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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급 말단인데 사직서 써요 >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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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이 열렸다.

Ctrl+C를 잡은 후에 워드 화면 위에 Ctrl+V를 눌렀다. 사직서가 붙었다.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코저 하오니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한 줄.

수십 수백 만명이 베껴 먹은 베스트셀러 모범사직서 양식이다.

138대 1의 바늘구멍 경쟁을 뚫고 합격하던 때를 돌아보면 진심 개허무했다. 사직서에는 경쟁률조차 없었다.

커서를 빈 칸에 놓고 신상을 입력했다.

톡톡타닥.

성명 : 오경도

소속 : 용포읍사무소 행정지원과

직위 : 지방행정서기보

마무리를 하고 인쇄 버튼을 눌렀다.

지잉.

사직서가 출력되었다. 원통한 마음에 검게 묻어나오는 잉크가 혈서처럼 보였다.

공무원이 놀고 먹는 철밥통 신의 직장? 때 되면 적당히 승진? 정년까지 신분보장에 연금으로 노후 대잔치?

빅엿이나 드셔들.

동기들 두 계급 올라갈 동안 눈칫밥 먹으며 구르기만 한 놈도 있다.

관운이라고는 1도 없는 놈.

그게 오경도였다.

그러나 그 불운의 바닥에서 반전 찬스를 만났으니...

< 9급 말단인데 사직서 써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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