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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대권상을 소개합니다-2> (141/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41화

38. 첫 번째 대권상을 소개합니다-2

리체크에 돌입한다.

이번에는 각도를 바꾼다. 한눈을 감아버리는 것이다.

같은 산을 가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보이는 게 다르다. 오를 때 보지 못한 게 내려올 때 보인다.

그 풀과 꽃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왜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걸까?

관상도 그렇다. 일반적인 상이야 놓칠 리 없다. 그러나 미세한 찰색이나 일진, 월진, 유년운기부위, 방위 등은 수고를 더하는 게 당연했다. 운명에도 궤도가 있으니 미세한 차이로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원한 이마를 다시 짚어본다. 이마의 포인트는 대략 11곳이다. 일단 이마 최상위의 좌우 꼭지점 변지를 본다.

그 가운데가 천중이다. 천중을 따라 코를 향해 내려오다 보면 관록을 만난다. 정치든 사업이든 공무원이든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인당이다.

다음에는 이마의 대들보가 되는 주골을 체크한다. 주골 아래에는 월각과 일각이 있다.

여기까지 체크하면 양 눈썹 끝의 복당이 남는다. 다시 봐도 백만 불짜리 이마다. 높고 넓다.

이마는 하늘의 기운을 받는 배터리 탱크다. 이것이 넓거나 높지 않으면 큰 뜻을 품고 이루기 어렵다.

이마가 끝나면 눈썹이다.

그런데 눈썹은 왜 별 기능도 없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걸까?

그럴 리 없다. 눈썹은 아름다움의 완성이기도 하지만 관상에서 100점 만점에 50점은 먹고 들어간다는 눈의 보호자다.

좋은 눈썹을 가진 사람은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배우자와 자녀복까지 받고 나니 눈썹이 좋아야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눈썹은 면상최요미수고(面相最要眉秀高)라고 불린다.

자세히 보니 상향이다. 아까 본 관상에서 가점이 붙는 상이었다.

눈으로 넘어간다. 눈을 빼고 관상을 논할 수 없다. 쳐다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빛을 쏘아댄다. 타인을 압도하는 격을 제대로 갖췄다.

안광.

큰 꿈을 꾼다면 필수적인 요소였다.

코로 내려가면서 숨을 고른다. 귀격 관상이 주는 오르가즘이었다.

재미난 영화나 드라마처럼 아껴가면서 보고 싶은 것이다. 본 것을 보고 또 보면서 야금야금…….

산근은 바윗덩이 같았다. 콧대인 연상과 수상도 낮지 않은 데다 두텁게 뻗었다.

콧망울인 준두에는 살이 제대로 올랐고 양쪽 콧방울인 난대와 정위도 코를 제대로 받쳐주고 있었다.

‘오악의 기막힌 조화…….’

꼴깍.

경도 목으로 마른 침이 넘어간다.

오악은 이마와 코, 양쪽 관골과 턱으로 이루어진다.

얼굴의 기세를 대표하는 곳이다.

초귀격이 되려면 이곳의 기세가 중요했다. 오관과 오악이 좋더라도 이곳이 너무 낮거나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면 격이 떨어진다.

최고의 격이 되려면 오악의 다른 부위들이 코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꿀꺽.

오악의 기세를 읽으면서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세종대왕은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상적인 관상의 하나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종의 복사본이거나 진화본에 가까운 이경문의 상은 김윤광을 볼 때보다도 설렘을 더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오악의 기세까지 읽고는 잠시 쉬었다.

천기는 냉철하게 읽어야 한다. 그런데 관상을 보러온 이경문보다 경도가 더 흥분하고 있었다.

가정부에게 생쌀을 좀 부탁했다.

좌라락.

햇빛 속에 뿌리고 색감이 다른 100개를 골랐다. 그제야 흥분이 가라앉았다.

“계속하겠습니다.”

제자리로 복귀를 했다. 이경문은 군소리 없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입 부위에서 상괘를 이어갔다. 이경문의 입술은 강철의 문처럼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그러면서 한일자로 뻗었다.

이제 상괘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턱이다.

여기까지 극귀상이라고 해도 턱에 흠이 있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린다.

턱이 나쁘면 운도 나쁘고 자식과의 인연도 틀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작은 흠 하나고 없었으니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중후한 힘이 느껴진다. 그 두 가지만으로도 뚝심과 결단력이 느껴졌다.

[위맹지상]

이 결론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김경동 시장도 위맹지상이었다. 그러나 시장 선거에서 3선에 실패했다.

이경문과 김경동.

둘을 비교하면 어떨까?

같은 위맹지상에도 격이 있다. 눈빛과 목소리의 울림까지 더해 비교를…… 할 필요가 없었다.

맹수로 치면 늑대와 호랑이에 가깝다. 김경동의 격으로 넘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존엄하다.

이경문의 상은 그랬다.

그러나.

그는 이미 존엄했다.

국무총리를 역임하지 않았던가?

“죄송하지만…….”

경도가 요청 하나를 내놓았다.

“총리 때 사진 말입니까?”

이경문이 되물었다.

“예.”

“있을 겁니다.”

이경문이 핸드폰을 뒤졌다. 그러자 국무총리 당시의 행사 사진들이 여러 장 나왔다.

“여기 있군요.”

그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경도의 눈빛이 다시 불타기 시작한다.

과거의 이경문과 현재의 이경문의 비교였다.

기세가 꺾였다면 총리 위의 관록을 꿈꾸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세가 더 세다면?

‘아.’

경도의 시선이 재복궁 코에서 멈췄다. 그 주변을 에워싸고 조읍하는 오악의 기세…… 총리 때도 좋았지만 현재의 기세가 더 강했다.

확인사살을 위해 천창과 지고를 다시 본다. 두 상의 조화는 기가 막힌다. 총리상의 전형이다. 이 천창과 지고가 보필을 하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마무리는 이경문의 유년운기부위였다. 총리 위의 단 한 자리. 그해, 이경문의 운빨은 어떨까?

‘아아.’

신음의 크기가 올라갔다. 그의 나이 66이 되는 좌측 법령의 끝 금루에 황금빛이 서린 것이다.

“제 상괘를 드리겠습니다.”

마침내 경도가 관상안을 거두었다. 가만히 일어선 경도가 이경문을 향해 정중한 인사를 올린 다음 끄덕, 힘찬 고갯짓의 신호를 주었다.

“잠깐.”

이경문이 경도를 막았다.

“상괘를 주기 전에…… 혹시 총리실의 역사를 아십니까?”

“압니다.”

경도는 주저가 없었다. 이경문이 하려는 질문의 의도를 간파한 것이다.

국무총리.

대통령 다음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총리 출신 대통령이 없었다. 이인자는 결코 일인자가 될 수 없는 걸까?

대권 관상을 공부하려면 풍수책도 필요했다. 둘은 수미상관이라할 정도로 관련이 있었다.

총리공관은 삼청동이다. 북악산의 중심 지맥은 당연히 경복궁으로 내려오지만 작은 지맥 하나가 총리공관으로 이어진다.

길지(吉地)다.

청와대의 대통령이 나간 다음이라면 이 길지에서 뜻을 세운 사람이 다음 주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갈래가 달랐다.

대한민국 역사상 국무총리 출신으로 대권을 노린 사람이 몇 있었다. 당선권에 닿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김종필과 이회창, 고건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또 한 명 국무총리 출신 정치가의 날개가 부러졌다.

이경문은 그걸 말하고 있었다. 그걸 감안해서 말해달라는 것이다.

“죄송하지만 총리공관의 바위 비문을 아십니까?”

경도의 질문이었다.

“안득불령(安得不寧) 말이오?”

“아시는군요?”

“나야 거기 살았으니까 압니다만 오 박사께서는 어떻게?”

“저는 풍수서에서 보았습니다. 그걸 보시고 뜻을 새기셨다면 제 상괘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경도의 고갯짓이 한 번 더 이어졌다.

安得不寧.

총리공관은 본래 태화궁이 있던 자리였다. 태화궁은 소격전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본다.

소격전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도교관청이었다. 왕실 안녕의 바탕은 백성이다.

그렇기에 그 말에는 국민을 평안하게 하라는 뜻이 담겼다.

국민을 편하게 하라.

이경문은 총리실의 한계를 넘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경도는 그 방법까지 되새겨준 것이다.

“고맙소.”

이경문이 악수를 청해왔다.

“상괘를 드린 김에 액땜의 상괘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턱 옆의 지고에 재난이 들었습니다. 이는 친척들에게서 오는 것이니 미리 방비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찰색의 농담으로 보아 두 달 안에 일어납니다.”

“두 달이면 우리 사돈이 추진하는 항공사 M&A인 모양이군요. 그러잖아도 코로나로 무너진 항공산업을 너무 가혹하게 후려친다는 우려가 나오던 일이니 내가 설득해 보리다.”

이경문이 환하게 웃었다.

“오 박사님.”

마지막은 사모님 차 여사였다.

“원래 우리 총리님하고 딸만 보기로 했는데 저리들 흡족한 얼굴이니 저도 욕심이 나네요.”

“두 달 후쯤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달 후요?”

“일월각을 보니 모친께서 병중인 것 같습니다만.”

“어머, 과연.”

경도의 상괘에 차 여사가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 두 달이라면?”

“죄송합니다.”

경도가 고개를 숙였다. 차 여사의 모친 병세는 중했다. 일월각이 시들고 있으니 길어야 두 달이다.

일진과 월진을 짚어도 그랬다. 그 이상 자세히 맞출 필요가 없으니 그쯤 알려준 것이다.

“우리 문 여사님이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은 제가 총리 부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어요. 우리 문 여사님은 고문이시고요.”

“예…….”

“우리끼리 작은 성의를 모아 기부도 하고 하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다들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그러시겠지요.”

“해서…… 다음에 올 때는 그분들 중에 한둘 같이 동행을 해도 될까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유, 고맙습니다.”

차 여사가 고개를 숙인다. 그녀의 관상도 귀격이다.

단정한 걸음걸이.

둥글 얼굴에 후덕한 몸매.

단정한 오관.

삼정의 조화.

정숙한 용모.

단아한 언어.

여인칠현의 여섯 덕목이다. 이런 여자는 현명한 남편에 더불어 빼어난 자식을 낳는다.

그 마지막은 앉거나 눕는 자세인데 앉는 자세를 보았으니 눕는 자세는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총리의 압도적인 미소는 그가 돌아간 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관상은 보석이다.

경도는 오늘 또 하나의 보석을 만난 것이다.

***

일요일 오후, 뜻밖의 손님을 만났다. 경찰서의 계치훈 경감이었다. 중국의 관상서들을 보다 그 전화를 받았다.

-시청 근무는 아니시던데 어디 나가신 건 아니죠?

다짜고짜 질문이 들어왔다.

“독방콕인데요?”

“그럼 저 쳐들어갑니다.”

“저희 집에요?”

“여자 있어요?”

“아뇨. 하지만…….”

“됩니까, 안 됩니까?”

“당연히 되죠. 진짜 오신다는 겁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오래지 않아 벨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집 앞에서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진짜네? 들어오세요.”

경도가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 없는 것도 진짜네요?”

안에 들어선 계치훈이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 바랐던 겁니까?”

“저는 아니죠. 한 3년 정도 지나서 중매받으라면서요?”

“어디 보자. 혹시라도 공덕 많이 쌓아서 날짜가 좀 당겨졌나?”

경도가 관상안을 들이밀었다.

“잘 좀 봐주세요. 집에서, 직장에서 성화가 대단하거든요.”

계치훈도 바로 장단을 맞춘다.

“으음, 아직은 안 돼요. 간문에서 시든 찰색이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쳇, 오 박사님도 안 되는 게 있군요.”

계치훈이 들고 온 컵라면 박스를 내려놓았다.

“이건 뭐죠?”

“뭐겠어요? 예전에 자취하는 사촌 형 집에 갔더니 제일 요긴한 게 라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하게 한 박스 채웠습니다. 부피가 크니 생색내기로 제격이잖아요?”

“…….”

“뭐야? 차도 안 줄 것 같은 이 분위기…….”

“앉으십시오.”

경도가 의자를 내주었다. 이제 이 정도 조크를 나눌 케미는 되는 두 사람이었다.

“실은 박구민 씨 때문에 들렀습니다. 저희 조사가 끝났거든요.”

차를 받아든 계치훈이 말했다.

“그래요?”

“정신과 전문의가 다녀갔는데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아오…….”

“자택 수색하겠다고 하니까 좔좔 불어놓더라고요. 여기저기 만든 계정마다 소아성애 야동이…… 조금 과장하면 지구 상의 소아성애는 다 모은 것 같았어요.”

“죄송합니다.”

“오 박사님이 왜요? 저는 지난번에 이어 실적까지 올리게 되어 감사인사 차 들렸는데…….”

“진짜 그것뿐입니까?”

경도가 넌지시 넘겨짚었다.

“다른 것도 보입니까?”

계치훈이 울상을 지었다.

“일각과 월각에 눈썹이 움찔거리니 친척분 일 같은데 혹시 도경 과장님 일인가요?”

“어헉, 귀신…….”

계치훈이 자지러졌다.

“아, 진짜…….”

“미안합니다. 그거 맞습니다. 이 분이 승진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내일 발표하는 모양인데 제가 수사기법 문의 좀 하면서 오 박사님이 넘겨준 사건이라고 했더니…….”

“관상 부탁하세요?”

“차마 부탁은 못 하고 전전긍긍이더군요.”

“이번에 승진하시면 경무관이신가요?”

“그렇죠. 이게 치안감 바라보는 자리라 승진이 좀 어렵습니다.”

“복채는요?”

“제가 대신 준비할까요?”

“수사과장님이 내야 부정이 타지 않게 됩니다.”

“그럼 오시라고 할까요? 전화만 걸면 바로 날아오실 텐데…….”

“혹시 최근 사진 있으세요?”

“있죠.”

계치훈이 사진 파일을 열어놓았다. 경도가 사진을 보았다.

“됐네요. 축하한다고 전해주시고 복채는 저희 OK후원회에 성의만 표해달라고 하십시오.”

“승진하시는 겁니까?”

“그분 천양에서 관록까지 훤한 데다 계 팀장님 일월관과 눈썹에도 밝은 미색이 돕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와.”

계치훈이 쾌재를 불렀다.

경무관은 공무원으로 치면 3급에 해당한다. K시의 국장 이상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경무관이 바로 치안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교두보라는 점이다.

그것은 곧 꿈의 직급인 지방경찰청장을 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날 밤, 10시가 가까워서 계치훈의 전화를 받았다.

‘승진하셨군.’

전화를 받으며 경도가 웃었다. 경도도 이제 인사팀 실무 주무관이다.

그간의 서류를 봤더니 대개 하루 전에 인사가 마무리된다.

중요한 간부진에게는 그때 통지가 될 수도 있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기 무섭게 계치훈의 목소리가 벼락을 쳤다.

-오 박사님, 우리 작은 아버지 승진 통보받으셨답니다. 임명장 받으면 바로 인사 가시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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