러나 심성이 흉악하고 이기적이다. 큰 기업을 경영한 사람이니 눈썹 뼈의 정기가 한 몫을 한 듯 싶었다. 턱도 도드라진다. 뾰족하게 모가 났으니 윗사람 배신하기를 밥 먹듯이 하고 살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년운기부위로 나이부터 체크를 했다.

나이부터 틀렸다. 96세로 나왔다. 그러나 한 살 정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귀를 보았다. 할머니 말처럼 작다. 이런 귀를 범귀라고 부른다. 작은 데다 윤곽이 틀어졌다. 앞에서 보면 거의 안 보인다. 간악하고 흉악한 상으로 타인을 위해하지만 자기 자신만은 권세와 부귀를 누리는 이기적인 관상의 대표주자였다. 게다가 범귀 중에서도 드물게 날카로운 형태...

눈은 젖지 않았다. 그러나 눈 아래의 점과 입술의 점은 알 수 있었다.

마무리는 이마 모서리의 변지였다. 해외여행의 기색이 필요했다. 그 나이에 외국에 있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았으니 그의 머리띠 때문이었다. 백발이 치렁거리니 단정하게 고정하는 띠를 하고 있었다.

이마를 가린 머리띠...

동화에서는 햇빛이 나그네의 모자를 벗긴다. 경도는 햇빛이 아니니 다기에 맺힌 물방울을 슬쩍 튕겼다. 다행히 토모야의 명궁에 명중을 했다.

“엇.”

놀란 토모야의 손이 올라갔다.

“닦으시죠.”

경도가 티슈를 건네주었다. 그걸 받아든 토모야가 결국 머리띠를 조금 내렸다. 

변지.

그의 변지가 드러났다. 기다리고 있던 경도의 관상안이 조준경처럼 변지를 겨누었다. 쉽지 않다. 오랜 연륜으로 피부가 변색한 것이다. 거무튀튀한 기미와 잡티들이 관상안을 막아섰다. 집중에 집중을 더한다. 그러자 잡티 사이에 틈이 보였다.

‘윽.’

이번에는 경도가 넘어갔다. 틈과 틈 사이에 새겨진 야마토의 기원을 읽어낸 것이다.

‘처죽일...’

전율이 온몸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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