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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체납징수-2> (111/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11화

31. 역대급 체납징수-2

박성현은 서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눈치였다.

물건을 내려놓고 차는 저만치 먼 곳으로 주차를 했다. 그렇게 걸어오는 박성현을 행인 한 사람이 스쳐 갔다.

동영상을 몰래 작동하며 지나가는 행인은 바로 경도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동영상에 더불어 얼굴과 골격, 기색까지 체크한 것이다.

“팀장님, 지금 바로 좀 오시죠.”

경도가 지원요청을 때렸다. 세무는 경도의 주 업무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쪽 직렬이 와야 했다.

문 앞까지 걸어간 박성현은 이제 여유로웠다. 아우디 때문으로 보였다. 집에서 먼 곳에 세웠으니 그의 차로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 사람 맞대요.”

그 사이에 안선주도 이웃의 확인을 끝냈다. 경도를 돕는 그녀도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다른 공무원이 아니라 관상의 대가였다. 기대감이 남다른 것이다.

“오 주임.”

세무팀장은 좀 늦게 도착했다. 주무관 하 주임과 둘이었다.

“미안, 직원 어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정신이 없는 바람에…….”

세무팀장이 이유를 설명했다.

“박성현 씨가 틀림없다고?”

“이 마을 부녀회장님이 오셔서 확인까지 해주고 가셨습니다.”

“으아, 내가 두 번이나 허탕 치고 간 곳인데…….”

옆의 하 주임은 벌써부터 벼르고 있었다.

“아우디를 타고 왔다? 하 주임, 저 차주 수배해서 박성현이랑 어떤 관곈지 알아봐.”

세무팀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트렁크에 골프채가 있는 걸 봤다고?”

“예.”

경도가 답했다.

“어쩔 셈인가? 생각이 있으면 말해보게.”

“일단 집으로 들어갔으니 압류 루틴대로 하십시오. 그 사이에 제가 재물 관련 관상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렇지. 저 인간 지난번에 나왔던 시청 징수팀 얘기 들어보니 배째시오 버전으로 나올 게 뻔하거든. 시간은 얼마나 필요한가?”

“큰 관계 없습니다.”

“하 주임, 차주 나왔어?”

팀장이 하 주임을 돌아보았다.

“차주는 박성욱입니다. 박성현이 친동생으로 나오는데요?”

“역시…… 아무튼 가자고. 저 인간 만난 것도 행운이니 정 나오는 거 없으면 빤쓰라도 벗겨가야지.”

세무팀장이 성큼 앞서 걸었다.

딩동!

벨을 눌렀다.

기척이 없었다.

딩동!

한 번 더.

역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세무팀장을 바라보는 건 안에 설치된 CCTV 카메라뿐이었다.

“박성현 씨, 용포읍 세무팀입니다. 안에 계신 거 압니다.”

“…….”

“문 안 열어주면 열쇠공 불러서 강제개문하고 비용 청구합니다.”

“…….”

“박성현 씨.”

쾅쾅.

세무팀장의 노크는 박력에 넘쳤다. 심야도 아니고 이웃집도 좀 떨어졌다. 그러니 딱히 조심할 것도 없었다.

쾅쾅쾅쾅.

5분쯤 두드리고서야 여자가 나왔다. 그새 잠옷 차림이다. 일부러 찾아 입은 모양이었다.

“왜 그러세요?”

문 앞에서 탐색부터 한다.

“용포읍 세무팀입니다. 박성현 씨 좀 뵐게요.”

“남편은 집에 없는데?”

“다 알고 왔어요. 여세요.”

“…….”

“빨리 열라니까요.”

팀장이 노크하는 동안 하 주임은 뒤쪽에 가 있었다. 둘은 노련하다.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뒤로 튀는 사람이 부지기수기 때문이었다.

“아유, 우리가 무슨 죄인이야? 쉬지도 못하게…….”

결국 문이 열렸다. 뒤쪽에 있던 하 주임이 합류를 했다.

“안 좀 보겠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바로 밀어붙인다. 악질 체납자에게는 기 싸움도 필요했다.

다른 민원인들처럼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면 적반하장으로 나오기 십상이었다.

가로막는 여자를 지나 현관문을 열었다. 창가 테이블에 커피잔이 보였다. 두 잔이었다. 차를 마시다가 피했다는 증거였다.

“박성현 씨, 나오세요.”

세무팀장은 소파에 진을 쳐버렸다. 하 주임은 현관문을 막고 섰다. 경도는 팀장 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세무팀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아흠, 뭐야?”

박성현이 하품을 하며 나왔다. 옷은 여자처럼 잠옷이었다.

“용포읍 세무팀입니다. 지방세 체납 때문에 나왔습니다.”

팀장이 다시 한번 공무원증을 제시했다.

“체납팀? 열일하네?”

빈정을 날린 박성현이 소파에 앉는다. 앉기 무섭게 다리부터 꼬았다.

“남은 커피가 아직 뜨거운데 그새 잠이 드셨나 보죠?”

세무팀장이 선공을 날렸다.

“그래서 뭐?”

박성현이 뒤룩뒤룩 눈알을 굴리며 응수한다.

“세금 내셔야죠? 아우디까지 타고 다니시는 분이?”

“아우디? 무슨 아우디?”

그의 연기는 눈부셨다. 주변까지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경도에게는 팩트가 있었다. 동영상을 열어주었다. 그가 내리는 장면이었다.

“진짜 열일하네. 동생 차야. 확인해 보던가?”

잽싸게 둘러댄 박성현이 코를 후벼댔다. 그 어깨너머로 액자가 보였다. 동생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경도가 액자에 시선을 맞췄다. 동생의 전택궁이다. 박성현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체납액이 무려 6억입니다. 우리 읍에서 최고액이에요.”

“많이도 매겨놓았네. 그런데 6억이든 10억이든 돈이 없는 걸 어쩌라고? 아시다시피 국가정책이 개판인 덕분에 사업이 망했어. 솔직히 당신들이 나한테 위로금 줘야 하는 거야.”

박성현은 이제 호통까지 치고 나왔다.

“가택수색하고 동산압류 진행하겠습니다. 입회하시죠?”

팀장이 최후통첩을 했다.

“좋을 대로.”

박성현은 배째라 포스로 나왔다.

팀장과 하 주임이 집안 수색에 나섰다. 압류에도 기준이 있다.

일단 생활필수품인 옷과 침구, 가구, 조명, 농기구, 어업기구, 안경, 장애인용 경형자동차 등은 압류할 수 없다.

박성현은 이 기준에 빠삭한 ‘법잘알’이었다.

침대와 침구가 최고급으로 보였다. 조명도 나름 고가품에 가깝다. 압류금지품목만 집중적으로 고가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귀금속은 보이지 않았다. 통장 잔고도 60만 원에 불과하니 그 또한 압류가 불가능했다.

“침대와 침구는 엄청 투자를 했군요? 아직 새 거 같은데 이거 살 돈은 어디서 났나요?”

팀장이 정곡을 찔렀다.

“어허, 나이 들면 잠자리가 편해야지. 그리고 내가 산 거 아니야. 사업 망하고 스트레스받으니까 지인들이 집 리모델링하면서 버릴 거 쓰라고 주더라고. 재활용하는 것도 허가 받아야 되나?”

“조명등도 그렇겠군요?”

“당연하지. 내 형편에 유럽풍의 고가가 가당키나 하나? 다 평소에 내가 인덕을 쌓은 덕분이지.”

“…….”

팀장과 하 주임은 분루를 삼킬 뿐이다. 약아빠진 부부는 시계와 반지, 목걸이조차 차고 있지 않았다.

어딘가 숨겼을 게 뻔하지만 장롱 서랍을 뒤집어도 보이지 않았다.

“섭섭하면 양말이라도 벗겨가지그래?”

박성현이 발을 내밀었다. 느끼한 염장질은 토악질이 나올 정도였으니 극혐의 극치가 거기 있었다.

“여세요.”

아우디 앞으로 장소를 옮긴 후에 세무팀장이 말했다.

“내 차 아니라니까.”

박성현은 오리발로 맞선다.

“그럼 못 열 거 없잖아요?”

세무팀장이 트렁크를 두드리자 겨우 키를 꺼낸다. 골프가방이 나왔다. 그러나 골프채에는 동생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내 동생, 영거 브라다!”

박성현은 기고만장했다.

“여보세요.”

세무팀장이 확인에 들어간다. 동생이 전화를 받았다.

-빌려준 거 맞는데요.

저쪽의 음성이 나온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뻔한 놀음이지만 세무팀장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 주임?”

세무팀장이 경도를 바라보았다. 이제 경도의 관상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저분 부동산 체크했나요?”

“당연하지. 기업 부도나기 전에는 엄청났었는데 지금은 한 건도 없어.”

“부동산이 많은데 없는 것처럼 하려면 어떤 수법들을 쓰나요?”

“가장 흔한 게 마누라랑 미리 이혼하면서 다 넘겨주는 것과 자식들에게 양도하는 건데 저 인간은 마누라랑 이혼도 안 했고 넘겨주지도 않았어. 자식은 없고.”

“동생은요?”

“괜찮은 집 한 채가 있는데 좀 수상하기는 해. 하지만 부도 시점으로부터 1년 반 전에 매입한 거라 잔머리 썼다고 해도 입증이 곤란해.”

“다른 수법은 없나요?”

“미등기 상태라면 가능하지.”

“미등기?”

“등기는 하지 않고 거래하는 수법이야. 탈세나 양도세 포탈 때 주로 쓰지.”

“알겠습니다. 잠깐 시간 좀 끌고 세요.”

경도가 돌아섰다. 지금까지는 세무팀의 역할이었다. 불행히 전리품은 없었다. 관망을 끝냈으니 경도가 주도하는 관상 판을 펼칠 시간이었다.

박성현은 갑부상이었다. 화가 날 정도로 재복이 좋았다. 풍요한 전택궁으로도 모자라 코와 귀까지 그랬다.

재물을 상징하는 코부터 짚어보자. 주머니코로 불리는 성낭비를 장착했다. 이 코는 평생 토지와 재물을 누린다.

귀 또한 범귀로 작고 윤곽이 기울었다. 흉악하고 간사해 남을 해롭게 하지만 자신은 부귀를 누리는 귀로 불린다.

그래도 흠은 있었다. 가까운 과거에 코를 다쳤다. 보물창고에 금이 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귀의 종말이 머지않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으니 그의 전택궁은 화가 날 정도로 견실했다. 가늠해 보니 수십억, 수백억의 부동산이다.

그러나 복코인 성낭비는 가벼워 보인다. 금고가 비었다는 뜻이니 현금은 없다.

세무팀장의 정보를 빌자면 미등기 거래가 유력했다. 여자 쪽에도 그만한 부동산운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미등기 부동산의 존재 찾기.

오늘의 관건이었다.

하지만 능구렁이 박성현의 입이 열릴 리 없었다. 그는 간특하고 흉악하다. 신들린 관상을 들이대도 능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99.9%였다.

다행히 이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의 비밀은 박성현만 알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어쨌든’ 부부이기 때문이었다.

관상을 보니 여자는 박성현과 대조되는 성향이었다. 강한 질투심에 입이 가벼운 편이다. 그렇기에 박성현을 제끼고 여자를 타겟으로 삼았다.

전략은?

세무팀장의 입에서 나온 걸 응용할 생각이었다.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몰아치는 보이스피싱.

그 덫에 걸리면 알면서도 당한다. 관상이 그걸 벤치마킹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죄송하지만 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요?”

거실에서 던진 경도의 추파(?)가 작업의 시작이었다.

***

“물을 왜 여기 와서 찾는대?”

쪼르륵.

여자가 궁시렁거리며 생수를 따를 때 작업을 개시했다.

“아유, 사모님 죄송합니다. 이제 보니 자제분을 앞세우셨네요.”

“예?”

눈길도 안 주던 여자가 벼락처럼 고개를 들었다.

“이마의 일월에 검은색 흔적이 남았습니다. 흔적을 보니 아들 맞죠?”

“……?”

“관상으로 보니 8년 전이네요. 쯔쯧.”

“……?”

여자 얼굴이 단숨에 창백해졌다. 단 한 큐의 상괘로 여자를 흔들어버리는 경도였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자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 다른 천기가 누설되었다.

“아니구나. 이제 보니 5년 전에도 하나가 있네? 이건 흔적이 흐릿한 걸 보니 유산?”

와장창.

여자가 들고 있던 유리 물병을 떨어뜨렸다.

정확히는 임신 중절이었다.

그건 박성현도 모르는 일이었다. 바람을 피우는 것 같길래 화가 나서 맞불질을 했던 것.

그러다 임신이 되어 남편 몰래 병원을 찾아갔던 흑역사였다.

“아저씨 뭐예요?”

여자의 목소리가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리조각을 치우는 여자에게 경도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일부러 압박하는 경도였다.

“이마의 횡액이 다 가시지 않았어요. 지금은 가까운 친족이 안 좋죠?”

“어멋.”

“관골과 법령선을 보니 외화내빈이라. 남 보기에는 좋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만 죽어라 하고 사셨네요.”

“……?”

“여기 광대뼈 때문에 그래요. 관골이 발달했으니 남편이 마음잡지 못하면 평생 남자가 할 일을 사모님이 해야 하는 고단함을 피할 수 없겠네요.”

“…….”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남편분 눈이 촉촉하고 눈썹이 은하수처럼 섬세하니…… 주머니코 성낭비와 범귀의 재복은 엉뚱한 여자가 누리고 있으니…… 에휴.”

“……?”

“물 잘 마셨습니다.”

컵을 돌려주고 모른 척 돌아섰다. 경도의 승부수였다. 박성현은 바람둥이다. 미간을 보고 알고 있었다.

전택궁에 잔주름까지 났으니 부동산 부자에 성욕까지도 부자였다. 부창부수라더니 이 잔주름은 여자에게도 있었다. 그렇기에 여자도 맞불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간문을 보니 현재는 남자가 없었다. 그러나 광대뼈가 높았다. 이런 여자는 질투의 화신이다.

입술 또한 살짝 나온 편에 주름이 많았으니 하고 싶은 말도 참지 못하는 상이다.

경도가 여자를 타겟으로 삼은 이유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이봐요.”

바르르 떨던 여자, 거친 샤우팅으로 경도를 불렀다. 경도로서는 기다리던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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