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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152화 (152/236)

#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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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연숙은 자신이 우월한 지위를 확보했다는 걸 느꼈는지 자신감이 그득한 눈으로, 붉은색 치파오 사이로 보이는 늘씬한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넷플릭스가 공급사에 수익을 책정하는 방법은 알고 계시죠?"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제작비의 20프로 가량을 수익으로 산정해서 지급하는 거죠.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미리 선금으로 지급받아서 다들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받은 정보로는, 강감독님은 그 정책을 받아들이시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저희 직원들끼리 열심히 의논을 하더니, 나름 깜찍한 방법을 내놓았거든요. 제 마음을 잘 읽고 역발상을 한 거죠. '달빛'의 제작비가 100억 정도 됩니다. 그럼 넷플릭스 측에 20억을 받고 넘기는 건데.. 그 돈 벌자고 제가 넷플릭스와 협상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건 아니니까요."

그녀가 이해했다는 듯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며 말했다.

"가입자가 영화를 클릭해서 보게 되면, 50센트의 과금을 받는 조건으로 넘기겠다고 제안했다면서요? 그래서 넷플릭스 쪽 담당자가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다고 하더군요."

"그랬겠죠. 넷플릭스가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지만, 실수 하나면 목이 날아간다고 들었으니까요. 제가 듣기론 매년 20프로를 방출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 직원이 담당자에게 다른 제안도 같이 했을 겁니다. 1년간 서비스를 하고 수익이 20억 이하로 발생하면, 단돈 1달러도 받지 않겠다고 말이죠. 어떻게 보면, 힘들게 제작한 영화를 넷플릭스에 공짜로 넘겨주겠다고 말한 거랑 똑같은 거죠."

수빈이 회의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저희 직원의 제게 그렇게 말하더군요. 어차피 인기를 못 끌면 푼돈일 텐데, 돈 많은 사장님이 굳이 거기에 목맬 필요가 있냐고요. 저도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료로 영화를 선보이고, 영화사를 광고하는 정도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상당히 대담한 직원이네요. 몇 십억이 왔다 갔다 하는데, 사장에게 그런 파격적인 제안을 하다니."

"제가 그런 타입의 사람들을 좋아해서요.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약간 변태 취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절 개무시하는 직원들을 좋아하다니.."

수빈의 말에 그녀가 입을 가리며 꺄르르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수빈이 물었다.

"제가 궁금한 건 그 뒤의 일입니다. 넷플릭스 내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정보가 전혀 없어서요."

"처음에는 넷플릭스 담당 직원이 무조건 거절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데요. 회사의 기본 방침을 자기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당연한 반응이겠죠. 그런데 강감독님 영화사 직원이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영화의 자막 작업을 이미 완성해서 붙여 놨으니, 다른 직원들과 같이 한번 봐달라고요."

그녀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뒤가 걸작이에요. 담당 직원의 생각으로는 당연히 영어 자막을 완성해서 온 줄 알았는데.. 10개 국어로 자막 작업을 해왔으니, 다양한 국적의 분들과 같이 보면 더욱 좋겠다고 말을 했다죠? 그때부터 담당자가 패닉에 빠진 거죠. 1년간 수익이 20억이 안되면 돈을 한 푼도 안 줘도 되고, 10개 국어로 이미 자막 작업까지 마쳤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그냥 받아서 틀기만 하면 되니,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죠. 그냥 무시하기에는 조건이 너무 매력적이었겠죠."

"그래서요? 전 그 뒤가 궁금합니다만.."

"담당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외국 출신이거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들 몇 명을 데리고 와서 같이 봤다고 하더군요. 자막의 퀄리티가 엉망이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시급히 확인이 필요했던 거죠. 그리고 그때 화교(華僑) 출신 직원 하나가 같이 봤데요. 중국어로 자막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요."

수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말을 너무 빙빙 돌리시는 거 아닙니까? 아직도 제가 궁금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네요."

수빈의 불만을 달래려는 듯 그녀가 고혹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울었데요. 감동받아서요. 영상에 몰입하고 자막에 빨려 들어서 어느덧 영화가 끝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옆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액정 화면을 보면서 또박또박 읽었다.

"자막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흘러가고, 중간중간 나오는 아름다운 표현과 시적인 은유는 마치 한편의 시선집(詩選集)을 보는 듯하다. 그렇게 평했더군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 연락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중국 내에 개봉하면 흥행이 제법 잘 되겠구나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그런데?"

"그 다음 날아온 정보가 대박이었죠. 다른 외국어 자막을 본 모든 직원들도 똑같이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감상평이 중국어 자막과 대동소이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한편의 훌륭한 소설이나 시집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이게 예삿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녀가 수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때부터 고민에 빠졌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생긴지 며칠 되지도 않은 영화사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단순히 10개 국어로 번역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마치 시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수준으로 자막을 제작한다고? 각 나라의 뛰어난 문호(文豪)에게 거액을 주고 부탁을 해도 가능할까 말까 한 일을 일개 신생 영화사가 해냈다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그녀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선 마치 뱀이 먹잇감을 탐색하듯, 새파란 빛이 나는 눈동자로 수빈을 노려보았다.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 제 머릿속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죠. 제갈량(諸葛亮). 호는 공명(孔明), 불세출(不世出)의 천재이자 희대(稀代)의 지략가.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어요. 공명의 뒤를 잇는 제갈세가. 그리고 제갈세가의 맥을 잇는 강감독."

그녀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이 모든 건 강감독님 작품이죠?"

수빈은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날카롭군. 역시 날로 먹기에 어려운 세상이야. 근데.. 그때 처음 만난 날이나 지금이나, 내가 너무 지나치게 수세에 몰리는 것 같은데.. 계속 이러면 곤란하지.'

머리를 재빠르게 굴린 수빈은 마음을 굳히고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실을 인정했다.

"맞습니다. 제가 직접 작업을 한 거죠."

그녀가 믿기 어려운 듯 살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로 그게 가능해요? 한 사람이 10개 국어를 한다고요?"

"그건 아니죠. 말로 할 수 있는 언어는 그것보다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읽고 쓰는 건 또 다른 영역이죠."

그녀가 기가 차다는 눈빛으로 수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10개 국어로 말은 못하지만 읽고 쓰는 게 가능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죠. 자막을 마치 시나 소설처럼, 문학을 집필하는 수준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고요? 그 말을 지금 저보고 믿으라고요?"

수빈은 허리를 뒤로 젖히며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일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정화의 대원정에 따라다녔던 분이 선조시라고요. 3차에 걸친 대원정의 결과물로, 수만 권의 외국 서적을 수집했다고 하더군요. 그걸 해석하고 정리하는 게 선조 분의 역할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언어학 쪽으로 발군이셨던 선조 분께서, 그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가치가 뛰어난 서적들은 개인적으로 따로 사본을 남겨두셨다고 합니다."

수빈은 예전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떠오른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돌아가신 스승님께서 제게 그러시더군요. 우리 사문(師門)은 대대로 내려오는 그 자료들을 읽고 해석할 줄 알아야만 한다고. 그러시면서 제가 어릴 때부터 아주 엄하게 가르치셨습니다. 배우느라 정말 힘들었죠. 스승님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고요. 제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수빈의 대답을 들은 그녀가 조급한 마음이 드는지 채근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 있죠? 그 자료들은 지금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 거죠? 비록 사본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쪽에서 구입할 용의가 있습니다. 거액의 돈을 주고서라도 말이죠. 중국 역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유물일 거예요."

수빈이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다 불태우셨습니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요."

"......"

'빠지직' 하는 파열음이 마치 수빈의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하던 팽연숙의 얼굴에 빠르게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수빈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빠르게 뇌까렸다.

'드디어 그녀의 평정이 깨졌군. 이제야 겨우 동등한 입장에 설수 있게 됐어..'

그녀가 눈동자가 충격적인 인지부조화로 인해 마치 지진을 만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어처구니가 없는지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던 그녀가 잠시 후 힘겹게 입을 떼었다.

"선조가 남겨준 사문의 중요한 보물 아닌가요? 그걸 깡그리 불태웠다고요? 기사멸조(欺師滅祖)의 죄 아닌가요? 그런 허황된 거짓말을 제가 믿을 거 같은가요?"

수빈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스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구글(google)'이 나타났다. 더 이상 힘들게 공부할 필요 없으니, 이런 고통스러운 전통은 너를 끝으로 없애야만 한다. 저도 스승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다양한 언어로 작성된 수많은 책들을 공부하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모조리 소각 처분했습니다."

느긋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며, 수빈은 속으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은 나의 불치병을 치료할 방법이 혹시 있을까 해서, 십여 년을 죽기 살기로 파고들었지. 결국은 발견을 못했지만서도..'

수빈의 대답에 그녀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강감독 눈에는 제가 바보로 보이나 봐요.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제가 믿을 리가 있겠어요? 차라리 강감독이 공명의 환생이라는 게 더 신빙성이 있을 것 같군요."

수빈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감히 제갈공명의 환생이겠습니까."

'제갈수빈의 환생이라면 몰라도.. 근데 설마 이걸 물어보려고 날 중국까지 부른 건가?'

수빈이 속으로 의문을 가질 때 그녀가 화제를 바꿨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는 거겠죠. 일단 그 이야기는 넘어가죠. 오늘 제가 강감독을 급히 보자고 한 이유가 따로 있어요."

"무슨 이유인지 저도 궁금하군요."

"넷플릭스와의 협상을 중지하세요. 넷플릭스와 계약하지 마시고, 저희 쪽으로 영화를 넘기세요. 계약금 20억에 시청한 가구당 5위안을 지불하겠어요. 그리고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수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정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뿌지직' 하며 그녀의 몸속에 있는 혈관들이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핏대가 잔뜩 솟은 새빨간 목으로, 평상시와 달리 차분함을 잃고 뾰쪽하게 높아진 목소리로, 그녀가 앙칼지게 외쳤다.

"왜요? 왜 싫은데요? 제 조건을 마저 들어보지도 않았잖아요."

흥분한 그녀와 반대로 수빈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청톈은 제가 원하는 걸 만족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내 OTT(Over the Top) 시장 쪽으로 청톈은 진출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돈을 보고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 듯, 길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런 후 한결 안정된 목소리로 물었다.

"알리바바 아시죠?"

"40인의 도적을 말씀하시는 건 아닐 거고,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阿里巴巴)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설마.. 알리바바도 팽가의 사업체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마원 회장은 자수성가한 사람이라서, 오대세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아요. 강감독님. 알리바바가 미국 내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지 좀 됐어요. 하지만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걸 혹시 알고 있나요?"

"네. 압니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HBO나우 등에게 형편없이 밀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아시나요?"

"뻔하지 않겠습니까. 콘텐츠 부족이 원인일 겁니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알리바바가, 설마 자금이 모자라서 고전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콘텐츠라는 건 돈이 있다고 무한정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정확해요. 돈이 있어도 미국 내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구하기가 아주 힘들다고 하더군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나 방송사가, 자신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외국 기업에게 콘텐츠를 팔 리가 만무하지 않습니까. 제가 경영자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수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까닥거렸다.

"결국 견디다 못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얼마 전 넷플릭스와 결별한 월트디즈니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가장 먼저 중국 내에서 양사 간의 협력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죠."

"유쿠(优酷) 말씀하시는 겁니까?"

"잘 알고 계시네요. 맞아요. 이번 영화를 우선적으로 유쿠에 공급하고 싶어요. 그런 다음 미국 내의 훌루에 제공할 계획이에요. 알고 계시죠? 폭스사의 소유였던 훌루가 디즈니에 팔렸다는걸. 조만간 디즈니와 알리바바 두 회사의 합작회사가 설립될 거고, 그럼 미국 내 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예요. 그래서 우리 청톈에서는, 이번 기회에 청톈의 콘텐츠를 그 회사에 독점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 이전에 시험 삼아, 10개 국어로 번역된 이번 영화를 훌루에 제공해서 미국 내 분위기를 한번 살펴보려고 해요."

수빈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청톈에서 지금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디즈니와 알리바바가 힘을 합쳤다고 해도,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잡기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두 회사가 합작회사를 설립해도, 어쩌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가능성도 아주 높습니다."

수빈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디즈니가 더 이상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넷플릭스가 발 빠르게 유명 만화 출판사인 '밀러 월드'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으셨겠죠? '킹스맨', '올드맨 로건' 등 유명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 디즈니의 공백을 메꾸기에 충분한 회사죠. 넷플릭스가 쉽게 자리를 내어줄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수빈의 부정적인 말에, 팽연숙이 살짝 짜증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요? 청톈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영화를 넘겨 주시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수빈이 잠시 고민에 빠지자 그녀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윽고 수빈이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시죠. 아직 넷플릭스에서 확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언제까지 대답을 해줄지도 모르는 상태죠. 이번 주 토요일이면 출장 갔던 직원들이 귀국할 겁니다. 만약 그때까지 넷플릭스에서 확답을 주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청톈과 바로 계약을 하겠습니다. 제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좋아요. 그 정도 선이면 저도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하나만 더 조건을 붙이고 싶어요."

"어떤 조건입니까?"

"이번 영화는 안된다고 해도, 다음 작품은 우선적으로 청톈과 협상하겠다는 확답을 듣고 싶어요."

수빈이 피식하고 웃으며 물었다.

"협박입니까? 만약 제가 거절하면요? 그럼 이번 영화의 중국 개봉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겁니까?"

그녀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예나 지금이나, 오대세가끼리는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하지는 않죠. 팽가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릴게요."

"좋습니다. 제가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게 되면, 청텐과 먼저 협상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되겠습니까?"

"좋아요."

팽연숙이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수빈도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었다.

잠시 후 차를 타고 별장을 나선 수빈은, 북경발 인천행 대한항공 9시 50분 마지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한 수빈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남자에게서 여권과 티켓을 받은 뒤 비행기에 올라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수빈은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영화사 이름을 알리고 덩치를 키워야겠어. 대기업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짜증이 나는군. 이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인천 공항에 도착한 수빈은 백성철이 모는 밴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1월 16일 화요일.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수빈은 CF 제작을 위한 준비 상황을 확인했다. 출연진들과의 계약, 스튜디오 예약, 소품 준비 등 제반 준비들을 꼼꼼히 확인한 수빈은, 준비하느라 고생한 제작진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그런 후, 제작진들과 긴밀히 협의하여 자세한 촬영 타임 테이블과 영상팀, 음향팀, 소품팀, 조명팀, 지원팀 등으로 나누어 제작진들의 조직도를 작성하였다.

1월 17일 수요일 ~ 1월 18일 목요일. 수요일에 CF 촬영을 시작한 수빈은 목요일 저녁에 모든 촬영을 완료했다. 촬영하는 이틀 내내 영화 제작진들과 손발을 맞춰보며, 활발하게 의사교환을 하면서 촬영에 매진한 수빈은, 제작진들의 뛰어난 역량에 만족하며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1월 19일 금요일. 수빈은 하루 종일 편집 작업에 매달렸다.

1월 20일 토요일. 아침부터 수빈은 영화사 직원들과 CF 품평회를 가졌다. 직원들의 솔직담백한 감상평에 흡족해하며, 수빈은 미국에서 귀국하는 직원들을 마중하기 위해 인천 공항으로 출발했다.

한편 수빈이 공항으로 출발한지 삼십여 분 후, 박수종 영상팀장을 위시하여 박형석 음향팀장, 최진후 조명팀장, 이성호 소품팀장, 박상민 지원팀장들이 긴급 회동을 가지기 위해 회사 근처의 아바이 순대집에 집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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