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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뉴비들이 대형사고쳤어요-1> (96/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096화

27. 개초보 뉴비들이 대형사고쳤어요-1

“오 주임.”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이장 총회의 날이 온 것이다.

김재웅과 전혁근, 홍상표 등이 떠들썩하게 들어선다. 그러나 표정들은 다 좋지 않았다.

토마토 때문이었다. 용포읍의 주력 상품은 토마토와 튤립이었다.

토마토 축제는 수도권에서도 유명했으니 용포읍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주력 행사였다.

그러나 올해는 기대감도 희망도 없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망가진 시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와 기업 급식 납품 시장까지 엉망으로 꼬이면서 대량납품처도 증발했다.

연초부터 중단된 축제나 행사도 도미노 충격의 시발이었다.

소비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니 대형마트들의 찬조성 이벤트 판매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들도 자기 살길 찾기에 바쁜 탓이었다.

농가의 원성이 시청과 농협, 영농지원소 등으로 튀었다. 그들도 할 말이 없었다.

코로나가 주춤하면 소비가 살아날 줄 알았지만 그게 빗나갔다.

사실, 마땅한 대체작물도 없었으니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업의 한계이기도 했다.

“오셨습니까?”

경도가 일어나 이장들을 맞았다.

“요즘 애 많이 쓰던데?”

김재웅이 악수를 청해왔다.

“이장님도 애로가 많으시죠?”

“말도 마. 요즘 아주 죽을 지경이야.”

김재웅이 고개를 저었다.

“도 쇼핑몰 반응은 어떻습니까?”

“영…… 우리는 운도 없어서 저 위쪽에서 대박 난 파편까지 튀고 있어.”

저 위쪽은 대박을 친, 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였다. 코로나 극성기 때 팔리지 않는 농산물을 착한 소비로 연결하면서 초대박을 쳤다. 걱정하던 물량의 완판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모습이었다.

이면으로 들어가면 난리가 났다. 썩은 물건과 상한 물건들 때문이었다.

-돈 내고 쓰레기 받은 기분 아세요?

-어이없지만 기부한 셈 치고 말았어요.

여론에 묻혀간 소비자들의 불만이었다. 좋지 않은 물건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

그 후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그들을 벤치마킹했지만, 나쁜 선례 때문에 외면을 받았다.

차라리 기부를 하면 했지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게 민심이었다.

K시도 그 선례를 따랐다. 공무원의 한계였다. 어느 지자체에서 성공하면 닥치고 벤치마킹이다.

용포읍 역시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시장과 자치행정과 여직원이 나서 ‘방송’ 분량을 만들어 표절성 유튜브를 돌렸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일종의 까방권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는 참패였다. 소비자는 두 번 속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재 용포읍의 지상과제는 출하가 목전에 다다른 토마토와 튤립에 대한 대책 마련이었다.

“수고하라고.”

김재웅이 2층으로 향했다.

이장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아오, 누가 토마토 다이어트 같은 거 안 띄우나? 유명인이 나와서 홍보 좀 해주면 단숨에 해결인데?”

은빛이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게. 토마토는 몸에도 좋다는데…….”

민지도 아쉬움에 뜻을 모은다.

이렇게 되면 용포읍 공무원들에게도 할당이 온다. 1인 1박스씩 강제배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용포읍 생산단지의 토마토는 그런 수준에서 해결될 양이 아니었다.

‘토마토 다이어트?’

은빛의 넋두리를 생각하니 유빈이 떠올랐다. 여기서 말하는 다이어트는 유명인이거나 그 버금가는 사람이라야 했다.

경도나 은빛이 라면 토마토 먹고 50㎏을 빼도 화제가 되지 않는다.

밖으로 나와 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다.

매사가 그렇듯이 여유가 없으니 전화조차 통화가 되지 않았다.

‘중국 로케가 아직 안 끝났나?’

그녀는 영화촬영으로 바쁘다.

괜한 민폐 같아서 돌아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였다.

“오 박사님.”

명랑한 목소리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광고 화보 찍느라 못 받았어요.”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돌아오셨나요?”

“덕분에 잘 찍고 왔어요.”

“기분은요?”

“최고죠. 오 박사님 상괘까지 나오고 보니 촬영이 너무너무 신나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별일 아닙니다. 그냥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말씀하세요.”

“혹시 토마토 좋아하세요?”

“음…… 솔직히 말하면 말로만 좋아해요. 향 때문에…….”

“혹시 주변에 토마토 다이어트로 성공하신 분 없을까요?”

“그런 말 들은 적은 없는데 알아봐 드려요?”

“그럼 좋죠.”

“토마토가 문제인가요?”

“그게…… 우리 용포읍이 경기도 토마토 주산지잖습니까? 그런데 올해 모든 농산물이 그렇지만 소비침체에다 대량 판로까지 막혀서 갈아엎어 버리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판매 방법 좀 알아보느라고요.”

“어머, 그럼 착한 소비하시면 되잖아요? 코로나 때 어떤 지자체는 그걸로 대박 치는 모양이던데?”

“알고 보니 그게 부작용이 많았답니다. 품질관리가 안 되고 상한 것들이 같이 배송되는 바람에 오히려 안 좋은 여론이 형성되어 후발 주자들에게는 안 먹히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어요. 우리 시장님하고 여직원이 나서서 동영상 홍보물 찍었는데 입질도 없다는군요.”

“어머, 그건 오 박사님이 픽업하셨어야죠? 판매 잘 될 관상으로 골라서.”

“……?”

유빈의 제안이 경도 뇌리를 뚫고 갔다. 이건 일리가 있었다.

“필요하시면 제가 카메오 출연도 지원해 드릴 수 있는데…….”

“어? 정말요?”

“그럼요? 오 박사님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제가 안 되면 다른 애들로 붙여줄 수도 있고요. 출연료는 당연히 받지 않습니다.”

“듣고 보니 힘이 되는군요. 일단 토마토 다이어트 지인 수배부터 좀 부탁합니다.”

통화를 마치고 나자 이장단이 몰려 나왔다.

회의가 끝난 모양이었다.

읍장과 육 과장도 따라 나왔다.

표정을 보니 별다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분위기다. 하긴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맞대보지만 나올 게 없었다.

“오 주임.”

이장단들이 멀어지자 육 과장이 경도를 불렀다.

“예, 과장님.”

“토마토하고 튤립 말이야. 이런 건 관상으로 좀 안 될까? 관상 좋은 토마토를 골라낸다든지…… 그런 거 말이야 먹으면 재복이 붙습니다. 부귀가 붙습니다.”

육 과장 입에서 한숨이 따라 나온다.

출하 시기는 코앞이다. 조금 빠른 것들은 이미 따기 시작하고 있다.

토마토 판매가 읍 센터의 존재 이유는 아니지만, 읍민의 시름 앞에 관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튜브를 우리가 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경도가 조심스러운 제안을 냈다.

“시장님이 이미 찍었지 않나? 시청 홈피하고 경기도 농산물 쇼핑몰에도 올라가 있는데 별 반응이 없다고 들었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너무 현장감이 없어 보여서요. 그냥 다른 지자체 것 흉내 낸 것밖에는…….”

“대안이 있나?”

“우리 읍의 문제니까 읍장님하고 직원들, 그리고 아, 명혜 어떨까요?”

“그 기저귀 천사?”

“명혜가 귀엽기도 하지만 그 아이 사연까지 곁들여지면 스토리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유빈이라고 우리 관내에 사는 연예인이 찬조 출연 가능하다고 합니다.”

“읍장님.”

고무된 육 과장의 시선이 읍장에게 넘어갔다.

“그렇다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좀 빼주시게. 이 썩은 얼굴 나가면 영상 망칠 게 뻔해.”

“그러시면 대표성이 떨어집니다.”

경도가 고개를 저었다.

“뭐든 한번 해보세. 어물쩍 시간이 흐르면 다 갈아엎어야 할 판이야.”

육 과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읍장>

<은빛>

<엄 팀장>

<명혜>

<유빈>

출연자는 다섯으로 정했다.

은빛은 경도가 관상으로 발탁했다.

고리타분한 읍장에 비해 은빛은 화면빨을 기가 막히게 받는 관상이었다.

한때는 연예인도 꿈꿨던 그녀였다.

연예인으로 성공할 관상도 몇 가지 갖췄다.

중앙 무대의 연예인들에게는 빠지지만, 중소도시의 지자체 동영상 수준에서는 밀리지 않는 마스크였다.

게다가 끼까지 겸비했으니 일반인의 동영상에서는 충분히 튈 수 있었다.

“이러다가 연예계에서 콜업 들어오면 곤란한데…….”

경도가 ‘히트칠 관상’이라는 옵션을 넣자 은빛의 수락이 나왔다.

명혜의 부모님 역시 흔쾌히 수락을 했다. 유빈까지 시간을 맞춰주니 동영상 제작은 바로 진행이 되었다.

엄 팀장에 은빛이 멤버가 되다 보니 동영상은 자연스레 맞복팀의 일이 되었다.

다만, 행정팀에서 전폭 지원을 맡아주었다. 읍장의 특명이었다.

“이유빈이다.”

퇴근 직전에 유빈이 달려왔다.

센터에 있던 민원인들이 그녀를 먼저 알아보았다. 그녀가 들어서니 민원실이 환해졌다. 영화 로케 이후의 그녀는 이제 거의 여신 반열이었다.

“주스입니다. 더 필요한 거 없습니까?”

태술은 서빙도 최상급이었다.

인기 연예인을 지척에서는 보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이어 명혜가 아빠의 포터를 타고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명혜의 배꼽 인사는 오늘도 명품이었다.

읍장에 이장단 김재웅 회장까지 모인 가운데 회의가 열렸다.

콘셉트가 나왔다.

<가장 어리숙하게, 가장 촌스럽게, 가장 현장감 있게.>

유빈의 제안이었다. 홈쇼핑 모드를 집어넣되 얽매이지 말자는 거였다.

방송사고처럼 명혜가 뛰어들고 엄 팀장이 막춤을 추고, 은빛과 읍장은 진짜 방송사고를 내고……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무난빵에서 막빵으로 가는 게 포인트였다.

“으억, 막춤?”

설명을 들은 엄 팀장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엄 팀장 두 다리에 우리 용포읍 토마토 농가 생계가 걸렸습니다.”

김재웅이 힘을 실어주었다.

“막춤 어렵지 않아요.”

의자에서 뛰어내린 명혜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앙증맞으니 웃음바다가 되었다.

“야, 너는 어리니까 그렇지. 나는 다리도 안 돌고 허리도 안 돌고…….”

엄 팀장이 빼고 또 빼니 명혜의 앙증 작살 막춤이 그 옆으로 다가왔다.

“팀장님, 팀장님!”

경도와 은빛이 나서 분위기를 띄운다. 읍장에 이장까지 박수를 치니, 엄 팀장이 망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에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엄 팀장의 막춤 신공이 개봉되었다. 진짜 못 봐줄 몸치다.

“아하하핫!”

보는 사람들이 배를 잡고 넘어갔다. 통나무도 이런 통나무가 없었다.

“에이, 나 안 해.”

엄 팀장이 불뚝 심통을 부렸다.

“아니에요. 지금 기가 막히세요. 완전 시선 집중이잖아요?”

유빈이 칭찬하니 포기할 수도 없다. 엄 팀장은 다시 한번 망가졌다.

“선생님, 명혜 수영복 선물 받았어요.”

임시 춤판이 끝나자 명혜가 핸드폰 사진을 내밀었다.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우와, 멋지네?”

경도가 감탄을 터뜨렸다.

“누가 사줬어?”

“엄마가요. 날씨 더워지면 수영 가르쳐 주실 거죠?”

“그럼.”

“고맙습니다.”

명혜의 뽀뽀가 재작렬했다.

“뽀뽀까지 받았으니 나도 선물 줘야겠네.”

책상으로 걸어간 경도가 작은 포장을 꺼내왔다.

“짠.”

그걸 명혜에게 안겨주었다.

“뭐예요?”

“뜯어봐.”

경도가 말하자 명혜의 고사리손이 수고를 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은빛이 도와주려 하니 당차게 거절을 한다.

“명혜가 할 수 있어요.”

“…….”

은빛은 두말도 못 하고 물러섰다.

“와아, 수영복이다.”

명혜 입이 함박꽃처럼 벌어졌다.

노랑과 빨강이 어우러진 배색이었다.

“엄마, 나 이거 입고 수영 배울래.”

명혜가 엄마에게 달라붙었다.

“그럼 엄마가 사준 건?”

명혜 어머니가 짐짓 물었다.

“그건 나중에. 선생님께 더 예쁘잖아?”

“그럼 엄마가 섭섭한데?”

“그럼 엄마는 선생님이 섭섭하면 좋아?”

“……!”

명혜의 반격에 어머니 입도 셧다운이다.

“아오, 이 귀염둥이…… 오 박사님, 이번 동영상 제가 볼 때 초대박이에요. 이 귀요미에 팀장님의 불협화음 막춤, 게다가 저 여직원분의 돋보이는 자태에 통나무처럼 딱딱한 읍장님의 공무원 모드. 여기에 제가 끼어들면 이런 부조화가 어디 있겠어요? 이거 보고 넘어가지 않는 사람 없을 거예요.”

명혜를 껴안은 유빈이 긍정의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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