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만렙 공무원님 114화
31. 역대급 체납징수-5
“안희숩니다.”
경도가 먼저 내렸다.
“안희수? 어디?”
양 팀장이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아까 그 여자요.”
“조금 전 그 여자?”
“예.”
“무슨 소리야? 안희수는 남자야.”
“알고 있습니다. 변장한 거라고요.”
“오 주임, 너무 골똘한 거 아니야? 그 여자 슴가 못 봤어? 남자가 그렇게 빵빵한 가슴으로 변장할 수 있어?”
“있죠.”
경도가 잘라 말했다. 과거라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었다.
딩동.
이번에는 경도가 벨을 눌렀다.
“오 주임?”
“성전환 수술입니다.”
“억!”
경도를 말리려던 양 팀장이 소스라쳤다.
“성전환?”
하 주임도 뒤집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그리 낯선 일도 아니었다. 군대 간 남자도 성전환을 하는 판이 아닌가?
“……?”
양 팀장과 하 주임은 넋이 나가버렸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주변에서는 보기 힘들 일이었다.
“누구세요?”
다시 문이 빼꼼 열렸다.
“어머.”
여자가 놀란다. 그녀(?)는 여전히 가슴 절반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탱크탑이다.
“또 뭐예요?”
여자의 짜증이 밀려 나왔다.
“안희수 씨죠.”
경도의 일방통고가 날아갔다.
“서울 갔다니까요.”
여자가 재빨리 문을 닫아버렸다.
“여세요. 당신이 안희수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
“성전환 수술했죠? 주민등록번호가 안 바뀐 걸 보니 아직 판결은 받지 않았나 보군요.”
“…….”
“여세요. 아니면 강제개문합니다. 그 비용은 당신이 내야 합니다.”
“…….”
“좋습니다. 기다리세요.”
경도가 눈짓을 보내자 하 주임이 핸드폰을 뽑아 들었다. 열쇠공 전화번호는 문손잡이에 두 개나 붙어 있었다.
“여보세요, 열쇠집이죠?”
그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희수 씨 맞죠?”
경도가 재확인에 들어갔다.
“그래서요?”
두 손으로 허리를 짚은 그녀가 따지듯이 물었다.
“지방세 체납 3,060만 원, 체납 집행 들어갑니다.”
통고는 양 팀장이 대신했다. 그녀가 부정하지 않으니 경도를 믿는 것이다. 양 팀장과 하 주임이 다시 진입을 했다.
“나 참……. 대한민국 공무원들 할 일도 없다니까. K시에서 여기까지…….”
안희수가 콧방귀를 뀌었다.
“댁 같은 분 때문 아닙니까? 밀린 세금이 무려 3,000만 원이 넘습니다.”
양 팀장이 서류를 흔들었다.
“아니, 가게하다 망해서 그런 걸 어쩌라고? 아, 뭘 봐?”
안희수가 본성을 드러냈다. 시선이 마주치자 호통과 함께 슴가를 가린다. 미친 듯이 드러낸 건 그쪽이다. 이 인간도 박성현 못지않은 뺀질이였다.
“성전환수술 말입니다. 그거 굉장히 비싸다고 들었는데 그럴 돈 있으면 세금부터 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안하지만 지인이 선물로 해준 거거든.”
안희수가 슴가를 내밀었다. 외모는 완벽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 안에 남은 남자의 모습이 수시로 튀어나왔다. 경도네가 남자이기에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쩔 겁니까? 이 세금.”
“못내. 막말로 내가 장사할 때 매긴 거잖아? 그동안 세금 작작 뜯어 처먹었잖아? 그럼 망하면 그만 아니야? 망한다는 건 사업상의 사망이니까 사람도 죽으면 끝이잖아?”
“안 갚으시겠다?”
“먹을 죽을 돈도 없어.”
“그럼 압류조치 들어갑니다.”
“꼴리는 대로 하셔.”
안희수가 냉소를 뿜었다.
“입회하세요.”
하 주임이 절차를 밟았다. 그런 다음 가택수색에 들어갔다.
오피스텔이니 박성현의 집과 달랐다. 붙박이장에 옷장 두 개와 신발장, 화장대와 싱크대, 냉장고, 작은 테이블, 그리고 침대…….
그녀의 구성물이 한눈에 보인다. 더구나 대략적인 스캔은 조금 전에 이미 마친 상태였다.
두 사람이 돈 나가는 물건을 찾는 동안 경도는 안희수의 정체성을 뒤지고 있었다.
성형…….
성형이었다.
본래 받은 관상을 바꾼 것이다. 그녀는 거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렇기에 주민등록이나 면허증 사진과 비교하면 약간의 이미지와 눈, 귀, 두상, 콧방울 정도가 남았을 뿐이었다.
성형을 하면 운명도 바뀔까?
경도도 간간이 생각하던 일이었다. 그 답은 물줄기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작은 도랑이 있다. 변화가 가능하다. 강물이 있다. 가능하기는 하지만 일부에 그친다.
바다는 어떨까? 바꿀 수 없다. 여기저기 조금 손댄다고 해도 그 도도한 기세를 흔들 수는 없는 것이다.
답은 이렇게 나온다. 소소한 성형은 작은 운에 영향을 미친다. 단적인 예가 흉터나 점이다.
운명을 극하는 부분의 점은 빼는 게 좋다. 그런 흉 역시 가릴 수 있다면 가리는 게 좋다. 그러나 큰 운명은 어쩔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투자의 황제로 불리던 워렌 버핏은 현담비다. 조지 소로스는 용코를 가졌다. 그 운명을 탐해 코를 그렇게 성형한다고 해서 버핏이 되고 소로스가 될 수는 없었다.
경도의 관상안은 씩씩거리는 안희수에게 맞춰져 있었다.
‘후우.’
가슴이 벌떡거리는 건 관상 파워 때문이었다. 경악은 오히려 경도 가슴에 있었다.
골격을 바탕으로 들어가니 성형의 변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형 이전의 안희수 오악이 보이는 것이다.
이마의 일월각을 보니 미색이 없다. 누군가가 돈을 대줬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그랬다면 저 이마의 일월각에 아롱지는 윤기가 서려야 했다.
뾰족 턱이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다. 콧방울은 아직 ‘자연산’이었다. 원래부터 좋았으니 크게 손대지 않았다. 콧방울이 도드라지는 건 옷장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게 도드라지면 옷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러니 수백 벌의 옷이 있는 것이다.
대략 살피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성전환을 감상할 생각은 없었다. 나와야 할 것이 들어가고 들어가야 할 것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어디 보자…….’
경도의 관심은 이제 재물로 세팅되었다. 재백궁으로 보아 이 여자도 돈을 제대로 만진다. 앞으로도 30여 년은 결코 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삼양의 찰색을 바라보았다. 삼양은 눈 아래 와잠 밑의 ‘태양’, 코의 ‘준두’, 귀 옆의 ‘명문’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밝은 빛이 서리니 안희수의 돈맥이 마르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엇?’
명문으로 가던 시선이 광대뼈로 옮겨갔다. 거기 야리한 윤기가 서린 것이다.
명문에서 광대로 이어지는 윤기로 인해 안희수의 직업을 알았다. 웃음 파는 여자,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안희수는 나가요걸이었다.
나가요걸?
생각하고 보니 어색했다. 안희수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광대에서 명문으로 이어지는 윤기는 신장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음욕에 빠져 사는 사람은 여기에 표시가 나는 것이다.
표시가 셀수록 인기가 높다. 안희수의 윤색은 좋은 편이었으니 돈이 떨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빈털터리다. 저쪽 월세도 이쪽 오피스텔도 월세였다. 예금액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으니 K시에서 여기까지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탓인지 귀금속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각종 보석을 합치니 몇백만 원은 될 것 같았다.
“이건 안 돼. 친구한테 빌린 거란 말이야.”
실랑이도 벌어졌다. 보석 귀고리였다.
“맡아둘 겁니다. 세금 완납하면 돌려주거든요.”
하 주임이 노트북까지 집어 들었다.
“야, 미쳤어? 먹고 사는데 필요한 건 압류 못 하게 되어 있잖아? 나 노트북으로 일하거든.”
안희수가 막아섰다. 정말 그렇다면 압류할 수 없었다.
“…….”
양 팀장의 시선은 옷장에 있었다. 야시시한 옷이 세기도 어려웠다.
“뭐야? 패션모델도 아니고…….”
양 팀장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경도 눈에 그 옷들이 들어왔다. 어쩌면 보석보다 이걸 가져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옷이 아니라면 의복은 압류할 수 없었다.
‘오 주임?’
자기 임무를 마친 양 팀장이 경도를 바라보았다. 경도가 옷장으로 걸었다.
안희수는 재물이 있다. 그러나 그녀 역시 현금은 아니었다. 탈세 노하우를 자랑하고 다닐 정도니 그만한 대비는 하고 있을 일이었다. 그 돈으로 옷에 투자한 걸까?
경도가 옷 체크에 나섰다. 여자 의상의 네임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척 봐도 찌질한 옷은 아니었다.
직업이 유흥녀이니 이해가 갔다. 속옷은 속옷모델 뺨칠 정도로 많았다. 서랍과 가방은 양 팀장과 하 주임이 끝장 수색을 마친 후였다.
서랍을 빼서 바닥을 보고, 그 안쪽 공간까지 비춰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좁은 방 어디에?’
‘그도 아니면 제3의 장소에?’
시선을 돌린다. 신발장이 보였다. 옷이 많다 보니 당연히 신발장도 컸다.
신발장은 하 주임이 체크를 했다. 더러는 신발장에 현금을 감춰놓는 체납자도 있는 까닭이었다. 경도가 그걸 다시 열었다.
“……!”
경도 고개가 예각으로 기울었다. 킬힐로 불리는 20㎝ 높이의 구두부터 단화까지 많기도 했다.
“아저씨, 개취 독특하네? 냄새나는 신발도 압류하게?”
안희수의 빈정이 따라왔다. 백 켤레에 가까운 신발은 단정하고 깨끗했다. 그런데…….
“……?”
경도의 시선이 그 옆 칸에 멈췄다. 다 썩어가는 스니커즈들이 보인 것이다. 낡고 더럽기까지 하다.
이건 깔끔떠는 안희수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사이즈도 그녀의 신발들과 다른 게 대부분이었다.
잘 모셔둔 나이키 운동화 하나를 집어 들자 안희수의 짜증이 날아왔다.
“손대지 마, X팔.”
거친 반응에 놀란 경도가 돌아보았다. 안희수의 흥분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었다.
“버릴 거 아닙니까?”
경도가 말했다.
“버리든 말든, 손대지 말라고.”
안희수가 다가와 운동화를 가로챘다. 옷을 만질 때보다 과격한 반응이었다.
그러고 보니 운동화를 둔 곳은 칸의 품격이 달랐다. 마치 귀중품을 모시듯 ‘진열’이 된 것이다.
‘뭐야? 부모님 유품이라도 되나?’
하는 수 없이 물러섰다. 압류를 할 때면 체납자의 감정이 격해진다. 괜한 꼬투리를 잡힐 수 있으니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작작하고들 나가.”
안희수가 문을 가리켰다. 압류품 확인을 끝낸 양 팀장이 경도를 바라보았다.
‘가?’
그의 눈이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신들린 관상안의 기적을 다시 한번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도 눈이 꽂힌 건 쓰레기와 다름없는 운동화들…….
“나가라고.”
안희수가 경도를 밀칠 때였다. 그 팔을 밀어낸 경도가 운동화를 집어 들었다.
“팀장님.”
“응?”
“이것들 압류품에 추가해주세요.”
경도가 가리킨 건 스니커즈 20여 켤레였다. 새것들 사이에는 고린내가 날 것처럼 헌 것도 많았다.
“오 주임.”
하 주임이 다가와 경도를 달랬다. 오기로 본 것이다.
“압류해 주세요.”
경도의 부탁이 다시 나왔다.
“아, 씨…… 돌아가시겠네. 야, 운동화는 왜? 의복과 일상품은 압류금지 몰라?”
안희수가 경도를 밀었다. 이미 대비하고 있던 경도였기에 밀리지 않았다.
“당신 거 아니잖아요? 사이즈가 다릅니다.”
경도가 답했다.
“웃겨? 내가 체납자연합 사이트 운영하지만 운동화 압류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알아?”
“아무튼 압류합니다.”
경도가 운동화를 꺼내놓았다. 찡긋 눈짓까지 날아오니 양 팀장도 별수 없었다. 그때였다.
“손대지 마.”
안희수가 발악과 함께 신발장을 막아선 것이다.
“……?”
과격한 반응에 양 팀장과 하 주임도 뭔가 낌새를 차렸다.
‘그냥 운동화가 아니다?’
이쯤 되면 더욱 그냥 갈 수 없었다. 일부 신발은 만지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압류를 해야 했다.
어쨌든 신주단지처럼 모셔둔 것이니 상대의 아킬레스건이 되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비키세요.”
하 주임이 안희수를 밀어냈다. 그런 다음 고이 진열된 운동화를 전부 끌어내기 시작했다.
“손대지 말라고, X발아. 세금 내면 될 거 아냐?”
안희수의 몸부림이 나왔다. 그리고 경도네 팀이 원하던 말도 나왔다.
“세금 납부한다고 했습니까?”
양 팀장이 확인에 들어갔다.
“그래. X발 새들아. 당장 그거 놓지 못해.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니깐 것들 연봉을 줘도 못 만져보는 보물이야.”
안희수가 양 팀장을 밀어냈다. 그 기세가 드세니 양 팀장이 잠시 물러서 주었다.
안희수는 보석을 관리하듯 운동화의 먼지를 털더니 진열장에 모셨다.
경도 눈에는 줘도 안 신을 것처럼 낡은 그 운동화가 바로 ‘나이키 에어 백투더퓨처’였다.
스니커즈 테크.
일부의 취향이지만 그런 게 있었다. 스니커즈 한정판을 모아 거액에 되파는 사람들이었다. 10만 원-20만 원 하는 운동화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올라간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세계가 바로 스니커즈 테크였던 것이다.
젊은 층을 상대로 번져가는 리셀 시장.
재판매로 불리는 스니커즈 테크는 한정판이라는 희귀성과 만나 취미이자 재산증식의 방법이 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나이키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가 대표주자였다.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 1과 나이키가 협업으로 출시했다.
출고가는 21만 9,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드래곤의 8월 18일 생일에 맞춰 딱 818켤레만 만든 빨간색 제품은 대우가 달랐다.
리셀가격이 400만 원대에 달한다. 노란색은 한 레벨 더 올라간다. 지드래곤이 지인 선물용으로 만든 것으로 88켤레만 나왔다.
이것들은 무려 2,000만 원대를 상회하고 있었다.
해외제품으로 가면 국내 러셀시장은 깜냥도 되지 못한다. 2016년에 딱 89켤레만 나온 나이키 에어 백투더퓨처는 3,400만 원까지 올라간다.
조금 전, 경도가 집어 들었던 운동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가격도 나이키 와플 레이싱 플랫문 슈 앞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이 낡은 나이키 운동화는 믿기지 않게도 43만 7,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억 3천만 원에 낙찰된 기록까지 있었다.
안희수의 재복은 운동화에 모였다. 그 수집의 취미는 삐끼 룸싸롱에서 시작되었다.
취객으로 납치(?)된 손님 하나가 덤터기 씌운 340만 원 술값을 갚지 못했다.
알고 보니 신용불량자였던 것이다. 아는 동생들을 시켜 집을 뒤졌다. 나오는 건 홀아비 구린내뿐이었다. 홧김에 작살을 내던 중에 그가 장롱 속에 있던 헌 운동화를 내놓았다.
“내 전 재산입니다. 이거 받고 용서해주세요.”
그게 바로 ‘휴먼 레이스 트레일 샤넬 앤 퍼렐 NMD’로 당시의 재판가로 700만 원짜리였다.
검색을 해 본 안희수에게 신세계가 열렸다. 그때부터 스니커즈 테크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날, 경도네 팀이 압류하려 했던 스니커즈의 총액은 추산가로 무려 4억을 상회했다.
이 운동화들은 다른 팀이 압류를 나왔을 때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운동화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안희수가 체납징수팀을 비웃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악질 지방세 체납자 제주 출장건.
[3천 60만 원, 시 금고 입금완료]
양 팀장의 보고가 시청으로 날아갔다. 안희수가 바로 지인에게 전화를 때려 납부를 해버린 것이다.
“자, 이제 제주 바닷바람 맞으며 홀가분하게 한잔해볼까?”
양 팀장의 목소리는 제주 바다보다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