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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활약 중입니다만-2> (95/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095화

26. 맹활약 중입니다만-2

경도는 민원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남경일과 안상욱에 대한 관상 자료는 유년운기부위와 일할, 연할의 디테일까지 넘긴 후였다.

드러나지 말라는 건 조기룡의 제의였다. 경도가 관여하고 있다는 걸 절대 보안으로 지켜주는 것이다.

그사이에 경도의 관상안은 양광호를 벗기고 있었다. 간문 때문이었다.

아직 미혼인 이 남자는 정력이 고갈되어 있었다.

입가의 주름이 아래로 쳐진 게 증거였다.

간문도 칙칙하게 어두웠으니 어젯밤에도 정자를 배출한 모양이었다.

간문의 찰색으로 보니 거의 매일이다. 그러나 상대방 여자가 공허하니 몽정 아니면 자위 쪽이다.

서른을 갓 넘은 남자가 밤마다 몽정을 할 리 없다.

만약 한다면 중병이다. 그러나 질액궁에는 큰 질환의 징후가 없었다.

이마 모서리의 역마와 변지도 그렇고 인당 역시 질병의 예지가 없는 것이다.

몽정을 빼면 하나가 남는다. 자위다.

젊은 남자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거의 날마다라면 이 또한 병적이다.

이 정도 심취(?)하려면 보조 기구가 필요했다. 소위 야동이 아니면 새로 나온 섹스돌이라든지……

양광호는 그렇게 호색한이었다.

광대와 턱이 튼실하고 인중 또한 길면서 속으로 깊으니 정력가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인중이 조금 넓고 깊었다.

‘아뿔싸.’

경도가 무릎을 친다.

이렇게 되면 성적인 부분에 있어 도덕성이 실종된다.

눈까지 체크하니 긴장이 더 높아졌다. 눈의 끝부분 아미에 붉은 핏발이 섰다가 지고 있다.

한두 번 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 횟수가 잦았다.

이것은 곧 성적인 호기심이 광적이라는 뜻이었다.

성적 도덕성 결여에 광적인 성적 호기심?

“……?”

경도의 관상안은 마침내 양광호의 일할과 월할까지도 겨누게 되었다.

n번방 범인이 체포되기 전의 달들을 짚었다.

‘윽.’

전진하던 시선이 양광호의 얼굴에서 멈춰 버렸다.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다시 확인한 눈동자에서 그 혼란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자세히 뚫어보니 눈동자가 누런색이었다. 노란 셔츠 때문에 간과한 사색이었다.

선악의 징표라는 뺨의 음즐궁에서도 보이지 않던 악독함. 얼굴이 아니라 그의 눈 속에 있었다.

그때 마지웅의 문자가 들어왔다.

[자백 나왔다.]

일단 감사실로 갔다.

“아, 오 주임.”

조사실 안에서 조기룡이 경도를 맞이했다.

옆에는 마지웅이 착석해 있었다.

“그 두 놈이 다 개인정보 누출 경력이 있었네. 안상욱은 일자리경제과에 있으면서 일자리 신청하러 온 사람들의 정보를 관내 사설 일수업자들에게 넘겨서 용돈을 받았고, 남경일 이놈은 지능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해 온 모양이야. 제 말로는 n번방은 한 번만 협조했고 주로 민원제 기자들 신상 정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출했다는데 이놈이 맞는 것 같아. 검찰에 자수 의사 밝히게 하고 그리로 넘길 생각이네.”

조기룡이 조사서류를 짚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경도가 답했다.

“응? 무슨 뜻인가?”

“n번 방은 한 번이라는 말입니다.”

“그거야 그놈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죄송합니다. 범인은 따로 있는 거 같습니다.”

“오 주임?”

“민원실의 양광호 주임, 그분의 조사를 요청합니다.”

“민원실 양광호?”

“예.”

“야, 오경도. 양광호 주임은 이번에도 성과상여금 전부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서 시장님 칭찬을 받은 사람이야.”

마지웅이 끼어들었다.

“미안, 감사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특정하는 바람에 나도 간과를 했어. 방금 전에 확인했는데 그 사람이 더 근접해.”

경도가 메모지를 내놓았다. 마지웅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범인이 나온 마당이기 때문이었다.

“마 주임, 뭐 하나?”

조기룡이 불호령을 내렸다.

“실장님.”

“오 주임이 내놓은 관상이야. 앞선 두 사회복무요원도 적중 아니었나? 뭘 망설이는 거야?”

“하지만, 양 주임은 평판으로 봐도 착실한…….”

“원래 제대로 된 지능범들은 양의 탈을 쓰는 놈들이 많아.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당장 데려다 조사해.”

조기룡의 명령은 추상같았다.

“관상…….”

이 국장이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경도는 그 방에 불려와 있었다.

양광호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도를 이 국장이 호출한 것이다.

“자네가 보기엔 틀림없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왜 죄송한가?”

“저도 가끔은 제 관상이 틀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친딸을 성폭행한 박쌍태가 그랬고 오늘도 그렇습니다.”

“나도 뜻밖이었네. 양광호 주임은 사람 됨됨이가 좋아서 나도 눈여겨보던 사람이었거든.”

“저도 제가 틀리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오묘하군. 관상이라는 거…….”

이 국장이 소파로 돌아왔다.

“이런 반전이 또 있었나?”

“기막힌 반전은 많고 또 많습니다.”

“조사가 끝나는 동안 좀 들을 수 있을까?”

“우리 한말 인물들의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국장님은 그 어지럽던 시기에 어떤 사람의 관상이 최상이고 최악일 거라고 생각합니까?”

“최상이라면…… 그 어려운 시기에도 승전보를 울려준 김좌진 장군 같은 사람일까? 최악은 아무래도 왕좌에서 밀려난 고종 같은 분일 것 같고…….”

“그 당대 최상의 관상은 이완용이고 최악의 관상은 김구 선생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완용이 최상의 관상이라고?”

이 국장의 미간이 격하게 찡그려졌다.

“관상만 본다면 그는 천재의 상으로 최고의 재복과 관운을 누릴 상입니다. 재물은 조선의 1대, 2대 부호로 꼽힐 정도였고 관직은 내각총리대신까지 역임을 했지요. 영어도 능통하고 서예는 독립문의 현판을 쓸 정도였으니 재능도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매국노로 엄청난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자택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맞았습니다. 매국노였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에서 최고의 운을 누린 사람이었죠.”

“그렇단 말인가? 그런데 김구 선생은 왜 악상인가?”

“김구 선생의 악상은 관상가가 아니더라도 그분 스스로 내린 판단입니다. 실제로 김구 선생은 관상을 배웠습니다. 어느 날, 스스로 상을 보니 귀격이나 부격이 없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기록으로 남겼죠. 천격, 빈격, 흉격의 상이라고 말이죠.”

“허어.”

“돌아보면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어린 시절이 곤궁했고 젊어서는 독립운동으로 투옥되는가 하면 노년에는 암살로 주검을 맞았으니 그 삶의 궤적은 위대하지만 걸어간 길 자체는 고난과 고초의 나날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반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굉장한 충격이군. 이완용이 관상학적으로 우월했다는 건…….”

“죄송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조기룡 실장이었다.

“어떻게 되었나?”

이 국장이 물었다.

“자술서 받았습니다. 오 주임 말대로입니다.”

“…….”

이 국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바로 조기룡의 조사서를 확인했다.

자백은 경도가 준 관상 메모와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버티더니 오 주임의 날짜별 재물취득 메모를 내밀자 기가 죽더군요. 마 주임이 그의 차를 수색해 정력제 4개월 분량과 미성년자 성애, 가학적 영상을 담은 성착취물 USB를 찾아내자 자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그 친구가 찍은 것으로 의심되는 몰카 영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직접 찍기도 했다는 건가? 어디서?”

“동영상이 워낙 많다 보니 대답을 안 합니다. 그 문제는 수사기관에 가야 조사가 될 거 같습니다.”

“계속하시게.”

“개인정보 열람은 치밀하게도 자기 아이디가 아니라 공익 공통 아이디를 썼답니다. 그쪽 주범에게 협조하는 대가로 월 600만 원씩을 받고 미공개 성착취물을 따로 제공받는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일부 영상은 저와 마 주임이 확인을 했습니다.”

“그렇게 썩은 인간이 여기저기 기부를 했단 말인가?”

“추궁을 했더니 그렇게 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그랬답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보험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생각도 그렇네. 당장은 저 혼자 편해지려는 마음의 보험이고 종국에는 이런 날이 왔을 때 법정에서 정상참작의 방법으로 내밀려는 것이었겠지. 동기는 뭐야?”

“이 친구가 사업하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나 봅니다. 그러다가 중독급의 야동 탐닉에 빠졌는데 그게 결국 이 친구를 죄의식 없는 두 얼굴의 괴물로 만든 것 같습니다.”

“허어.”

“국장님.”

침묵하던 경도가 운을 떼고 나섰다.

“실은 그 부친이 저희 0K 후원회에도 적지 않은 복채를 내려고 왔었습니다.”

“양광호의 부친이?”

“제가 관상을 보고 불순한 의도가 엿보여서 거절을 했는데 그것도 연관인 모양이군요.”

“잠깐만.”

조 실장이 잠시 경도의 대화를 막았다. 그가 마지웅에게 추가 지시를 내렸다. 그 답이 돌아왔다.

“허어, 이 인간, 용포읍 부녀회장과 친분이 있어 우리 오 주임의 관상 소문을 알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부친을 내세워 후원회 기부를 했다는군요. 어차피 같은 행정직이다 보니 언젠가 함께 일할 수도 있고…… 나중에라도 자기 일을 알아차리면 후원금 낸 것을 빌미 삼아 무마하려고 말이죠.”

“오싹하군.”

이 국장이 몸서리를 쳤다.

“맞습니다. 오 주임까지 염두에 두다니…….”

“내 말은 우리 오 주임 말일세. 그것조차 간파하고 거절을 했어. 그렇지 않았으면 자칫 코가 꿰일 뻔하지 않았나?”

“그, 그렇군요.”

이 국장의 말이 있고서야 조 실장도 이마가 서늘해졌다. 듣고 보니 과연 그랬다.

“그리고 천만다행이야. 이런 놈을 못 잡고 민원실 실무 주무관으로 박아두었다면…… 시민 모두의 정보를 성도착 변태에게 맡긴 꼴 아닌가?”

이 국장이 고개를 저었다.

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자수하겠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조 실장이 국장의 의향을 물었다.

“조 실장님.”

거기서 경도가 운을 떼고 나왔다.

“말하게.”

“죄송하지만 가능하면 자수는 저희 용포읍 관내 지구대의 계치훈 경위를 통했으면 합니다.”

“관내 지구대?”

“제가 신세를 많이 지는 경찰입니다. 향후의 다른 업무 협력을 위해서도…….”

“국장님.”

조기룡이 이 국장의 의향을 물었다.

“자수야 어디에 한들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오 주임 덕분에 얻은 성과인데 오 주임 말대로 하시게.”

“알겠습니다.”

조기룡은 이 국장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예를 갖춘 경도가 복도로 나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수신자는 물론 계치훈 경위였다.

계 경위는 10분도 되지 않아 출동을 했다. 분위기을 고려해 마지웅과 조기룡이 후문에서 인계를 했다. 나머지 두 사회복지요원도 함께 넘어갔다.

-……!

숨이 넘어갈 뻔한 사람은 조경철 지국장이었다.

-양태민이 n번방의 숨은 공범 양광호의 부친이었다고?

전화 속임에도 불구하고 눈알 뒤룩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도 충격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원스톱민원실 주임?

“예.”

-허어, 말도 안 되는…….

“…….”

-그러니까 양태민이 양광호 주임의 아버지였고 만약을 위한 보험용으로 후원금을 내려던 거였다?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돈을 받았더라면 우리 후원회도 구설수에 올랐을 일이었군?

“…….”

-이거 내가 괜한 고집 부려서 오 주임에게 대죄를 지을 뻔했어.

“대죄라뇨? 너무 나갔습니다.”

-아니야. 나는 솔직히 주는 복채를 왜 거절하나 싶었으니까.

“좋은 경험하신 겁니다.”

-지금 용포 경찰서로 갔다고?

“방금 출발했으니 바로 가시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알았네. 일단 취재부터 한 후에 보자고. 우리 관내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다른 기자들에게 선수를 뺏길 수는 없지.

조경철이 전화를 끊었다.

읍 센터로 출발하려는데 마지웅이 뛰어왔다.

“야야, 오경도.”

그의 숨은 턱까지 차 있었다.

“왜?”

“방금 양광호 주임하고 사회복무요원 둘 경찰에 넘겼다.”

“봤어.”

“이거 진짜 실화냐?”

“뭐가?”

“네 관상 말이야. 나 네가 적어준 메모지하고 그 세 사람 행적하고 맞아떨어질 때마다 심장 멎는 줄 알았다.”

“감사실 새 인재가 왜 이러실까?”

“진짜라니까. 봐봐, 내 심장 덜렁덜렁거리잖아?”

“마지웅.”

“후아, 아까 맛보기 관상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대체 뭐야? CCTV나 몰카로 지켜본 듯 정교한 저격 관상이라니…….”

“그게 뭐 대수냐? 그거 증명한 네가 대단한 거지.”

“아니, 나 갑자기 네가 졸라 무서워졌다.”

“뭐라니?”

“이게 인간이야, 귀신이야? 너 이 십자가 안 무섭냐?”

마지웅이 손가락으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며 익살을 떨었다.

“죽을래?”

“알았다, 알았어. 아무튼, 오경도의 새 발견이다. 너 이런 재주 있다는 거 왜 진작 말 안 했냐?”

“너희 할아버지를 예로 말해줬었는데 네가 쌩깐 거야.”

“앗, 그렇지. 그러고 보니 우리 할아버지 네가 예언한 대로 두 달쯤 후에 건강해지셨어.”

“쳇, 알고 보니 Y대 입학 아빠 찬스 아니면 엄마 찬스?”

“억지로 붙이면 할아버지 찬스겠지. 아무튼, 진짜 고맙다. 이거 나 혼자였으면 해결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럼 앞으로 우리 용포읍 좀 잘 봐줘라.”

“아무래도 코 제대로 꿴 거 같다. 조 실장님이 이번 건으로 나 표창 상신해 주신다고 했거든.”

“상 나오면 한턱내고.”

“걱정하지 마라. 기어갈 정도로 쏴줄 테니까.”

마지웅이 손을 흔들었다. 경도의 차는 여유롭게 시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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