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4> (109/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09화

30.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4

“축하드립니다.”

김윤광의 선거사무실에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그들 중에는 조경철의 것도 보였다.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저기로 달려간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함께 분투해 주신 운동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김윤광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와아아.”

옆에 있던 백지애와 운동원들이 꽃을 날렸다.

“이번 선거 최고의 이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설렘 평생 잊지 않고 국민을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이 지역구를 자청했다는 후문이 있던데 승리를 예측하신 겁니까? 아니면 주목받기 위해 나오신 겁니까? 다들 궁금해하는 일인데 결과가 나왔으니 여쭤봅니다.”

“저는 신인입니다. 신인일 때는 좀 겁 없이 도전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선 가능성을 보았다는 건가요?”

“신인이라고 해도 패배를 위해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서복 의원님처럼 훌륭한 분과 경쟁했다는 걸 평생의 자산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이번 선거 최대의 이변을 연출한 김윤광 당선자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스튜디오 나와주세요.”

기자의 멘트를 끝으로 화면은 다른 당선자에게 넘어갔다.

‘멋지시네.’

경도가 잠시 넋을 놓았다. 그 순간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었다. 꺼내보니 김윤광이었다. 잠시 손을 놓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오 박사님.

전화기 속의 김윤광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와우,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박사님 상괘대로 초거물을 잡았습니다. 방금 중앙당에서 연락이 왔는데 총재님과 원내총무께서도 잔뜩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당사가 축제 분위기라더군요.

“대표님 뚝심 덕분이죠. 제가 생각해도 신박한 선거운동이었습니다.”

-그 소스가 어디서 나왔게요? 박사님이 이어준 인연 아닙니까? 우리 백지애 씨…….

“대표님의 진솔함이 통한 거죠.”

-아무튼 너무 좋습니다. 제가 당장 샴페인 하나 사 들고 달려가고 싶은데 오늘 개표시라고요?

“네, 아직 조금 남았습니다.”

-79표 차……. 그거 아직도 전율입니다. 박사님이 사인 날려준 100이 바로 표 차이였죠?

“네.”

-저 그거 본 순간부터 더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100표 차이야 한순간 아닙니까? 상대가 앞섰든 제가 앞섰든.

김윤광의 자세가 감동이었다. 될 사람은 된다는 이유가 여기에서도 증명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경도가 할 말은 그뿐이었다. 좋은 관상에 좋은 실력에 좋은 마인드…… 어쩌면 경도의 조언이 없었더라도 당선되었을 사람이었다.

-제가 할 말입니다. 그 상괘가 없었다면 막판에 조금 느슨해졌을지도 모르니까요.

“의원님의 복입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다른 분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곧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세요. 오늘 밤은 세상을 다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끝냈다.

“와우.”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펄쩍 뛰어오르며 하늘을 찔렀다. 김윤광의 성공에는 다른 두 명의 인연이 더 들어 있었다.

백지애와 노성봉.

둘 다 경도가 이어준 인연이었다. 그렇기에 내 일보다도 더 기쁜 경도였다.

K시의 선거도 이제 윤곽이 나왔다. 국회의원은 여당의 민세원이 먹었다. 그러나 시장은 결국 권우일에게 돌아갔다.

홍상선을 3,000여 표 차이로 제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던 김경동은 3위로 밀리고 말았다.

<김윤광과 권우일 시장 당선자>

경도 생애 처음으로 뜨끈했던 선거가 끝나가고 있었다.

자정 무렵 개표작업이 완료되었다. 현장정리를 마치고 빠져나갈 때 조경철이 달려왔다.

“오 박사.”

그가 날아올랐다.

“어어.”

피할 겨를도 없이 그의 허그에 당해 버렸다.

“왜 이러세요?”

“왜 이러기는? 기가 막혀서 그러지. 나 기막혀서 맛이 갔을지도 몰라. 그래도 그거 다 오 박사 책임이라고.”

“알았으니까 이거나 좀 놓고 말하세요. 저 개표하느라 기운 다 빠졌거든요?”

“그래? 그러면 안 되지. 우리 국보급 관상박사님을…….”

그제야 조경철이 손을 놓았다.

“김윤광 의원님 인터뷰장에 얼굴 나오던 데요?”

“그랬지. 내가 말이야 지방지 기자지만 서울 중앙지하고 방송국 기자 놈들 다 밀어붙이고 들어갔어. 아, 우리 OK 후원회 멤버시잖아?”

“그게 중요해요?”

“그것만이 아니지. 내가 존경하는 김병로 교수님 아들이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코로나 백신 개발자이기도…….”

“그건 잘하셨네요.”

“김 의원님이 그러더라고. 오 박사에게 인사 전해달라고.”

“방금 전화 받았어요.”

“그랬어? 그렇지. 그분 인성이면 그러고도 남을 분이지.”

“기사는요?”

“기똥차게 써서 송고하고 왔지. 일흔아홉 표…… 으아, 그거 오 박사의 상괘였잖아? 초박빙 승리. 이거 진짜 인생 초박빙이다.”

조경철의 흥분게이지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저번에 데리고 왔던 후배들 있잖아? 서 기자하고 강 기자…….”

“예.”

“둘 다 병원에 실려 갔어.”

“예?”

“충격 안 받게 생겼어? 그날 솔직히 오 박사 상괘 잘 안 믿는 표정이었잖아? 어리바리한 놈들, 감히 우리 오 박사의 관상에 의심을 품어.”

“지국장님…….”

“알았어, 알았다고. 나도 지금 최대한 진정하고 있는 거야. 일흔아홉 표, 와우.”

“물 드려요?”

“됐어. 나도 기분 좀 누리게 놔둬. 김 교수님 하고 이 통화했더니 그분도 병원행이야.”

“…….”

“아, 병원행은 농담. 그만큼 놀랐다는 말이지.”

“아무래도 물 드려야겠네.”

“됐어. 이제 진짜 그만할게. 여기는 권우일이 이겼다고?”

“흥분해도 알 건 다 알고 다니시네요?”

“당연하지. 여기야 내 텃밭이잖아?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다 알 수 있어.”

“흐음, 그럼 저 대신 관상 보셔도 되겠고.”

“아무튼 기분 최고야. 내가 오 박사 관상실력이야 닥치고 믿지만 이런 날이라니…… 아, 진짜…… 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 나온다.”

조경철이 경도 두 팔을 잡고 흔들었다. 그 순간 경도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봐.”

그제야 조경철이 경도를 놓았다.

“여보세요.”

한발 물러난 경도가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엄 팀장이었다.

-오 주임, 권우일이 당선되었다며?

엄 팀장 목소리도 상당히 고조되어 있었다.

“개표방송 보셨어요?”

-봤지. 오 주임 공무원 그만두고 관상철학관 차리는 거 아니야?

“왜 이러세요? 7급 달아서 막 업무에 재미 붙이는 판에.”

-아무튼 수고했어. 내일 보자고.

“저 오늘 개표종사원이라서 내일은 쉬는 데요?”

-그럼 모레.

엄 팀장이 전화를 끊었다. 경도가 웃었다. 이럴 때는 순진하기도 한 엄 팀장이었다.

“괜찮으면 어디 가서 맥주나 한잔 때리지. 나 그냥은 못 잘 것 같아.”

조경철의 흥분은 그때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지국장님이 쏘는 건가요?”

“그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내가 뭐든지 쏜다.”

조경철이 경도 등을 밀었다.

***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다 끝난 건 아니었다. 당선자들은 당선사례에 바빴다.

당 차원에서 걸었던 현수막은 당선사례 현수막으로 바뀌었다. 낙선자는 다음 기회를 노린다. 그렇기에 그들도 낙선사례(?)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도와 읍 공무원들은 선거포스터 회수에 나섰다. 붙이는 것도 일이고 떼는 것도 일이다. 거리에는 각 후보자들의 명함이 잔해로 나뒹굴었다.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낙선자건 당선자건 투표 다음 날, 거리에 떨어진 각종 선거 명함이나 좀 치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 입방아나 찧을 줄 알지 정작 이 작은 것 하나 실천하는 사람이 없었다.

담당구역을 돌자 트럭 위에 현수막이 쌓여갔다.

이것의 처리법은 두 가지였다. 재활용공장에서 가져가면 가방이나 편의품으로 만들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소각장행이다.

센터에서는 태술이 뜨고 있었다. 수많은 축하가 그에게 몰렸다. 권우일의 조카뻘이다 보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다.

태술의 목에 잠시 힘이 들어갔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행히 전처럼 안하무인으로 나대지는 않았다.

하루 쉬고 출근한 날, 태술은 경도에게 엄지척을 날려주었다.

“관상, 경애한다.”

태술도 경도의 관상을 인정했다. 그에게 던졌던 <절대>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것이다.

“일하자.”

경도는 개의치 않았다. 정치인들의 애민정신은 하루도 쉬지 않는다.

어젯밤에도 아마 어느 밀실에서 만나 자기들 얼굴을 세우기 위해 선심성 복지수당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

창밖을 보던 민원실 직원 하나가 밭은 소리를 냈다. 주차장에 귀빈이 등장한 것이다.

시장 당선자 권우일이었다.

“권우일이잖아?”

“그렇네?”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에 권우일이 들어섰다. 명궁이 LED 등불처럼 보였다. 시원하도록 훤했다.

“오셨습니까?”

민원실장이 달려 나와 그를 맞았다. 얼마 전에 왔을 때는 방문자였지만 이제는 VIP였다.

김경동 시장에 대한 예우보다 더 극진한 것은 김경동은 저버린 해요 권우일은 뜨는 해기 때문이었다.

“다들 고맙습니다.”

민원실을 돌아보며 인사를 전한 그가 엄 팀장을 격려했다. 그런 다음, 태술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어서 경도의 공무원증을 돌아보았다.

“오경도 주무관?”

“예, 행정주사보입니다.”

“관상, 기막혔네.”

그가 환하게 웃었다.

“…….”

“그때 사실 여러 생각이 많았거든. 단 한 마디였지만 큰 힘이 되었어.”

“시장님의 복이셨습니다.”

“관상이었나?”

“예.”

“허어, 그날 여기 오길 잘했군. 그게 신의 한 수였어.”

권우일의 치하는 거기까지였다. 바로 읍장과 육 과장 등의 간부들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읍장님.”

악수를 나눈 권우일은 3층으로 향했다.

“아, 이제 칼바람 제대로 불겠구나.”

민원실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토했다. 모두가 긴장한다. 새 시장이 들어서면 반드시 일어나는 연례행사였다.

“권 주임, 당숙님께 나 좀 잘 봐달라고 해줘.”

“나도 잘 부탁해.”

여기저기서 농담성 진담이 난무를 했다. 태술의 입지를 다져주는 말들이었다.

권우일은 그렇게 돌아갔다. 직원들이 다소 긴장하는 가운데 또 다른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세 사람이 내렸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경도는 수급자 상담을 하고 있었다. 과외선생을 하는 프리랜서였다. 코로나 극성기 때 프리랜서 지원도 있었다.

당시 3개월 이상의 수입이 기존 소득의 20-30% 이상 줄어든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뿌린 것이다.

이 사람은 그때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있었다. 퇴원 후에야 그걸 알고 혹시나 싶어서 찾아온 뒷북이었다.

상담을 끝내고 일어서자 그 세 사람이 경도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일로 오셨……?”

루틴대로 민원을 맞이하던 경도 시선이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김 대표님.”

그였다. 이번 총선의 히어로, 그 김윤광이 찾아온 것이다. 옆에는 선거의 일등공신 백지애가 보이고 노성봉도 있었다.

경도는 해가 눈앞에 뜬 줄 알았다. 김윤광의 명궁은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셨다.

“……!”

김윤광은 두말없이 허그를 날렸다. 진심을 나눠주는 포옹이 용암처럼 뜨거웠다.

“어머, 저분…….”

은빛이 김윤광을 알아보았다.

“종로구에서 기적의 돌풍을 일으킨 사람이잖아?”

“억, 여당 거물 이서복을 잡은?”

민원실이 발칵 뒤집혔다. 권우일의 등장은 깜도 아니었다. 그래 봤자 수도권의 작은 지자체다.

그러나 김윤광은 여야가 주목하는 신박한 새 얼굴이자 코로나의 영웅, 나아가 이번 선거의 히어로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경도를 찾아왔다. 뿐만 아니라 격한 고마움까지 표현하고 있었다.

“대표…… 아니, 의원님.”

경도도 목이 메었다. 이런 사례라니? 인성 좋은 김윤광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와줄지는 꿈도 꾸지 못했다.

“어제 오고 싶었는데 개표로 연가라 하더군요. 해서 어제는 자원봉사단들과 함께 지역구 선거홍보물 쓰레기 수거를 겸한 청소 사례를 마쳤고 오늘 선영으로 가는 길에 들렀습니다. 더 미루면 박사님 볼 낯이 없어질 것 같아서요.”

“…….”

감격이었다. 경도를 찾아온 것보다 선거홍보물 쓰레기를 치운 사실이 그랬다. 경도가 생각하던 것을 실천한 것이니 과연 신박한 김윤광이었다.

“의원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윤광의 고개가 한 번 더 숙여졌다.

“그리고 이거…… 하나는 오 박사님 후원회에 또 하나는 여기 용포읍 관내의 어려운 분들에게 써주십시오. 저를 응원하는 분들이 보내준 후원금인데 알뜰선거를 했더니 남았습니다. 그래서 뜻깊게 쓰고 싶어서요. 다만 제가 이제 당선자라 여러 가지가 부담스러우니 공개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김윤광이 봉투 두 개를 내밀었다.

“뜻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이 소개해 주신 여기 두 분은 저랑 같이 국회에 입성합니다. 성봉 씨는 8급 기사로 쓰고 백 선생은 5급으로 장애인 관련 업무에서 저를 돕게 될 겁니다.”

“축하합니다.”

경도가 두 사람에게 축하를 건넸다.

“박사님 덕분입니다.”

둘의 답사가 돌아왔다. 노성봉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김윤광은 총선스타답지 않게 깍듯한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될 사람이 되셨군.”

나중에 내려온 읍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지애와 노성봉의 미담을 아는 것이다.

읍장의 손이 경도 어깨에 올라왔다. 따뜻한 손길 사이로 읍장 이마의 천이궁이 반짝거렸다. 그 빛은 소리 없이 관록과 명궁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읍장의 영전을 뜻하는 길조였다.

“읍장님.”

읍장을 향해 목 인사를 올렸다. 마침내 이 국장처럼 불운 끝, 명예회복 시작의 시간이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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