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렙 공무원님 133화
36. 초대형 인사사고-4
“그게 뭐죠?”
“사실 아까 처음 들어왔을 때 단서를 잡았는데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해요.”
“아닙니다. 솔직히 베개 정도 날아온 게 다행이었죠.”
“…….”
“제가 본 건 수상이었습니다. 담요가 얼굴을 거의 다 덮고 있어 이마와 손바닥만 볼 수 있었거든요.”
“…….”
“손금에는 천문 인문 지문이라는 게 있는데 인문의 끝이 위쪽을 향하고 있더라고요. 이게 희망의 시작입니다.”
“……?”
“태양선도 선명한 편이라 긍정적이었고요.”
“…….”
“그런데 지금 보니 턱의 기세도 나쁘지 않네요. 턱을 둘러싼 근육이 메말라 없는 것처럼 보이면 운이 다했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작지만 근육이 제대로 있습니다. 즉 지금은 어렵지만 곧 운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운이 열린다고요?”
“얼굴 기색도 보조를 같이합니다. 자세히 보면 피부 속에 황색이 숨었습니다. 이 또한 전화위복의 단초가 되는 찰색이죠.”
“주임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마의 주골에서 관록궁으로 뻗친 청색 찰색을 보니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의 크기를 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송 주임님은 귓불이 크니 감정이 풍부하고 눈썹 꼬리가 부드러운 기세로 아래로 쳐지니 눈물도 많지요. 하지만 그 불운의 시기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곧 운이 트이면서 모든 게 좋아질 것이니 서른여섯이 그때입니다.”
“2년 남았네요. 그때까지 그냥 참고 다니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 해법은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어떻게요?”
“아직 제 관상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
“지금 약 드시는 거 있죠? 오늘 일로 받은 약 말고 말입니다.”
“어머.”
놀란 송혜영의 시선이 창가에 선 어머니에게 돌아갔다.
“승장이라고 아랫입술 밑에서 보는 관상입니다. 지금 먹는 약이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는데 굉장히 맞지 않습니다. 먹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에, 그것도 다 보여요?”
“예.”
“그거…… 실은 신경정신과에서 받아온 약인데…… 저도 잘 안 맞는 거 알지만 할 수 없이 먹고 있었어요.”
“아무튼 버리는 게 좋습니다.”
“그러자면 제가 면 센터를 떠나야 해요.”
“해법을 찾아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더 먹을 생각 없어요.”
“이제 인사고충상담을 듣겠습니다. 전임자에게 말씀드렸다고 하지만 이제는 제가 조치를 해야 하니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례들요.”
“사례…….”
“이건은 절대 비밀로 부칠 테니 걱정마시고요.”
“…….”
“…….”
“좋아요. 민지 언니가 보증을 선 사람이니…….”
송혜영이 시선이 물병에 닿았다. 경도가 눈치를 차리고 물을 따라주었다.
물을 절반쯤 마신 송혜영이 이태순 팀장과의 스트레스를 먼저 공개했다.
이태순 팀장은 행정직이었다. 보건소 보건행정과에 근무하다가 6급이 되면서 한강면으로 나왔다.
그녀는 산업팀장을 맡았다.
시발은 패션이었다.
어느 날 새 가방을 들고 왔다.
한강면은 토탈민원이다. 주민등록등초본 발급을 맡은 사람이 그것만 하는 게 아니었으니 다른 업무까지 커버를 해야 했다.
사실 송혜영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업무량 때문이었다. 경도가 판단한 대로 송혜영은 성실하고 정직했다.
즉 땡땡이를 치거나 요령을 피우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남자 직원처럼 슬그머니 담배 피우러 나가서 30분씩 있다가 오지 않았고, 어느 여직원처럼 화장실 들렀다가 화장까지 새로 하고 오지 않았다.
민원실 민원인들은 번호표를 뽑는다. 송혜영이 3-4명의 민원서류를 처리할 때 다른 직원들은 1-2명을 상대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기여도에 대해 뿌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2-3배 더 일하지만 나중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날도 그랬다. 9시가 되기 전부터 와서 닦달하던 하천점용허가 민원인 때문에 8시 50분쯤에 업무를 시작했다.
새 팀장이 출근을 했다.
“혜영 씨, 굳모닝.”
다른 날보다 애정하는 몸짓으로 들어섰다. 새 가방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쁜 송혜영은 립서비스를 하지 못했다. 그대로 넘어가면 좋으련만 다른 팀의 여직원이 그걸 해버린 것이다.
“어머, 이 팀장님, 가방 너무 예뻐요. 명품이에요?”
이태순 팀장, 송혜영 들으란 듯이 한 마디를 토해놓았다.
“자기는 뭐 좀 아네. 아유, 우리 팀 여직원들은 왜 이렇게 눈이 낮은지…….”
그날부터 고생문이 제대로 열렸다.
이태순은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질투도 많았다. 퇴근 길에 기이어 복수전이 시작되었다.
“자기 그 가방 네임드가 뭐야? 찌라시?”
“그냥 시장에서 산 건 데요?”
“어머, 역시…… 사람 생긴 대로 사는구나.”
온갖 동정심과 우월감이 버무려진 눈빛으로 아래 위를 훑어보지만 싫은 소리를 못했다.
송혜영의 성향이었다.
다음에는 반지가 시비의 대상이었다. 보도자료를 가져다주자 손부터 쳐다보았다.
“자기 그거 무슨 반지야?”
“그냥 은반지인데요.”
“얼마?”
“로드에서 만원주고 샀어요.”
“어머어머…… 사람 왜 그렇게 저렴하게 살아?”
그녀가 자기 손가락을 흔들었다. 5부 다이아몬드가 세 개나 박힌 반지였다.
사실.
송혜영은 패션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쪼아대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태순은 업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건행정을 하다 온 이 여자는 센터의 행정업무를 잘 몰랐다. 그러나 튀고 싶은 마음은 대한민국 넘버원으로 불려도 모자랐다.
그렇기에 면장 앞에 서면 천사표 팀장이 따로 없었고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면장 옆이나 앞에 앉아서 딸랑거렸다.
그런 파편들은 송혜영과 여직원에게 고스란히 튀었다. 송혜영의 공문서 작성능력이 좋다는 걸 파악한 이태순, 그것으로 송혜영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첫 보고서가 가면 일단 뒤집어버린다.
“이거 이거 이렇게 저렇게 해서 다시 해와.”
그대로 고쳐주면 또 다른 요구사항이 붙는다.
그것조차 해주면 이제는 다른 팀장이나 면장에게 가서 코치를 받아온다.
주지하는 바처럼 간부들은 공문서 딴죽 거는 맛에 사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취향까지 다르니 반드시 다른 주문이 꼬리표로 붙어온다.
백인백색인 것이다.
“자기, 이거 다시 손 좀 봐봐.”
이태순의 팀 기여도는 송혜영의 일을 만들어주는 것 뿐이었다.
그녀의 스트레스는 절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일단 ‘평’부터 비호감이었다.
민원이 다녀가거나 손님이 다녀가면 얼평부터 시작을 했다.
“얼굴이 저 모양이니…….”
“키는 난쟁이 똥자루만 해가지고…….”
다음은 학평이나 재평, 빽평이다. 이 또한 민원인이나 직원을 가리지 않았다.
그나마 이 여자의 독설의 타겟이 되지 않으려면 이 여자보다 더 좋은 가방이나 향수 같은 걸 써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민원인이 들고 오면…….
“어디서 짝퉁 하나 주워가지고 폼 잡기는…….”
……하면서 개흠집을 내는 것이다.
한 번은 그 말을 들은 민원인에게 미친 듯이 깨졌다. 같이 나가던 남편이 들었는데 이 남편이 좀 놀던 사람이었다.
병맛에 십장생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이태순은 꼼짝없이 당했다. 하지만 정작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건 송혜영이었다. 말리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독설을 퍼부은 것이다.
최악의 스트레스는 회의시간이다. 팀원들 모아놓고 제대로 염장을 지른다.
“자기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내가 다 자기들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자기는 우아에 꼴갑까지 떨면서 팀원들을 교묘하게 폄훼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끝나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말이야 자기들 입장 다 이해하지만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아니, 그냥 이해하지 말고 말하세요.
그냥 다 쏟아놓으라고요.
치 떨림을 자극하는 것도 가지가지였으니 듣다 보면 온몸에 사리가 쌓일 지경이었다.
쓰레기같은 가치관에 업무능력 제로. 감정기복의 여왕에 아부의 달인이자 직원 갈구기 퀸.
공은 자신이 먼저 챙기고 과는 직원에게 떠미는 저렴한 인성.
나중에는 이 여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치가 떨리고 다가오는 발소리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그래서 시청 인사과에 고충상담을 청했던 것이다.
“잠깐만요.”
이제는 경도가 물병을 집어 들었다.
“듣기만 해도 열 받네요.”
남은 물을 다 들이마셨다. 아직도 드물게 이런 간부들이 있었다.
근무시간이면 모니터를 방패물로 삼아 핸드폰 고스톱 따위나 치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사람.
사적인 감정을 내세워 직원들 면박이나 주는 사람.
직원 능력은 잘도 도마에 올리면서 정작 그 자신은 워드 한 장 만들 능력이 없는 사람.
조그만 실수조차 감싸주지 않고 까발리거나 남들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들춰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앉아서 직원들의 공을 가로채고 오히려 스트레스로 존재감을 과시하다니…….
하지만.
송혜영의 경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부서를 옮겨달라고 했어요. 인사 담당자도 조치하겠다고 했고요.”
전임자의 약속은 합당했다. 인사담당이라는 게 인력의 최적 배치로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업무 활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참사가 발생한 걸까?
문제는 전임자의 애로이자 한계였다.
실은 그 이태순도 인사담당자를 찾아왔었다. 그녀도 애로사항(?) 상담을 했던 것이다.
“좀 편한 데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읍면동 산업팀 업무는 너무 방대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못 살겠어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두 사람이 전출을 요청했다. 둘 다 들어주기에 벅차니 한 사람의 것을 들어주었다.
그게 바로 이태순의 전출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이번에 다시 보건소 의약팀으로 돌아갔다.
연기에도 소질이 있는 그녀였으니 인사담당자 앞에서는 한없이 몸을 낮췄다.
팀장 직급의 여직원이 그렇게 정성스레 나오니 그걸 먼저 들어준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대타로 발령을 낸 팀장이 바로 박구민이었다.
송혜영이 이전 부서에서 몸서리를 치다가 옮겨달라고 했던 그 팀장. 송혜영의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낸 인사가 이런 사단을 낳은 것이다.
이태순 팀장은 발령에 앞서 전출사실을 공공연히 흘리고 다녔다. 그래서 송혜영은 더욱 안심했다.
그녀가 떠난다면 자신이 한강면에 남는다고 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인사발령이 나던 날도 이 팀장의 것을 먼저 체크한 송혜영이었다.
<한강면 지방간호주사 이태순, 보건소 의약팀 근무를 명함>
그걸 보고 오랜만에 희열을 느낀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악몽의 싹이 발목을 잡았다. 그 아래 보인 명단에 악연의 박구민이 보인 것이다.
<건축과 지방행정주사 박구민, 한강면 근무를 명함.>
잠시 여유를 부리던 송혜영의 손이 바빠졌다. 이렇게 되면 경우의 수가 하나 줄어든 것이다.
이제는 이태순과 상관없이 그녀 자신이 한강면을 떠나야 했다.
“억.”
7급 발령을 체크하던 송혜영이 무너졌다. 그녀의 이름은 인사이동에 없었다. 여우를 보내고 호랑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불안은 현실로 이어졌다. 이태순 자리에 박구민이 내려왔다.
“오랜만이야?”
팀장으로 발령 받은 박구민이 손을 내밀 때 송혜영은 숨도 쉬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음독의 원인은 이태순이 주연이 아니라 박구민이 주연이었다.
“대체 얼마나 문제가 있길래요?”
경도가 팩트 체크에 나섰다. 관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실제 피해자들의 사례가 중요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어요.”
송혜영은 고개를 떨군 채 절래절래 저었다.
“잠깐만요.”
관상은 공휴일이 없다. 송혜영의 충격이 크니 인사팀에 전화해 박구민의 사진을 두 장 전송 받았다.
“……!”
경도가 미간을 찡그렸다. 첫째는 눈썹 때문이었다.
박구민의 눈썹은 수려한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건조한 데다 교태를 부리듯 오므라들어 나방처럼 동그란 형태를 그리고 있었다.
소위 ‘색탐’을 즐기는 관상이다. 눈의 흰자위에 검은 티까지 붙었으니 음기가 넘치는 호색한인 것이다.
두 번째는 부하운을 보는 노복궁이었다. 그 턱이 마르고 거치니 부하의 공을 챙겨줄 리 만무했다.
아쉽게도 간문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어찌나 포샵이 된 사진인지 간문에 광택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이분 문제는 제가 알겠습니다. 호색한이죠?”
“……?”
“혹시 여직원들에게 성추행 같은 것도 하는 겁니까?”
“그건…….”
“말씀해 주세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다른 여직원이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믿기 곤란하면 이창교 자치행정국장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분이라면 믿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
“송 주임님. 이 사람은 관상에도 나옵니다. 이렇게 나방이처럼 보이는 눈썹에 눈 흰자에 점까지 있으면 틀림없습니다. 머리에 색욕이 가득 찬 사람이라고요. 하지만 증거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든 생각까지는 어쩔 수 없잖습니까?”
“…….”
“송 주임님.”
“말씀드릴 게요.”
경도의 진심 앞에 송혜영의 입이 열렸다.
“그때가 언젠가 하면…… 굉장히 오래전이에요. 제가 K시로 전입 와서 몇 달 후였으니까요. 그때 민지 언니가 다른 데로 가면서 9급 신규가 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제가 수급자들 미세먼지 마스크 배급을 맞게 되었어요. 그게 6만 개가 내려왔는데 가구당 30개씩 재분류를 해야 했거든요. 여학생들 중에 자원봉사 신청한 애들이 있어서 10여 명을 불러서 작업을 맡겼어요. 그러다 휴식시간에 간식을 주고 내려와서 업무 보다가 다시 올라갔는데…….”
그날 송혜영은 눈을 의심했다. 여학생들은 3층 복도와 계단에 몰려나와 있었다.
일부의 교복 치마가 좀 짧았다. 일부는 거의 똥꼬치마에 가까운 아이들도 있었다.
저희들끼리 있다 보니 계단에 앉기도 하도 의자에 겹쳐 앉기도 했다. 다리가 훤하게 드러났다.
그 광경을 훔쳐보는 사람이 있었다. 조금 튀어나온 기둥 뒤에서 고개만 살짝 내민 사람.
바로 박구민이었다.
“팀장…….”
박구민을 부르려던 송혜영이 기겁을 하고 물러섰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내밀었다.
박구민이 틀림없다. 그의 손은 미친 피스톤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눈을 의심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건 분명 그짓이었다. 그 정면에는 똥꼬치마를 입고 재잘거리는 여학생들이 있었다.
폭주하던 박구민이 겨우 동작을 멈췄다. 끝내 욕정을 분출한 것이다.
‘엄마…….’
송혜영은 뼈를 떨었다.
“뭐야?”
잠시 후에 다가온 박구민이 근엄한 척 송혜영을 추궁했다.
송혜영은 바닥에 흘린 자료를 줍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제정신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칠칠치 못하게시리.”
눈알이 벌게진 그가 힐책을 하며 지나갔다. 그제야 알았다. 컴퓨터를 할 때면 코치하는 척 뒤에서 은근히 밀착하던 행동들.
여직원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오면 몰래 훔쳐보던 표정들…….
박구민이 멀어지자 송혜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시 정신이 돌아오기 무섭게 화장실로 뛰었다.
그 물에 미친 듯이 세수를 했다. 안 본 눈 사고 싶었다. 진심이었다.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재택근무나 일직근무, 비상동원 등으로 나와 민원인들이 없을 때면 책상 밑으로 뭔가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동을 보는 것이다. 그냥 보는 것도 아니고 사타구니 속으로 손을 넘어 꼼지락거린다.
그것까지 본 후로는 근처에도 가기 싫은 송혜영이었다.
“이런 미친…….”
듣고 있던 경도조차 흥분을 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공무원이고 팀장이었다. 게다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드나드는 관공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