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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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인터넷에 올라온 VIP 시사회 평을 꼼꼼하게 훑어본 후 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예측한 것과 비슷해. 평이 좋아. 그리고.. 아직 공동 감독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각되지도 않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곳도 없군. 이번 영화를 저격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없는 상태야.'
수빈은 TV를 꺼고 소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이젠 내 손을 떠난 일. 김대리가 알아서 잘 대응해주기를 바라야지."
다음날 점심 경 YK 사옥으로 나간 수빈은, 영화사의 핵심 멤버인 오소라와 강과장 그리고 조대리 세명과 함께 최종 회의를 하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일요일 저녁부터 삼일간 회사에서 먹고 자느라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잠시 후 세 사람을 대표해서 오소라가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금요일 회의를 할 때, 그날 이사님이 말씀하셨던 역지사지와 지피지기를 기초로 해서 최종 결론을 도출했어요. 이런저런 잡다한 의견들과 선입견을 깡그리 다 지우고,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을 하면서...."
수빈은 오소라의 열정적인 발표를 들으면서 입가에 조금씩 기묘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것 참.. 내가 이 친구들을 너무 얕잡아 봤군. 생각보다 다들 배우는 게 빨라. 하기야 그럴 만도 하지. 대여섯 살부터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해서, 학원을 하루에 몇 개씩 다니며,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부를 한 사람들이니.. 명나라 최고의 학자들이라는 한림원(翰林院) 대학사들도 그렇게 무식하게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
이윽고 세 사람이 며칠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서 최종적으로 도출했다는 결론을 다 듣고 난 수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찔렀군. 조선시대 100년 동안 일어난 변화가 21세기의 1년과 비슷하다고 그랬던가. 역시.. 만만치 않아. 내가 좀 특출나다고 해서 날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이 결코 아니야. 방심하면 안 되겠어.'
발표가 끝나고 다들 긴장한 얼굴로 수빈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빈이 환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뜻이죠. 분야가 다른 세 사람이 숙식을 같이하면서 단기간에 부쩍들 성장한 것 같습니다. 전주에 회의를 하면서 미국으로 제가 직접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을 했었는데.. 이 정도면 제가 맘을 놔도 되겠군요. 다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수빈의 긍정적인 반응에 다들 뿌듯한 기분이 드는지 희색이 만면 해졌다. 수빈이 강과장을 보며 물었다.
"전주에 제가 판권을 사라고 말한 금액에서 얼마가 남았죠?"
"드림픽처스에 20억을 제시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18억 8천에 구입을 해서 1억 2천을 남겼습니다."
"그 돈이면 세 분이서 1등석에 앉아서 미국으로 날아간 다음, 열흘 정도는 최고급 호텔에서 지내실 수 있겠죠?"
수빈의 질문에 강과장이 놀란 얼굴로 급히 대꾸했다.
"말도 안 됩니다. 이사님. 천만원 정도면 미국까지 1등석 왕복 티켓을 끊을 수 있습니다. 세 명 티켓비 삼천에, 최고급 호텔로 잡아서 두당 하루에 백만원씩으로 계산을 한다고 해도.. 열흘에 삼천이면 덮어씁니다. 둘 다 합쳐도 절반밖에 안됩니다."
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번 일에 대한 보너스로 생각하시고, 다들 좋은 곳에서 숙박을 하세요. 그러는 게 넷플릭스 쪽에서 볼 때, 우리 회사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신뢰도도 올라갈 겁니다.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난 후, 그쪽에서 자체적으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거예요. 최종 확답을 들을 때까지 휴가라 생각하시고, 그 돈으로 여기저기 구경도 좀 하면서 푹 쉬었다 오세요. 쓰고 남은 돈은 회사로 다시 회수할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잠시 후 이런저런 지시사항과 당부를 한 수빈은 회의를 끝내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지금 바로 각자 집으로 돌아가셔서 푹 쉬시고, 내일 출국하세요. 다들 몸 건강히 다녀오시고,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우리 쪽 제안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면 되니까요. 알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수빈은 YK를 나와서 다음 회의를 위해 밴을 타고 벨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박수종 감독과 최진후 조명 감독, 이성호 소품 팀장, 박형석 음향 감독 등 제작 스태프들 중 각 파트 책임자급들이 회의실에서 수빈이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 계약을 맺은 스태프들과 수빈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백성철 수행비서가 열심히 자료를 나눠주고 있었다.
잠시 후 수빈은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들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다 같이 한솥밥을 먹을 식구들입니다. 서로 도와가면서 앞으로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 봅시다. 지금 나눠드린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CF 콘티 하나와 영화 각본을 하나 받으셨을 겁니다. 다들 본격적인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손발을 한번 맞춰봐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에 CF 한편을 먼저 찍을 겁니다."
수빈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전 현장에 나가서 임기응변으로 촬영하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각본을 수정해가며 무리하게 밤을 새우며 찍는 것도 싫어합니다. 제 머릿속에서 완성된 필름이 끊임없이 돌아갈 정도로,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한 다음 찍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나눠드린 콘티를 다음 주 월요일 회의 때까지 철저히 검토해 오시고, 촬영을 위한 사전 준비를 완벽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건의 사항이나 수정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고요. 아시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이사님.
- 네. 사장님.
- 알겠소이다. 강감독.
"이거.. 아무래도 호칭을 통일해야겠군요. 영화사 직원분들은 저를 부를 때 강대표라고 불러주세요. 제가 영화사의 대표다 보니 그게 편할 거 같네요. 그럼 다음 주 중으로 빠른 시간내에 CF 촬영을 빠르게 마치고, 본격적으로 신작 영화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다들 아직 콘티랑 대본을 검토 전이라 그런지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수빈이 회의장을 나서자마자 백성철 비서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대표님. 회의하시는 동안 전화가 두 곳에서 왔었습니다."
"어디 어디에서요?"
"장감독님으로 부터 내일 부산을 시작으로 금요일 대전, 토요일 경기도, 일요일 오전부터는 서울 쪽에서 무대 인사를 가진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혹시 참석이 가능하신지 여쭤봐 달라고 합니다."
수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라서 못 간다고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홍보실 김대리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김시후 대리요? 아직 개봉 전이라 특별히 연락할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이래요?"
"면접자가 YK에서 대기 중이라고.. 그렇게 전달하면 아실 거라고 하던데요."
"아. 면접.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이거 다시 YK로 돌아가야겠는걸요."
잠시 후 수빈은 YK로 다시 돌아와 면접자를 만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수빈은 회의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가 자신을 보고 벌떡 일어서자 순간적으로 살짝 놀랬다.
"어라? 박상민씨가 여기 왜 계세요?"
"저.. 면접 보러 왔습니다."
"설마.. 박상민씨가 김대리 친척분?"
"네. 맞습니다."
"김대리 친한 이모 아들이라더니 그래서 성이 다른 모양이군요. 근데.. 연출부 막내로 있었잖아요. 그쪽은 어떻게 하시고 이렇게 면접을 보러 오신 겁니까?"
"강감독님 밑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몇 주전에 직접 인터뷰를 보시기로 하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선, 그날로 바로 사표 내고 나왔습니다."
"이것 참.."
수빈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죠. 근데.. 너무 성급하게 사표를 내신 거 아닙니까? 박상민씨가 영상을 잘 만든다는 건 같이 작업을 해봤으니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낸 테스트에 통과를 못하면 탈락입니다."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해 오신 리더 영상을 한번 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2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하나는 영상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친 거고, 하나는 시간상 콘셉트만 잡아서 왔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두 개나 하셨다고요? 일단 작업했다는 영상부터 보죠. 궁금하네요."
수빈의 말에 박상민이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후.. 사실 오늘 가지고 온 영상은 제가 몇 주전부터 연습 삼아 쭉 작업을 해왔던 거라, 나름 완성본에 가깝긴 합니다만.. 제가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쓰시기에는 곤란하실 겁니다. 그때만 해도 수빈씨 아니 강이사님과 YK 박사장님이 합작해서 영화사를 설립하시는 줄 알고 그만.. 그래도 시간상 콘셉트 작업한 것만 덜렁 들고 오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큰 실수를 하셨다라.. 뭔지 일단 한번 보기나 합시다."
잠시 후 리더 영상을 다 본 수빈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한참을 웃은 수빈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큰 실수를 하긴 하셨네요. 하지만 영상은 재밌어요. 쓸만해요. 사람들의 기억에도 확실히 남을 거 같고.."
"한국 사람들은 딱 보면 바로 알겠지만, 외국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나라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서요. 그리고 수빈 프로덕션에서는 절대로 쓸 수 없는 영상입니다."
"상관없어요. 그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걸 채택하면.. 박사장님이 좋아 죽으실 거 같은데.. 박상민씨?"
"네. 이사님."
"숙제를 두 개 드리겠습니다. 제가 영화사에 작업 공간을 내어 드릴 테니 이걸 손질을 잘 해서 마무리 지어주세요. 그리고 제가 '달빛 속에 호위무사' 원본 영상을 드릴 테니, 영화의 메이킹필름도 만들어 주세요. 가능하시죠?"
"그럼요. 메이킹필름은 제 전공 중에 전공입니다. 이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좋아요. 그럼 합격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같이 잘해봅시다."
수빈의 말에 박상민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앞으로는 대표라고 부르세요."
"네. 강대표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잠시 후 수빈은 머릿속으로 조금 전 봤던 리더 영상이 떠오르는지 얼굴 가득 미소를 띤 채 회의실을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1월의 두 번째 목요일인 1월 11일에 마침내 '달빛 속에 호위무사'가 전국 800여 개의 개봉관에서 동시에 상영이 되기 시작하였다.
800이라는 개봉관 숫자는 중소 배급사치고는 상당히 이례적인 숫자로써, 몇 년 전 초대박을 쳤던 '명량'의 1,586이라는 개봉관 숫자에는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지만, 얼마 전 국내 재벌 배급사들의 상영 반대에 부딪쳐 200여 개의 개봉관 밖에 확보하지 못한 봉순호 감독의 '옹자'의 경우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이는 영화가 예상보다 훨씬 잘빠졌다는 관계자들의 호평과, 이미 18억에 달하는 해외 판권 매각으로 잔뜩 돈독이 오른 드림픽처스 사장의 강력한 푸시 덕분이었다. 그리고 다음 달인 2월 명절 연휴를 노리고 있는 배급사들로 인해, 어느 정도 신작 영화 배급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보다 많은 개봉관을 확보한 '달빛 속의 호위무사'가 마침내 대중들에게 선을 보이기 시작한 목요일 점심 무렵, 오소라 일행은 미국으로 장도(壯途)를 떠났다.
하루 종일 집에서 영화 각본을 손질하고 있던 수빈은. 저녁에 장감독으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 강감독. 오늘 부산에서 있었던 무대 인사를 다 끝마치고 지금 대전으로 올라가는 길이야. 조금 전 금일 전국 관객 수가 6만을 겨우 넘겼다고 연락을 받았어. 예상보다 성적이 저조해서 마음도 답답하고 머리까지 아파지고 있다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강감독도 같이 무대 인사를 도는 게 어떻겠나? 제발 나 좀 살려주게..
장감독의 문자를 다 읽은 수빈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 이제 평일 하루 지났는데 벌써부터 안달을 내시면 어떡하나.."
그때 수빈의 핸드폰으로 홍보부 김대리의 짧은 문자가 한통 도착했다.
- 링크 참조 바랍니다.
문자에 링크되어 있는 주소를 눌러서 들어가 보니 부산 해운대 중동에서 카센터 사장을 하고 있다는 40대 남자의 블로그였다. '영화에살고지고'라는 아이디를 쓰는 영화 전문 파워 블로거로서, 아마추어 답지 않은 날카로운 비평과 오로지 작품성만을 보고 평가한다는, 부산 바닥에서는 나름 괜찮은 평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김대리가 홍보 작업을 한 건가?'
마음속으로 뇌까리며 수빈은 블로거에 새롭게 올라온 [오늘 달빛 속에 호위무사를 보고 왔다.]라는 제목을 눌러 보았다.
- 조금 전 오늘 개봉한 '달빛 속의 호위무사'라는 촌티 풀풀 날리는 제목의 한국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센터에 수리할 차가 잔뜩 밀려서 갈 시간이 없었지만, 기특하게도 감독과 배우들이 부산까지 직접 내려와서 무대 인사를 한답시고 초청장을 보내줬길래, 잠시 바람도 쐴 겸 해서 해운대 BGV 센텀시티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 보통의 경우 영화를 보고 오면 A4 3장 정도의 분량으로 글을 써서 너무 길다고 항상 욕을 먹는 나지만, 오늘은 글이 대단히 짧다. 이해 바란다.
- 영화관에 도착해서 나눠준 팸플릿을 읽어 보았다. 장진석이라는 영화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다른 감독과 함께 공동 제작을 한 영화라고 적혀 있었다. 장진석이 심혈을 기울여? 당신은 장진석이라는 감독이 찍은 영화가 어떤 게 있는지 알고 있나? 난 전혀 기억이 없다. 첨 들어보는 양반인데.. 뭐 하는 양반이지? 그 말은 결국 여태껏 쓰레기 같은 영화만 줄창 찍었던 쓰레기 감독이라는 소리겠지. 속으로 차나 고치고 돈이나 벌걸 괜히 왔구나 투덜대었다. 영화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스토리의 액션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 기대 없이 본 영화가 끝났을 때, 난 의자에 앉아 흥분과 감동에 몸서리치면서 코를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내 나이가 몇 갠데 주책맞게시리.. 2012년 '7번 방의 기적'을 보고도 안 울고 덤덤히 영화관을 나선 나인데.. 난 감히 단언한다. 이 영화는 장진석 감독의 인생 영화일 거라고. 때려죽여도 두 번은 절대 못 만들걸? 그리고 난 장감독의 도핑테스트가 시급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누가 보더라도 장감독이 약 빨고 미쳐서 찍은 영화가 틀림없으니까..
- 이 글을 읽는 당신! 닥치고 가서 봐라. 만약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속으로 돈이 아깝고 영화가 재미없다고 생각한 자가 있다면.. 카센터로 찾아와서 나에게 짱돌을 던져도 좋다. 단. 그 사람은 반드시 나를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왜 당신은 영화가 재미없고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지.. 안 그러면 몽키스패너 대짜로 내가 당신의 대갈통을 후려갈길 테니까.. 이상 끝.
수빈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다 읽고선 피식 웃으며 김대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 김대리가 직접 작업을 하신 겁니까? 글이 아주 좋은데요.
김대리에게서 바로 답문이 날아왔다.
- 아닙니다. 아무래도 부산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한 번도 못 들어본 블로거입니다. 지금 부산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서, 좀 전에 처음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이사님이 보시면 좋을 거 같아서 보냈습니다.
수빈은 김대리의 문자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들에게 이 정도의 평을 받는다면 앞으로의 성적을 기대할만하겠군.'
1월 12일 금요일, 사람들 사이에서 아름아름 입소문이 났는지 관객 수가 15만을 넘어섰다. 미국 LA에 도착한 오소라에게서 내일 넷플릭스 담당자와 만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1월 13일 토요일, 주말을 맞아 '달빛 속의 호위무사' 관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루 관객 수가 82만을 돌파해 총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넘어섰다. 오소라에게서 넷플릭스 담당자와 미팅을 잘 끝마쳤다는 소식을 받았다.
1월 14일 일요일, 하루 관객 수가 100만을 넘어섰고, 총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넘어섰다. 드림픽처스 사장이 광분해 미쳐 날뛰고 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실려왔고, 다음 주에 개봉관 숫자를 대폭적으로 늘릴 거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오소라에게서 할리우드를 재밌게 잘 관광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수빈은, 다음 주 중으로 중국에 있는 팽연숙과 북경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1월 15일 월요일 아침, 수빈이 우려했던 일들이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