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3> (108/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08화

30.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3

김윤광의 선거전략.

그건 정말 신박함의 극치였다. 30여 명에 가까운 이서복의 벌떼 압박에 대적하는 운동원의 숫자는 고작 여섯 명이었다.

그중 둘은 김윤광의 좌우에서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바로 백지애였다. 나머지 넷은 대학생 휠체어 봉사단이었다.

그동안 김윤광의 도움을 받았던 장애인들이 출동한 것이다. 그들은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김윤광의 장학금을 받았다.

조직력으로는 절대 열세 김윤광. 관운이 빛난다 해서 정치신인의 약점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는 여당의 맹주로 꼽히는 실세 정치인이다. 그 거물과 조직력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김윤광의 전략은 애당초 달랐다.

<신인답게 신박하게>

김윤광의 재산이 그것이었고 강점도 그것 뿐이었다.

수어 통역이 시작이었다. 별것 아니지만 전국 최초였다. 두 명 중의 한 명은 남자 대학생이었다. 백지애가 가르친 학생이었다.

그가 자발적으로 나서주니 그림이 되었다. 휠체어 봉사대의 등장도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었다.

<이서복의 관록정치 대 김윤광의 감성정치>

이 플레임으로 몰아간 건 뜻밖에도 조경철이었다. 그는 비록 경기도 일간지의 기자였지만 그래도 엄연히 종합일간지였다.

즉 다른 지역의 기사작성에 제한이 없었다. 사실 조경철이 김윤광을 띄운 건 인과응보였다.

그는 김병로 교수와 각별하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사했고 아들이 대를 이었다.

조경철은 이제라도, 김병로의 경륜이 아들의 피를 통해 대한민국에 투영되기를 바랐다.

썩어 문드러진 정치판에 맑은 꽃을 피워 귀감으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계기는 정치9단 여당 거물의 주특기인 흑색선전이었다. 이서복의 캠프 멤버들은 선거전의 명수들이었다. 그들은 상대를 킬하는 스킬을 다량으로 지니고 있었다.

행사장부터 그랬다. 그는 종로의 맹주였으니 관내 국가기관과 구청을 손아귀에 넣고 있었다.

실수인 척 김윤겸의 의자를 놓지 않게 하거나 구석으로 배치를 했다. 더러는 충성당원을 이용해 과자를 던지기도 했다.

흑색선전으로 불리는 마타도어도 고급지게 사용했다.

<김윤광의 엄마는 명품백 아니면 상대를 안 한다.>

<김윤광이 알고 보면 기초연구자들 수당을 빼돌려 성장했다.>

전자는 주로 관내 미용실 원장들을 상대로 퍼뜨려 주민에게 흘려보냈고 후자는 출처도 없는 연구원의 트위터를 내세웠다.

그러나 김윤광은 그야말로 사이다 맛으로 반격을 했다. 연구원들 수당은 10년 치를 전부 공개했고 어머니 명품백도 공개를 했다. 그 가방은 무려 30년이 지난 샤넬이었다.

“이 가방은 부친께서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쓴 대학생의 최종심을 변호해주고 받은 것입니다. 대학생은 견실한 기업가의 아들이었지만 무리한 수사로 인해 죄를 덮어쓴 바람에 어머니는 음독 자살을 하고 아버지는 폐인이 되어 대법 판결이 나오기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졸지에 몰락한 집안이 되다 보니 학생은 돈이 없었습니다. 저희 부친께서 대법원 최종판결을 무료로 무죄를 밝혀주었습니다. 그때 대학생이 변론비용을 대신해 그 어머니의 유품 가방을 선물한 겁니다. 사연이 너무 간절했기에 받아두었다가 지금까지 쓰고 있을 뿐입니다.”

-소설 공모전 나오셨나?

이서복 진영의 냉소가 반격을 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했다. 해명으로 나온 말이 이서복의 심장을 관통하고 만 것이다.

“그 대학생은 현재 민족당의 공천심사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동관 고문입니다.”

“……!”

기가 막힌 한 방이었다. 서동관은 이서복의 당이었다. 확인하니 팩트로 드러났다. 이서복 진영은 착오였다는 말로 어물쩡 넘어갔고 이후로는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했다.

그때부터 관록정치와 감성정치의 플레임이 제대로 먹혔다. 거기서 거기인 선거판에 식상해하던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신인답게 신박한데 알고 보니 코로나의 숨은 영웅이었다. 진단시약을 수출해 의료한국의 위상을 높이더니 마침내 백신까지 개발한 사람이었다.

파고 들어가니 그 아버지는 재야 변호계의 등불로 불리는 김병로 교수다.

김윤광은 강소기업을 운영하며 소문 없이 공덕까지 쌓았다. 대학생 휠체어봉사단 50여 명은 중고교 때부터 장학금을 받았단다.

수어 통역사 백지애 역시 그가 구제를 한 사람이었다.

또 하나의 백미는 명혜네에 기부한 포터였다. 그 건은 이미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내용이었다.

그걸 사준 주인공이 김윤광 부자라 하니 진정을 의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서복의 흑색선전은 오히려 김윤광에게 관심을 쏠리게 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서복 44%> <김윤광 38%>

김윤광은 어느새 이서복의 목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날도 그랬다. 이서복의 관록과 위엄은 스피커를 통해 주변을 울렸다.

찬조 연설로 나온 사람은 무려 직전 국무총리를 지낸 거물과 강연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연예인이었다.

잠시 이마의 땀을 훔치는 이서복의 얼굴에 관상안을 겨누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관운이다.

하지만 얼굴 한 쪽에 궁액의 그을림이 점으로 찍혔다.

고난의 예고장이다.

궁액의 농도로 보아 이번 선거의 끝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시선을 유년운기부위로 옮겼다. 그의 나이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디테일을 찾아 들어간다.

“…….”

역시 대물이다. 그의 그날은 나쁘지 않았다. 이쪽에 큰 하자가 없으니 저쪽이 대운이 더 좋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서복의 관상 체크를 마치고 건너편으로 향했다. 김윤광은 여전히 기죽지 않았다.

그는 저 앞에 이서복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간간히 수어까지 함께 곁들이며 자기 길을 갈 뿐이었다.

“오 박사님.”

유세를 마친 김윤광이 경도를 알아보았다. 먼발치서 보고 가려던 경도였지만 들켜버리고 만 것이다.

“언제 왔어요?”

김윤광이 다가와 경도 손을 잡았다.

“말씀하지 마세요. 목 아프실 텐데…….”

“괜찮습니다.”

“괜히 민폐가 될까봐 보기만 하고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다고 제가 못 봅니까? 바다의 등대처럼 훤하게 보이더라고요.”

그가 경도를 끌었다. 유세차량 안이었다.

“오 박사님.”

다른 두 명이 환호를 했다. 수어통역사 백지애와 운전기사 노성봉이었다.

“우리 후보님 유세하는 거 보셨어요?”

백지애가 물었다.

“그럼요. 백 선생님 수어도요.”

“저는 걱정이에요. 혹시라도 저 때문에 일을 망칠까 싶어서.”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백지애부터 안심시켰다. 처음부터 뭔가 의미 있게 생각되던 세 사람. 이렇게 뭉쳐 있으니 보기가 좋았다.

“나 어때요?”

김윤광이 얼굴을 들었다. 유년운기부위를 읽었다. 투표일, 김윤광의 운세는 어떨까? 대운은 과연 그의 국회입성을 허락할 것인가?

‘아.’

경도의 숨이 잠시 멈췄다.

<100>.

그와 이서복의 기세에서 읽어낸 차이였다. 이서복의 일진이 좋은 날이지만 김윤광의 일진이 조금 더 좋았다.

그 박빙은 어쩌면 100표 안쪽으로 승부가 갈라질 것 같았다. 손가락으로 숫자 100을 그려보이며 웃었다.

그 정도 케미는 이룬 관계였으니 굳이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100?”

김윤광이 묻는다.

끄덕.

경도는 고갯짓으로 답했다.

“100여 표 차이?”

끄덕.

경도의 답은 변화가 없었다.

“후보님, 연설 타임입니다.”

선거사무장이 다가왔다. 곳곳에 포진된 운동원들 관상도 꼼꼼히 체크해주었다. 유유상종이다.

김윤광이 신박하니 찌든 속내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운동원들도 청수지상은 아니더라도 그 근처는 가고 있었다.

“안 바쁘면 이따가 같이 밥이나 먹어요. 김밥에 불과하지만요.”

물병을 집어든 김윤광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윤광입니다.”

다시 그의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서복의 포화는 여전히 강력했다.

그러나 김윤광은 쫄지 않는다. 그의 명궁을 보았다. 윤기가 용트림을 시작한다. 귀의 퐁당을 보았다.

윤기가 꽃몽오리처럼 맺힌다. 용호상박이지만 이서복보다는 김윤광의 것이 미세하게 강했다.

“……!”

돌아서는 경도의 발걸음이 휘청 흔들렸다.

100여 표.

경도가 치열하게 구해낸 상괘였다. 너무 깊은 곳까지 파고들다 보니 맥이 풀린 것이다.

숨을 고르며 지하철 입구로 내려갔다. 김윤광의 도전이 아름답게 꽃피기를 바라며.

***

선거 마무리는 치열했다. 여야의 총력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 즈음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바뀌었다.

여야 거물이 맞붙은 부산과 강남의 반전 매치에서 종로로 옮겨온 것이다.

44% 대 38%

여기가 관전포인트였다. 처음에는 일방적 우위였던 이서복이었다.

차츰차츰 간격이 좁혀지더니 마침내 43%대 40%까지 따라붙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판단했던 종로가 박빙으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바로미터는 아니었다. 유선전화 비율을 높이면 이서복이 유래했고 무선전화 비율을 높이면 김윤광이 유리했다.

K의 판세도 극적이었다. 김경동의 몸부림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나친 해명들이 무리수가 된 것이다. 운전기사의 구속여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유권자들은 냉담해지고 있었다.

이제 사전투표가 시작되었다. 경도는 새벽 5시에 배정된 투표소에 도착했다.

잠시 후에 민지가 왔다. 그녀와 같은 곳에 배정된 것이다. 투표종사원 수당은 약 120,000원이었다.

여비에 수당, 사례금, 식비 명목이었다. 각 당의 참관인들이 도착하면서 투표가 시작되었다.

“오 주임. 요즘 바쁘지?”

점심시간, 도시락을 먹을 때 민지가 조심스레 물었다.

“부탁할 거 있군요?”

경도가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착한 마음의 그녀였으니 경도가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보이면 말을

꺼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관상 좀 봐줄 수 있나 해서.”

“왜요? 오빠 분이 또 돈 얘기 해요?”

“아니, 우리 오빠가 아니라 내 동기…… 동천면에 근무하는 노은애라고 알아? 행정직인데?”

“아뇨. 말해보세요.”

“얼마 전에 여동생이 사고로 죽었잖아? 자매 공무원인데 장례식장에서 좀 험한 꼴을 당했나 봐.”

“무슨?”

“아무튼 굉장히 고민하길래 내가 오 주임 얘기를 해버렸어. 오 주임이 관상을 굉장히 잘 보니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

“시간 좀 안 될까?”

“그럼 선거 끝나고 매칭 시켜주세요. 그 분도 그때까지는 바쁠 거 아녜요?”

“맞아. 면 행정팀 주무주임이라 눈 코 뜰 새 없대.”

“접수번호 드려요?”

경도가 조크를 날렸다. 민지를 편하게 하려는 배려였다.

“됐어. 고마워.”

민지가 얼굴을 붉혔다. 천성이 착한 이 여자는 매사가 이렇다. 남 챙기듯 자신도 좀 챙기면 좋으려만…….

***

사전투표자를 제외한 선거인명부를 출력함으로써 읍 센터의 선거준비작업은 끝났다.

선거운동도 마무리가 되었다. 선거유세가 끝나니 지구가 다 조용해진 것 같았다.

거대 양당은 선거운동에 대한 총평을 내놓았다. 거기서도 종로구가 화제였다. 의외로 선전한 정치신인.

그 신박한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여당조차도 호의적인 평을 내놓았다.

그렇게 투표의 아침이 밝아왔다. 아침 뉴스에 김윤광이 나왔다. 화제의 선거구가 되면서 카메라가 출동한 것이다. 투표지를 넣는 모습이 보였다.

“후회 없는 한 판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이서복의 심경이었고…….

“유세기간 동안 정치신인에게 나눠주신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 또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윤광의 멘트였다.

오후가 되자 경도도 출근준비를 마쳤다. 시청 개표실로 가야 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시청으로 향할 때 조경철의 전화가 들어왔다.

-오 박사, 어디야?

“개표 출근 중입니다.”

-투표마감 직전이야. 이제 천기누설 좀 해봐.

“예?”

-오늘까지 참았는데 더는 못 참겠어. 나도 한 번 제대로 느껴보자고.

“그렇게 궁금하세요?”

-빨리 말해보라니까.

“우리 K시는…….”

-홍상선 의원?

“권우일입니다.”

-억, 권우일? 그럼 종로는?

“박빙이지만…….”

잠시 여운을 깔던 경도가 남은 말을 이었다.

“김윤광 대표님이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와우, 그거 여전히 실화?

“당연히 실화죠. 그때 말씀드린 대로 초박빙일 것 같으니 끝까지 간담 좀 조일 겁니다.”

-이야, 제발 그렇게 되기만 바라네.

“그럼 끊습니다. 운전해야 해서요.”

-오케이. 이따가 보자고. 나도 취재 나갈 거거든.

조경철과의 통화가 끝났다.

***

“국민 여러분, TTC의 황국종입니다. 지금부터 총선 출구조사를 발표하겠습니다.”

이제는 방송국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여야의 의석수 예측이 나오고 박빙 지역과 거물 지역의 출구조사가 뒤를 이었다.

개표석에 앉은 경도의 시선도 벽에 설치된 초대형 화면에 있었다.

강남이 나오고 부산과 대구, 광주 등의 거물들에 이어 종로의 결과가 나왔다.

<이서복 43% 김윤광 41%>

예측결과는 이서복의 당선 쪽이었다. 당장 조경철의 문자가 들어왔다.

[오 박사, 출구조사 결과는 반대로 나왔어. 이서복이 당선이야.]

[간담이 쫄깃해질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간단하게 답했다.

더러는 부정선거가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상괘도 무력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도는 믿었다. 대한민국의 저력. 만약 이서복이 그런 추한 짓을 벌인다면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부재자와 사전투표함부터 개표 시작합니다.”

개표선언이 나왔다.

한국에는 남부럽지 않은 시스템이 많았다. 코로나 때 위력을 떨친 의료시스템이 그렇고 개표시스템이 그랬다.

한 번은 정치권의 장난질로 인해 투표용지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었던 적도 있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표 구분이 끝나면 자동카운터기로 넘어간다.

촤라락촤라락.

자동카운터기가 후보들의 운명을 가르기 시작했다. K시에서는 야당 후보자가 우세했다.

지난번 국회의원은 여당 프리미엄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존재감이 미미했으니 갈아치우는 것이다.

간간이 종로 소식이 화면에 올라왔다.

<이서복 28,455표, 김윤광 26,892표>

중반까지는 김윤광이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혼부부들이 많은 동과 젊은 층 원룸이 많은 곳에서 마침내 간격을 좁혀놓았다.

<이서복 42,308표, 김윤광 42,099표>

200표 안팎으로 좁혀진 득표는 기어이 반전의 역사를 써놓았다.

<이서복 46,216표, 김윤광 46,295표>

최종 결과가 나왔다. 당선예측이 들어맞아 일찌감치 김이 빠진 선거구들에 비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였다.

<김윤광 당선>

화면의 김윤광 사진에 디지털 당선 꽃이 붙었다.

“와우!”

화면을 보던 경도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79표 차이, 그야말로 초박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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