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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귀격을 만났습니다-2 > (50/245)

< ‘인생’ 귀격을 만났습니다-2 >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공무원이 갖춰야할 덕목의 1번은 무엇일까? 국가에 충성, 주민에 봉사는 구두선이다. 제1번 덕목은 슬프게도 서류작성이었다. 일 아무리 잘 해도 소용없다. 밤 새우고 식사 걸러 가며 일해도 알아주지 않았다. 공무원은 오직 서류로 말한다.

제목을 뽑았다. 

뽑고 보니 좀 약했다.

조금 나아졌지만 애매했다.

<고위간부들의 아주 특별한 성금>

<따뜻한 감동 아름다운 충격-K시 고위간부들의 성금>

몇 가지를 더하다 마지막 것으로 정했다. 제목은 어렵다. 이러니 다들 전임이나 다른 직원들의 것을 슬쩍 카피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보도자료?”

시안을 받아든 엄 팀장이 촉을 세웠다.

“제목 바꿔.”

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어떻게요?”

“시장님, 시장님을 앞세워야지. K시 김경동 시장과 고위간부들의 아주 특별한 성금, 어때?”

“......”

“그리고 여기 이 말은 뒤로 빼고, 따뜻한 정성을 앞에다, 여기도 이 말은 좀 길게...”

괜한 첨삭이 이어진다. 거의 모든 팀, 과장들의 취미다. 이럴 거면 자기들이 직접 쓰면 얼마나 좋을까?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 단어 치환과 말 붙이기로 자리를 과시하는 것이다. 엄 팀장의 손길을 받은 공문은 잘도 늘어져갔다.

“알겠습니다.”

전이라면 경도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따져봤자 몸과 마음만 피곤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엄 팀장의 지적질이 경도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거라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그저 습관적인 갑질일 뿐이었다.

“이거 실은 이 국장님 공문에서 딴 문장인데요?”

태클을 정중하게 넣었다.

“누구? 이 국장님?”

엄 팀장이 전격 반응한다.

“예.”

“그래?”

“바꿀까요?”

“아, 아니야. 그럼 그대로 가. 어쩐지 좀 품격이 있다했더니...”

엄 팀장이 바로 꼬리를 말았다. 키득,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아, 그리고 이것도 성금에 보태.”

뻘쭘해진 엄 팀장이 봉투를 꺼내놓았다. 그 자신도 간부들의 기부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것이다. 슬쩍 보니 10만원이다. 명혜에게는 옷이 되고 신발이 될 것이니 말릴 필요가 없었다.

제목을 고치고 몇 가지 수정을 한 다음에 출력을 했다.

“좋네. 과장님께 보여드리고 문서등록 해.”

엄 팀장이 2층을 가리켰다.

“과장님, 보도자료 좀 검토해주시겠습니까?”

결재판을 내밀었다. 슬쩍 집어든 육 과장, 가볍게 흩어보더니 훈훈하던 어제와는 달리 매정한 결정을 내놓았다.

“다시 해봐.”

다시?

이유도 태클도 없다. 표정까지 무표정하니 물어볼 수도 없었다.

“뭐라셔?”

민원실로 내려오자 엄 팀장이 물었다.

“다시 하라는 데요?”

“그래? 이 국장님 밑에서 제대로 배운 분이라 눈에 안 차나?”

엄 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섰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서류를 불러내 다시 노려보았다. 보고서는 언제나 김을 뺀다. 한 번에 통과되는 적이 드물다.

다시 머리를 쥐어짰다.

“좋은데?”

두 번째의 반응은 아까보다 나았다. 하지만 통과는 되지 못했다.

“조금 더 임팩트 있게.”

임팩트라는 단어가 나왔다. 뼈를 비트는 말이다. 이 추상적인 단어의 뜻은 너무나 광범위해서 다스리기가 어려웠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 거 같은데?”

현 주임도 화면 앞에서 난감해한다.

“그러게. 육 과장님 눈 굉장히 높으시네.”

민지 역시 쓴 물을 넘긴다. 알고 보면 이 건 경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 과원들 모두가 겪을 일인 것이다. 

잠시 바람을 쐬며 생각에 잠겼다. 화단 아래의 벤치에 1-2안을 놓고 비교도 했다. 결국 두 장을 그냥 찢어버렸다. 이걸 살리면서 고치려니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고 있었다.

새 마음으로 시작했다. 제목도 고치고 내용도 시점을 바꾸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몇 배는 나아보였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고쳐봐.”

네 번째 수정이 나왔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무슨 대통령 보고서류 올리는 것도 아니고...”

현 주임이 중얼거렸다. 민지는 덩달아 경기를 한다. 경도도 같이 심각해졌다. 무슨 다른 이유가 있으신 걸까? 그래서 대놓고 갈구는 걸까?

‘한 번만 더 해보고...’

마지막 투자를 했다. 이번에도 뺀찌를 놓으면 이유를 물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네 번째 보도자료를 들고 가니 육 과장이 시원한 음료수부터 내놓았다.

“마셔.”

“과장님.”

“한두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다시 만들라니 성질 좀 났지?”

묻는 얼굴에 미소가 서린다.

“그럼 일부러...?”

“소감이 어때? 네 가지 보도자료에 대한?”

육 과장의 질문이 질러나갔다. 경도는 대답을 못했다. 처음에 괜찮다고 생각했던 보도자료는 허접이었다. 돌아보면 세 번째 것이 그나마 나았다. 그 셋을 뛰어넘은 네 번째에 비하면 전자의 세 타입은 함량미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행정이라는 게 그렇다네. 늘 하던 대로지. 좀 새롭게 해보라고 하면 하던 걸 살짝 바꿔. 하지만 세 번째 아이디어는 좀 다르지. 네 번째는 더욱. 마음에 안 들겠지만 내 선물이었네. 타성에 젖지말라는...”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번에는 한 마디 치받을 생각이었지?”

“억!”

경도가 입을 막았다. 속을 들켜버린 것이다.

“놀랄 거 없어. 나도 그랬으니까. 이 과장님에게.”

“과장님도요?”

“그래. 이 과장님께 당한 걸 자네에게 써먹은 거야. 내가 그분에게 배웠으니 뭐 다른 거 있겠나? 그나마 나는 다섯 번이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기에 한 번 줄여준 거야.”

“......”

“수고했어..”

육 과장이 경도 어깨를 쳐주며 웃었다.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경도였다.

“통과?”

자리로 돌아오자 엄 팀장이 물었다.

“예.”

“아, 내가 보기엔 그거나 그거나... 그런데 오 주임.”

주변을 체크한 엄 팀장이 은밀하게 말을 이었다. 

“아까 조 지국장에게 전화 오는 거 같던데?”

“예...”

“혹시 이 보도자료 건?”

“보도 좀 사정해볼까요?”

경도가 엄 팀장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

“당연하지. 보도자료의 완성은 보도야, 이 사람아.”

“그럼 팀장님이 한 번 부탁해보시죠.”

“자네가 친하잖아?”

“보도 나오면 뭐 있습니까?”

“내가 밥 쏠게. 그럼 됐나?”

“알겠습니다. 그럼 말은 꺼내보겠습니다.”

“말이 아니고 찰싹 달라붙어. 이거 나오면 자네 얼굴 광나는 거야.”

“팀장님은요?”

“거 사람.”

무안해진 엄 팀장이 헛기침을 삼켰다. 인정 받는 직원이 되다보니 이런 것도 허용이 된다. 그러고 보니 엄 팀장, 까라면 까 식의 말투는 무뎌진지 오래였다.

“시장님이 얼마나 냈어?”

자리로 돌아오자 과일을 깎던 은빛이 물었다. 까칠한 걸로 보아 호의적인 질문은 아니었다. 과일은 전임 이장 중의 한 분이 가져온 선물이었다. 은빛이 다른 건 몰라도 과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깎았다. 

“100만원요.”

“국장들은?”

“뭐 10만원 낸 분도 있고...”

“아우, 짠돌이들. 껌 값내고 개폼 잡는 거야? 나 같으면 쪽 팔려서 차라리 안 내고 말겠다.”

“그래도 명혜한테는 큰 도움인 데요?”

“시장이잖아? 기왕 도와주려면 한 천만 원 쏘든지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선배님도 동참?”

“미쳤어? 수급자들한테 시달리는 것도 지겨워 죽겠는데. 돈은 그 사람들이 나한테 내야한다고. 그러니까 이거나 드셔.”

짜증질 레벨이 좀 높다. 하긴 오늘에 국한 된 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은빛은 짜증발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시청으로 영전하지 못해서 그러는가 싶었는데 돌아보니 그것만도 아니었다.

잘 나가는 집안에 좋은 차까지 가진 은빛. 어쩌면 그녀는 말단 공무원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직업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도 이기적인 미모 자랑은 잊지 않는다. 걸핏하면 머리를 풀었다가 다시 묶는 것이다. 그 순간, 훤하게 드러난 그녀의 이마가 경도 눈 안으로 들어왔다.

‘억.’

비명을 참았다. 그녀의 이마를 적나라하게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강남 상류층에 벤츠 끌고 출근하는 럭셔리와는 거리가 좀 멀었다.

‘내가 잘못봤나?’

시선을 가다듬었다. 의도치 않게 간을 본 형편이니 제대로 감행해버리는 경도였다.

지방행정서기 이은빛.

폼생폼사의 전도사답게 용모단정의 복장규정 정도는 가볍게 무시 때려버리는 이 여자의 관상은 어떨까? 어찌 보면 히스테리의 대응책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 승진보다 더 짜증스러운 게 동료나 선후배가 던져주는 스트레스였다.

이마야, 이마야.

초년운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 이마. 그녀가 앞 머리를 내리기 전에 전광석화처럼 꿰뚫어버렸다.

“......!”

경도 인상이 과격하게 구겨졌다.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운명은 그녀의 자랑질과는 반대 형상이었다. 그러나 경도의 관상 리딩은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화장 때문이었다. 그녀의 화장은 요즘 들어 점점 진하고 두터워지고 있었다. 그러니 중요한 얼굴 기색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장애는...

‘성형...’

경도는 알았다. 그녀의 조각 같은 콧방울, 그래서 상류층 딸처럼 느껴지던 콧방울에도 허위가 느껴졌다. 저 코는 짝퉁이었다.

‘아하.’

관상을 읽어놓고 아찔해지는 경도였다. 성형까지 체크가 가능하다니...

아무튼 한 가지는 분명했다. 콧방울을 타고 내려오는 8자 주름살 법령. 그것만은 화장으로도 어쩌지 못했으니 그 안에 숨은 기색을 발견하고 마는 경도였다.

‘흙빛 법령...’

경도 시선이 파문처럼 흔들렸다. 은빛의 위기였다. 저 흙빛이 턱 가장자리인 노복과 말단의 지각까지 내려가면 재산이나 신분에 치명타를 입는다. 그러나 턱 역시 화장빨로 덮여있으니 기색 파악은 불가능했다.

사과껍질과 칼.

경도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선배들에게 주워들은 말이 떠올랐다.

<요리 못하는 젊은 여자가 과일만 잘 깎으면 유흥업소 출신일 수 있다.>

그녀들은 룸에서 통과일을 깎는다. 그래서 잘 깎는다.

이게 근거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머리를 저어 불손한 상상을 털어냈다. 은빛에게 도화 기운이 있는 건 맞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선배님.”

“뭐?”

“요즘 표정이 좀 어두운데 관상 좀 봐드릴까요? 마침 관상삘 좀 받는데...”

제의를 던졌다.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보면 의문들이 풀릴 일이었다.

“됐거든?”

은빛이 칼같이 잘라버렸다.

“복채 안 받을 게요.”

“미안하지만 관상 같은 거 안 믿어.”

“그럼 당분간 돈 거래 조심하세요.”

“헐.”

“생각 바뀌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너나 잘 하셔.”

은빛이 짜증을 내며 일어섰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직속 사수인 은빛이었다. 뭔가 나쁜 일들도 도래해 있다. 그러나 본인이 한사코 거부하니 도리가 없었다.

**

“오 주임님.”

달리는 차 안에서 조경철이 말했다. 체육관 앞에서 만난 둘은 서울로 향하는 길이었다.

“예?”

“보도자료 안 내요?”

“......”

갑작스러운 기습에 말문이 막혔다. 그렇잖아도 엄 팀장의 강압(?)이 있던 일. 말할 찬스를 노리고 있던 경도였었다.

“놀라는 거 보니 내가 선수친 모양이네?”

“맞습니다.”

“이리 줘봐요.”

“여기...”

경도가 가방에서 출력물을 꺼내주었다.

“혹시 방 기자에게 보도 부탁했어요?”

“아, 아뇨.”

“난 또 그래서 나 패싱하나 했네.”

“아닙니다. 미안해서...”

“미안한 건 납니다. 이건 내가 서울의 중앙지 지인에게 부탁해서 우겨넣어볼 게요.”

“그렇게까지 하시면 더 미안하잖습니까.”

“솔직히 시청 간부들이 성금내는 거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기껏해야 수재나 연말성금인데 그거야 워낙에 관가에 관습처럼 된 일이고...”

“......”

“그런데 그 성금에 오 주임 봉투도 든 거 아니에요?”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참, 기레기에 기데기까지 나오는 판이지만 대한민국 기자를 어떻게 보는 거예요? 아귀 딱 맞춘 거 보면 알아요.”

“예...”

경도 볼이 붉어졌다. 경도가 보탠 것은 4만원이었다. 그걸 더해놓으니 숫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아놔, 순진하시기는...”

“......”

“아무튼 중앙지에 한 번 정도는 낼만한 미담입니다. 솔직히 이제 공무원들도 연봉 좀 되니 기폭제도 될 수 있고요. 아, 오 주임님 같은 8급, 9급은 제외하고요.”

“예.”

“대신 오늘 김 교수님 한 번 제대로 사로 잡아 보자고요. 기왕이면 오경도 후원회 같은 거 하나 만들게 되면 더 좋고요.”

“제 후원회요?”

“오 주임이 보통 사람입니까? 천기를 들여다보는 관상박사잖아요? 내 생각에는 공무원 그만두고 개업할 거 아니면 그 재주 이렇게 산발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공식후원회 같은 거 하나 만들어보세요. 관상 좀 봐주면서 정기 후원금 받으시고, 그걸로 용포읍이든 K시든 장학금이나 곤란한 수급자들 도와주면 금상첨화 아닙니까?”

“......!”

조경철의 제안에 경도 눈빛이 튀었다. 신박한 제안이었다.

“굳 아이디어인데요?”

“진짜 개업은 안 할 거예요? 이것도 내 생각인데 개업하면 재벌될 거 같은데?”

“죄송하지만 저는 공무원이 천직입니다. 개업 생각 없습니다.”

“허, 천직이라... 사람 또 한 번 부끄럽게 만드는군요.”

“제가요?”

“나도 처음에는 기자를 천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돈이나 권력 밝히는 속물이 되었지요. 능력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주임님은 능력이 있으면서도 천직 사수라니...”

“저 능력 없습니다.”

“알았어요. 아무튼 내 제안 잘 생각해 보세요. 그 재주로 공무원 생활하실 거면 역사 한 번 만들어봐야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경도 후원회 이거 분명히 됩니다. 관상 때문에 좀 바빠지기는 하시겠지만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오경도 후원회>

다시 생각해도 멋진 발상이었다. 김 교수를 만나기도 전에 기막힌 아이템 하나를 얻은 것만 같았다.

“어서 오세요.”

남산의 야경이 내려앉은 정원에서 김 교수가 경도와 조경철을 반겼다.

“오늘은 이 사람이 어디 안 가도 되겠습니까?”

그가 경도에게 덕담을 건네왔다.

“예.”

“김 실장, 우리 관상박사님이 오셨구나. 큰 아버지 모시고 나오거라.”

거실의 김 교수가 서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열린 문으로 두 사람이 걸어나왔다. 김병로의 형님은 완전한 백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격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걸어나온 또 한 사람...

“......!”

그 얼굴을 본 경도 눈에 파란이 스쳐갔다.

-김윤광 실장.

-김병로의 아들.

굉장히 말랐음에도 혈색이 황금빛 윤기로 빛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조경철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경도는 굳은 시선을 접지 못했다. 관상은 얼굴만 보는 게 아니었다. 뼈와 살도 본다. 신체가 깡마른 사람은 복과 행운을 타고 나기 어렵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깡마른 경우라도 뼈가 드러나 보이지 않으면서 혈색이 윤택하면 극귀의 상이 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김윤광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또한 경도를 감전 시켜버렸다. 처음에는 낮지만 점점 울림이 커지는 목소리. 귀격 10청에 포함되는 제1청의 울림이었다.

김병로의 아들 김윤광, 지금까지 경도가 본 상 중에서 최고의 귀상이었으니 마치 마른 봉황이 걸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 ‘인생’ 귀격을 만났습니다-2 > 끝

ⓒ 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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