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145화 (145/236)

#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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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YK에 도착해서 사장실로 올라가기 전에 먼저 홍보부부터 들렸다. 홍보부 김대리를 만나 실장방으로 안내를 받은 수빈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김대리님. 전산실 박정호 팀장 자리에 있는지 알아보시고, 지금 자리에 계시면 여기로 좀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사님."

전화를 걸러 밖으로 나간 김대리가 실장방으로 다시 들어와서 말했다.

"박팀장 말로는 10분이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일단 둘이서 이야기를 좀 하죠."

수빈은 품 안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어 김대리에게 내밀며 차분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수빈의 설명이 다 끝나자 김대리가 무거운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굳이 제게 맡기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사님께서 직접 처리하시는 게 훨씬 더 나을 거 같아 보이는데요."

"간단해요. 여론몰이나 선전 쪽은 저보다 김대리님이 훨씬 더 경험이 많고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 조만간 새로 들어갈 영화 때문에 하루하루 대중들의 분위기나 동향을 체크해가며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수빈의 말에 김대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이거 책임이 너무 막중한데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봉투의 개봉 타이밍은 저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하겠습니다만, 나머지 두 개의 개봉 타이밍은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김대리님, 그냥 소신껏 알아서 판단하셔서 일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시지 말고요. 아. 그리고 본인의 업무 외의 일을 맡기는 거라 따로 수고비를 드려야 할 텐데.. 이렇게 하죠. 이번 영화에서 제가 비록 조연이긴 하지만 800만부터 저도 인센티브를 받기로 되어 있으니, 제가 받는 인센티브의 5프로를 떼어서 드리겠습니다."

수빈이 받는 인센티브의 5프로라는 말에 액수가 감이 안 오는지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굳이 안 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무덤덤한 김대리의 반응에 수빈이 빙긋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제가 800만부터 인센티브로 한 명당 300원을 받기로 계약을 했으니, 만약 천만을 찍게 되면 제가 6억을 받겠군요. 그럼 김대리님에게 3천만원이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네? 방금.. 얼마라고 하셨습니까?"

그때 전산실 박팀장이 방으로 들어왔다. 수빈은 어벙벙 하고 있는 김대리를 제쳐두고 박실장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실장방을 나온 수빈은 사장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비서가 밝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강이사님."

"네. 반가워요. 지금 안에 다들 모여 계신가요?"

"아뇨. 안에는 지금 사장님만 계세요. 다른 분들은 강이사님 방에 모여 계십니다."

"제 방요?"

"네. 어제 오후에 이사님 방을 꾸미는 작업이 끝났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수빈은 김비서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집무실이라는 방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비서실이 보였고 비서실 옆으로 난 문으로 들어가니, 고급스러운 응접세트와 책상 그리고 최신형 TV와 컴퓨터 등이 설치되어 있는 방이 나타났다.

수빈이 등장하자 응접세트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빈은 김비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선 응접세트 상석에 앉았다.

재무회계팀 강과장, 법무팀 조대리 그리고 오소라까지 가볍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눈 수빈은 강과장에게 물었다.

"주식에 대해서 알아보셨습니까?"

"네. 이사님 말씀대로 드림픽처스 주식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현재 드림픽처스는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어 있지 않고 코스닥에도 없습니다. 철저하게 같은 집안사람들끼리 모여서 운영되는 회사라 매입할 만한 주식이 시장에 없습니다."

"그럼 안되겠군요. 아쉽네요. 좋은 기횐데.. 나중에 배급사가 결정되면 그쪽으로 알아봐야겠군요. 해외 시장 쪽은 알아보셨나요?"

"네. 여태껏 드림픽처스에서 제작한 영화 중에 해외 쪽으로 판매 성적이 가장 좋았던 영화가 8억 가량에 판권이 팔린 걸로 조사되었습니다."

"최고액이 8억이라.. 당연히 직배는 없었을 테고요."

"네. 아무래도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좋습니다. 조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수빈은 사람들을 휘둘러보며 주의를 환기시킨 후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목요일이면 '달빛 속의 호위무사'가 개봉될 겁니다. 나름 잘 만든 영화이고, 흥행에도 성공할 거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설립할 영화사의 홍보와 경제적인 이익까지 같이 도모하기 위해서 그 영화의 해외 판권을 우리 쪽에서 확보하고자 합니다."

수빈의 발언에 조대리가 의문을 표시했다.

"아직 설립도 안된 신생 영화사에서, 개봉도 안한 영화의 해외 판권부터 산다는 말입니까?"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모이라고 한 겁니다. 지금 원래 예정보다 영화사 설립이 많이 늦어지고 있어요.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이번 주 중으로 영화사 설립을 끝내고, 본사로 쓸 건물 매입도 마무리 지었으면 합니다."

수빈의 말에 강과장이 대답했다.

"영화사 설립이야 신고만 하면 되니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만, 지금 바로 건물을 구입하기에는 세입자들과의 협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입 즉시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가려면 기존의 세입자들을 다 내보낸 상태여야 할 건데요."

"돈이 좀 들더라도 상관없으니 빨리 협상을 끝내세요. 적절한 선에서 보상을 해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서류 작업을 확실히 하시고요. 지금은 어서 빨리 영화사 본사 건물을 확보해야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때 오소라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이사님. 영화 판권을 구입해서 어떡하실 건지 궁금해요. 우리 회사가 지금으로서는 해외 쪽에 직배할 만한 역량이 전무한 걸로 아는데요. 판매할 만한 적당한 루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이고요. 그렇다고 무작정 계속 쥐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국내에서 개봉할 때랑 시기를 맞춰서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하지 않나요?"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소라씨 말이 맞습니다. 지금은 세계를 상대할 만한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그래서 기존의 회사들과 협상을 할 생각입니다. 크게 중국과 미국 두 개의 나라에, 두 가지의 방법으로 진행할 겁니다. 중국 쪽은 개봉관에 직접 걸 수 있도록 중국 소재의 영화 배급사와 제가 직접 협상을 할 생각입니다."

"그럼 미국은요?"

"현재로서 미국 극장에 개봉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죠. 그래서.. 넷플릭스와 협상을 할 생각입니다."

느닷없이 수빈의 입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이름이 등장하자 다들 얼음 땡이 되어 버렸다. 잠시 후 가장 먼저 풀린 조대리가 말했다.

"이사님 생각은 좋지만.. 넷플릭스가 뭐가 아쉽다고 저희랑 협상을 합니까?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 같은데요."

수빈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단지 좀 어려울 뿐이죠. 미리 준비만 잘한다면 만나서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봉감독님과 이미 통화를 했습니다. 넷플릭스와 한 번의 만남 정도는 주선해 주실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이상의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요."

수빈의 말에 오소라가 급히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사님이 직접 미국으로 가셔서 넷플릭스와 협상을 하실 건가요?"

"저요? 전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중국 쪽하고 협상하기에도 벅찹니다. 조만간 영화도 찍어야 돼서 정신없어요. 그러니.. 우리 영화사의 간판이신 오소라씨가 직접 가셔야겠죠."

오소라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입을 떡 벌리고 가만히 있자 조대리가 급히 껴들었다.

"오소라씨가 넷플릭스로 찾아가서 관계자를 설혹 만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루어지는 게 쉽지는 않을 거로 보입니다만.."

"당연히 준비를 잘해야겠죠. 그리고 협상에서 쓸 비장의 카드는 제가 지금 따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주 중으로 빨리 영화사를 설립하고, 본사 건물 구입 건을 마무리 짓고, 달빛 영화의 해외 판권을 구매하고, 그런 다음 넷플리스와 협상에 임할 준비를 철저히 하셔야 될 겁니다."

수빈의 발언에 다들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는지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지금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겁니다. 정신 바짝 차리시기 바랍니다. 주 중으로 제가 말씀드린 일들을 빨리 마무리 지으시고, 결과 보고는 금요일에 다시 회의를 열 테니 그때 해주시길 바랍니다."

수빈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오소라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들었는지 잠깐 동안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수빈에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님. 영화 편집은 이미 다 끝내셨고, 아직 영화사도 설립 전이고, BBG도 휴식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이번 주에 특별히 하실 일이 없으시면 저랑 같이 좀.."

수빈은 오소라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일이 없다니요. 저도 무지 바쁩니다. 오소라씨가 미국에 갈 때 들고 갈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야죠. 또 영화사에 채용할 직원들도 만나서 최종 협상을 해야죠. 그리고 또.. 오늘부터 박쥐를 그려야 합니다."

수빈의 말에 오소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박쥐요? 배트맨 영화에 나오는 그 박쥐?"

"네. 그 박쥐. 맞습니다."

"그걸 왜 그려요?"

"다 쓸데가 있습니다."

잠시 후 수빈은 회의를 끝내고 자신의 방을 나서서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밴에 올라탄 수빈은 매니저에게 말했다.

"형. 사장실 앞에 제 방이 따로 생겼어요. 앞으로는 휴게실이나 차에서 대기하지 말고 거기 비서실에 앉아서 쉬고 계세요."

"비서실? 난 차 안이나 휴게실이 오히려 더 편한데.."

"이제는 그러면 안 돼요. 명색이 수행 비서인데 계속 제 옆에 붙어 있어야죠. 날도 추운데 앞으로는 비서실에서 대기하세요."

"그래. 알았다. 벨 스튜디오로 가면 되는 거지?"

"네. 출발하시죠."

수빈은 최근 밴을 타고 이동할 때마다 하던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노트북과 핸드폰을 꺼내었다. 핸드폰으로 와이파이를 실행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전 세상이라면 1년이 걸려도 불가능한 일을 지금 세상에서는 일주일이면 다 끝낼 수 있지. 참으로 멋진 세상이야.'

이윽고 인터넷이 연결되자 수빈은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벨 스튜디오에 도착한 수빈은 안으로 들어가 박감독을 만났다.

"어서 오게. 강감독."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감독님. 제가 부탁드린 협상 건은 잘 진행이 돼가고 있나요?"

"말해 무얼 하나. 그 조건이 사실이라면 다들 계약하겠다고 난리네. 문제는.."

박감독이 바로 말하기를 주저하자 수빈이 대신 말했다.

"못 믿겠다는 거겠죠. 어린놈이 그런 능력이 될까라는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할 테니까요. 막상 계약을 했는데 몇 달도 안 지나서 월급도 못 주고 그럴까 봐 걱정이 들겠죠."

"맞네. 다들 그걸 걱정하더라고. 기존의 계약들에 비해서 조건이 너무 좋으니까 사기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까지도 있었어."

"제가 사기가 아니라 기존의 조건이 말도 안 되는 엉터리였던 거죠. 그럼 박감독님이 계약할 사람들을 모아 주시죠. 제가 직접 만나서 자세히 설명도 하고 계약도 체결하겠습니다. 이번 주 중으로 영화사가 설립이 될 거라서요."

수빈의 말에 박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화사가 드디어 설립이 되는군. 행여 중간에 엎어지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勞心焦思) 했는데.. 잘 됐네. 사람들을 언제까지 모으면 되겠나?"

"금요일 저녁 5시까지 이리로 모아주세요. 제가 시간 맞춰 앞으로 저랑 같이 일할 영화사 직원들과 함께 오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금요일 5시.. 그때까지 빠짐없이 올수 있도록 하겠네."

"네. 그리고 박감독님께 부탁드릴게 하나 있습니다."

"어떤 건가? 말만 하게나."

잠시 후 벨 스튜디오를 나선 수빈은 개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유래 없이 연일 계속되는 혹한의 날씨에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우중충한 색깔의 하늘이었다.

'하늘은 우중충하지만 마음은 더없이 밝고 가볍구나. 오늘로써 내가 맘속으로 꿈꿨던 계획들을 이루어 나갈 기본적인 준비는 다 끝났다. 제갈공명이 그랬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이제는 앞만 보고 한발 한발 흔들림 없이 걸어갈 일만 남았어.'

수빈은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밴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수빈은 전지(全紙) 크기의 화선지와 서화 도구들을 꺼내어 그림 그릴 차비를 마쳤다.

'이번에 그릴 그림이 여태껏 그렸던 그 어느 그림보다 중요한 그림이 되겠군.'

수빈은 심호흡을 여러 차례 깊게 하고선 정신을 하나로 모은 다음 흔들림 없는 손길로 대필(大筆)을 집어 들었다. 다음날 저녁까지 가끔씩 식사를 챙겨 먹는 것 외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림 그리는 것에 집중한 수빈은, 마침내 그림을 완성하고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군. 아주 좋아. 전생에서 내 나이 6살 때였었지. 그해 공사를 시작한지 15년 만에 마침내 자금성(紫禁城)이 완공되었다고 한바탕 난리법석이 났었던 기억이 나는군.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이라면.. 자금성 내에서 황제가 정무를 봤다던 건천궁(乾清宮)에 전시를 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야.'

자신이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뿌듯한 얼굴로 한참 동안 그림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던 수빈은, 아차 하며 정신을 차리고선 핸드폰을 꺼내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더니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喂.(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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