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상박사 해외출장갑니다-5> (124/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24화

34. 관상박사 해외출장갑니다-5

“이 두 분은 고인들입니다.”

경도가 설명을 시작했다.

“투자연구소의 살기 때문에 죽었다고 믿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대인께서는 건물의 살기를 잡기 위해 연못 주변 나무를 버드나무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거고요.”

“……!”

다시 세 사람이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 진압풍수 또한 얼핏 보면 맞습니다. 문제는 도시와 버드나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봄이 되면 꽃가루를 날려 주변 사람들 원성이 자자할 텐데 그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건물의 살기보다 이웃의 살기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

경도의 열변에 채일천의 동공이 좁아졌다. 그 또한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무엇보다 여기 두 사람의 주검은 투자연구소 건물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일단 첫 사망자부터 볼까요?”

경도가 벽 앞으로 걸었다. 노트북을 조작하자 벽의 스크린에 화면이 떴다. 회의나 발표를 위해 설치한 스크린이었다.

성능은 기가 막혔다. 보통의 스크린들은 해상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홍콩 금융가 재패를 노리는 기업은 달랐으니 해상도가 SSS급이었다.

“이분의 눈을 봐주십시오.”

경도가 눈을 확대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경도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대인께서 관상의 기본은 알고 계신다니 눈이 반영하는 오장을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눈은 다섯 장기를 투영하니 간과 폐, 위와 비장, 그리고 심장을 반영합니다.”

“…….”

“심장은 바로 이 부분이죠. 귀를 향해 흐르는 눈꼬리가 시작되는 인당의 옆.”

경도가 화면을 짚었다.

설명은 계속 물처럼 흘러간다.

“이 사진은 사망하기 이틀 전의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기색이 돌고 있는 게 보일 겁니다.”

경도가 화면을 무한으로 확대했다. 그런 다음 다른 부분과 비교를 해주었다.

그냥 보아서는 잘 모르겠던 것이 비교가 되자 살짝 푸른 기색이 보였다.

“이번에는 눈동자입니다. 며칠 전의 사진에 비해 핏발이 서고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서립니다.”

사진이 바뀌었다. 전 사진에 비해 나흘 빠른 시점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의 눈동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눈에 핏발이 서고 눈동자에 붉은 기가 서린 데다 심장을 상징하는 부분에 푸른 기색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수일 내로 사망합니다. 아시고 계시겠죠?”

이는 음양오행과 통한다. 오장에는 각각의 상징 색깔이 있다.

청(간)-적(심)-황(비)-백(폐)-흑(신)이다.

기색은 여기서 영향을 받는다.

간은 노여움을 관장하고 심은 기쁨을 관장한다.

비는 생각을 관장하고 폐는 슬픔과 우울을 관장하며 신은 공포와 놀람을 관장하니 그것들이 반영되는 것이다.

“상정이 밝은 건 무엇으로 설명할 텐가?”

채일천이 추가문제를 제시했다.

사망자의 이마는 햇살처럼 밝았다. 경도가 놓친 것일까? 그럴 리 없었다.

“그건 오장의 상태와도 같을 겁니다. 캐서린, 혹시 이분의 건강진단을 알 수 있습니까? 아마도 최근까지 아무런 이상 징후도 없었을 겁니다.”

“잠깐만요.”

캐서린이 아이패드를 열었다. 임직원들 건강자료를 찾으니 그의 데이터가 나왔다.

“맞아요. 사망 2주 전에 체크한 합동건진에 ‘양호함’으로 떠 있네요.”

“그게 바로 밝은 상정과 통하는 것 아닌가?”

채일천이 말했다.

“오장의 건강상태와도 통합니다.”

“……?”

“관상의 현묘함이죠. 겉보다 속을 봐야 하는 것. 겉에서 얻는 것은 작으나 속에서 얻는 것은 운명의 뿌리니 그게 바로 관상의 궁극인 천기가 되는 겁니다.”

“천기?”

“고인의 주검은 객사입니다. 이런 주검은 몸에 나타나지 않으니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오장이 병드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관상으로 나타날 뿐이죠. 그 첫째가 바로 눈의 이상이었고 둘째가 대인께서 지적한 상정의 밝은 윤기입니다.”

“상정의 윤기가 대흉이 될 수도 있단 말인가?”

“상정만 놓고 본다면 길상이지만 눈에 서린 횡액과 함께 보면 대흉입니다. 그래서 관상의 첫째는 눈이 아닙니까? 이는 상법에서도 전하는 내력입니다.”

“……!”

“반대로 보자면 상정이 검다고 해서 흉액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고난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신경 쓸 일이 많으니 마음이 집중되는 노고에 따라 심장과 간장에 피로도가 쌓여 상정이 어둡게 보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중병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이마가 흐리다가 돌연 환하게 개면 길조가 아니라 대흉이니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

“만약 이 사람이 지하철에서 죽었다면, 그것도 아니면 은행창구 같은 데서 죽었다면 그 건물들이 살기를 해악을 뒤집어써야 합니까? 이 주검은 그날, 그 어떤 장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주검입니다.”

“…….”

압도.

그 단어가 날아가 채일천의 이마에 꽂혀버렸다. 기초 정도 배워둔 관상으로 맞서가다 된서리를 맞는 채일천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사망자를 보시겠습니다.”

경도가 노트북을 건드리자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여자였다. 여자의 사진은 세 장이 올라왔다.

“이 사진부터 보겠습니다.”

경도가 짚은 건 최신 사진이었다. 고세완에게 따로 부탁한 CCTV에서 얻은 것이다.

이번에도 명궁이었는데 여자의 명궁은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웠다.

“아까 채 대인께서 말씀하신 명궁 말입니다. 그에 맞아 떨어지는 찰색이 여기 있습니다.”

아까?

그건 명궁이 밝으면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 이론에 의하면 이 사진의 명궁은 어두우니 나쁘다. 경도 말이 그랬다.

“명궁이 흐리고 눈빛도 흐립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죽습니다.”

“……?”

채일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같은 줄기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온 것이다.

“왜 그런가?”

채일천이 캐물었다.

“코와 귀 때문입니다. 코와 귀가 시들었으니 죽는 것인데 이유는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제 화면에는 여자의 사진 세 장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하나는 사망하기 한 달 전의 것이고 또 하나는 하루 전, 마지막은 사고 당일 아침출근시간의 CCTV 화면 캡처였다.

화면에 확대된 것은 남녀궁, 즉 눈꼬리와 귀 사이의 간문이었다.

“여자의 왼쪽 간문입니다. 여기 보시면 오른쪽 간문에 미색이 돌지만 왼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남편에게 바람기가 있는 것입니다.”

“남편?”

“이 기색은 사고 전날까지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일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왼쪽 남녀궁에 푸른 기색이 엿보입니다. 두 사진과 비교하면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세 사진이 더 확대되었다. 최대로 키웠다 줄였다를 반복하니 푸른 기색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 역시 경도의 설명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일이었다.

“이날 이 여자는 출근하기 전에, 혹은 그 전날 밤에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청받았을 겁니다.”

“……?”

“이 청색 기색은 간기(肝氣)의 색으로 분노를 나타냅니다. 분노가 밖으로 표출이 된 거죠. 그런데 그 기운이 심상치 않으니 그건 여자의 눈으로 재확인이 됩니다.”

경도가 화면을 넘기니 확대된 눈이 나왔다.

“인간의 눈에서 간은 검은자위이고 비장은 눈의 아랫 눈 라인입니다. 여기도 붉은 기색과 함께 푸른 기색이 보이죠? 간장과 비장의 기운이 끊어지려고 할 때 눈에 이런 신호가 나갑니다. 혹시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

경도가 묻자 채일천의 촉각이 곤두서는 게 보였다.

“사반(死斑)입니다.”

“사반? 죽을 관상으로 불리는?”

“그렇습니다. 즉 이 여자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간기가 끊겨 주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남편에게 확인해 보시면 알 것입니다.”

“남편이라고요?”

캐서린이 반응했다.

“이혼요청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면 싸웠는지만 물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아니면 이웃에게라도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장례식 때 그 남편은 우리하고 말도 안 섞으려 했거든요.”

“그럼 병원 쪽 체크는 어떨까요? 회사에서 즉사를 했으니 부검이나 검안을 하지 않았을까요?”

“남편은 그리 원하는 눈치가 아니지만 우리가 의아해하니 부검을 하기는 했어요.”

“그 기록을 체크해 보시죠. 분명 건강진단에서 보이지 않던 간과 비장의 이상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캐서린이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몇 마디 통화를 하던 캐서린…….

“와우.”

통화 중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캐서린.”

고세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요.”

“왜죠?”

“부검의가 그러네요. 사망원인은 원인불명의 내인성급사인데 간과 비장에 의문의 손상이 보였다고 해요. 하지만 오 박사님 말처럼 간과 비장은 직전 건강진단 때까지는 이상이 없었다고…….”

“와우.”

이번에는 고세완의 탄성이 나왔다.

“잠깐만요. 그러고 보니 투자연구소의 엘리제가 죽은 레아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거든요. 그녀가 뭘 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캐서린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맙소사.”

다시 한번 캐서린의 탄성이 나왔다.

“오 박사님 말이 맞아요. 죽은 레아가 그날 아침 남편과 다투고 출근을 했대요. 아침에 나오면서 그 소리를 들었는데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것 같아 내색하지 않았다고 해요.”

“……!”

두 개의 팩트.

그 위력 앞에 채일천의 의심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동시에.

자존심도 무너졌다.

“제 관상의 근거는 모두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조금 약할 수도 있겠죠. 세상의 일이란 상대적이니까요. 해서 한 가지를 더 준비했습니다.”

경도가 화면을 넘겼다. 거기 등장한 것은 남자였다.

“어머.”

캐서린이 먼저 알아보았다.

“죽은 여자분의 남편입니다. CCTV에 나오길래 보조 증명용으로 캡처를 해보았습니다.”

경도가 화면을 키운다. 채일천의 시선은 거기에 꽂혀 움직이지 못했다.

“남편의 명궁입니다.”

경도가 짚었다.

그냥 눈썹과 눈썹 사이다.

하지만.

어느 배율로 확대하니 미색의 윤기가 보였다.

“미색입니다. 명궁의 미색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이것처럼 담홍으로 진하게 보일 때는 한 가지입니다. 이건 채 대인께서도 아실 것 같습니다만?”

“상간녀?”

채일천의 입이 열리자 경도는 꾸벅 목인사로 확인을 해주었다. 답을 채일천의 입으로 들음으로써 반론의 여지를 없앤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도의 손이 눈 끝의 간문으로 옮겨갔다. 거기서 어미에 맺힌 주름을 짚었다.

“이것도 아십니까?”

“…….”

“간문의 어미에 맺히는 주름…… 아내가 비명횡사하는 것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이상입니다.”

어미의 주름으로 쐐기를 박는 경도였다.

“…….”

채일천과 캐서린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고세완 역시 넋을 놓기는 다르지 않았다. 이것은 인간이 보는 관상이 아니었다.

-이마 보니 관운 좀 있겠어?

-코를 보니 재산 좀 모으겠구만.

-턱을 보니 노년운이 좋아.

-도화안을 가졌으니 연예계 한 번 나가봐.

여기저기서 흔하게 듣는 관상 버전이었다.

조금 더 나가면……

<대권상이네.>

이런 것을 두고 천기누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현묘함은 관상 보는 이 혼자만의 것이었다.

맞으면 좋고 틀리면 다른 이유를 대면 그만인 것이다.

경도는 달랐다. 마치 수학적 증명을 하듯 운명에 미치는 요소들은 하나하나 들이대 가며 입증을 한 것이다.

그 상대가 또 누군가?

대륙 대표 풍수가로 저명한 채일천이었다.

고세완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풍수이론을 강요하듯 들이밀었던 그 사람 채일천. 그의 표정이 궁금해진 것이다.

“허어.”

캐서린 옆의 그는 한숨만 깊었다.

경도의 완벽 압승이었다.

최고.

고세완은 경도에게 엄지척을 풀세트로 날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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