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사는 세상 아닙니다-3> (100/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100화

28. 혼자 사는 세상 아닙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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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장상법에 밝히는 관상 비기이다.

오관구호의 편에서 나온다.

오관은 귀, 눈썹, 눈, 코, 입을 가리킨다.

귀는 채청관이라 해서 건강과 지혜를 나타낸다.

눈썹은 보수관이라 장수와 품성 등을 암시한다.

눈은 감찰관으로 명석함과 감정을 좌우한다.

코는 심변관으로 명예와 의지, 재운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입은 출납관으로 음식, 성욕, 애정 등을 뜻한다.

이 다섯이 다 좋고 몸에 흠이 없는데도 구질구질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소위 말하는 ‘허우대는 멀쩡해가지고’의 버전이 되겠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왜 그런 것일까?

바로 기색이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관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모를 대표하는 얼굴의 상이 첫손에 꼽히지만 잘 가늠하기 힘든 눈빛이 백미로 꼽히는 것이며 그 눈빛보다 더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마무리에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관상은 허접한데 기색이 좋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재물이 늘어난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재물을 지키지 못한다.

기색이 중요하지만, 기색만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국, 관상과 기색은 불가분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고마워. 진짜 인생 관상 본 거 같다. 나 오늘 여기 안 왔으면 평생 후회했을 거다.”

밖으로 나온 손민이 유빈에게 감사를 전했다.

“좋은 상괘 받으셨나 봐요?”

유빈이 화답했다.

“곧 좋은 소식 전할 거 같다. 신세는 나중에 갚을게.”

유빈과 인사를 나눈 그가 경도에게 깍듯한 예를 갖추었다.

“아우, 궁금하네?”

차가 멀어지자 유빈이 몸서리를 쳤다.

“금방 알게 될 겁니다. 다음으로 가야죠?”

경도는 손민의 상괘를 말하지 않았다.

그건 손민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흐음, 박사님은 이런 점이 더 마음에 든단 말이죠. 고객에 대한 비밀 보장. 이럴 때는 좀 섭섭하기도 하지만.”

“공무원의 의무 중 하나가 개인정보 보호잖습니까? 이해하세요.”

“알았어요. 타세요.”

그녀가 자기 차를 가리켰다.

“어, 태워주시는 겁니까?”

“고명하신 박사님인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야죠.”

유빈은 아예 조수석 문까지 열어주었다.

“유빈 씨에게 이런 대접 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경도가 안전벨트를 당기며 말했다.

“쳇, 박사님은 잘 모르시는 거 같아요. 박사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7급 공무원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어머, 진짜 모르시네? 요즘 공무원 인기가 상한가예요. 게다가 박사님은 그냥 공무원도 아니잖아요?”

“아니면요?”

“대한민국 국가대표 관상 공무원.”

“그만하고 가시죠. 이러다 차가 하늘로 뜨겠습니다.”

“뜨면 차도 안 막히고 좋죠. 뭐.”

유빈이 시동을 걸었다.

“아무튼, 다행이에요. 손 선배님 표정이 밝아지신 거 같아서.”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하던 유빈이 경도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하실 말이 있군요?”

경도가 눈치를 챘다.

“아우, 관상 대가님이시니 숨기지도 못하고…… 미치겠다.”

“미치지 말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번 분은 사실 제가 사심이 있어서 모시고 온 분이세요.”

“사심 좋죠. 그것도 때로는 삶의 에너지가 되니까요.”

“박사님.”

“…….”

“이 분이 영화 투자펀드의 운영자인 동시에 투자 전문가세요. 이번에 제가 찍은 영화에 투자하면서 알게 되었고요, 사석에서 캐스팅 이야기하다가 오 박사님 얘기를 했더니 굉장히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펀드를 맡아줄 적임자를 키우고 싶은데 고견을 듣고 싶다고 하세요.”

“고견까지는…… 제가 투자에 대해서 뭘 알아야 말이죠.”

“관상이 있잖아요.”

“그래서요?”

“그런데 이것도 인연인지 그분이 물망에 올린 사람이 알고 보니 전에 제 코디하던 혜란 언니의 남동생인 거예요.”

“그래요?”

“저도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해서 코디를 수배했더니…….”

잘 나가던 유빈의 목소리가 거기서 주저앉았다. 목이 메는 것이다.

사연이 있군.

경도는 그녀가 호흡을 고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이 친구가, 제 일 그만둔 후에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유방암 진단이 나왔대요. 그래서 가슴을 다 덜어내고…….”

“…….”

“아무튼, 지금은 회복 중인데 동생 얘기를 하더라고요.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미국인 오너가 미국 투자자들과 문제가 생겨 한국 투자를 접고 들어가는 바람에 외톨이가 되었다네요. 그러니 이명기 이사장님께 잘 좀 연결해 달라고요.”

“그 동생 사진이 있나요?”

“예.”

유빈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을 보고 최대치까지 확대했다. 가볍게 보는 데도 이마의 천양과 미릉골, 눈썹, 그리고 코가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됐습니다.”

경도가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잘될 것 같나요?”

유빈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마가 좋네요. 귀인의 부름을 받을 상입니다.”

“와아.”

“하지만 그분을 봐야죠. 이명기라는 분…….”

“하긴 결정권은 그분이 쥐고 있는 거죠.”

‘결정권……’

달리는 동안 경도는 그 단어를 생각했다.

이럴 경우 결정권은 누가 쥐고 있는 걸까? 경도가 쥐고 있는 걸까? 이명기가 쥐고 있는 걸까?

경도가 웃었다.

미소 속에서 같이 웃는 건 유빈이 보여준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이명기요.”

한정식집의 방 안에서 이명기가 악수를 청해왔다.

유빈과 함께 정중히 인사를 했다.

“나는 수염 휘날리는 백발 도사를 상상했는데 연예인처럼 젊은 분이시로군.”

자리에 앉은 이명기가 덕담을 했다.

“어머, 제가 나이는 말씀 안 드렸던가요?”

유빈이 물었다.

“그랬지. 그저 천하제일 관상 박사님이라고만…….”

“천하제일은 지나친 칭찬입니다.”

경도가 답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이명기에게 꽂혀 있었다.

‘큰돈 굴리는 사람 관상은 이렇게 생겼구나.’

캬하, 좋다.

재백궁 코부터 작품이었다.

코가 아니라 금고가 달린 줄 알았다.

돈 걱정 없는 상이 여기 있었으니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한 얼굴이었다.

“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일단 먹고 합시다. 여기요.”

이명기가 말하자 주인이 들어왔다.

50 후반의 여주인은 이명기에게 극진했다.

“술도 한잔하시겠소? 여기 동동주 방식으로 만든 약선주가 기가 막히다는데?”

“저는 입만 축이겠습니다.”

“유빈 씨는?”

“이사장님이 마시면 제가 대작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리 부르죠, 뭐.”

“어이쿠, 유빈 씨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겁이 나는데?”

이명기가 너스레를 떨 때 음식이 들어왔다.

큰 상 위로 반찬들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반찬은 무려 68가지였다.

다 놓을 곳이 없어 접시 모서리에 포개지니 수라상 이상이었다.

“자, 듭시다. 여기 주인이 원래 종로와 청담동에서 정통 한식 하시던 분이라오. 남편께서 교통사고로 죽은 후에 이쪽으로 넘어와 특별한 사람들의 예약만 받고 있지. 그러고 보면 오 박사와 내가 인연인 모양이구려. 한정식도 그렇고 유빈 씨도 그렇고…….”

“이사장님 눈이 봉황안입니다. 그늘이 크니 쉬려는 사람이 많은 법이지요.”

“어이쿠, 그새 관상을 보았소?”

“보이는 것만 보았습니다.”

“그런데 관상은 누구에게 배운 거요? 내가 고승들을 몇 분 압니다만 관상 또한 세월이 녹고 녹아야 천기를 보는 법이라던데 오 박사님은 그 나이에 천기를 줄줄 읊으신다니…….”

“천기까지는 아닙니다.”

“겸손할 거 없습니다. 실은 오기 전에 우리 유빈 씨 소속사 탁 대표와 잠깐 만났어요. 거기서도 오 박사님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주 강추를 하더군요. 지금 준비 중인 아이돌 구성에 대한 고견을 물었는데 만족도 102%의 상괘를 받았다고 해요.”

“예…….”

“이것 좀 드시죠. 이게 보리굴비라는 건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릿하다며 고개를 젓지만 고릿함 뒤에 느껴지는 담백함이 입맛을 개운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투자라는 걸 하다 보니 이 맛이 바로 투자의 맛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사장님은 관상학적으로도 타고 난 미식가십니다. 역시 음식 조예가 깊으시군요.”

경도가 장단을 맞췄다. 그의 입술은 두툼했으니 맛에 예리한 편이었다.

다만 윤곽이 또렷하지 않으니 대귀가 든 입술은 아니었다.

“일단 건배부터 할까요?”

이명기가 약선주 잔을 들었다.

봉황눈답게 분위기를 리드하는 것이다.

경도는 입만 축이고 잔을 놓았다.

열심히 먹지만 반찬은 잘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68가지 한정식은 이명기와 닮은 곳이 있었다.

어차피 다 먹지 못할 양이었다.

즉, 과시적인 것이다. 그건 그의 눈썹에서 알 수 있었다.

봉황의 눈이지만 눈썹이 불규칙했다.

게다가 눈썹과 눈썹 사이가 넓으니 좋게 보면 대범해 보여도 기분파에 독선적이며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차가 나왔다.

테이블까지 정리되니 이명기가 본론에 들어갔다.

“우리 관상 박사님…….”

그가 사진 한 장을 꺼내놓았다.

유빈이 보여준 그 남자였다.

“이사장님, 저는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요.”

유빈은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

“허, 우리 유빈 씨가 연기 9단에 눈치도 9단이라니까.”

흡족한 미소의 이명기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빈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좀 바쁘다오. 후계자도 키울 겸 여러 펀드 중의 하나를 맡기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믿을 사람이 있어야지요? 게다가 우리 일이 사람 하나 잘못 쓰면 여럿이 망가지는 일이라서…….”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이 친구 말입니다. 키워서 써먹을 그릇이 좀 되겠습니까?”

이명기가 사진 한 장을 경도 앞으로 밀었다.

사진을 받아 반듯하게 놓았다.

그러나 경도의 관상안은 그 사진 옆을 겨누었다.

마음속으로 이명기의 상을 함께 대조하는 것이다.

이명기와 박영찬.

한참을 보다가 그 이름을 바꾸어 보았다.

박영찬과 이명기.

그 이름 아래로 둘의 관상이 좌르륵 줄을 섰다.

<이명기>

봉황의 눈에 무성하고 불규칙한 눈썹에 눈썹 간격이 넓음.

<박영찬>

용의 눈에 버들잎 눈썹.

<이명기>

넓은 이마에 월각과 일각이 힘차게 융기, 다만 약간의 흉터.

<박영찬>

이명기보다는 조금 좁지만 넓은 이마에 가지런한 주름살.

<이명기>

한국은행 금고처럼 보이는 주먹만 한 현담비 코.

<박영찬>

절통비에 비량이 곧은 코.

<이명기>

번들거릴 정도로 윤기가 도는 붉은 입술.

<박영찬>

검붉은 윤기가 선명한 입술.

관상 기세는 이명기가 더 좋다. 이명기가 호랑이라면 박영찬은 새끼 범이다.

이명기는 그걸 본능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선택지에 넣고 간을 보는 것이다.

이명기도 그럴 만한 능력자는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명기에게는 약점이 있다.

바로 불규칙한 눈썹과 눈썹의 넓은 간격, 그리고 귀와 코의 구멍이 작은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잘 모르고 넘어갈 차이들. 경도에게는 밟히고 또 밟혔다.

“이사장님.”

결론을 내린 경도가 이명기를 바라보았다.

분주하던 기색은 사라지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이었다.

“어떻습니까?”

이명기가 귀를 세웠다.

“그전에 한 가지 여쭐 말이 있습니다.”

“말하세요.”

“혹시, 이마 말입니다. 이마 제모를 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이마를요? 왜 그렇소?”

“현재의 이마는 굉장히 좋습니다만, 이 사람을 거느리려면 그런 방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액땜을 하라?”

“맞습니다.”

“제모가 필요하면 그 친구가 해야지 내가요? 죄송하지만, 이 사람이 그 친구를 키워주려는 거라오. 인재는 얼마든지 있고요.”

“그렇군요.”

“내가 수고를 해야 할 정도로 괜찮은 친구입니까?”

“그렇게 보입니다.”

“그럼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거두지요. 그러잖아도 어느 정도는 마음에 들던 차였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이마 제모는 왜요? 듣고 보니 궁금하군요.”

“…….”

“박사님, 사람 궁금하게 만들 겁니까?”

“별것 아닙니다. 두 분의 배포가 비슷해 보이니 이사장님이 이마 제모를 하시면 도량이 넓어져 쉽게 담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다른 사업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친구 배포가 그 정도라…… 마음에 드는군요.”

이명기가 사진을 집어 들었다.

굉장히 흡족한 표정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좋습니까?”

“일단은 눈썹이죠. 버들잎 눈썹은 신의가 있고 의협심이 강하거든요. 또한, 코가 절통비라 큰돈을 만지는 데 알맞은 관상입니다.”

“나는 뭐 조심할 게 없겠소?”

“턱의 지각에 검은 점이 있습니다. 이는 좋은 집을 놔두고도 애착이 없는 상이라 건축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건축공사 같은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소위 역마살이라는 게 낀 거요?”

“그것과는 다릅니다.”

“알겠소. 기분 좋은 상괘를 주셨으니 여기 복채입니다. 뜻깊은 후원회를 하신다니 섭섭지 않게 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흔쾌하게 주니 기꺼이 받았다.

“조심해 가세요.”

그의 배웅은 유빈과 함께했다.

“오 박사님.”

이명기의 표정에 고무된 유빈이 경도를 돌아보았다.

“잘된 건가요?”

“말했잖습니까? 귀인을 만날 것 같다고.”

“이명기 이사장님이 결정을 내리셨어요?”

“그럴 것 같습니다.”

“와아. 혜란 언니에게 알려줘야겠어요.”

들뜬 유빈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서두르는 그 손을 경도가 막아섰다.

“박사님?”

“연락은 하시되 이렇게 말해주십시오. 저분에게 오더가 오면 바로 잘라 버리라고.”

“예?”

“응하지 말고 거절하라고 말입니다.”

“오 박사님, 귀인이라면서요?”

“당장은 귀인이지만 이상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코디 동생분의 귀인은 따로 있으니 그게 그분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

일대 반전의 요청이 나왔다.

놀란 유빈은 어쩌지도 못하고 두 눈만 꿈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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