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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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토요일
수빈은 지난 3일간 그동안 찍은 영상들을 검토한 다음, 드라마 작업에 매진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기상한 수빈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동안 절식을 하며 체중을 감량시킨 수빈은 눈앞에 놓여 있는 눈깔사탕만 한 동그란 환약을 보며 추억 아닌 추억을 반추하고 있었다.
"이놈의 벽곡단(辟穀丹)을 이번 생에서도 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강호출도 전 폐관 수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약재시장에서 사온 재료로 본인이 직접 만든 벽곡단을 응시하던 수빈은 벽곡단을 입안에 밀어놓고, 종합 영양제 1알을 같이 털어 넣은 후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허기를 들어주는 데는 벽곡단만한 것도 없긴 하지.."
아침 일찍 회의를 소집해 놓은 관계로 수빈은 영화사로 출근을 하였다. 입구에 있는 휴게실 원탁 테이블에 앉아 있던 오상무와 조부장이 수빈을 반겼다.
"주말인데 다들 아침부터 일찍 나오게 해서 미안합니다."
수빈의 말에 오상무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대표님. 별한 것도 없이 돈을 1억씩 받았는데.. 그런 생각을 할리가 있겠어요? 만약 그런 직원이 있음 제가 그 자리에서 바로 잘라버릴 거예요."
수빈이 테이블에 앉으며 말했다.
"역시 오상무는 터프해요. 근데.. 두분이서 데이트라고 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런 게 아니에요. 미국에 진출한 달빛 영화 관련해서 의논을 하고 있었어요. 대표님. 근데.. 얼굴이 많이 야위셨네요? 지금 찍고 있는 영화 때문인가요?"
"네. 오늘부터 병원 입원 신이 시작돼서 체중을 조금 감량했습니다. 차라리 한 번에 확 빼버리는 게 더 편한데.. 그럼 또 말이 안 되잖아요? 발병하자마자 사람이 살이 다 빠지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더 빼나갈 계획입니다."
"어떡해.. 대표님. 너무 힘드시겠다."
수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담에 이런 영화를 또 찍게 되면, 반드시 여주인공을 환자로 만들 생각입니다. 근데.. 달빛에 문제라도 생겼나요?"
수빈의 물음에 조부장이 답변을 하였다.
"제가 보름전에 미국 출장을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김사장님 주식 인수 문제로요. 제가 미국을 가면 항상 만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집에 하루 머물면서 달빛을 소개해줬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영화사 대표님이 만든 작품이고, 우리 영화사가 처음으로 배급한 영화라고 말입니다. 제가 자랑질을 좀 했었죠."
조부장이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근데 그저께 그 친구한테서 재밌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달빛이 뉴욕 쪽 대학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보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을 하더군요."
"대학교요?"
"네. 대표님.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나라 아닙니까? 특히 뉴욕은 더 심하죠.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드니까요. 근데 달빛은 10개 국어로 자막이 완벽하게 갖춰셔 있어서.. 영화 관련 학과들에서 스터디나 과제로 삼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는 겁니다.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자신의 모국어로 자막을 보면서,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과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미국 내 영화 전공 대학생들 사이에서.. 달빛을 보고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답니다."
"그래요? 나쁜 소식은 아니네요. 우리가 얼마에 계약을 했죠?"
옆에서 오소라가 즉시 대답했다.
"한 가구당 5위안 입니다."
"한화로 800원이 좀 넘는군요."
"네. 대표님. 미국 인구가 3억 3천만 명에, 가구수도 1억 가구가 훌쩍 넘어요. 천만 가구만 봐줘도 80억이에요."
"흠. 그렇게까지 많이 볼까요?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거에 불과한데. 뭐 나중에 정산을 받아 보면 알겠죠. 그래도.. 용돈벌이 정도는 될 거 같네요. 영화사 이름을 알리는 효과도 있을 거고요. 아무튼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게 없군요. 이제 그만 회의를 하러 갈까요?"
"네. 대표님."
잠시 후 회의실에서는 영화 촬영 때문에 세트장으로 나가 있는 제작부를 제외한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오소라가 회의 석상에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먼저 본사 건물 공사 진행 상황부터 보고드릴게요. 현재 공정은 50프로가 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골조 작업이 다 끝나서, 이제 시스템 구축이랑 내부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거예요. 이런 일정이라면 4월 말쯤이면 완공이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아무리 늦어도 5월 5일 이전에 완공이 될 거라고 합니다."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획대로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군요. 영화 감상 시설들은 어떤 걸 집어넣는 거죠?"
"사실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 저도 잘 모르지만.. 박시후 영상팀장, 박형석 음향팀장, 최진후 조명팀장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그분들이 권하는 최고의 장비로 집어넣었습니다. 가격이나 단가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요. 그분들 말로는 전 세계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시아 권에서는 최고의 영상과 조명 그리고 음질을 장담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어요."
"좋군요. 오상무가 말한 분들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런 분들이 한말이면 믿을 수 있죠. 아주 기대가 큽니다."
"네. 그분들이 나중에 장비 설치 때나 시험 테스트 때도 참석해서, 품질 확인을 직접 해주기로 하셨어요."
"꼼꼼하게 잘해주고 계시네요. 오상무가 수고가 많습니다. 제가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을 완공 기념으로 스크린에 올릴 생각이니까, 계속해서 잘 감독해 주세요."
"염려 마세요. 제 자식이라 생각하고 매일매일 잘 살펴보고 있으니까요."
"그럼 다음 안건은요?"
오상무가 서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제61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 최종 일정이 나왔어요. 4월 4일 수요일에 개막을 해서, 4월 17일 화요일에 폐막을 하는 걸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제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에서, 저희 쪽으로 정식으로 초청장을 보내기로 했어요. 참석 인원을 결정해서 빨리 알려 달라고 하네요."
"음? 제가 생각한 것보다 좀 늦게 열리는군요. 뭐 날짜가 중요하겠습니까.. 일단 저는 참석을 못 할 겁니다. 영화를 찍어야 되니까요. 그럼 저 대신.. 오상무랑 배급부 최성미씨가 다녀오세요."
"저랑 최실장이요?"
"네. 그쪽에서 필름마켓이 동시에 열릴 겁니다. 본사 건물이 완공되면 이제 우리 영화사도 본격적으로 배급에 나서야죠. 이번 기회에 미리 가셔서 경험도 좀 쌓으시고 쓸만한 영화가 있으면 구입까지 하세요. 구입 기준은 간단합니다. 최성미씨가 마음에 들어 하고, 그게 오상무까지 마음에 들면 됩니다. 가격은 100만 불에서 200만 불 사이로 하시고요."
"그러니까 대표님 말씀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같은 고가의 영화가 아니라, 저가의 예술 영화 기준으로, 저랑 최실장이 동시에 마음에 들어 하는 걸로 한번 골라보라는 말씀이시죠?"
"정확합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더니.. 오상무가 제 마음을 정확히 알아주는군요. 어차피 주류 시장은 우리 영화사 말고도 배급사가 많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으로 좋은 영화. 그걸 본사 스크린에 거는 걸 원하는 겁니다. 흥행이 목적이 아닙니다."
수빈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기회에 배급에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 스스로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 배급으로 돈을 벌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 좁은 국내시장에서 다른 배급사랑 아귀다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영화사에서 하는 배급은, 우리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영화가 주축이고 거기에 국내 영화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수준 높은 영화를 소개하는 역할입니다. 앞으로 우리 본사 건물이 그리고 우리 영화사가, 대중들에게 예술 영화의 총본산(總本山)이라는 인식이 박히기를 원합니다. 다들 이해하셨죠?"
오상무가 야무지게 입술을 다물며 대답했다.
"네. 잘 알겠어요. 저랑 최실장이 열심히 할게요. 이번에 출장 가서 좋은 영화를 골라오겠습니다."
"너무 부담을 가지시지는 말고요. 다음 안건은요?"
오상무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영화사 직원들에게 취업 청탁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저도 주변에서 많이 받고 있고요. 그 수가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상황이 사뭇 심각해요. 다 거절하고 있기는 한데.. 이러다 안 좋은 소문이 돌까 걱정이 들 정도에요."
오상무의 말에 수빈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후우.. 이것 참. 어딜 가나 청탁 때문에 난리네요. 지금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취업 청탁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일전에 회식을 할 때 영화사 직원들 처우가 좋고, 직원들에게 1억씩 보너스까지 지급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나서.. 시도 때도 없이 청탁이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YK에서도 청탁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큰일이군요. 그렇다고 지금 인원에서 섣불리 더 받을 수가 없어요. 우리 영화사 규모로는 지금 정도의 숫자가 딱 적당합니다. 이걸 어떡한다.."
수빈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수빈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에게 전하세요. 이번 7월경에 정식으로 채용 공고를 내겠다고 말입니다. 이번에 찍는 영화가 잘되면, 영화사 덩치를 키울 계획이니까 사람들을 좀 더 고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전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취업 청탁을 하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뽑지 않겠다고 경고를 하세요. 그럼 청탁이 확 줄어들 겁니다."
"알겠어요. 대표님."
"그래요. 그럼 의논해야 할 안건이 더 있나요?"
"현재로서는 더 없어요. 나머진 제가 다 처리할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럼 수고들 해주시고.. 전 이만 촬영장에 가보겠습니다."
"네. 대표님. 절대 무리하시지는 마세요. 감량 중이신데 너무 무리하시다가 대표님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영화사도 같이 쓰러져요."
자신을 걱정하는 오소라의 말에 수빈이 희미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알아서 할 테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잠시 후 수빈은 영화사를 나와서 남양주 종합촬영소로 이동했다.
시간이 흘러 종합촬영소에 제작되어 있는 병원 세트장에서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조명 아래, 간호사실과 안내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는 병원 복도.
왼쪽 팔에 링거를 꼽고, 바퀴가 달린 이동식 링거 주사장치를 끌고 다니며, 수척해진 얼굴의 수빈이 갈라터진 목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어떤.. 새끼야! 나와! 어떤 새끼냐고.. 내가 조만간 죽는다고.. 어떤 개새끼가 그랬냐고! 당장.. 나오라고!"
독기가 풀풀 날리는 눈빛으로 수빈이 난동을 피우자, 간호사실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수간호사 역할의 정도연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수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딩동'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복도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의사 가운을 입은 마동식이 등장을 하였다.
큰 덩치로 복도를 가득 채우며 성큼성큼 걸어온 마동식이, 수빈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 분. 병원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긴 신성한 병원입니다."
수빈이 핏줄이 가득 돋아 시뻘게진 눈동자로 마동식을 노려보며, 정해진 대사를 치기 시작했다.
"당신이야? 내가.. 불치병이라고.. 조만간 뒤질 거라고 진단한 사람이.. 당신이냐고?"
"환자 분.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본대로 진단할 뿐입니다. 환자분이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환자분을 도와줄 의료진들에게 결코 좋은 소리 못 듣습니다."
수빈이 금방이라도 마동식을 잡아먹을 듯,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며 맞받아쳤다.
"좋은 소리? 내가.. 그런 거 신경 쓸 거 같아? 당신들이 욕하고 싶으면.. 욕 하라 그래. 나 죽는다며? 조만간.. 뒤질 거라며?"
대사를 하는 수빈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리며, 갈라진 목소리가 점점 하이톤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당신.. 나보다 오래 살았잖아? 안 그래? 저기 앉아 있는.. 간호사도 나보다 오래 살았을 거고.. 그런데 날 욕해? 해봐. 이 새끼들아.. 난 이제 겨우 20대라고.."
수빈이 이동식 링거 장치를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 팔뚝에 잔뜩 힘을 주며 거세게 흔들면서, 마치 비명을 지르듯 거칠게 쉰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들.. 알아? 날 욕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나보다 어린 나이에 뒤진 인간들뿐이야.. 당신들은 거기에 해당 안 돼! 안된다고! 알겠어? 이 개새끼들아.. 나보다 충분히 오래 살은.. 당신들은 나에게 욕할 자격이 없어!"
그때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띵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며, 자식의 불치병 진단 결과를 전해 들은 김정구 역할의 성강호가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등장을 하였다.
뛰어왔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사색이 된 얼굴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걸어오던 성강호가 수빈을 발견하였다. 성강호가 고함을 지르며 수빈에게 뛰어왔다.
"수호야! 수호야!"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성강호를 보며, 수빈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입술이 터질 듯 강하게 깨물은 수빈이, 눈물을 꾹 참으며 고개를 획 돌렸다.
아버지 역할의 성강호를 냉정히 외면하며 수빈은 뒤돌아섰다. 힘없이 축 처진 어깨로 이동식 링거 장치를 질질 끌면서, 수빈이 자신의 병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달려온 성강호가 수빈의 팔을 잡으며 애타게 부르짖었다.
"수호야. 이게 무슨 일이여. 수호야.."
수빈이 성강호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 커트! 좋습니다.
박팀장의 커트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열광적인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연기 대박입니다. 대표님
- 감독님. 너무 대단해요.
- 와. 찡해서 눈물 날 거 같다.
수빈이 빠르게 다가온 지원팀장에게서 페스 단말기를 받아들 때, 마동식이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감독님. 정도연씨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대기실로 뛰어갔습니다. 아마 지금쯤 펑펑 울고 있을 겁니다. 감동적인 연기였습니다."
수빈이 웃으며 말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일단 제가 이번 신이 잘 나왔는지 확인을 하고서, 재촬영 여부를 결정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마배우님 촬영분을 다 찍으야 하니까.. 피곤하시더라도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시죠. 감독님. 이런 추세라면 금방 다 찍을 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는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빠르면 좋죠."
잠시 후 촬영 영상을 확인 한 수빈이 페스 단말기를 벗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번 신은 이걸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음으로 신 No. 24. 병실에서 마동식씨가 김수호의 부친인 김정구에게 진단 결과를 설명하는 신을 찍겠습니다. 다들 빠른 시간 내에 준비를 마쳐 주세요."
수빈의 오더에 스태프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별 탈 없이 영화 촬영이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하루하루 촬영이 진행될수록, 수빈의 몸이 마른 고목처럼 생기를 잃고 조금씩 조금씩 말라 가고 있었다. 마치 실제로 병을 앓고 조금씩 야위어 가는 환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