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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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에 도착한 수빈은 곧바로 회의실로 직행했다. 수빈과 백성철이 안으로 들어서니 미리 와있던 각부 부장들과 팀장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빈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자리에 앉으세요. 제가 들어올 때마다 그런 식으로 일어날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수빈이 자리에 착석하며 입을 열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회의를 소집해서 미안합니다. 잠시 후에 '죽기 싫다'가 크랭크인이 되기 전 마지막 대본 리딩이 있습니다. 그전에 그동안 진행된 일들의 결과를 보고받고, 차후의 일정을 의논할 필요성이 있어서 어젯밤 긴급히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일 먼저.. '달빛' 국내 개봉 건부터 들어봅시다. 김팀장?"
수빈의 호명에 아침부터 YK에서 달려와 대기하고 있던, YK 홍보팀 김팀장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보고드리겠습니다. 어제까지 달빛의 관객 동원 스코어는 1,387만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 그러니까 내일모레 2월 7일 날 스크린에서 완전히 내려지게 됩니다. 그때까지 1,400만은 무난히 돌파할 걸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400만이라.. 나쁘지 않군요. 그동안 김팀장이 흥행몰이를 위해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손을 떼셔도 됩니다. 어찌 보면 재주는 우리가 넘고, 돈은 드림픽처스에서 벌어간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해외 판권과 우리 영화사 미래를 위해 충분한 밑거름이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받는 인센티브가 800만부터 300원씩이니 1,400만이면 18억 정도 나오겠군요."
수빈이 회계부 강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부장.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려지는 대로 드림픽처스에서 인센티브를 받아 오세요. 그쪽 사장이 워낙 구두쇠라, 이번 영화로 떼돈을 벌어놓고서도 돈 주기가 아까워서 어쩌면 시간을 질질 끌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런 식으로 삐딱하게 나오면 굳이 매달릴 필요 없습니다. 계약서에 명시한 대로 바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세요. 법무부 조부장에게 부탁하면 간단할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계약 때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해둔 걸로 알고 있으니, 수금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수금이 되는대로 5프로를 계산해서 YK 김팀장에게 인센티브로 넣어주세요. 대략 6천 정도 되겠군요."
강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차질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금액에 좌중이 웅성거릴 때, YK 김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일한 만큼 드리는거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오상무. 중국 개봉 현황 좀 들어볼까요?"
"네. 대표님. 1월 31일 중국 개봉 첫날 200만을 시작으로 다음 날인 목요일 220만, 금요일 240만, 토요일 270만, 일요일 280만으로 집계되어서, 현재까지 1,210만의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에요. 개봉한지 한주가 못돼서,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의 흥행 랭킹 1, 2, 3위인 '미스터 고', '설국 기차', '만추'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좋군요. 1,210만이면 대충 계산으로도 4억 2천만 위안이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170억 정도 떨어지겠군요. 5일 만에 170억이라.. 중국 시장이 워낙 커서 개봉 하루 만에 500억을 넘게 버는 영화들도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성적입니다."
"네. 청톈 쪽에서도 기대가 아주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무적인 게, 중국 쪽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일일 관객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현재 중국 쪽 영화 전문가들의 전망으로는, 한 달 이상 개봉을 하면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0위권 진입도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습니다만.."
수빈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그 정도의 성적은 애당초 불가능해요. 개봉일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지금은 배급사인 청톈의 적극적인 협조로, 중국 전역에 예상보다 많은 숫자의 개봉관을 확보했기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고 있는 겁니다. 청톈의 전략은 명약관화해요. 짧고 굵게 치고 빠지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잊으면 안 됩니다. 거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에요. 한국과 일본의 전쟁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명량'이 50억밖에 못 벌고 철수한 나라라는 걸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춘절이 있는 다음 주에는 거의 100 프로 스크린에서 내려질 겁니다. 자국 영화를 우선할 테니까요."
"청톈 쪽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도 대표님의 말씀과 비슷해요. 최종 성적이 역대 박스오피스 15위권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더군요."
"그 정도로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그것도 최근 몇 년간 중국 영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해서 가능한 성적인 겁니다. 안 그래도 돈 들어갈 곳이 점점 많아질 텐데 아주 좋은 소식이네요. 오상무는 중국 쪽 상황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국 쪽 정산이 끝나면 이번이 처음으로 나가는 인센티브니까, 사기진작 차원에서 직급에 차등 없이 영화사 직원들 전원에게 1억 정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들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 1억이라고? 진짜로?
- 대박. 완전 대박.
- 우와. 나 닭살 돋았다.
수빈의 발언에 회의실이 갑자기 도떼기시장처럼 어수선 해지자, 수빈이 손을 들어 진정을 시켰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 생각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게 최우선이긴 하지만, 일정 이상의 수익이 생기면 적절한 선에서 분배를 해드릴 겁니다. 그렇게 아시고.. 어제 제가 보내드린 수정 대본은 다 읽어보고 오신 거죠?"
- 네. 읽어봤습니다.
큰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하는 영화사 간부들을 바라보면 수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답이 우렁차네요. 역시 돈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 '죽기 싫다'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원래의 대본대로라면 '죽기 싫다'는 총 6개의 시퀀스로 진행됩니다. 신으로 따지면 90신 가까이 되죠."
수빈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극 중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시퀀스와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시퀀스. 거기에 남자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발병과 입원, 남자 주인공의 분노와 주변인들의 갈등, 그들의 절망과 극복 그리고 마지막 엔딩. 이렇게 총 6개의 시퀀스였습니다만, 여기에 1개가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정도연씨가 연기할 수간호사 '이도희' 분량이 늘어나는 바람에, 남자 주인공 '김수호'의 아버지인 '김정구'와 엮이는 시퀀스가 새로 생겼습니다."
그때 박시후 영상팀장이 손을 들며 질문했다.
"그러면 성강호 분의 김정구와 정도연 분의 이도희가 썸을 타는 관계가 되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관객들에게 욕먹기 딱 좋죠. 자신의 아들이 죽어가는 마당에 여자랑 썸이나 타고 있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수정 대본을 찬찬히 다시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둘 사이에서는 굉장히 무미건조한 대화만이 오고 갑니다. 불치병 환자의 보호자와 병원 수간호사 관계일 뿐이죠. 그 어디에도 썸을 상징하는 내용이 없어요. 저 개인적으로 그 시퀀스 제목을 '동병상련'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수빈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미 자식을 보낸 경험이 있는 김도희 그리고 조만간 자식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김정구. 그들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 거죠. 하지만 둘의 행동과 대화에는 썸이 전혀 없어요. 그저 가끔씩 보여주는 애절한 눈빛만이 상대방에 대한 애처로움을 표현하는 거죠. 제가 연출하고자 하는 목표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방금 전 본 영화를 회상하다 두 사람의 눈빛을 떠올리며 반추하는 겁니다. 이번 영화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다크 해요. 소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배우를 카메오로 넣어서 조금은 희석을 해볼까 했습니다만.. 전략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박팀장의 질문에 수빈이 마치 자신에게 설명하듯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암울한 분위기로 연출할 겁니다. 유머나 웃음 코드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도록 거칠게 밀어붙일 겁니다. 관객들을 끊임없이 짓누르고, 괴롭히고. 탈진시킬 겁니다. 마지막에 원 없이 펑펑 울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소리가 나올게 뻔합니다. 영화 전문가들의 평은 좋을지 몰라도, 흥행에는 참패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된 성강호와 정도연의 시퀀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수빈이 조금 더 또렷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의 죽음으로 절망과 고통을 느끼지만, 역으로 중년 커플의 썸으로 또 다른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볼 때는 너무 슬펐지만, 보고 나서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영화로 만들 겁니다."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죠. 연출하기가 무척 어려울 거예요. 특히 연기하는 두 사람에게는 굉장히 힘든 연기가 될 겁니다. 하지만 배우가 성강호와 정도연이잖아요? 가능할 걸로 봅니다. 사실.. 그 두 사람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안 했을 겁니다. 믿어 봅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성강호와 정도연 둘 다 극 중에서 어둡고 칙칙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당연한 거죠. 자식을 잃은 어미와 잃기 일보직전인 아비가 밝고 환하게 나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만 나간다면 역학 관계상 젊은 배우들에게 너무 밀려버립니다. 저울추가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요."
수빈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한순간. 딱 한순간. 찰나와도 같은 몇 초의 시간이지만.. '이도희'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순간이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인기 절정의 가수로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레베카' 보다, 타고난 미모로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온 '소지영' 보다, 무조건 더 빛나야 합니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워야만 해요. 그 장면이 수정 대본에 나오는 신 넘버 63입니다."
파르르 거리며 사람들이 급하게 대본을 넘기는 소리가 회의실에 천둥처럼 울렸다.
"허름한 카키색 점퍼 차림의 김정구가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이도희를 공원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입니다. 저 멀리서 이도희가 나타나죠? 그때 김정구의 독백이 영상과 함께 깔릴 겁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원죄로 차디찬 마음속 감옥에 자신을 가둬 넣고, 항상 죄인의 심정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수간호사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도희가 걸어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짬을 둔 수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녀가 조금씩 다가오면서 다시 '김정구'의 독백이 깔립니다. [날은 이미 따뜻해져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봄기운이 스멀스멀 옷 속으로 스며드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그녀의 무미건조한 얼굴은 한겨울 삭풍처럼 차갑고, 꽁꽁 얼어붙은 냉동실 속 얼음처럼 딱딱하다. 죄수복인 양 차려입은 무늬 없는 회색빛 원피스에, 무채색 핸드백을 든 그녀가 나를 발견하였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기까지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시죠? 바로 그다음이 중요해요."
설명하는 수빈의 목소리에 처연한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클로즈업하며 '이도희'를 잡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김정구의 독백이 깔리죠.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현재의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서글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마치 나를 달래주듯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도희가 웃음을 지으며 김정구에게 천천히 다가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독백이 깔려요. [그녀의 슬픈 웃음이...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여깁니다."
- 탕.
수빈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가볍게 내리치며 말했다.
"제작팀들. 다들 제 말 잘 들으세요. 그 어떤 돈 지랄도 상관없습니다. 절대 뭐라 안 합니다. 조명을 몇 십 개를 가져와서 켜도 좋아요. 소품과 의상을 준비하는데 몇 억이 들어도 무방합니다. 새로운 고성능 카메라가 필요합니까? 오늘 당장이라도 발주하세요. 단, 이 장면에서의 그녀는 세상 그 어떤 여인보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워야만 합니다. 반드시 말이죠. 여기서 임팩트를 주지 못하면.. 이번 영화는 망하는 거예요. 이도희의 출연 분량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한방, 딱 한방에 관객들 뇌리에 선명하게 틀어박혀야 되는 겁니다. 이 신이 어정쩡해지면, 새로운 희망이고 나발이고 관객들이 나중에 반추할 계기 자체를 못 주게 되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물론 힘들겠죠. 극중 이도희의 의상과 소품은 칙칙한 색깔이고 화장마저도 과하게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고 마지막까지 쥐어짜셔야 하는 겁니다. 저도 나름 열심히 아이디어를 구상하겠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 경험하셨던 여러분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면입니다."
그때 최진후 조명팀장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최팀장. 말씀하세요."
"대표님이 원하시는 장면과 임팩트가 어떤 건지는 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촬영이 가능도 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나요?"
"그런 식으로 단일 신에 힘을 주고 찍다 보면.. 조연이 주연을 잡아먹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주연 여배우들의 연기가 앞전의 대본 리딩 때 수준이라면, 사람들의 뇌리에 이번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정도연이라고 기억되는, 그런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수빈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저도 그런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우리 주연 여배우들을 믿어 보자는 거였습니다. 어차피 주연들 연기가 어설프면 망하는 건 똑같습니다. 엎어치나 매치나 결과는 매한가지에요. 전 영화를 대충 찍어서 개봉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모자란 점이 보인다면 될 때까지 그녀들을 몰아치고, 윽박지르고,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고 그런 다음 다시 또 기다릴 겁니다. 부족한 점이 완벽하게 채워질 때까지 말이죠."
수빈이 최팀장을 보며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최팀장님.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팀장님은 조명 쪽에 신경을 써주시길 바랍니다. 조명팀에서 필요하다고 요구하시면 낮과 밤을 바꿀 수도 있어요. 시나리오에 너무 얽매이지 마시고, 사고의 폭을 최대한 넓혀주시길 바랍니다."
수빈이 제작진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하루 만에 만든 수정 대본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점이나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은.. 촬영 스케줄과 장소 헌팅 등 전반적인 촬영 준비에 대해서 보고를 한번 받아 볼까요? 박상민 지원팀장님?"
"네. 박상민입니다. 장소 헌팅은 다 끝났습니다. 지금...."
잠시 후 회의가 다 끝나갈 무렵 수빈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신 흔적이 보입니다. 준비가 충실히 잘 된 것 같네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음 주 월요일에 고사를 지내고 영화 촬영이 시작될 겁니다. 이번 한주 동안은 수정된 대본 내용에 맞게 준비를 철저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작품 한번 만들어 봐야죠. 다들 잠시 좀 쉬셨다가.. 대본 리딩 때 다시 봅시다. 우리 영화의 주역들인 배우들을 만나봐야죠. 수고들 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
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30분 후 성강호를 필두로 김샛별, 하이유, 정도연, 마동식 등이 영화사로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크랭크인 직전의 마지막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