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179화 (179/236)

#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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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사장실을 나와 A&R 팀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면서 속으로 뇌까렸다.

'5팀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라.. 나를 이용해서 다들 어떻게든 뜨고 싶다는 욕망이 넘쳐나는가 보군. 뭐 욕할 일은 아니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내 앞가림 하기에도 벅차.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정리를 좀 해놔야겠어.'

잠시 후 수빈이 A&R 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정팀장과 이성호, 조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빈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다들 앉으세요. 한가하게 예의를 차릴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이라도 CD를 발매할 수 있도록 빠르게 회의를 끝냅시다. 먼저, 제가 지시한 대로 작업은 다 되어 있는 건가요?"

수빈의 질문에 조민석이 대답했다.

"네. 이사님. 먼저.. 제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축의금과 금일봉까지 듬뿍 주셔서, 덕분에 신혼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아. 맞아. 그날 이후로 처음 보는 거죠? 결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집들이를 할 예정인데.. 만약 시간이 되신다면.. 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백비서에게 연락을 해주세요. 근데 간다고 말은 못하겠네요. 제가 워낙 바빠서.."

"물론입니다. 이사님. 얼마나 바쁘신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그럼.. 보고드리겠습니다. 이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최고의 음질로, 8개의 트랙으로 분류해서, 마무리 작업까지 완벽하게 해서 준비 해놨습니다."

"제가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지금 일일이 다 듣기에는 너무 길어요."

"물론입니다. 이사님. 저희 쪽에서 수십 번씩 들으면서 확인 작업을 끝마쳤습니다. 음질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된다고 A&R 팀 명예를 걸고 자신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영화에 삽입된 원본을 1번 트랙으로 하시고, 탬버린 볼륨을 정상적으로 키운 트랙을 2번으로 하세요. 그리고 3~8번 트랙은 탬버린 6종에 따른 솔로 연주 트랙으로 정하시면 됩니다. 순서는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최종 발매되는 CD는 2장을 한 세트로 해서 판매하시면 됩니다. 1번과 2번 트랙을 1번 CD에 넣으시고, 3~8번 트랙을 2번 CD에 집어넣으세요."

조용히 듣고 있던 정팀장이 질문을 던졌다.

"강이사님. 트랙 분류 작업이나 CD 작업은 말씀하신 대로 결정해서 공장에 발주를 하면 됩니다. 지금 문제는.. CD의 발매 가격, CD 재킷, CD 제목, 초벌로 찍을 개수, 음원 등록 여부 등을 못 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만 컨펌 지어주시면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다 하겠습니다."

수빈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원 등록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일단 가격부터 정해보죠. 요즘 가수들 CD 1장이 얼마 정도 하죠?"

"담긴 곡의 수와 보너스로 들어가는 내용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만.. 만 원에서 만 오천 원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는 2장 세트로 해서 5만 원에 팝시다."

그 순간 기겁을 한 정팀장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끝이 올라가버렸다.

"네~에? 5만 원요~오?"

옆에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던 이성호가 황급히 거들었다.

"이사님. 그럼 절대 안 팔릴 겁니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영화 음악 자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를 않습니다. 특별히 뜬 주제가나 삽입곡이 없지 않습니까? 그걸 누가 5만 원이나 주고 사서 감상을 하겠습니까?"

"이제 보니.. 제가 따로 말을 안 했더니, 다들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군요. 이건 일반인들이 구매해서 감상을 하라고 발매하는 CD가 아닙니다."

이성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무슨 목적으로 파는 겁니까?"

"이 앨범의 특징은 딱 하납니다. 저작권을 주장할만한 사람이 저 말고는 전혀 없다는 것. 애초부터 저작권이 소멸된 클래식만을 골라서 제가 편곡 작업을 했고, 탬버린 연주 자체도 딱히 누군가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가 없습니다. 노래처럼 악보가 있거나 음정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2차 저작권은 당연히 저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CD는 제가 만든 참고 서적이라는 콘셉트로 발매하는 겁니다."

"참고 서적요?"

"네. 음악을 작곡하거나 비트를 만들 때, 여기 앨범에 수록된 연주곡들이 써먹기에 딱 좋다는 겁니다. DJ들이 믹싱해서 클럽에서 틀기에도 안성맞춤이죠. 즉 조금만 비틀어서 편곡을 하면, 비트를 따거나 샘플링을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CD라는 겁니다. 그래서 음질이 중요한 거예요."

그때야 이해를 한 듯 이성호가 신음성을 내었다.

"아아.."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이건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겁니다. 이 CD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연주 시간만 해도 3시간이 넘어요. 마음 같아선 10만 원을 받아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발매가 되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르면.. 아마도 정식으로 샘플링을 하고 싶다고 문의가 들어올 겁니다. 그냥 대놓고 계속해서 무단으로 사용하자니, 사람들의 눈치도 보이고 어디선가 뒷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샘플링을 허락해 주는 겁니다. 그럼 그다음부터는 샘플링 문의가 줄지어 들어올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이번 CD는 그런 식으로 해서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판매하는 겁니다. CD를 많이 팔아치워서 판매 수익을 노리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제 생각에 가격은 5만 원이면 적당합니다. 원래 교과서보다는 참고서가 더 비싼 법이니까요."

정팀장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사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잘 알겠습니다. 최고의 음질로 고가 정책을 취하면서,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참고 서적 같은 개념으로 판매를 하겠다는 거군요. 그럼 초벌을 얼마 정도 찍으면 될까요?"

"일단 1만 장만 찍으세요. 초반에는 많이 풀 필요가 없습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알음알음 날 때쯤, 그때쯤이면 초판 물량이 다 팔리고 없을 겁니다. 그럼 사람들이 요구를 할 겁니다. 더 찍어달라고.. 그때 대량으로 찍어서 팔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재킷이랑 제목만 정하면 될 거 같은데요. 이번 앨범 제목을 '달빛 속의 호위무사 OST' 이런 식으로 정해서 나갈 건가요? 그게 제일 무난하기는 합니다만.."

"아뇨. 그래서는 너무 재미없죠. 제목은 제가 따로 정해 왔습니다. 재킷용 그림도 그려왔죠."

수빈이 전날 밤 밤을 새워 그린 그림을 품에서 꺼내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수빈이 그림을 활짝 펼쳤다.

- 우와. 분위기가 색다른데.

- 예쁘다. 탬버린을 연주하는 건가?

- 음. 그림이 역시 예술입니다.

전체적으로 새까만 밤하늘 아래 한줄기 은은한 달빛이, 노출이 있는 복장을 한 아름다운 중년 여성을 비추고 있었다. 피를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 아래위로 새빨간 발리 댄서 의상을 입은 그 여성은, 선명한 붉은색 입술을 반쯤 벌린 채, 고혹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면서, 허리를 살짝 비튼 자세로 빨간색 탬버린을 흔들고 있는 그림이었다.

수빈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분위기가 살짝 다크 하죠?"

"네. 예전 뮤란의 앨범 재킷용 그림들 보다 많이 다크한데요. 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답습니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게 재킷 그림으로는 최고일 거 같습니다. 그림 제목이 뭔가요?"

정팀장의 질문에 수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크 한 분위기 속에서 탬버린을 치는 여인. 줄여서.. '다크 탬벌러' 입니다."

순간 움찔한 정팀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수빈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목이 너무.."

수빈이 정팀장의 말을 잘랐다.

"맞습니다. 대놓고 노린 겁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목은, 사람들이 듣자마자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더 좋습니다. 뻔뻔한 게 나가는 게 오히려 효과가 더 좋아요."

"알겠습니다. 이사님. 앨범 제목은 '다크 탬벌러'. 그럼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작업을 해서, 오늘 밤중으로 공장에 발주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오전에는 회사 홈페이지에 앨범 발매 소식을 공지하고, 시중에 앨범을 바로 풀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수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요. 다들 수고 좀 해주세요. 전 다른 회의가 또 있어서 가봐야겠습니다."

수빈이 일어서자  A&R 팀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수빈도 같이 인사를 한 후 홍보팀을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홍보팀으로 가는 도중 수빈은 백성철에게 연락을 해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팀들을 모조리 한 곳으로 모아달라고 말을 전했다.

잠시 후 수빈은 홍보팀에 도착해서 홍보팀 김실장과 독대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다음, 수빈이 웃는 얼굴로 실망에 가득 찬 홍보팀 김팀장을 달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얼굴 좀 풀어요. 김팀장."

수빈의 말에 김팀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격하게 항변했다.

"하지만 이사님. 제 생각에 이건.. 정말 아닙니다. 이사님이 오래간만에 하는 팬미팅이잖습니까? 뮤란, 하이유, 성강호, 김해수 등등을 다 잘라버리면.. 남는 게 정말 BBG 한 팀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CF를 같이 촬영한 김샛별, 최애진 배우만 참석을 하게 되는데.. 그럼 팬미팅이 너무 조촐해지고 볼거리가 너무 빈약합니다. 화제성도 떨어지고요. 팬미팅이 있기만을 오랫동안 고대하고 기다렸던 팬분들이 정말 많이 실망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세운 계획대로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팀장. 그러다 욕먹어요. 구정 연휴 마지막 날인데 다른 사람들도 쉬어야죠. 제 입장만 내세우다 보면 누군가 뒤에서 손가락질합니다. 참석하는 당사자들이야 좋은 기분으로 참석한다고 해도, 그분들이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BBG야 제가 몸담은 팀이니 다들 아는 사이라서 불러도 부담이 없고, 김샛별과 최애진이야 자기들이 출연한 CF니까 오는 게 당연한 거니 미안해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다른 분들은 부르면 안 됩니다. 민폐에요."

"하지만 이사님. 이사님의 사회적 위치가 있고 지위가 있으신데.."

수빈이 손을 들어 김팀장을 말렸다.

"그냥 제 말을 들으세요. 현재 제 입장에서 굳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겁니다. 그러니 CF 시사회에 걸맞게 출연 배우들만 초청해서, 소규모 파티식으로 팬미팅을 진행하도록 준비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가 참석하잖아요. 제 팬분들은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결국 김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수빈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팬미팅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 거죠?"

"이사님께서 참석자들을 다 커트하는 바람에 BBG로만 순서를 채워야 해서.. 일단 오프닝 무대로 빈쌍의 힙합 무대를 해야 할 겁니다. 다음으로는 하이유 대신 김샛별 배우와 함께 '달과 나의 이야기'를 공연하고요. 그런 다음 CF 시사회를 열면 될 겁니다. 시사회가 끝나고 나면 최애진 배우의 줌바 댄스 시범이 원래부터 잡혀 있었고, 마지막으로 BBG 전원의 '디스패치' 무대를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좋네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그 대신 약속드리죠. 이번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면.. 김팀장이 원하는 대로 거하게 팬미팅을 열겠습니다. 신작 영화 홍보를 겸해서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김팀장이 원하는 대로 대극장에서 행사를 열고, 아주 원 없이 참석자들을 한번 섭외해보세요. 안 말릴 테니.."

수빈의 말에 김팀장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정말이죠. 정말로 약속하시는 겁니다?"

"약속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은 100명에서 200명 정도의 규모로 사전 예약된 팬분들만 모시고, 소극장에서 단출하게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래요. 김팀장이 수고 좀 해주세요. 영화 촬영 때문에 제가 일일이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네. 이사님.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수빈은 홍보실을 나와서 지하 2층에 있는 연습실로 이동했다. 예전 뮤란이 사용하던 3번 연습실로 들어서니, 미리 백성철에게 전달한 대로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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