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234화 (234/236)

#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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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선 수빈은, 새벽부터 집 앞으로 모여든 십여 명의 기자들에게 말했다.

"제 스타일 아시죠? 금일 중으로 인터뷰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오신 기자님들을 위해서, 간단하게나마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눈부시게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수빈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제작한 '라이프'영화가 아카데미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알고 있는데, 상을 받아서 오스카 트로피를 하나라도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기점으로, 앞으로 한국 영화가 세계로 보다 활발히 진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잠을 설치며 찾아온 기자들에게 간단하게 자신의 소감을 말한 수빈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밴을 타고 제작 부서 건물로 출발했다.

마치 묵언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제작부 간부들이 긴장한 가운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정숙한 회의실.

- 사르륵. 사르륵.

그곳에서 빠르게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네 명의 감독 후보가 제출한 최종 콘티북을 확인한 수빈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네요. 제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던 부분들을 다들 자신만의 감성으로 수정해오셨네요. 물론 다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이 이상으로 간섭했다가는 제가 만든 영화가 돼버리겠죠. 이 정도 콘티라면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훌륭한 단편이 제작될 수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거는 기대가 큽니다."

수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본 수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긴장들을 하십니까? 누가 보면 제가 여러분들을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요."

긴장이 풀린 듯 박수종 영상팀장이 농을 던졌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에게 심사를 받다 보니, 다들 오금이 저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수상자는 아니죠. 노미네이트되었을 뿐. 하나도 못 받고 비행기 삯만 날리고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설마요. 그놈들도 양심이란 게 있다면 그러지는 못할 겁니다."

"아카데미 심사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유색인종에게 얼마나 박한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그리고.. 박팀장 본인도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당사자인 걸로 아는데, 마치 딴 사람 일인 것처럼 말하는군요?"

갑작스러운 수빈의 발언에 눈이 휘둥그레진 박수종 팀장이 황급히 대꾸했다.

"제.. 제가요? 제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었다고요?"

"그럼요. 라이프가 편집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잖아요? 그럼 영화 편집에 참여한 박팀장이 수상하는 게 맞는 거죠. 설마 감독인 제가 편집상을 받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가오 떨어지게.."

얼떨떨한 표정의 박팀장이 버벅거렸다.

"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래요? 뭐 모를수도 있죠. 아무튼..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에 제출한 출품작 접수 양식에 박팀장 이름이 당당히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모르니 수상 소감이라도 미리 준비를 좀 하세요."

"어.. 어라.. 이건 너무.."

박수종 팀장이 몹시나 당황해할 때, 수빈이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자막 작업을 하느라 최종 편집을 제가 해서 다들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한국에서 개봉한 라이프와 자막이 달려있는 외국에서 개봉한 라이프는 엔딩 크레디트가 많이 달라요. 국외용 엔딩 크레디트에는 영어로 된 우리 영화사 간부들 이름이 잔뜩 올라가 있단 말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죠. 국외용을 관심 있게 본 간부가 아무도 없나 보군요?"

수빈이 박형석 음향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음향편집상 후보에는 박형석 팀장이 올라가 있으니, 박팀장님도 미국으로 출장 갈 준비를 해주시고요."

내년에 환갑이라는 박팀장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될 때, 수빈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다른 분들은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습니다. 라이프가 촬영, 분장, 시각 효과, 의상, 미술 같은 부문에서는 후보로 올라가지 못했으니까요. 뭐 그럴 만도 하죠. 주인공이 허구한 날 병원 침대에 누워서 다 죽어가고 있었으니.. 내년 헤이즈에 기대를 걸어 봅시다. 헤이즈는 영상이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으니까, 그런 쪽으로 노미네이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쉽지만 올해 노미네이트되지 못한 분들은 내년을 기약하시죠. 그럼 다음 안건으로.."

그때 박형석 음향팀장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대.. 대표님. 솔직히 말해서 제가 음향편집을 한 게 거의 없잖습니까? 대표님이 혼자서 다 하셨는데.. 제가 노미네이트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영화를 저 혼자 만들었습니까? 여러분들과 함께 날밤을 새가며 고생해서 만든 겁니다. 물론 최종 편집권을 제가 쥐고 작업을 하긴 했지만, 그 소스들은 전부 팀장들이 정리해서 넘겨준 것들입니다. 그럼 각 파트별 팀장들이 노미네이트되는 게 맞는 거죠. 설마.. 본인이 받기 싫다고 영화감독인 제 등을 떠미는 건 아니겠죠? 그건 제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짓이에요. 그랬다가는 제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 웅성거리는 간부들에게, 수빈이 한 번 더 폭탄을 투하하였다.

"노미네이트되지 못한 팀장들도 다 같이 아카데미에 참석할 겁니다. 일종의 포상 휴가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 앞으로 초대장을 보내달라고 아카데미 측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초대장이 없는 분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LA 돌비 극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이번에 라이프가 작품상 부문에도 노미네이트가 되었기 때문에, 제작팀 전원이 갈 명분이 충분합니다. 물론 노미네이트되지 못한 분들의 자리는 훨씬 뒤쪽으로 배치가 되겠죠. 그건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수빈의 말에 회의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라버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할 생각에 잔뜩 흥분한 사람들이 열심히 대화를 나누며 떠들어 댔다. 잠시 동안 그런 간부들을 잠자코 바라만 보고 있던 수빈이 가볍게 테이블을 두들겼다.

- 탕. 탕. 탕.

"자자. 이제 그만 진정들 하세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는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았습니다. 아직 먼 이야기니까, 당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끕시다."

그때야 회의실이 조용해지자 수빈이 질문을 던졌다.

"콘티는 확인이 끝났고, 이제 제작에 대해서 의논해 봅시다. 먼저.. 단편 영화 캐스팅이 덜 되신 분 있나요? 제가 도움을 드려야 할 분이 있으신가요?"

과도한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박상민 지원팀장이 대꾸했다.

"제가 감독으로서 아직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캐스팅 제의에 미온적이던 배우들이 몇 분 계셨는데.. 어젯밤에 전원 출연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대표님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이후로 말입니다. 다른 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른 분들도 캐스팅에는 문제가 없는 겁니까?"

- 문제없습니다. 대표님.

"좋습니다. 인력과 장비는 일전에 확인했으니 자금만 남았군요. 집행이 다 됐나요?"

박수종 영상팀장이 대표로 대답했다.

"네. 대표님. 일주일 전에 각 팀별로 자금이 똑같이 집행되었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좋습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하니까, 더 이상의 자금은 지원해드리지 않습니다. 제작비 운용을 효율적으로 잘 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 중 하나입니다. 있는 자금에서 적절히 분배를 잘 하셔서 찍으시길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오늘부터 제작에 들어가면 되겠군요. 회의가 끝나는 대로 바로 KBC 박지영 피디에게 통보를 하겠습니다. 그럼 방송국 촬영 인력들이 여러분 곁에 붙을 겁니다. 처음에는 좀 불편하겠지만, 막상 촬영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방송국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면 곤란하겠죠? 그런 분은 안 계셨었으면 합니다."

- 명심하겠습니다. 대표님.

"좋습니다. 4주 후에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30분짜리 단편 영화니, 한 달이면 촬영에서 편집까지 거의 다 끝났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페스 시스템을 폼으로 나눠드린 건 아니니까요. 그럼 오늘 회의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제작 부서 건물을 나선 수빈은 먼저 YK부터 들렀다.

"나도? 나도 같이 가자고?"

떨리는 목소리로 던지는 박사장의 질문에, 수빈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럼요. 이런 가슴 뛰는 일을 보기 위해 저와 함께 하시는 거 아닙니까? 투자자 대표로 참석하셔야죠. 작품상을 받으면 저랑 같이 단상에도 올라가셔야 하고요. 왜요? 싫으세요?"

"싫다고? 농담하나? 천하의 아카데미 시상식인데 내가 싫을 리가 있겠나?"

"그 대신 좌석은 좀 떨어져서 앉으셔야 할 겁니다. 원래 물주는 뒤쪽에 앉아 있는 법이죠."

"그게 대순가. 허어. 아카데미라니.."

"가기 전에 턱시도나 좋은 걸로 한 벌 맞춰 놓으세요."

"그러지. 그리고.. 고맙네. 강이사 덕분에 죽기 전에 아카데미를 다 참석해보는군."

"처음이라 많이 놀라신 거 같은데.. 앞으로 자주 참석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내가 믿고 기다리지. 딴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면 뭔 개소리냐 하겠지만.. 강이사 말은 내가 철석같이 믿지. 암. 믿고말고. 부디 자주 참석할 수 있게 해주게나."

"걱정 마시죠. 군 제대 후에 다시 열심히 찍을 테니까요."

YK를 나온 수빈은 영화사 본사 건물로 이동했다.

"오상무."

"네. 대표님."

"미안하지만.. 제작 부서 인원들을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타부서 직원들은 많이 데리고 갈수 없어요. 오상무와 강부장, 조부장. 이 세명만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럼 총 몇 명이 가는 건가요?"

"제작부서 쪽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박수종, 박형석, 최진후, 이성호, 박상민, 김종호, 여성욱 이렇게 여덟 명. 거기에 YK 박사장님과 오상무, 강부장, 조부장. 다 합치면 우리 영화사에서 12명이 참석하게 될 겁니다."

"배우들은요?"

"성강호, 김샛별, 하이유, 정도연 이렇게 네 명을 생각하고 있는데.. 오상무가 확인해보세요. 참석할 수 있는지 말이죠. 스케줄이 안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상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반문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스케줄 때문에 빠진다고요? 그것도 영화배우라는 사람들이요? 무조건 참석한다에 제 오른쪽 손목을 걸겠어요."

"뭐 사람 일이란 게 알 수가 있나요? 암튼.. 그렇게 선정해서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요청을 해주세요. 그런 다음 비행기 편이랑 숙박 편도 최고급으로 해서 미리 좀 알아봐 주시고요. 그리고 배우들이야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우리 영화사 직원들은 회사에서 신경을 써줘야만 해요. 의상부터 시작해서 구두, 액세서리까지.. 다 회사 자금으로 지원을 해주도록 하세요. 혹시 모르니 같이 갈 코디나 분장사도 좀 알아보고요. 나도 아카데미는 처음이라 잘 모르니까, 오상무가 알아서 잘 좀 처리를 해주세요."

"알겠어요. 대표님."

"그래요. 잘 좀 부탁해요. 난 당분간 단편 영화 때문에 또 정신이 없을 거 같으니까.."

"걱정 마세요. 대표님. 제가 알아서 잘 준비할게요."

"그리고.. 요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짧게 해주기를 원한다는 건 알고 있죠?"

"네. 알아요. 작년에는 제트 스키까지 상품으로 내걸었잖아요. 가장 짧은 수상 소감을 말한 사람에게 부상으로 준다고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 작품상을 받아도 예전처럼 여러 명이 수상 소감을 말하기가 힘들어요. 만약 내가 남우 주연상이나 감독상 수상에 성공을 하면.. 작품상 수상 소감은 오상무에게 맞길 겁니다. 뭐 아무것도 못 받고 작품상만 덜렁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대표로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할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죠?"

"네. 대표님. 알아 들었어요."

"그래요. 똑똑한 우리 오상무만 믿고, 난 영화 제작에만 신경 쓰겠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러라고 제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럼 다음 주에 대표님이 직접 미국을 다녀오실 건가요?"

"바쁘더라도 내가 직접 가야죠. 다른 사람을 대신 보냈다가는 오히려 미운 털만 박힐 수도 있어요.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수도 있고요. 가서 열심히 영업을 해봐야죠. 알죠?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잘 현혹시키는지.. 오상무 본인이 산증인이잖아요. 가서 사람들을 제대로 홀려봐야죠"

"혼자서 출국하실 건가요?"

"혼자 가면 욕먹죠. 만찬회장이라 파트너도 필요하고, 사람들의 시선도 끌 겸 해서 김샛별을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샛별이의 외모나 몸매가 주목받기 딱 좋잖아요."

수빈이 시계를 들여다 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은 오늘 있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부터 해치워야겠네요. 시간이 촉박해서 그만 가봐야겠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수빈을 향해 오상무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해요. 대표님. 별 볼 일 없던 인생을 살던 절 이렇게 아카데미까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게요."

"갑자기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는군요. 내가 오상무의 뛰어난 업무 능력에 항상 감사해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오상무를 뽑은 내 안목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영화사를 나온 수빈은 밴을 타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다.

2월 2일 토요일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인가'가 KBC에서 드디어 방송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수빈을 비롯한 감독 후보들은 5편의 단편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영화사 제작 부서의 모든 직원들이 투입되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2월 4일 월요일

설날 연휴를 맞이해서 모든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수빈은 김샛별과 동행하여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LA로 떠났다. 아카데미 후보작 인사 만찬회에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2월 6일 수요일

성공적으로 만찬회를 다녀온 수빈은 다시 영화 제작에 열을 올렸다.

2월 8일 금요일

영화 촬영에 정신없던 수빈은, 신입생 등록금 마감일이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S대학교 등록금을 납부하였다.

2월 9일 토요일

아카데미에서 과학기술상(Academy Scientific and Technical Award) 수상자를 발표하였다.

2월 22일 금요일

4주 만에 다시 소집된 제작 회의에서 단편 영화 시사회가 간단하게 열리고 있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수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아직 마무리가 덜된 부분들이 조금씩 보여서 아쉽기는 합니다만.. 지금 시점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정식 시사회 때까지는 마무리 작업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거 같군요. 제가 볼 때에는 꽤나 잘 만든 단편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각자의 연출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네요. 일반 관객들에게 내보이기에 부끄럽지 않을 거 같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 감사합니다. 대표님.

"정식 시사회 날짜가 정확히 언제라고요?"

박수종 영상팀장이 대답했다.

"아카데미를 다녀온 그 주 주말입니다. 3월 9일과 10일 양일간 수박 시네마를 통째로 비워서, 일반 관객들을 무료로 입장시킬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관객 선정은 우영무 제작진에서 해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그때까지면 시간이 충분할 거 같군요. 관객들이 과연 어떤 영화를 뽑을지 두고 봅시다. 그럼 이제부터는 다들 마무리 작업에 신경 써 주시고.. 슬슬 출장 갈 준비도 같이 해주세요."

- 알겠습니다. 대표님.

2월 26일

아카데미 회원들의 최종 수상작 투표가 끝이 났다. 이제 그 누구도 결과를 바꿀 수 없게 되었다.

3월 1일 금요일

수빈은 십여 명의 사람들과 동행하여,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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