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파격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어요-3> (77/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077화

21. 파격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어요-3

연봉 1억에 이사 대우.

파격 제의가 들어왔다.

경도는 현재 8급 공무원이다.

3군단 행정병의 군대 호봉까지 쳐봤자 연봉 3천도 되지 않는다.

사무관이나 서기관이 되어도 연봉은 1억에 못 미친다.

억 소리 나는 연봉회사가 많다지만 기막힌 제안이었다.

더구나 탁홍걸은 사업가로도 전도유망한 관상이다.

경도의 연봉이 2억, 3억으로 뛸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꿈의 연봉 1억…….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족한 걸 좀 메워주십시오.”

탁홍걸은 간절했다. 눈빛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경도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이 천기는 오직 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할 때만 허용된다.

싸목 할아버지의 다짐이었으니 연봉 10억을 준다고 해도 미련을 갖지 않았다.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 와서 돕겠습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연봉은 더 고려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공무원이 천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예?”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다른 곳에 뜻이 있었다면 진작 그곳으로 옮겨갔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저기 유빈 씨도요.”

“아…….”

탁홍걸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100% 공감이었다.

“제가 실례를 했군요.”

탁홍걸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저를 그만큼 생각해 준다는 뜻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주십시오. 제 마음속에 사외이사로 모셔둘 테니 각별하게 좀 도와주십시오.”

“그건 문제없습니다.”

“아무래도 유진 누님이 제겐 복덩이입니다. 혼자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오 박사님까지 연결을 해주었으니…….”

“유선이라는 친구, 어떻습니까?”

경도가 화제를 돌렸다.

“그건 무슨 뜻이신지?”

“세 사람을 정하면 나머지는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미리 설명을 했으니 받아들일 겁니다. 저 친구들이 처음에는 30명으로 서바이벌을 시작했거든요.”

“30명이나요?”

“걸그룹은 차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제가 각종 방송 경연과 서바이벌 대회 탈락자들 중에서 선별하고 선별한 건데 저들도 이 세계의 법칙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표님이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박사님을 모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유선이 킵이었습니다. 걔는 놔두고 나머지 둘을 뽑았겠죠.”

“그럼 나중에 다시 쓰십시오.”

“문제가 있다면서요?”

“냉정한 태도와 쉽게 질리는 것…… 팀 생활에는 단점이겠죠. 하지만 유선의 금형 관상은 토형 관상을 만나면 상승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다른 팀을 만들 때 써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군요?”

“제가 보기에 현재 대장이 건강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 치료를 이유로 내세우면 실망이 덜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하…….”

탁홍걸이 무릎을 쳤다.

탈락이 이 세계의 법칙이라지만 통보하기 편하지 않은 건 인정의 법칙이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경도였다.

“레디.”

잠시 후에 다시 공연 사인이 떨어졌다.

정규 멤버를 발표한 후의 첫 공연이었다.

오랜 시간 가슴을 졸여온 채서와 다연, 곽수잉은 비로소 자기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아까보다도 보기가 좋았으니 폭발력에 더해 흡입력까지도 제대로였다.

“좋아, 좋아.”

탁홍걸은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쳤다.

몹시 흡족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드세요.”

점심 식사는 탁홍걸이 쏘았다. 경도와 유빈은 프로방스요리점으로 인도되었다.

요리는 ‘보브 엉 도브’라는 게 나왔다.

소고기 스튜라는데 경도가 보기에는 불갈비찜으로 보였다.

“우리 탁 대표, 나한테는 파스타나 쏘면서…….”

유빈이 괜한 질투로 분위기를 띄웠다.

“누님이 파스타 좋아하잖아요? 심야에 방송 끝나면 이태원 파스타 가자고 졸라서 고달팠던 게 누군데…….”

“이런 요리 몰랐으니까 그렇지?”

“그럼 다음에는 파스타 먹으러 가요. 어떠세요? 오 박사님.”

“나야 황송하죠.”

“어머, 황송하다뇨? 박사님은 그보다 더한 걸 사달라고 해도 돼요. 그렇지, 탁 대표?”

“그럼요. 우리 탁 기획 창업 공신이신데요.”

“과찬입니다.”

“진심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모실 거고요.”

“그런데 아까 복채는 너무 많이 넣은 것 아닙니까?”

“절대 아니죠. 박사님이 친히 골라주셨으니 그 멤버들로 BTX 넘을 겁니다. 그런데도 많습니까?”

“…….”

탁홍걸은 거침이 없다. 그러나 허풍이 아니다. BTX는 몰라도 빅스타는 만들어낼 것 같았다.

“박사님, 저는 어때요? 저 이번 영화 대박 나겠어요?”

유빈이 참았던 질문을 토했다.

“언제 개봉이죠?”

“다음 달에 촬영 들어가면…… 내년?”

“내년 3월입니다. 제가 스케줄 확인했거든요.”

탁홍걸이 디테일을 내놓았다.

“유빈 씨 일진 월진만으로 보면 5월이 좋네요. 3월 개봉이면 중박이고 5월 개봉이면 대박입니다.”

“어, 정말입니까?”

탁홍걸이 청각을 곤두세웠다.

“월진에서 3월은 눈덩이 부위고 5월은 이마의 중앙인데 그쪽이 더 밝습니다. 가능하다면 5월 개봉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아까 걔들은요? 9월에 데뷔예정인데?”

“채서의 상으로 보아 거기도 한 달을 늦추면 더 좋습니다. 10월 초가 길합니다.”

“…….”

“이건 조금 회의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추가 상괘를 드리죠. 대표님 작년 운세를 월별로 체크해 보세요. 1월부터 12월까지 별 표시로 말입니다. 5점 만점으로 하시고 제게 보여주지는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탁홍걸이 메모지를 쓰기 시작했다.

“끝났습니다.”

그가 메모지를 엎어놓았다.

“경제적으로 가장 좋았던 달은 2월과 3월입니다. 4월부터 조금 내리막으로 가다가 7월에 바닥을 찍고 터닝했습니다.”

“내가 확인해도 돼?”

메모지를 확보한 유빈이 탁홍걸에게 물었다.

“그러세요.”

“우왓!”

메모를 뒤집은 유빈이 소스라쳤다.

별 다섯으로 표기된 지난해 운은 3월이 최고고 7월이 최악이었다.

“이햐.”

탁홍걸은 자기가 쓴 메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관상이든 사주팔자든 대개 그런 말 많이 하잖습니까? 지나간 일 맞추고, 성공한 사람 얼굴에 관상 가져다 붙이는 거 누구는 못하냐?”

“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시범을 보인 겁니다. 공덕으로 베풀어준 복채에 대한 보너스로 생각하시고 판단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와아…….”

유빈의 눈은 메모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경도의 관상 실력이야 그녀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적중될 때마다 살이 떨렸다.

“이제 식사해도 될까요?”

경도가 화제를 돌렸다.

“그, 그럼요. 드십시오.”

탁홍걸이 요리를 권했다.

그러면서도 그 자신은 경도의 상괘에 대한 메모를 잊지 않았다.

돈이 많지만 스스로 로드 매니저로 뛰어들어 연예계를 탐색한 사람.

잠시간도 쉬지 않고 오감으로 열중하는 사람.

그걸 보는 경도 마음은 점점 따뜻하게 변해갔다.

이런 사람이라면 경도가 본 관상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빈에게도 시너지가 될 일이었다.

좋은 분위기다 보니 이름도 생소한 요리조차 꿀맛이었다.

“오 박사님, 오늘 수고 많으셨고요 다음에는 저도 시간 좀 내주세요.”

유빈이 경도 집 앞에서 소리쳤다.

오는 길까지 운전으로 수고한 그녀였다.

“말만 하세요. 촬영 잘하시고요.”

“네에.”

그녀는 곧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이번 작품은 중국 현지 로케가 많다고 했다.

집으로 들어와 테이블 앞에 앉았다.

싸목도감은 오늘도 인생 보물처럼 보였다.

옆을 보니 두나가 주고 간 돋보기가 보였다.

‘두나 씨도 잘 돼야 할 텐데…….’

탁홍걸이 준 봉투에는 얼마가 들었을까? 확인은 해야겠기에 봉투를 열었다.

‘엇?’

경도가 미간을 찡그렸다.

봉투 안에 또 다른 봉투가 있었다.

거기에 ‘OK 후원금’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봉투 사이에서 메모가 떨어졌다.

<박사님 성품을 보니 후원금으로 접수할 것 같아서 아예 하나 더 넣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와 유빈 누님의 미래를 빌어주시는 의미로 복채 봉투는 오 박사님을 위해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경도 가슴에 짜릿한 감동이 스쳐 갔다.

탁홍걸의 배려는 경도의 신들린 관상 이상이었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봉투 안에 든 돈은 각각 1천만 원이었다.

[고맙습니다. 탁 대표님]

문자를 보냈다.

[약소합니다. 허락도 없이 두 개로 넣은 점 양해 바랍니다.]

양해 문자까지 왔다.

천만 원을 들고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그길로 나가 무통장 입금으로 어머니 통장에 꽂아버렸다.

곤궁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에게는 여유 자금이 없었다.

작년에도 이웃 할머니가 우체국 적금으로 받은 500만 원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용돈은 매월 보내드리지만 목돈은 한 번도 주지 못한 경도.

지난 30만 원에 이어 눈 딱 감고 입금을 해버렸다.

“엄마.”

전화를 걸자 어머니가 반색을 했다.

-뭐야? 천만 원?

바로 기절 직전까지 도달한다.

“효도 좀 하고 싶어서…… 많지 않지만 잘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써. 동네 할머니들한테 기죽지 말고.”

-아이고, 야야…… 백만 원도 아니고 천만 원씩이나…… 말단 공무원이 무슨 돈이 있다고…….

“어허, 말단 아니고 8급이거든.”

-…….

어머니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목이 메인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심하고.”

-알았어. 우리 아들이 최고네. 아유…….

그쯤에서 통화를 끝냈다. 더 잡고 있으면 어머니가 울지도 몰랐다.

우리 엄마, 알고 보니 약하다. 돈 천만 원에 감동이라니?

집으로 가는 길이 괜히 행복했다.

“……!”

화요일 오전, 행정망을 확인하던 민지의 시선이 화면에서 멈췄다.

그녀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이내 감춰버린다.

“언니, 떴어?”

옆에 있던 은빛이 물었다.

“응? 뭐? 뭐?”

“성과상여금 등급?”

“응? 응…….”

“뭐야?”

“아유, 그냥 그래.”

대답하기 곤란한 건지 민지가 일어섰다.

눈치를 챈 현 주임이 행정망에 접속한다.

“아오, 씨…….”

화면 보기 무섭게 실망이 쏟아진다. 이번에는 은빛이 뒤를 따른다.

“에이, 이번에는 꽝이네?”

은빛이 쓴 물을 넘긴다.

세 사람의 표정이 다 다르다. 그러나 이 표정을 믿으면 안 된다.

성과상여금 등급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기에 S등급을 받고도 실망하는 척 감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B를 받아도 내색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성과상여금은 뜨거운 감자다.

SABC등급으로 나누지만 0%의 상여금을 받는 C등급의 비애 때문에 노조를 통해 C등급을 없애버린 자치단체도 많았다.

경도도 화면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성과상여금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A 한 번 못 받아봤으니 당연했다. 동기들을 만나 등급을 들을 때마다 속만 아렸다.

그렇기에 오늘도 무심하게 행정망 메일을 열었다. 그런데…….

‘……?’

화면 안에서 낯선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오경도

지방행정서기

0000년도 실적등급

그리고…… 그다음에 찍힌 알파벳 하나…….

[S]

“……?”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한다. B도 아니고 A도 아니다.

K시에서는 상위 5%만 받는다는 그 S가 경도 메일 안에 별처럼 뜬 것이다.

-오타인가?

황당해할 때 육 과장의 전화가 들어왔다.

“앉아.”

2층 회의실에서 육 과장이 말했다.

“간부회의 다녀왔는데 시장님 부시장님이 오 주임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제 얘기요?”

“수어 통역자하고 효자 손자 말이야. 자네가 들을 칭찬을 나하고 읍장님이 다 듣고 와 버렸네.”

“과장님도…….”

경도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승진 선물 받은 거 감사실에 자술서 보냈나?”

“아, 예…….”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소란이 일다 보니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그거 불문 경고로 처리되었다고 들었네. 그렇게 알고 넘어가게.”

“예.”

“성과상여금은 확인했나?”

“예…….”

“처음 받는 S였지?”

“예…….”

“그거 내가 그냥 챙겨준 게 아니라 용포읍 주민들이 챙겨준 거네. 오해할까 봐 부른 거야.”

“과장님…….”

“과 서무가 그러더군. 자네 S는 다음번에 주는 게 어떻겠냐고? 다른 팀에 S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이 밀렸다는 거야.”

“…….”

“내가 말했네. 부녀회장들 열혈지지 못 봤냐고? 자네 등급은 S 하나로는 모자라는 SSS급 실적이라고.”

“…….”

“지금처럼만 하면 자네가 내 밑에 있는 한 계속 S를 줄 걸세. 지난번 식사 때도 말했지만 돌려먹기는 없네. 못하면 못하는 대로 C나 B를 받고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계속 S나 A를 줄 거야.”

“과장님…….”

“고마워할 것도 감동할 것도 없네.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 혹 시기가 있더라도 지금처럼 밀고 나가게.”

“감사합니다.”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 그 걸음을 육 과장의 덧붙임 말이 세워놓았다.

“아, 국장님이 이런 말씀하시더군. 곧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좋은 소식?

성과상여금 S등급 말고 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