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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상은 진실의 편입니다-2> (145/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45화

40. 관상은 진실의 편입니다-2

“오 주임.”

엄 과장이 손을 흔들었다.

오 주임.

민지는 조용히 손을 흔든다. 복지정책과 안이었다. 고민이 생겼다는 엄 과장의 SOS를 받고 잠시 들른 경도였다.

-저 친구야.

차를 마시며 한 직원을 가리켰다. 창가의 남자직원이었다. 컴퓨터 앞에서 낑낑거리며 업무에 열중이다.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과의 골칫덩어리였다.

“굼뱅이라네. 어제 말할까 하다가 깜박했어.”

엄 과장의 하소연이었다. 일처리가 느리다 보니 뭐 하나 맡기면 함흥차사였다. 남들은 오전이면 끝낼 것을 이삼 일 이상 잡아먹으니 팀장들이 꺼렸다. 나름 정평이 난 직원이었다. 다들 데리고 있지 않으려고 핑퐁을 치다보니 과장이 바뀌는 복지정책과에서 독박을 쓰게 된 것이다.

손이 느린 사람.

일머리를 모르는 사람.

독불장군 못지않게 골칫덩어리다. 솔직히 민간기업 같으면 권고사직이라도 받았겠지만 공직에서는 그럴 수 없다. 게다가 차별도 거의 못한다. 공무원은 오직 필기시험 잘 보고 임용되면 모든 게 오케이였다. 비비는 재주라도 있다면 승진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보시게.”

엄 과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간단한 보고서였다.

“그거 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렸어.”

엄 과장이 헛웃음을 웃는다. 경도가 보니 두 시간짜리였다.

“본인도 애를 쓰는데 잘 안 되는 모양이야.”

엄 과장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만약 경도를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저 직원을 만났다면, 엄 과장에게 미친 갈굼을 당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다른 일 알아보지 그래?”독설도 마다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변한 엄 과장이었으니 직원을 쪼기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경도도 천성이 느린 사람 때문에 격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민원창구에서 일할 때였다. 민원인들이 오면 번호표를 뽑는다. 경도가 다섯 명 쯤 처리하면 옆 자리 직원은 한 명을 처리한다. 땡땡이를 치는 게 아니다. 팀장에게 깨져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건 그 사람의 천성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사람이 좋았다.>

심성이 좋으니 업무를 떠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사무실 분위기 메이커다. 직원들 일도 잘 챙겨주니 다른 팀에서는 오히려 부러워할 정도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만,

속이 터지는 것이다.

“잠깐 불러주시죠?”

경도가 말했다.

“거기 한 주임.”엄 과장이 한명석을 불렀다.

“인사해. 여기 용포읍의 히어로 오경도 주임, 나랑 같이 일했었는데 이번에 인사팀으로 왔어.”

“안녕하십니까?”

엄 과장이 소개하자 한 주임이 인사를 했다.

인사하는 얼굴에 경도의 관상안이 날아갔다. 그의 얼굴에 분석의 눈을 들이댄다.

‘이목구비...’

시원하게 눈을 차고 들어왔다. 이목구비가 잘 발달한 상이었다.

눈에는 쌍꺼풀이 선명하다. 그러나 눈동자가 튀어나와버렸다. 코로 내려가니 준두와 콧망울이 동그레한 데다 양 관골과의 조화가 괜찮은 편에 속했다.

입은 크고 입술은 두툼하다. 이 사람 역시 인성이 좋다는 뜻이다. 목소리도 잘 열려있으니 말하는 걸 즐긴다. 

이렇게 이목구비가 발달하면 다른 사람에 비해 감성적이다. 일보다 사람과 노닥거리는 걸 좋아한다. 이런 사람은 민원창구로 가는 게 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업무를 맡은 전력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보내는 대로 다니다 보니 그로서도 원치 않는 보직만 받은 것이다.

“인상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얼굴 리딩을 마친 경도가 웃었다.

“부탁은 제가 잘 드려야죠.”

붙임성도 있다.

“제가 보기에는 민원상담 체질인데 어떠세요?”

“맞아요. 사실 제 꿈이 카운슬러였거든요. 지금도 청소년 고민센터에서 자원봉사하고 있고요.”

“우와, 멋진 데요?”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과장님이 여기 계시지만 제가 업무가 느려서 완전 눈칫밥이에요.”

한 주임이 얼굴을 붉혔다.

[상담 담당]

경도가 내려준 처방이었다. 복지정책과는 수많은 문의전화가 온다. 읍면동의 복지팀과 맞복팀도 그렇지만 여기야 말로 시 복지행정의 중추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전화 자체가 짜증스럽다 보니 친절한 상담이 어렵다. 읍면동에서 트러블을 일으키고 찾아오는 민원도 그렇다. 업무에 따라 담당자가 바뀌니 민원인이 와도 상담의 한계가 불분명했다.

상담 자체도 그랬다. 민원인들은 이미 흥분 상태로 쳐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다짜고짜 흥분부터 하니 직원들도 편치 않다. 그러다 보니 불덩이에 기름을 붓는 경우도 있었다. 그 과정을 한 주임에게 몰아주라는 뜻이었다. 문의전화와 민원상담을 떼어내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능률이 오른다. 한 주임에게도 나쁘지 않다. 서류 한 건 가지고 며칠 동안 끙끙거리면서 눈칫밥 먹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묘방이군. 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엄 과장이 무릎을 쳤다.

“등잔밑이 어두운 법이니까요.”

경도가 답했다. 그게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은 하던 일만 한다. 과장이 바뀌고 팀장이 바뀌고 팀원이 바뀌지만 ‘업무’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그 업무의 판을 다시 짜는 일도 별로 없다. 새로운 일이 내려오면 팀원을 불러 나눠주면 그 뿐이다. 그러다 보니 판을 뒤집는다고 해야 힘들다고 컴플레인하는 직원의 업무 한두 가지를 다른 직원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오후 2시지?”

엄 팀장이 물었다.

“네.” 

“긴장 되는데?”

“산전수전의 황제이신 과장님께서 무슨... 이따가 모시러 오겠습니다.”

경도가 일어섰다. 마침내 시장과 6급 팀장들의 첫 토론의 날이 밝은 것이다. 

번갯불에 밥을 볶아먹은 경도가 대회의실로 뛰었다. 강재은과 마득렬도 그 뒤를 이었다. 방 팀장 역시 일찍 합류를 했다. 행사장 배치는 비서실 쪽에서 지원을 나왔다.

공무원의 행사.

보통은 팀의 막내가 맡는다. 이게 의외로 격무라서 스트레스가 심하다. 사소하지만 신경 쓸 일이 많은 것이다. 경도도 아픈 기억이 많다. 행사가 끝나면 거의 반드시 크고 작은 ‘트집’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K시의 사장님(?)이 주도하는 자리였다. 최근에는 공무원들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같으면 무조건 시장이고 공직이고 시청이었지만 이제는 사장님, 회사 등으로 바꿔 부른다. 그러니까 이 이벤트는 사장과 초급 간부와의 대화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특별초대자들까지 있다.

기자들도 온다.

자리배치는 텔레비전의 토론회를 벤치마킹했다. 강단 앞에 시장이 앉고 팀장들이 그 주변에 반원을 그리며 둘러싼다. 그 좌우의 공간에 특별초대자들과 기자석을 배치했다. 시장의 정면에 방송 카메라를 배치하니 그럭저럭 방송국 그림이 나왔다.

오후 1시.

이제 경도의 분신술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몸을 나눌 수는 없으니 역할배정에 충실했다. 직원들을 모아 역할 분담을 했다. 그런 다음, 1시 20분이 되자 시장실로 뛰었다. 1시 30분에 위안부 할머니들이 오기 때문이었다.

“가세.”

시장이 문을 나섰다.

로비에는 기자들이 도열해 있었다. 조경철을 필두로 양왈종에 서준서, 강건모, 방순호 등도 보였다. 기자들의 수는 무려 열을 넘었으니 K시의 행사로는 이례적이었다. 조경철 덕분이었다.

“옵니다.”

시장 비서가 정문을 가리켰다. 자가용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장이 수행원들보다 먼저 내려갔다. 그 손으로 문까지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시장이 허리를 숙인다. 두 할머니는 준비된 휠체어에 올랐다. 한 대는 시장이 밀고 또 한 대는 방 팀장이 밀었다.

“오시는데 힘들지는 않았습니까?”“괜찮아.”

황갑분 할머니가 답했다. 가지런한 그녀의 이빨은 틀니였다. 세월의 무게와 역사의 무게에 눌린 그녀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당뇨에 고혈압은 물론이고 관절염에 위장염, 변비까지 달고 사니 걷는 것도 버거운 것이다. 

그 옆의 할머니는 송막둥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위안소에 있었던 인연으로 같은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짝짝.

비서실 직원들이 박수로 할머니를 맞았다. 시장은 할머니들이 배정된 자리까지 직접 휠체어를 밀었다.

“힘이 드시면 언제든 직원들에게 말씀하세요.”

시장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그나마 청력과 시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다음으로 귀빈들 영접이었다. 일본 자매도시 고베시에서 온 사람은 시장 타나 가케이와 그의 부친 타나 토모야였다. 가케이 시장은 부친 토모야의 기업을 이어받은 경영자였다. 이후 시장선거에 나와 당선되면서 정계진출에 성공했다. 그의 부친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 K시와의 자매결연을 원했으니 부자가 내한을 한 것이다. 통역은 경도가 맡았다. 일본 관상책까지 섭렵하면서 중국어와 영어에 이어 일본어에도 조예가 생긴 것이다.

가케이 시장보다 그 아버지인 토모야가 시선을 끌었다. 그도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그걸 수행하는 여자가 30대의 미녀였다. 척 봐도 가족은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도개빙 시장이 참석을 했다. 끝장토론이 끝나면 3국의 도시가 동시자매결연을 맺을 계획이었다.

귀빈들이 자리를 잡자 시장이 문 앞으로 이동했다. 그의 뜻이었다. 6급들이 자리한 가운데 주인공처럼 등장하려는 게 아니었다. 문 앞에 서서 6급 주사들을 하나하나 맞이하는 것이다. 이 전격적인 결정은 오늘 아침에야 통보가 되었다.

“그렇게 알게.”

시장의 의중이 나오자 이 국장을 비롯해 경도까지 놀라게 되었다. 쑈라고 보면 쑈였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쑈였다.

놀라기는 6급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서 와요.”

“고생 많죠?”

“반갑습니다.”

“들어가세요.”

권 시장은 6급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맞이했다. 뜻밖의 영접에 놀란 6급들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다.

시작도 그랬다.

시장이 셀프 등장을 해버렸다.

“권우일입니다.”

의례적인 박수도 제지했다. 그냥 이웃처럼, 형제처럼 편안한 가운데 중지를 모아보자는 게 그의 뜻이었다.

“제가 쑈를 한다고 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여러분들 늘공의 입장에서 보면 어공의 쑈일 수도 있지요.”

권 시장의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시장님 뜻밖인데?”

뒷줄에 선 육 과장이 웃었다.

“멋지신데요?”

경도가 장단을 맞춘다. 그 사이에도 시장은 질박한 진행으로 상황을 끌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계급장 떼고 마음 한 번 열어들 보세요. 현장의 문제는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 늘공이 이 초보 어공에게 코칭 좀 해달라는 겁니다.”

“하핫.”

6급들이 웃었다.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K시 전체의 6급은 약 300여 명이다. 이들 중에서 5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인원은 대략 60명 남짓이었다. 확률로 치면 대략 20%를 오간다. 그러나 승진은 나중 일이다. 시의 6급 중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사람만 50명을 넘었다.

6급 주사들...

닉네임도 많다. 

-실무행정의 꽃

멋지다.

그러나 부정적인 닉네임도 많다.

-무사안일의 대표자들.

-유혹의 집중 타겟들.

-갑질의 대명사들.

-부하 실적 강탈자들.사실 현장에서는 위의 긍정보다 아래의 부정적인 의미가 더 대두되는 형편이었다.

“자, 그럼 누가 먼저 이 어공에게 한수 지도의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이 토론에서 나온 발언이나 의견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이상으로 권리를 보장해 드리며 그 보장을 위해 이렇게 공증까지 섰으니 편안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오늘 조직진단에 유용한 의견이나 건설적인 말씀을 해주신 팀장님께는 그 팀에 피자 세 판을 쏴드리겠습니다.”

권 시장이 공증서를 들어보였다. 카메라 앵글이 공증서를 향해 움직였다.

“시장님.”

6급 하나가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공증에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뭐죠?”

“면책특권도 좋지만 오늘 나온 말들을 시정전반에 반영해주신다는 공증이 아쉽습니다.”

“이 자리에서 추가하죠. 반영하겠습니다.”

짝짝!

6급들 좌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의견도 쏟아졌다.

“최근 잡다한 행사동원이나 지원에 6급을 차출하는 일들이 정례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팀장의 위상이 추락해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행사나 사업의 성격에 따라 동원될 수 있는 직급을 세분화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6급들은 5급, 4급과 하위직들 간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흔히 칸막이라 말하는 단절은 부서나 팀 간에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담당업무 별로도 나타나게 되는데 팀장들이 허드렛일을 맡게 되다보니 리더십은커녕 존재감에 대한 회의마저 드는 현실입니다.”

“얼마 전에 인사이동이 있었지만 인사이동은 정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납득할만한 인사도 그렇습니다. 특별한 공적도 없이 5년도 추월하고 10년도 추월하는데 좋은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는다면 조직의 사기진작과 활성화는 어렵습니다.”

“저는 우리 시만이라도 주무관이 아니라 전문관 제도의 도입을 제안합니다. 6급들에게 그에 걸맞는 역할을 기대하려면 그만한 프라이드를 줘야하는데 현재의 6급은 필요할 때는 간부로 대우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7-8-9급만도 못한 하위직 대우를 받습니다.”

“인사 이야기에 대한 후속 의견입니다. 직원들의 격무부서 기피증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사철만 되면 다들 선을 대느라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그 격무부서라는 게 알고 보면 업무가 힘든 것보다 과장이나 팀장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리가 6급에 대한 적정 대우를 받으려면 우리가 먼저 직원들과 과장님의 간격을 좁혀주는 메신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격무부서 의견의 연장인데요, 직원들이 어려운 경우는 주로 억지 민원인이나 인허가업무에서 애매모호한 경우입니다. 특히 새로 그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애를 먹는데요, 이런 경우를 위해 토탈 조언이 가능한 핫라인 부서를 하나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원인을 위한 시스템은 기가급으로 발전하는데 직원들을 위한 제도는 아직 메가나 바이트급입니다. 사회의 전문화를 쫓아가려면 우리도 랜덤지원이 가능한 내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짝짝.

이 의견에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경도도 절대 공감이었다. 공무원은 만능이 아니다. 무엇보다 2-3년마다 업무를 바꾸기에 더욱 그렇다. 그 업무에 숙련될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법령 변화가 많은 업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럴 때 긴요할 제안이었다.

권 시장은 의견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소신을 밝혀주었다.

이제 엄낙기가 나올 차례였다.

6급들은 엄낙기를 알고 있었다. 그의 반전인생도 알고 있었다. 아부에는 달인급이지만 업무능력은 꽝이던 엄낙기. 용포읍에서 팀을 화려하게 말아먹던 그가 반전의 인생을 썼다. 팀을 시 최고 부서로 만들고 읍의 위기이던 토마토 판매 때는 유튜브 동영상에 출연해 화려한(?) 댄스로 읍내 토마토 농가를 살렸다.

꼴찌에서 수석으로.

이 테마는 질리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6급들도 공감도가 높았다. 

“와아아!”

경험담이 끝나자 환호까지 보내는 6급들이었다.

“토마토 막춤 한 번 부탁합니다.”

여기저기서 환호가 나오자 엄 팀장은 한 번 더 망가졌다.

짝짝.

망가진 만큼 박수가 쏟아졌다.

“오늘 여러분들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약속한 대로 의견을 주신 분들의 팀에는 피자 세 판이 배달될 겁니다. 오늘 못 다한 의견들은 언제라도 제 방으로 오셔서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

시장이 마무리를 하자 뜨거운 환호가 나왔다. 권 시장은 나가는 길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6급들의 마음을 잡는 권 시장이었다.

“수고했어.”

이 국장과 육 과장이 경도를 치하했다. 척 봐도 대박 토론회였다.

이제 남은 건 VIP들이었다. 시장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귀빈들을 소개했다.

“여기 우리 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러 온 일본과 중국의 시장님들이십니다.”소개를 따라 고개를 들던 황갑분 할머니. 휠체어의 토모야와 시선이 만났다. 그러자 전격 경련과 함께 할머니의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급기야 절반 쯤 일어선 할머니가 소리를 질러버렸다.

“타나 토모야.”

휠체어의 일본인이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는 부들거리다가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할머니.”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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