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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고민 해결해 드려요?-2> (68/245)

관상만렙 공무원님 068화

18. 당신, 고민 해결해 드려요?-2

“우리 종업원 문제라고요?”

장미순이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 눈 아래와 부하궁을 뜻하는 턱에 사색이 깃들었지 않습니까?”

“내 얼굴에 사색이요?”

장미순이 손거울을 꺼낸다. 얼굴을 비춰보지만 그녀가 알 리 없다.

“나 얼굴 이상해?”

뒷자리의 회장들에게 묻는다. 그녀들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 얘들 중에 누가 돈을 빼돌리기라도?”

“그렇습니다.”

“어머.”

경도가 답하자 장미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떨어졌다.

“그럴 리가 없어요. 얘들은 다 소개로 온 애들인데…… 하나는 딸 친구고, 또 하나는 동생 소개, 마지막은 내 동창 소개…….”

“그럼 그만 볼까요?”

“아, 아니에요. 그럼 누구라는 건가요?”

“우리 안 회장님이 한번 찾아보시겠습니까?”

경도가 안선주의 도움을 청했다.

“어디 보자. 나도 왕년에는 사람 얼굴 좀 본다는 소리 들었으니…….”

안선주가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세 명의 얼굴을 키웠다 줄였다 하면서 체크한다. 진지함 하나는 경도 뺨칠 정도였다.

“내가 보기엔 얘네. 눈이 기분 나쁘게 생겼잖아?”

안선주의 선택은 삼각눈의 여종업원이었다.

“어때요?”

경도에게 확인이 들어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아니에요?”

“삼각눈이니 잔꾀를 많이 부리는 건 맞습니다. 정확히 맞췄습니다. 하지만 꽉 다문 입술이 두툼하니 정다운 사람입니다. 주인에게 해를 주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얘는요? 광대뼈가 높은 게 사람 좀 들볶게 생겼는데?”

안선주가 다른 사람을 가리켰다.

“이번에도 반만 맞추셨네요?”

“또 아니에요?”

“그런 관상을 가진 사람이 좀 이기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역시 귀가 두툼하니 보기와는 달리 남을 잘 돕는 성격입니다.”

“그럼 얘밖에 없는데? 하지만 얼굴이 동글고 눈이 좀 작기는 해도 동글한 편이라 인상이 너무 좋잖아요?”

안선주가 마지막 여종업원을 가리켰다.

“하지만 미간에 점이 있잖습니까?”

경도가 디테일을 짚었다.

“점?”

“미간에 점이 찍히면 반항심이 있게 마련입니다.”

“어머, 그건 맞아요. 걔가 보기에는 착해 보이지만 은근 짜증파거든요.”

장미순의 동의가 나왔다.

그때, 부녀회장 한 사람이 경도 차의 키를 요구했다. 자기 차를 빼야 한다는 거였다. 관상을 보던 차라 키를 넘겨주었다.

“살찌고 둥근 얼굴이니 대충 보면 인상이 좋아 보이지만 이런 형은 향락적이고 게으릅니다. 게다가 바깥 라인 없이 둥글기만 한 눈은 태연하게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니 믿기 어렵죠. 그리고 이 턱…….”

화면 속 여종업원의 턱을 확대한 경도가 장미순을 보며 상괘를 이어나갔다.

“이 사람이 책임자죠?”

“어머, 맞아요. 승아가 가끔 까칠하기는 해도 싹싹한 맛이 있어서 매니저 시키고 있어요.”

“턱이 살짝 뒤틀린 느낌이죠?”

“듣고 보니 그렇네요. 가게에서는 화장 때문에 잘 몰랐는데…….”

“이렇게 삐뚤어진 턱은 고마움을 배신으로 갚는 경우가 많죠.”

“……?”

“상을 보니 요즘 생활이 어렵습니다. 이마와 턱에 황사가 낀 듯한 느낌이거든요. 게다가 반년 전쯤에는 질타도 받았군요.”

“……!”

“가게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 아니었습니까?”

“맞아요. 앞 가게가 개업한 게 7개월 정도 되었거든요. 그 직전부터 매출이 내려가길래…….”

“그 직전부터 이 사람이 돈이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겁니다. 재복궁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아는…….”

“가게에 CCTV 없나요?”

“없어요. 앞 도로에 공공 CCTV가 있는 데다 애들이 다 지인들 소개로 왔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어요.”

“그럼 이 사람을 잘 달래서 얘기해 보세요. 아마 회장님을 도와줄 겁니다.”

경도가 두 번째 여종업원을 가리켰다.

“제니는 나하고 데면데면한 편인데?”

“아마도 사표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이마에 윤기가 보이니 주인에게 바른말을 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사표라고요?”

“주인에게 간언하고 떠나는 충신? 뭐 그런 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아유, 일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장미순이 울상을 지었다.

사업은 쉽지 않다. 종업원 다루는 일은 더욱 힘들다.

“장 회장, 우리 관상박사님 상괘 믿고 처리해 봐. 내가 보증할게.”

안선주가 마무리에 나섰다.

해물파전과 모듬전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동동주도 나왔다.

한 모금을 들이켠 장미순이 슬쩍 일어났다.

“장 회장은 어디 간 거야?”

술잔이 두어 번 돌자 안선주가 주변을 살폈다.

“그냥 둬요. 신경 많이 쓰다 보니 대장이 안 좋은 모양이더라고요. 아까도 화장실에서 10분은 있다 나왔어요.”

뒷줄의 부녀회장이 소리쳤다. 바로 그때, 장미순이 돌아왔다.

“아이고, 관상박사님.”

경도 손을 잡고 자지러진다.

“왜 이래?”

안선주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나 말리지 마. 나 지금 우리 가게에 다녀오는 길이거든.”

장미란의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가게? 그새?”

“아니면? 그 가게가 보통 가게야? 크지 않지만, 나한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고.”

“그래서?”

“우리 관상박사님 말이 딱이네, 딱이야. 글쎄 제니를 불러냈더니 얘가 사표부터 내미는 거 있지.”

“……!”

-사표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경도의 상괘였다.

“그래서?”

경도의 말을 기억하는 부녀회장들, 숨도 쉬지 못하고 장미란을 쪼기 시작했다.

“내가 잘 달랬더니 털어놓네요. 승아가 내가 보는 데서만 싹싹하지 저희끼리 있으면 애들을 들볶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판매대금에 손을 대고 있고요.”

“어머.”

“얘기 들어보니 현금 결제된 상품에 대해서 야금야금 빼돌리다가 제니와 마찰을 빚기도 한 모양이더라고요. 그걸 반품처리하고 폐기로 조작하면서 대장이 안 맞길래 얘기했더니 험한 소리 나와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요. 사실 다들 지인 소개라 장부 체크는 좀 소홀했거든요. 나중에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사표를 썼다네요.”

“아이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네?”

“그러게요. 그길로 들어가서 반품대장, 폐기물대장 대조했더니 전부 엉망이에요. 경찰서에 남편 후배가 있어서 데려오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이실직고를 하네요. 관상박사님 말대로 얘가 형편이 어려워졌대요. 남친이 코로나 절정기 때 주식이 폭락하자 저가매수한답시고 부추기는 바람에 같이 뛰어들었다가 몇천 날린 모양이더라고요. 그거 갚느라고…….”

“저런.”

“처음에는 조금씩 손을 대다가 마침 길 건너에 경쟁 가게가 들어서니까 그걸 핑계로 매출감소로 조작하면서 배포가 커졌더라고요. 한 8개월 동안 빼돌린 돈이 5천만 원이나 되지 뭐예요.”

“그래서? 그걸 그냥 뒀어요? 바로 경찰에 처넣지.”

“그럴까 싶었는데 무릎 꿇고 싹싹 비니 어쩌겠어요. 게다가 동창이 소개해 준 앤데 내가 동창에게 신세 진 게 좀 있거든요.”

“자기, 우리 관상박사님에게 사과해.”

듣고 있던 안선주가 목에 힘을 주었다.

“응?”

“솔직히 상괘 별로 안 믿었지?”

“솔직히…… 반반?”

장미순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지금은 어때?”

“에이, 내가 미안해. 우리 오 주임님이 천 거사도 아니고 공무원이라니까 그냥 좀 보나 보다 했지. 석고대죄하는 마음에서 오늘 식사비 쏜다.”

“식사비 가지고 돼? 큰 고민을 해결해 줬는데?”

“그럼 업어드릴까? 그럼 나는 더 좋고.”

“다 필요 없고, 앞으로 우리 오 주임님 업무에 닥치고 충성. 알았어들?”

“예, 왕회장님.”

장미란이 어린아이처럼 대답하자 테이블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오 주임님은 대체 본업이 뭐예요? 관상? 공무원?”

가운데 앉은 부녀회장이 물었다.

“공무원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관상을 잘 봐요? 아예 사표 내고 돗자리 펴시죠? 손님은 우리가 몰아다 드릴게요.”

“그것도 좋지만 공무원으로 할 일이 많아서요.”

“에이, 박봉인 거 다 아는데…….”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아유, 나는 궁금하네.”

이번에는 안선주 옆의 부녀회장이었다. 아까부터 입이 근질거리던 모습이었다.

“자기는 또 뭐가?”

안선주가 물었다.

“내가 말이야 호박신녀하고 천 거사 둘 다 만나봤잖아? 두 사람 다 나름 용한 거 같았는데 우리 공무원 관상대가님을 보니 누가 더 용한지?”

“어허, 보고도 몰라? 우리 오 주임님 관상은 그냥 천기누설이야 천기누설.”

안선주는 무조건 경도 편을 들었다.

점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어지는 천 거사와 호박신녀.

그러고 보니 K시에는 무속인들이 꽤 많았다. 그들의 본거지는 승가리 삼거리다. 거기 모인 점집만 대략 다섯 군데가 넘었다.

“하긴 그러잖아도 천 거사가 오 주임님 궁금해하기는 하던데…….”

안선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경도는 대꾸하지 않았다. 축하받는 자리에서 관상을 안주로 올려놓고 싶지 않았다.

승진환영회는 그렇게 끝났다. 부녀회장단은 왁자지껄한 인사를 남기고 떠나갔다.

“아유, 정신없죠? 우리가 이래요.”

장미순까지 떠나가자 안선주가 말했다.

“다들 재미나고 좋으신 데요 뭐.”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너무 늦어서 시간이 되시려나?”

안선주가 경도 눈치를 살폈다.

“괜찮습니다. 다른 손님이 오신다고 하셨죠?”

“실은 아까 이미 도착했어요.”

“예?”

“저기 테라스 있잖아요? 저 끝에 있는 두 사람이 제가 모신 손님이에요.”

“그럼 두 시간도 넘게 기다린 겁니까?”

“제가 시간 맞춰오라고 했는데 저렇게 일찍들 오셨네요.”

“…….”

“죄송해요. 제 친구 말이 딱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알겠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관상박사님?”

안선주가 경도를 밀었다.

“죄송해요. 오래 기다렸죠?”

안선주가 테라스의 테이블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여자들은 50대 후반과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가족?’

첫눈에 둘의 관계를 알았다.

모녀는 아니었다. 그러나 모녀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모와 조카였다. 이모가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경도가 예의를 갖추었다.

“그럼 궁금한 거 물어들 보고 가세요. 오 주임님, 나중에 뵈어요.”

안선주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관상박사님이시라고……?”

이모가 화두를 꺼냈다. 그러나 조카는 아직 눈길을 들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 속에 그녀의 고뇌가 엿보였다.

“이거…….”

이모가 복채부터 꺼내놓았다.

“제가 돈 받는 관상가가 아닙니다. 그러니 궁금한 거나 말해주세요.”

봉투를 밀어냈다. 이유도 모르고 받을 경도가 아니었다.

“그러면 저희가 미안해서…….”

“괜찮습니다. 뭘 봐드릴까요?”

“내가 아니고 우리 조카를…….”

이모가 조카를 돌아보았다. 조카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 자태에서 슬픈 우수가 배어 나온다.

“고개 좀 들어봐. 용하신 분이시라잖아?”

이모가 조카를 흔든다. 그제야 조카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왔다.

얼굴…… 그녀의 창백미가 경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핏기가 없지만 미녀였다. 흔히 말하는 산소 같은 여자…….

‘연예인?’

숨은 자태에 이유빈이 생각날 정도였다.

“이 애가 내년에 아들을 낳을 수 있을까요?”

이모의 질문이 경도의 상상을 박살 내버렸다. 느닷없이 아들이라니?

무심하게도 여자의 관상이 저절로 읽힌다.

경도처럼 초년운은 바닥이었다. 초년운을 관장하는 이마 쪽이 거친 것이다. 아들 일을 물으니 간문과 자녀궁까지 자동으로 체크가 되어버렸다.

“…….”

간문에 시선을 둔 채 잠시 넋을 놓는다.

고난과 고뇌에 뒤덮여 있지만 바탕을 속일 것인가? 이 여자는 결혼은커녕 사귀는 남자도 없는 상이었다.

“닭이 없는데 계란이 나오고 계란이 없는데 닭이 나오겠습니까?”

경도가 중얼거렸다.

“어머, 아시네?”

이모 미간이 구겨진다.

“아무튼 그것만 좀 봐주세요. 내년에 아들을 낳을 수 있을지.”

이모의 요점이 이어진다. 그 이모 역시 착잡하기는 여자와 다르지 않았다.

“내년에 조카분에게 많은 일이 있을 것 같기는 하군요.”

경도의 상괘는 조금 멀리 돌아갔다.

“예?”

“이분 어머니 건강이 안 좋죠?”

“어맛?”

경도의 직구에 이모가 소스라친다.

“사연을 먼저 말씀해 주시면 상괘를 드리겠습니다.”

“사연은…….”

이모가 고개를 숙인다. 여자의 눈빛도 떨어진다. 수치와 자괴감이 엿보인다.

이토록 깊은 두 사람의 주저는 어디서 오는 걸까? 또다시 침묵이 흐르니 경도의 불편함도 커져갔다.

“아니면 저는 돌아갑니다. 관상은 복채 낸다고 튀어나오는 자판기가 아니거든요.”

경도가 결정구를 던졌다.

“…….”

이모가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의 침묵은 깨지지 않는다. 여자의 침묵은 가련미까지 엿보인다.

선한 사람들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천기를 흘릴 생각은 없었다.

“그럼 이만…….”

경도가 일어섰다.

조카의 목소리가 거기서 나왔다.

“말씀드릴게요.”

20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애상에 흠뻑 젖은, 너무 젖어 비통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게 경도 발목을 잡았다. 경도가 멈추자 또 한 마디가 이어졌다.

“이모는 좀 비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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