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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2> (107/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07화

30.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2

마침내 시즌이 개막되었다. 홍상선은 의원직을 내놓았고 시장의 직무는 부시장이 맡았다.

권우일은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대한민국은 선거열풍에 휩싸였고 일선 읍면동 공무원들은 선거사무 노가다에 휩싸였다.

총선과 지방선거가 겹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표소관리부터 선거홍보물책자 발송까지 할 일이 따블이 아니라 따따블로 늘어난다.

직원들 배치와 지원 문제도 간단하지 않았으니 코로나에 이어 또 한 번 제대로 굴러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경도는 두 번이나 차출되었다. 사전투표 첫날에 투표종사원, 나아가 본 투표일에는 개표종사원이었다.

선거운동원들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네거리에는 총선 운동원들이 진을 쳤고 시장과 시의원 운동원들은 골목을 장악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들의 명함이 눈처럼 골목을 덮었다.

-오직 국민.

-오직 국가.

-국민을 위해.

-지역을 위해.

모두가 노래하지만 사실 그들 모두의 머리에 든 건 ‘자신의 영달’이었다.

K시의 분위기는 여당인 열린민족당 쪽이었다. 따라서 김경동은 초반에 두 가지 프리미엄을 누렸다.

하나는 당이었고 또 하나는 현직이었다.

홍상선도 나쁘지 않았다. 양당 대결로 몰아가며 권우일을 배제 시키는데 성공했다. 홍상선의 적은 오직 김경동이었다.

공무원들도 슬슬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NS였다. 지지하는 후보들의 기사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러가며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성향을 지닌 일부 공무원이었다. 절대다수의 바람은 소박했다. 누가 되도 좋으니 제발 ‘뻘짓’만 하지 말라는 쪽이었다.

그런데 공무원이 정치성향을 밝혀도 되는 것일까? 정치 중립의 의무에 위반하는 것은 아닐까? 결론을 말한다면 상관없다.

다만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면 불법이 된다. 예를 들어 게시물 중에 지지하는 후보의 글의 비중이 적다면 상관없다.

좋아요를 누르고 친구추가를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선거 기간에 집중적으로, 특정 후보의 게시물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눌러댄다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

선거운동 개시 후의 첫 여론조사가 나왔다.

-김경동 36%

-홍상선 29%

-권우일 24%

김경동의 3선은 가시권에 있는 듯 보였다.

그 파국을 본 건 경도였다. 제일 먼저 읍 센터에 들른 권우일, 다음으로 왔던 홍상선에 이어 김경동은 마지막으로 읍 센터에 들렀다.

현직의 여유였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후보 김경동은 전에 없이 친절한 표정으로 센터에 들어섰다. 1번 김경동. 그의 어깨띠 덕분이었다.

저 어깨띠를 차고 있는 동안은 모든 공무원에게 굽신거리는 것이다.

심지어는 임시직이나 사회복무요원에게도.

그러나 현직 시장이었다. 당선가시권이었다. 직원들이 일어나 그를 맞았다.

“오 주임.”

그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요즘 힘들지?”

친절한 미소와 함께 경도 손을 잡은 아귀에 살며시 힘을 준다.

한 표 부탁해.

그런 의미의 자극이었다. 국회의원도 그렇지만 시장 후보들은 특별히 공무원들에게 공을 들인다.

그들은 알고 있다. 공무원들 역시 강력한 지역여론 선도자라는 것. 공무원 세계에서 ‘누가 될 것 같다던데?’라는 소문이 돌아야 당선을 바라보기 쉬운 것이다.

“엄 팀장님.”

다른 직원들과 악수를 나눈 김경동이 엄낙기에게 다가갔다. 시장의 심복 몇이 경도를 스쳐갔다.

김경동에 이어 최측근들의 관상을 훑었다. 김경동의 눈썹은 삼각김밥처럼 일어서고 있었다.

이것은 당선에 대한 욕망이었다. 권력을 꿈꾸면 눈썹의 형태도 일시적으로 변한다. 저 기세는 권우일과 홍상선도 마찬가지였다.

김경동의 눈썹은 좀 더 신경을 썼다. 눈썹은 형제궁. 세 후보들 중에는 형제궁의 운이 가장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다행히 형제궁의 문제는 없었다. 언젠가 시장실에서 던져준 상괘. 그걸 알고 단속을 잘 한 모양이었다.

민원실부터 읍장실까지.

김경동 역시 다른 후보들처럼 한 바퀴를 돌고 내려왔다. 읍장, 과장들과 함께였다.

대화를 주도하는 그의 이마가 옥구슬을 박은 것처럼 훤해 보였다. 걸음은 역시 학처럼 성큼성큼이다.

“오 주임.”

하위직 중에서는 경도를 가장 잘 아는 그였으니 나가는 길에도 손을 들어보였다.

순간, 그의 눈밑 찰색이 경도를 잡아끌었다. 각도가 바뀌면서 아까는 보지 못한 찰색이 부각된 것이다.

눈밑이라면 주로 자식과 아랫사람에 관련된 예지를 주는 곳이었다.

‘윽?’

경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칙칙한 횡액이었다. 얼굴 전반에 흐르는 광명에 떨어진 푸른 오물 한 점.

그게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짧은 시간, 경도는 전광석화처럼 재확인에 들어갔다.

자식들의 문제일까?

아니었다.

그렇다면?

부하운을 관장하는 턱과 턱 옆의 지고 부위를 체크했다. 파문은 지고에 한 점이 있었다. 침전물 같은 혼탁이 찍힌 것이다.

‘측근들?’

그 사이에 김경동이 민원실을 나갔다. 경도가 밖을 향해 뛰었다. 누가 보면 잘 보이려고 그러는 줄 알았을 것이다.

돌연한 행동에 엄 팀장의 촉각도 서고 있었다.

원인은 밖에 있었다.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 운전기사와 선거사무장…… 파문의 신호는 뜻밖에도 전용 기사에게 나오고 있었다.

“……!”

기사를 보던 경도의 시선이 벼락처럼 멈췄다. 이마에 그의 미래가 보였다. 푸른 기색이었다.

머리선에 가까운 천양에서 시작된 푸른 기색이 관록까지 내려왔다.

이는 주인에게 내침을 당하는 징조였으니 명궁까지 어두운 것으로 보아 형옥의 상이 분명했다.

원인은 금품이었다. 기사는 돈을 먹었다. 푸른 기색 옆으로 밀려난 황색 윤기가 증거였다.

콧구멍과 입가에도 여운이 남았으니 틀림없었다.

김경동은 차 앞에서 손을 들어보였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두에게 확신에 찬 손짓을 보낸다.

그는 당선을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반전의 결과를 아는 건 경도 뿐이다. 그의 차는 지금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경도 머리 속에서 시장 선거의 판도가 바뀌고 있었다.

퇴근 무렵 권우일이 다시 들렀다. 그는 측근 한 사람만을 대동하고 있었다.

“수고들 많으십니다.”

민원실부터 돌지만 그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김경동만 하지 못했다.

다들 데면데면 대하니 센터 직원들의 감은 이미 김경동 쪽이었다.

경도만 달랐다. 그에게 깍듯했고 악수도 정중히 받았다.

“오 주임.”

읍장을 만나고 내려온 그가 경도 앞에 섰다.

“예.”

“관상박사라면서요?”

“조금 흉내는 냅니다.”

“나 어때요? 다들 열세라고 지금이라도 1-2번 중의 하나 지지선언하면서 실속차리고 사퇴하라던데?”

그가 얼굴을 가지런히 세웠다. 법령선에 맺힌 찰색이 시선을 끌었다. 바깥을 보면 윤기가 돌지만 안을 보면 어둡다.

실속이 없다는 뜻이다. 인당에도 피로감이 쌓였다. 푸른 기색이 변지를 넘본다.

현실의 벽 앞에서 갈등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청신호가 있었다. 귓불 위에서 귓바퀴가 시작되는 부분의 퐁당이었다.

그 퐁당에 윤기가 맺히고 있었다. 낭보가 예정되면 여기에 윤기가 생긴다.

그의 퐁당이 그랬다. 암흑의 밤을 밝히는 촛불처럼 광명의 조짐이었다.

“완주하셔야 합니다.”

“완주?”

“좋은 결과 얻으실 겁니다.”

완주.

그 단어에 두 번이나 방점을 찍어주었다.

“그렇죠? 내가 우리 조카 보는데 낯이 있지.”

위로가 되는 모양이었다.

“우리 당숙님, 관상으로는 안 밀리냐?”

그가 멀어지자 태술이 다가왔다.

“절대.”

경도도 모르게 답하고 말았다. 거의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오 주임.”

눈치코치의 달인 엄 팀장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대세인가?”

비밀스레 속삭인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곧 대세의 인정이었으니 엄 팀장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선거가 이렇다. 관운은 타고 나는 거지만, 그 타고 난 관운들이 경쟁할 때는 사소한 것들이 대세를 가르기도 한다.

일은 그 날 밤에 터졌다. 운전기사의 금품수수가 밝혀진 것이다. 무려 6,000만 원이었다.

김경동의 당선을 확신한 사업가가 기사를 통해 밑밥을 깐 것이다. 은밀했지만 목격자가 있었다.

홍상선의 지지자들이었다. 신고를 받은 선관위 직원들이 돈다발을 찾아내고 말았다.

김경동은 꼬리자르기에 들어갔지만 돈의 일부는 이미 후원금조로 입금이 된 후였다.

<김경동이 뇌물을 먹었다.>

<이권을 보장하며 수억을 받았다.>

소문은 멋대로 번져나갔다. 김경동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파도를 막을 수 없었다.

홍상선에게 기회가 왔다. 그러나 김경동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의 플레임에 진저리를 쳤다. 그 수혜가 권우일에게 넘어갔다.

권우일, 그의 퐁당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

“으아악!”

홍보물발송작업에 착출된 은빛이 비명을 질렀다. 산더미 같은 홍보물 때문이었다.

한쪽에는 봉투와 주소 스티커가 쌓였다. 총선과 지자체 선거가 겹치니 홍보물이 바다를 이룬 것이다.

은행과 공사, 학교 선생님들이 지원을 왔지만 막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오 주임, 오 주임이 관상으로 당선자 가려서 통보하고 끝내면 안 될까?”

은빛의 호소는 ‘ㅋㅋㅋ’로 넘겨주었다.

“자자, 시작합시다.”

작업배정을 마친 총괄 팀장이 종사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손발이 맞을 리 없다.

봉사자와 차출자들은 이 일이 처음이었다. 경험 없는 일이다 보니 손과 팔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엄맛.”

종이에 손도 벤다.

투표구역별로 나눠 발송작업에 들어가지만 속도는 아주 달랐다.

눈썰미 좋고 손 빠른 사람들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절반 가까운 차이가 났다.

“저녁 8시는 되어야 끝날 것 같습니다.”

총괄 책임자가 슬픈 상황을 알려왔다. 경도가 속한 팀은 6시 경이면 끝날 예정이지만 다른 팀들 속도가 느렸다.

그쪽 발송 건을 가져다 지원작업을 했다.

“끝났습니다. 정리하고 갑시다.”

저녁 6시 30분, 예상보다 빠른 완료 선언이 나왔다.

“와아.”

초보 종사원들이 환호를 했다. 일찍 끝난다는 건 뭐든 행복한 일이었다.

정리를 마치고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저녁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계란라면을 끓였다.

팔팔 끓을 때 계란을 넣고 살짝 저어준다. 그런 다음 조금 덜 익은 상태로 후루룩을 하는 것이다.

‘먹어볼까?’

엄마표 김치를 덜어놓고 손바닥을 비빌 때 핸드폰이 울렸다. 홍보물발송 총괄팀장이었다.

“팀장님?”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전화 속에서 팀장이 울상을 지었다.

“뭐가 잘못 되었습니까?”

나쁜 직감과 함께 경도가 물었다.

-그게…… 한 투표구 스티커가 통째로 출력이 안 되었어. 출력 담당 직원이 실수로 빠뜨린 모양이야.

“……?”

경도 머리카락이 우수수 일어났다. 말인즉슨 다시 나오라는 뜻이었다.

“작업이 안 끝난 거였습니까?”

-발송 스티커가 떨어지니 끝난 걸로 생각했지. 어쩐지 홍보물이 많이 남길래 체크하다 보니…… 어쩌지?

“어쩌긴요? 가겠습니다.”

-미안.

“…….”

전화를 끊었다. 라면은 그새 맛난 타이밍을 지나가 버렸다. 그릇째 들고 훌훌 밀어 넣었다. 마무리로 김치 한 쪽을 물고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밤을 샐 판이었다. 왜냐면 급조된 팀의 구성 때문이었다. 절반 이상이 공사와 은행원, 교사들이었다.

이 일은 총괄팀장의 실수다. 발송스티커 출력이 어떻든 말든 현장 지휘를 잘못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간 그들을 부를 수 없었다.

내일이 일요일이니 내일 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가능하다. 토요일로 예정된 작업은 토요일에 마쳐야 한다. 그게 선거사무의 원칙이었다.

경도의 예상처럼 다시 돌아온 직원은 소수였다. 공무원 중에도 집이 먼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총괄 팀장의 사과가 거푸 이어졌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그러니 팀장도 사람이다.

발송스티커가 기준일 수 없지만 투표구별 스티커를 다 붙이면 발송 작업이 끝나는 건 사실이었다.

탓하지 않고 남은 홍보물발송작업 준비에 돌입했다. 이대로라면 자정까지는 꼼짝마가 될 판이었다.

그런데…….

공무원 사회도 그렇게 삭막한 조직은 아니었다. 이 국장이 자치행정과 직원들을 대동하고 출격을 했다.

홍보물 발송작업을 체크하던 자치행정과장의 보고를 들은 것이다.

행정의 달인인 이 국장이기에 작업 동선을 꿰고 있었다.

용포읍의 자원 현황을 보고 상황을 알아차린 것이다.

남은 작업은 11시가 가까워서 끝이 났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피곤하지?”

주차장으로 향할 때 이 국장이 다가왔다.

“아닙니다.”

“얼른 가서 쉬게. 피곤할 때는 잠이 보약이야.”

이 국장이 경도 차를 가리켰다. 돌발 사건이 벌어진 시장 선거. 그럼에도 그는 경도에게 천기를 묻지 않았다.

부담을 주지 않는 한편 공무원에게 주어진 역할만을 다하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경도는 대중교통으로 서울행을 감행했다.

시장선거의 향방을 잡았으니 김윤광이 궁금했다.

관상으로는 간발의 우세를 보이던 김윤광. 잘 하고 있을까? 그의 유세가 예정된 네 거리 앞에 도착했다.

밝은 색의 운동원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서복 후보의 진영이다. 네 거리 횡단보도 앞의 공간을 점령하고 좌우로 20여 명의 운동원이 포진했다.

무대로 개조된 차량 위에 설치된 초대형 스피커의 위력은 천둥처럼 맹위를 떨쳤다.

김윤광은 반대편 도로 인도에 진영을 치고 있었다. 선거운동원 숫자는 이서복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스피커도 없는 육성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숫자나 장비로 넘볼 수 없는 진솔함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 대표님…….’

그걸 본 경도의 가슴 또한 먹먹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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