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상박사 해외출장갑니다-4> (123/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23화

34. 관상박사 해외출장갑니다-4

“캐서린.”

다시 모인 자리에서 고세완이 운을 뗐다. 캐서린과 채일천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우선 눈부신 풍수로 회사의 문제를 진단해주신 채 대인께 감사를 드립니다. 새 조형물 설치와 저쪽 투자연구소 앞에 버드나무를 심는 고견에 대한 답은 우리 오 박사께서 드릴 겁니다.”

고세완이 경도의 위엄을 세워주었다.

“제 판단은 채 대인과 다르게 나왔습니다.”

경도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르다?”

단 한 마디에 채일천의 눈빛에 칼각이 세워졌다.

“채 대인의 점괘는 과연 도안의 경지지만 이번 일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상학적 접근인가?”

채일천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궁금하군.”

채일천이 다리를 꼬았다.

입가에 냉소가 가득하다.

한번 들어는 보겠다는 뜻이었다.

“먼저 선후에 따라 큰 것부터 설명을 하겠으니 이 빌딩의 관상입니다. 채 대인께서는 이 빌딩의 침체가 저쪽 첨탑 빌딩의 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옥상에 맞불 조형물을 설치하자는 진압풍수를 역설하셨지만 그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봅니다.”

“사람?”

“캐서린.”

경도가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방홍강이라는 분을 해고하셔야겠습니다.”

마침내 칼을 뽑은 경도였다.

“뭐라고요?”

놀란 캐서린이 경도와 고세완을 번갈아 바라본다. 이미 경도에게 힘을 실어준 고세완은 침묵으로 경도를 지지했다.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는 두 사람의 주군을 모시니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다른 경영자를 섬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말도 안 돼요. 그는 내 심복 같은 사람이에요.”

캐서린이 펄쩍 뛰었다.

“증거부터 드리죠. 그분의 관상을 보면 2주 전의 거래와 3주 전의 거래에서 큰 이익을 성사시켰습니다. 맞습니까?”

“2주, 3주 전?”

캐서린이 핸드폰의 스케줄러를 뒤졌다.

“아뇨. 당신 실수에요. 그날 두 건의 거래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어요. 결과적으로 우린 손해를 본 셈이죠.”

“풋.”

듣고 있던 채일천이 실소를 머금었다. 뭔가 엉성하다고 본 것이다.

“이익을 얻었습니다. 자세히 확인해 보세요. 만약 제가 틀린 거라면 채 대인께 사죄를 드리고 저분의 풍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의견을 내겠습니다.”

경도의 승부수가 나왔다.

“그러자면 방홍강의 컴퓨터와 계정, 개인 단말기를 체크해야 합니다.”

캐서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체크는 가능하지만 방홍강의 반발이 있을 수 있었다.

“오 박사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십시오. 잘못되면 제가 방홍강에게 사과를 하겠습니다.”

고세완이 경도를 거들었다.

“정 그러시다면…….”

캐서린이 전화기를 들었다. 첫 통화는 정보관리자였고 두 번째 통화는 방홍강이었다.

잠시 후에 방홍강이 불려왔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컴퓨터와 개인 단말기를 체크하려는 것이다.

“앉으세요.”

자리를 권한 캐서린이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미스터 방.”

“예?”

“우리 보안팀에서 지금 당신의 계정과 컴퓨터를 체크하고 있을 겁니다.”

“뭐라고요?”

방홍강의 눈빛이 튀었다.

“진정해요. 지금 저쪽 경쟁사와의 대책을 마련 중인데 내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어요. 우리는 미스터 방을 믿으니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해해주세요.”

“말도 안 됩니다. 그래도 나한테 양해를 구했어야죠.”

“사안이 그렇게 되었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기분 나쁘지 않습니까? 실적이 나쁜 것에 대해 나를 의심한다는 거 아닙니까?”

“미스터 방, 그냥 형식입니다.”

“이런 식이면 저 여기서 근무 못 합니다. 당장 계약 해지하시죠.”

방홍강은 강수로 나왔다. 캐서린이 곤란해질 때 전화기가 울렸다.

“네. 네?”

캐서린은 창가로 자리를 옮겨 계속 보고를 받았다.

“나는 갑니다. 당신들 이따위로 하면 이 회사 못 커.”

방홍강이 화를 내며 돌아설 때였다. 통화를 마친 캐서린이 그를 세웠다.

“미스터 방, 잠깐만.”

“필요 없어요. 죽도록 노력하는 사람을 의심하는 당신들과는…….”

쫙.

방홍강의 혈압을 올릴 때 그 얼굴에 강력한 파열음이 울렸다.

“……?”

채일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캐서린이 방홍강의 따귀를 후려갈긴 것이다.

“뭐야?”

“뭐? 이 나쁜 자식. 나는 끝까지 믿었는데…… 이제 보니 우리 정보를 상대방에게 흘려서 거래를 막은 게 너였어?”

“……?”

“당신 전용 단말기에서 저쪽 회사 책임매니저와 이메일을 주고 받은 기록이 나왔어. 그것도 우리가 의향서 제출하기 14분 전과 20분 전에.”

“……?”

“이거 뭐라고 변명할래? 우연이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

“지금 다른 자료도 뒤지고 있어. 고용계약이 끝난 직원의 계정으로 접속한 네 기록 말이야. 그 계정 왜 반납하지 않았어? 설마 당신 부하들이 당신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썼다고 둘러대지는 않겠지?”

“…….”

쫙!

다시 한번 따귀가 작렬했다. 기세를 높이던 방홍강은 찍소리도 못하고 당할 뿐이었다.

“당신 이중 계약이지? 저쪽 회사에서 따로 연봉 받으면서 우리랑 일하고 있는?”

“작년 12월 22일에 계약을 했을 겁니다. 사례는 계속 현금으로 12월 23일과 2월 11일, 그리고 4월 10일 경에 받았겠네요.”

경도의 족집게 부연설명이 나왔다. 어느새 그의 유년운기부위와 일진, 월진을 읽어낸 것이다.

“……!”

방홍강이 경도를 돌아보았다. 그 눈은 차마 터질 듯이 실룩거리고 있었다. 2월은 다른 돈이지만 12월과 4월은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당신…….”

방홍강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당신은 인재지만 딱 하나의 단점이 있습니다. 턱이에요. 툭하면 사람을 배신하니 언젠가는 닥칠 오늘이었습니다.”

경도의 선언과 함께 그의 명궁과 이마 위쪽에 검은빛이 드리워졌다. 모든 것을 잃는다는 징조였다.

캐서린이 인터폰으로 보안요원을 불렀다. 둘이 들어와 방홍강을 제압했다.

“계약은 당연해지야. 나머지 할 말은 경찰에 가서 하도록.”

방홍강의 얼굴에 찢어진 고용계약서가 날아왔다.

“……!”

채일천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충격을 먹은 모습이었다.

그는 대륙에서도 추앙받는 풍수사였다. 그런 그도 젊은 날에는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죽하면 묏자리와 건물 풍수를 잘못 읽어 칼을 맞기도 했었다.

풍수에 눈이 떠진 건 50 무렵이었다. 하늘의 뜻을 읽는 업들은 대개 그랬다. 신빨로 버티는 무당이 아닌 다음에야 천안이 쉽게 열리지 않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 서른 안쪽의 한국 청년은 달랐다.

그러나.

아직은 인정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가? 나도 관상 흉내 정도는 내네만.”

채일천이 우묵해진 눈빛으로 물었다. 다시 모인 대표실 안이었다. 채일천의 눈에는 여전히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아는 데까지 설명 드려 보죠.”

경도가 그 눈빛을 받아쳤다. 결과가 나왔으니 밀어붙일 동력을 얻은 것이다.

캐서린과 고세완은 이미 경도에게 빠져 있다. 두 사람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대인처럼 저도 풍수의 풍자 정도는 공부로 배웠습니다. 제가 아는 풍수는 아주 간단하죠. 얼굴에 관상이 있듯 풍수에도 가상(家相)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건물에도 당연 길상과 흉상이 있다고 봅니다.”

“…….”

채일천은 경도의 설명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감히 내 앞에서 풍수를 논해? 그래 한 번 놀아보거라, 그런 눈빛이었다.

“사람이나 건물이나 뼈대가 튼튼하고 겉 조화가 좋으면 길상이라고 봅니다. 아닙니까?”

“…….”

“이 건물은 분명 길상입니다. 그런데 대인께서는 옥상에 생뚱맞은 조형물을 설치하자고 했습니다. 그것은 곧 길상인 얼굴에 뭔가를 달자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

“저는 거기서 출발을 했습니다. 풍수보다는 관상에 익숙하니 관상학적으로 접근을 했지요. 대인께서는 첨탑 빌딩과 이 빌딩이 상극이라고 생각하셨는데 그게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이라고?”

채일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 상극의 원인을 내부 구성원에서 찾았으니까요. 건물에 문제가 없다면 역시 사람 아니겠습니까? 마침 이 회사를 이끄는 쌍두마차 캐서린 대표와 방홍강의 관상이 상극이더군요. 토극수. 토는 수를 극한다.”

“……?”

“거기서 출발하니 하나씩 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방홍강의 상은 윗사람을 배신하는 기세가 강한 데다 여기저기 거액이 들어오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유년운기부위의 찰색으로 일진과 월진의 내용을 짚어냈으니 절반은 대인의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대가 그 심오하다는 찰색의 도를 그토록 깊이 깨우쳤단 말인가? 그 나이에?”

“나이가 능력의 잣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천만에, 관상은 다르지. 한국 최고의 관상가로 자부하는 천기득도 그 지경에는 미치지 못했거늘.”

“그분과 교류가 있었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네만.”

채일천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나 그 사람 알거든. 감히 사기 칠 생각 마셔. 그런 표정이었다.

“죄송하지만 그분은 한국인의 피가 아닙니다. 한국인으로 귀화했을 뿐.”

“……?”

“아무튼 한 번 연락해 보시죠. 지금쯤 그 사모님 치료도 끝났을 것 같거든요. 전화번호 모르시면 제가 드리겠습니다.”

“자네도 이름은 들은 모양이군. 기다려 보게.”

채일천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나 중국의 채일천이오.”

느긋하게 통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느긋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

통화하던 채일천의 명궁에 검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그, 그런……?”

목소리가 떨리고 손도 떨린다. 통화는 오래지 않아 종료되었다.

“……!”

그의 시선은 핸드폰에 있었다. 경련이 어깨까지 올라갔으니 이마에도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대인…….”

캐서린이 그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군. 믿을 수 없어.”

채일천이 거푸 중얼거렸다.

“자네가 천 거사의 관상도를 넘었다고?”

그제야 채일천의 시선이 경도를 향했다. 놀란 눈망울은 텅 비어 있었다.

천 거사에게 사연을 들은 모양이었다. 채일천이 급변하니 고세완과 캐서린도 바짝 긴장을 한다.

그 순간 경도 핸드폰이 울렸다. 천기득이었다.

“천 거사님.”

-홍콩에 있다고?

“예, 사모님은요?”

-덕분에 거의 회복단계네. 여기 한의사 선생께서 하는 말이 조금만 늦게 왔으면 신침도 소용이 없었을 거라고 하더군.

“다행입니다.”

-풍수하는 채일천을 만났나?

“예.”

-자존심이 세서 그렇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세. 뭔지 잘 모르지만 살살 하시게나.

“그럴 생각입니다.”

-거기 오래 있을 건 아니지?

“그럼요. 며칠 연가일 뿐입니다.”

-그럼 아내가 회복되는 대로 올라가서 보겠네. 여정 잘 마치고 돌아오시게나.

천 거사의 전화가 끊겼다.

“……!”

채일천은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의 각은 이미 무너졌다. 그가 아는 한국 최고의 관상가 천기득. 그가 직접 전한 경도의 실력이 아직도 그의 귓전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 청년의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하오.

-포기해 버린 내 아내의 질병도 그 청년의 관상으로 기회를 잡았소.

천기득의 관상은 채일천도 인정하던 바였다. 그런 그가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납작 엎드린 권능…… 거기에 실증까지 있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더 증명이 필요합니까?”

경도가 물었다.

채일천은 대답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정이 나왔다.

“그럼 사람이 둘 즉사한 두 번째 빌딩 건으로 넘어갑니다.”

경도가 진도를 빼기 시작했다.

“그 또한 이 빌딩의 견해와 같습니다. 대인께서는 버드나무를 심어 살기를 잡는 진압풍수를 역설하셨지만 버드나무는 그리 유용한 나무가 아닙니다.”

“…….”

“나아가 그 두 건의 즉사 또한 관상학적 접근이 가능하니 굳이 잘 조성된 연못의 조경수를 갈아치울 필요가 없습니다.”

“…….”

“이유를 설명합니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경도가 사진을 꺼내놓았다. 고세완이 구해다 준 그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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