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1> (106/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06화

30. 귀신도 울고 간 적중력입니다-1

<김경동> <홍상선> <권우일> <박성현> <허경윤>.

K시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다섯이었다.

김경동과 홍상선은 열린민족당과 민주우리당의 공천을 받았다. 권우일은 무소속이거나 3당 후보로 나올 예정이었다.

승자는 세 사람 중의 한 명으로 결정된다. 기타 후보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이 선거 저 선거마다 기웃거리는 인물들이니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지자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단체장 선거에 더 촉각을 세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처럼 시어머니 시장이 들어서면 4년 내내 기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건설적인 방향으로 기면 상관없다. 좁은 지역에서 편 가르고 세 가르며 ‘치적’에 혈안이 되는 시장을 만나면 휴일 동원에 실적동원으로 피곤에 쩔게 된다.

오죽하면 새해 첫날 관내 산에 오르면서 전 직원 동원령을 내리는 단체장도 있었다.

그 산비탈 노상에서 떡국을 끓여내라는 지시도 떨어진다. 선심성 축제라도 만들 양이면 죽어나는 건 공무원들이다.

때로는 세 과시를 위해 가족들까지 동원해 머릿수를 채워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 중에는 이때다 싶어 기회로 삼는 자들이 있다.

유력후보에게 살랑거리며 눈도장을 박는다. 인사라는 엿은 시장 마음에 달렸다.

쭈욱 늘일 수도 있고 깨버리는 것도 가능하니 업무실적이나 공헌도 같은 것은 개나 줘버려가 될 수도 있었다.

‘우리 시의 대권…….’

김윤광과 이서복을 가늠하던 관상안을 세 사람에게 옮겨놓았다.

<김경동 시장>

첫 메스를 가한다. 2선에 이어 3선을 향해 달린다. 그동안 쌓은 기반이 있으니 누구보다 유리했다.

코로나 때는 화끈하게 무리수를 동원해 긴급재난금을 풀었다. 다른 시군구가 10-20만 원에서 버벅거릴 때 온갖 예산을 다 쓸어 모아 60만 원을 쏜 것이다.

그 돈 나눠주느라 경도네 복지팀이 죽어났다. 욕은 복지팀이 먹고 칭송은 김경동이 가져갔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을 그때 실감한 경도였다.

관상이야 당연히 좋은 편이었다. 재백궁이 시원하고 앙월구의 입술도 주목성이 높다.

약점은 교만하다는 것과 형제의 변수였다. 그러나 2선의 관록이 있다. 형제 문제는 잘 단속을 할 것이다.

<홍상선 의원>

초선 도전이다. 전반기 의회의장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시의원 성매수 시도사건 때 총대를 매며 시민들의 점수를 땄다.

기세로 보면 홍상선도 불리할 것이 없었다. 김경동은 고인 물이지만 홍상선은 흐르는 물이다. 다만 파도의 높이가 문제였다.

<권우일 회장>

지역 바닥 민심에 강하다. K시에는 두 개의 구심점이 있다. 용포읍과 상포읍이다.

지금은 용포읍이 개발바람을 타고 압도적 발전을 자랑하지만 K시의 기원은 상포읍에 있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상포읍이 중심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과거의 선거는 누가 상포읍의 민심을 잡느냐에 있었다. 그 전통은 아직까지도 무시하기 어렵다.

용포읍의 인구가 압도적이지만 유권자들의 성향이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포읍은 뭉치면, 몰표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권우일이 상포읍의 표를 확보한 채 용포에서 선방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도 이마의 중정이 압권이다. 눈빛도 형형한 편이라 관상학적으로도 밀리지 않았다.

세 사람이 경도의 관상 칼날을 맞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들이댄 경도의 칼은 ‘관인팔법’이었다.

<관인8법>

간단히 말해 사람을 보는 여덟 가지 방법이다. 딱히 관상이 아니더라도 인물을 판별하는 방법으로 많이 쓰인다.

1) 위맹지상-좌중을 압도하는 위엄의 상

2) 후중지상-중후하고 푸근하지만 기세가 있는 상

3) 청수지상-깨끗하고 존귀하며 빼어나 보이는 상

4) 고괴지상-특이하게 생겼음에도 맑아 보이는 상

5) 고한지상-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상

6) 박약지상-외모가 빈약하고 겁이 많아 보이는 상

7) 악완지상-악하고 흉포해 보이는 상

8) 속탁지상-천하고 속물근성이 엿보이는 상

여덟 상을 열어놓고 세 사람을 대입시켰다.

참고로 상은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맹지상이면서 악완지상이 섞일 수 있고 청수지상이면서 고한지상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김경동은 위맹지상에 속한다. 위맹지상의 백미는 카리스마다. 기세와 위압감이 생명인 것이다.

관상으로는 이마를 첫손에 꼽는다. 이마는 남자의 일터요 활동반경이니 넓고 높을수록 좋았다.

카리스마가 특징이니 눈빛은 당연히 내쏘는 맛이 있어야 한다. 콧망울 역시 풍요로울수록 좋고 입 또한 크고 넓으면 대박이었다.

목소리는 천둥을 닮으면 극귀상이다. 이러한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면 대권상으로 꼽을 수 있다.

김경동의 기세에는 이런 맛이 있었다. 그러나 굉장한 귀격은 아니었으니 이마와 입이 조금 작았다.

눈썹 역시 상향의 각도가 완만하다. 이렇게 되면 격이 떨어진다. 더 아쉬운 것은 위맹지상의 상 속에 악완지상의 상이 깃들었다는 것이다. 악완지상은 포악함과 부조화으로 설명되니 위맹지상이 삐딱선을 타면 악완지상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위맹지상은 화를 잘 내기도 하는데 선을 넘으면 바로 악완지상이다.

그것 외에도 목소리가 갈라지는 느낌이 있어 S급 위맹지상의 격에 미치지 못했다.

홍상선은 청수지상으로 구분했다. 청수지상의 백미는 수려함이다. 눈썹이 맑고 진하며 피부가 윤택하다.

체격은 주로 큰 키에 마른 형이지만 단순히 마른 것이 아니다. 피부의 윤택을 내세우는 건 그것이 마음이 발로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그 마음에 피부에 투영되어 거칠게 된다. 따라서 청수지상은 계수나무처럼 곧은 이미지에 옥처럼 맑은 느낌이 생생해야 한다.

그러나 홍상선의 스마트함에는 이런 격이 부족했다. 이마가 수려한 것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눈과 귀가 작은 편이니 세속에 찌든 속탁지상의 느낌이 보인다.

목소리도 아쉬웠다. 맑은 편에 속하지만 울림이 조금 높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우일이 남았다. 그는 후중지상에 속했다. 위맹지상이 하드웨어형이라면 후중지상은 소프트웨어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운용능력을 갖춘 것이다.

다른 편으로는 살집으로 대표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살은 체중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니 살이 많다고 해서 후중지상이 되는 게 아니다.

살은 필요한 자리에만 있어야 하며 탄력에 부드러움까지 겸비해야 한다. 즉 탄탄한 토산(土山)의 기세가 바로 후중지상이었다.

이 상의 특징 또한 이마에 더불어 포용력이었다. 나아가 귀를 중요시한다. 귀는 타인의 도움을 상징하는 것이니 귀가 좋으면 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권우일의 귀는 제법 컸다. 조금 더 컸더라면 시장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선거판의 귀로는 나쁘지 않았다.

관인8법의 핵심은 직관이다. 상의 기반이 되는 뼈대가 우선이다. 다음으로 살집을 보고 나아가 기색을 더한다.

다음으로 오관의 조화와 눈빛, 목소리 등을 종합하면 판단이 가능하다.

뼈대를 보는 것은 건물의 철골구조와 같기 때문이다. 골상이 제대로 서야 부귀가 깃드는 것이니 왜소하고 기운이 없다면 큰일의 중책을 지기 어렵다.

살집의 유무는 재물과 권세의 동반자라서 그랬다.

너무 마른 사람이라면 리더로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눈빛은 여기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적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눈빛이 흐리멍덩하면 소용없다.

눈빛의 신화는 손정의와 마윈의 투자체결에서 보인다. 손정의는 마윈에게 2,000만 불을 투자했다.

단지 눈빛 하나만 보았다. 그 결과 손정의는 수십 조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

눈빛 다음에 꼽히는 마지막 하나, 바로 목소리다. 경박하고 울림이 없는 목소리는 위의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맹지상과 청수지상, 그리고 후중지상…….

요즘 버전으로 고치면 이렇게 되었다.

<김경동의 카리스마>

<홍상선의 스마트함>

<권우일의 중후함>

세 장점은 다시 디테일 속에서 충돌을 했다.

이마의 기세에서는 홍상선이 가장 밀렸다. 이마하면 위맹지상이었으니 이마만 떼어보면 김경동이 나았다.

미간으로 내려오자 홍상선이 만회를 했다.

그의 미간은 황금비로 불리는 손가락 두 개 넓이였고 햇살처럼 청아한 윤기를 뿜었다. 나머지 둘의 이마는 조금 넓거나 조금 좁았다.

넓다?

그런데 왜 홍상선에게 딸리는 걸까? 관상은 조화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미간이 넓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넓으면 오히려 흉상이다.

그렇기에 자기 손가락 두 개의 넓이를 길상으로 정하는데 그 또한 얼굴 전체와 오악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그 기준으로 볼 때 셋 중의 압권은 홍상선이었다.

‘이것 봐라?’

하나하나 줄을 세우다 보니 경도도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내친김에 가까운 미릉골도 분해를 했다.

‘흐음…….’

미릉골에서 판세가 권우일 쪽으로 넘어갔다. 국회의원이나 대선주자들에 비하면 도토리 키재기가 되겠지만 도토리들 중에서는 굉장한 위엄이었다.

1:1:1.

셋의 경쟁은 두루 불꽃을 튕겼다.

눈빛은 그래도 김경동이 나았다.

입의 크기와 형세는 권우일이 우세했다.

목소리는 홍상선이 앞섰다.

2:2:2.

세 후보는 계속 평행을 달렸다.

여기까지 와보니 알 것 같았다. 읍민 축제장에서 지나치게 반응하던 김경동 시장.

그건 그의 본능이었다. 압도적인 우위를 느끼지 못하니 초조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장 찬스라도 써서 그들을 눌러야 했던 것이다.

오관과 12궁까지도 치열하게 키재기를 했다. 관록 등극의 다른 지표로 쓸 수 있는 미간의 윤기도 자료 안에서는 백중지세.

눈과 입이 코와 가까워지는 것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을 지었다. 심지어는 법령도 그랬다.

여덟 팔(八)자 형으로 내려온 그것의 기세도 셋은 큰 차이가 없었다.

‘으하.’

이제는 경도가 긴장을 한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볼 때는 다 시장의 그릇일 수 있었던 세 사람. 그 용과 호랑이들을 한 링에 올려놓느니 피 튀기는 각축이 되는 것이다.

어느 일방의 우세를 점치기 어렵던 셋의 운명은 결국 걸음걸이에서 기울었다.

김경동은 학의 걸음을 닮은 학보였고 홍상선은 참새 걸음 작보, 권우일은 까마귀 걸음인 오보(烏步)였다.

“……!”

경도의 눈에 1차 당선 천기가 들어왔다.

‘결국 이렇게 되나?’

하지만 아직은 남은 변수가 있었다. 하나는 광대의 음즐궁이다. 간단히 말해서 인성이다.

이 변수의 점수는 권우일>김경동>홍상선이었다. 인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느낀다.

이 또한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대운과 유년운기부위다. 대운은 횡액을 뜻한다. 후보자 본인에게 당선의 운이 왔다고 해도 뜻밖의 횡액이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는 일이 너무 많다. 불법선거를 위시해 가족의 일이나 폭로전 등이 그것이다.

한 교육감 선거에서는 딸이 아버지를 떨어뜨려달라는 편지로 아버지의 이중성을 고발해 유력후보가 낙마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두 가지는 실물체크를 해야 했다. 하나는 관련자들과 선거과정을 짚어보는 혈소의 관이었다.

이마의 천중에서 통상적인 길흉을 짚어보고 주골에서는 윗사람과 관련된 일, 일월에서는 부모의 영향을 체크한다.

또 하나는 투표일의 유년운기부위를 봐야 했다. 투표 당일의 운세는 중요하다. 평생을 거지꼴로 살다가 대운대길의 날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색에 관련된 데다 중대한 일이니 실물체크를 하기로 했다.

오경도표 미리보기.

이렇게 시작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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